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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쇼카 선언,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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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아쇼카 선언. 2011년 여름, 조계종의 자정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가 발표한 종교평화 선언문 초안의 이름이다. 이 선언문은 열린 진리관과 종교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실천 강령을 담고 있었으나 그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그해 11월 발표할 예정이었던 최종안도 종정 법전 스님의 지시로 미뤄지는 등 종단 내부의 갈등이 이어졌다.

결사추진본부는 조계종이 종교 간 갈등과 대립이 사회를 더 어지럽히고 있다는 자성으로 스스로의 쇄신을 위한 화쟁위원회를 비롯해 4개 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이다.

결사추진본부의 중심에 도법스님이 있었다. 도법스님은 아쇼카 선언문 초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예전에는 종교가 세상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종교 때문에 국민이 근심하고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자정쇄신’ ‘결사를 내세운 배경과 의미를 강조했다.

2012년 초, 서울 안국동의 조계종 총무원에서 도법스님을 만났다. 당시 총무원 건물에는 자정쇄신’ ‘결사를 써넣은 걸개가 휘날렸다.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종단 내부의 문제를 치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스님은 선언문의 의미를 불교는 불교다운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라며 평화적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야말로 불교 정체성에도 맞고 시대정신에도 합당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선언문이 앞세운 화두는 화쟁이었다. 화쟁은 다툼을 화해시키고 평화롭게 함께 갈 수 있게 하는 것. 원효 스님이 이론체계를 세우고 제시한 개념이다. 도법스님은 화엄종 법화종 선종 교종 열반종 천태종 등등 종파주의적 갈등과 대립이 첨예했던 당시, 이 갈등과 대립을 어떻게 화해시키고 평화롭게 함께 하도록 할 것인가 논리를 제공한 것이 화쟁론이라고 소개했다. 조계종이 종교평화를 선언한 즈음, 종교계는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졌다.

지금은 달라졌을까. 안타깝게도 조계종의 종교평화를 향한 결사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마지막 안식처인 종교마저도 반목과 다툼으로 혼탁해진 시대에서 대중들은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성과 쇄신운동을 내세우고 결사추진본부를 설립했던 당시, 총무원장으로 조계종을 이끌었던 자승스님이 지난달 입적했다. 조계종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소신공양이다. 2009년 총무원장이 된 이후 2013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유일하게 임기 두 번을 채운 스님은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실세로 꼽히면서 종단의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일까. 갑작스러운 스님의 죽음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 /김은정 선임기자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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