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은 신흥종교에서 국내 4대 종교로 발돋움한 원불교의 성지이자 총본산이다. 원불교 교단을 총괄하는 중앙총부가 있고, 중·고교와 대학 등 이 교단에서 설립·운영하는 교육기관도 많다. 그렇다고 익산을 ‘원불교 도시’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익산은 다양한 종교의 문화와 역사·유적이 어우러진 곳이다. 국내 굴지의 역사문화도시로서 미륵사지를 비롯해 불교문화 유산이 풍부하고,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배를 타고 도착한 나바위 성지도 있다. 또 개신교의 뿌리도 깊다. 이 도시의 종교인 중 개신교 신자가 가장 많고, 관련 문화유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익산은 불교와 개신교·천주교·원불교 등 국내 4대 종단의 성지를 만날 수 있는 종교도시다. 굳이 비교하자면 유대교와 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로, 세계 종교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견줄 수 있다. 실제 지난 2016년에는 익산문화관광단체협의회가 ‘한국의 예루살렘은 익산’이라며 ‘세계문화유산 & 한국의 예루살렘, 익산’이라고 새긴 기념 달력을 발간하기도 했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는 사회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수많은 전쟁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종교적 배타성으로 인한 갈등과 분쟁이 인류 평화에 큰 장애가 된 게 사실이다. 동·서로 분할된 종교도시 예루살렘을 놓고 오랫동안 대립해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 중이다. 한국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익산도 첨예한 종교 갈등을 겪었다. 10년 전에는 원불교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추진한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사업을 놓고 종교 갈등의 내면을 보여줬다.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예산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일었다. 특정 종교시설에 국민 혈세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결국 사업은 무산됐고, 지역사회에 커다란 앙금을 남겼다.
그리고 지난 25일 이 같은 앙금을 말끔히 씻어낸 화합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익산시가 주최한 ‘4대 종교 한마음 합창제’다. 이날 합창제에는 기독교와 천주교·원불교·불교 등 4대 종교를 대표하는 지역 합창단이 아름다운 화합의 하모니를 만들어내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익산을 비롯한 전북지역에서 4대 종교 교류·화합의 발걸음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전북도가 주최하는 ‘세계종교문화축제’가 익산과 전주·완주·김제 등에서 해마다 열린다. 올해 제15회 행사는 지난 9월 종교 간 상생과 나눔의 정신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축제는 지난 2009년 4대 종교가 뜻을 모아 전주와 익산·완주에 있는 각각의 성지를 연결한 ‘아름다운 순례길’을 열면서 시작됐다.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생과 화합의 길을 만들어낸 전북, 그리고 익산에서 종교인들이 손잡고 전한 화합·평화의 메시지가 지구촌 분쟁의 땅에 널리 울려퍼지길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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