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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마을' 고통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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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암’ 발병으로 떠들썩했던 익산 장점마을의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주민 30여 명이 숨지거나 투병 중인 가운데 그 원인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나온 연초박 때문이라는 사실이 정부 조사를 통해 발표된 건 지난 2019년이다. 그것도 귀책 사유가 있는 행정 기관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주민들의 끈질긴 집념이 이뤄낸 결실이었다. 총리와 도지사, 익산 시장이 직접 사과하고 관련 부서가 후속 대책 마련에 호들갑을 떨었지만 보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상의 피폐함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주민 85%가 일단 손해배상 민사조정에 합의했다. 나머지 27명은 끝까지 국가 책임을 밝히겠다며 3년 넘게 법정 투쟁을 벌인 끝에 소송에서 이겼다. 20여년 세월 주민 고통을 안겨준 암 발병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처음 행정기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전주 지법은 지난 30일 위험에 노출돼 주민들이 장시간 고통을 받은 데 대해 전라북도와 익산시 공무원들의 감독 의무 위반과 암 발생 인과관계를 지적했다. 공무원이 원칙대로 조사했다면 연초박 불법 사용과 유해물질 배출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공무원의 안이한 인식과 무책임한 자세는 주민 고통을 더욱 가중시켰다. 마치 선심 쓰듯 50억 위로금을 미끼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물론 이들 행정기관이 모르쇠로 일관했던 과거 태도를 하루아침에 뒤집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덮으려고 무턱대고 발뺌하고 억지를 부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3년 전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징계 받은 공무원도 없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비료공장의 활용 방안은 마을 위험 요소를 없애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도 주민들 초미 관심사다. 그러나 소통이 부족한 익산시 추진 방식에 주민들 시선이 곱지않다. 50억 위로금 이후 더 이상 마을 현안에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식의 공무원 태도 때문이다. 용역 조사를 3~4차례 해놓고도 주민과의 대화 창구가 끊긴 지 오래됐다고 한다. 환경부 소관 65억 규모 공원화 사업이 진행되는 걸로만 알려졌다. 마을이 암 공포로 휩싸여 있을 때도 수백 건에 달하는 민원을 통해 관련 부서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들은 비협조적이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기간 장점마을 아픔이 잠시 잊혀졌다. 그 가운데서도 주민들은 치열한 법정 투쟁을 이어가며 책임 소재를 밝혀냈다. 비료 생산과 폐기물 관리를 허가한 행정기관으로서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하면 그 책임에 상응한 배상 선례를 남기고자 싸운 것이다. 오죽하면 주민들이 직접 조사를 통해 비료 공장 연초박이 '암' 원인이란 사실을 밝혀내겠는가. 주민 보상 문제도 그런 행정의 불신감에서 출발했다. 돌이켜 보면 이번 사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 주민들이 직접 나서 원인부터 보상에 이르기까지 인과관계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행정기관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게 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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