2023년 여름은 폭우와 불볕더위, 그리고 교사들의 마음을 휩쓸고 간 거대한 폭풍이 하나 있었다. 폭풍은 어느 한 개인이 아니라 교사 집단을 제대로 강타했다.
여름 방학을 앞둔 어느 날 신규교사는 교사의 역할 그뿐만 아니라 세상을 포기했다. 그렇게 터져 나온 교실의 속앓이는 기후변화가 심각했던 여름날만큼이나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마음을 관통하여 지금까지도 흔들고 있다.
교실 붕괴, 교사와 학부모, 학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는 방법이 가혹했을 뿐이다. 서이초 사건은 참으로 안타깝고 혹독하게 알려졌다.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던 ‘교사’ 집단이 막상 들춰보니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학생의 폭력, 아동학대의 가해자라는 오명, 교권 침해로 인해 교직을 떠나는 교사, 심지어 세상을 등지는 교사가 늘어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과연 ‘교권(敎權)’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교사가 지니는 권위나 권력’이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 권위나 권력이란 말이 교사와 양립할 수 없다. 2023년에 말하는 교권은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어떠한가? 교사는 아동학대의 의무 신고자인데 아동학대범으로 지목당하는 1순위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교권마저 방어할 수 없게 ‘아동학대처벌법(2014년 개정)’이라는 오랏줄로 손발을 묶어버렸다.
뭉치기 어렵다던 교사 집단은 지난 2023년 9월 2일 토요일,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에 무려 30만 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이는 서이초 선생님의 49재와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은 용기였고, 죽어버린 공교육에 대한 애도였다. 교사들은 이틀 뒤인 9월 4일 월요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상당수가 병가, 연가로 공교육의 멈춤을 실현하고자 현장의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 혼란이 생겼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들에게 9월 4일이 되기 전부터 ‘파면’, ‘해임’ 등으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학교 현장은 다시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진다.
“공교육을 멈춰서 이 기회에 교권을 바로 잡아야 한다.” “공교육을 지키면서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 혹은 이래서 바뀔 수 없다는 회의적인 입장, 관리자도 교사도 서로의 입장들로 상충했다. 분명 같은 아픔에서 비롯된 일들인데 다른 관점 다른 생각들로 삽시간에 많은 가지들이 뻗어버렸다. 마치 뿌리가 제각각인 듯 자라서 어떤 가지를 어떻게 쳐내야 할지 걱정이 될 정도다.
학교는, 9월 4일 이후로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교사 집단이 파면 혹은 해임되었을까? 집회 다음 날 교육부는 30만 교사의 집회를 보았는지 징계를 철회한다. 그런데 현장에는 집회에 참석하여 목소리를 낸 교사들과 9월 4일 정상 출근한 교사들 간에 묘한 기류가 일었다. 관리자와 교사 사이에도 이상 기류가 흘렀다.
우리는 분명 우리를 하나로 뭉쳐지게 한 사건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면서 각자의 신념 또는 가치관을 좇아 가지를 뻗어 버렸다. 결국, 멋대로 뻗은 가지들은 하나의 뿌리를 두고 자란다는 것을 잊은 채 말이다. 교육부, 혹은 교사 단체들, 교사, 학부모, 학생에게 묻고 싶다. 초심을 기억하느냐고......
아픈 상처는 서로 보듬고 위로해주는 것이 세상의 도리다. 적어도 나의 날선 가지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는지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 이상덕 전북교육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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