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 장관은 총선 출마설이 무성한 가운데 정치 이슈 메이커로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가 얼마 전 업무 차 전북을 방문했는데 정치적 의미 보폭 확대로 해석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야당 저격수로서의 인지도가 높고 주목 대상이란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검찰 출신 인사들의 정치권 움직임이 활발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 추석 명절 현직 검사가 고향 사람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정치 활동 논란이 일었다. 그의 신분을 감안하면 오해 소지가 다분하다. “저는 뼛속까지 ○○사람이다. ○○을 사랑한다” “○○은 이제 지방이 아니라 또 하나의 큰 중심이 되어야 한다” “늘 ○○ 사람으로 함께 하겠다” 는 내용이다. 사실상 정치 활동의 수순 밟기에 나섰다며 민주당이 문제를 삼은 것이다. 내년 총선을 포석에 두고 미리 견제구를 날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기류는 검사 탄핵, 신상 공개 논란과 맞물려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현 정부 주요 보직에 임명된 검찰 출신은 136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총선 전략과 관련 눈에 띄는 인물이 이성윤 전 중앙지검장이다. 그가 지난 9월 검사 신분으로 조국 전 장관 출판기념회에서 한 발언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석열 검찰 사단은 전두환의 하나회에 비견 된다" 며 작심 비판을 쏟아내자 일각에선 뭔가 결심이 선 것 아니냐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 언론에서도 그와 함께 심재철 전 지검장이 전북 지역 총선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두 사람은 전북 출신 검찰 인맥의 핵심으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맞서다 한직으로 밀려난 케이스다. 이 검사장의 경우 아무리 사법연수원 동기라 할지라도 대통령을 정면 공격하는 건 쉽지 않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 검찰총장 1순위에 꼽힐 정도로 잘 나가는 검사였다. 그러나 당시 윤 총장과 수사 지휘권 마찰로 인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 때문에 현 정권 ‘미운털’ 로 프레임을 씌운 민주당 친문 세력의 러브콜이 이어졌고 최근 조국 전 장관의 출마설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그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다.
총선의 전초전이었던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선거도 당선자인 전북 출신 진교훈 후보가 등판함으로써 검-경 프레임이 대세몰이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검찰 수사관 출신의 전직 구청장에 맞서 경찰 간부 출신 진 후보를 대항마로 내세운 민주당 전략이 먹힌 셈이다. 단순한 지역단체장 선거를 뛰어넘어 여야 대결로 압축된 것이다. 현재 여야 권력 지도를 보면 검-경 구도는 총선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거 참패 뒤 인적 쇄신 상황에서도 국힘은 원내대표와 전현직 사무총장을 모두 경찰 출신으로 채웠다. 민주당도 맞불 작전으로 검경 출신 옥석 고르기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이래저래 내년 총선은 ‘검경 구도‘ 시즌2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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