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은 근대기에 형성된 우리 생활 공간 중 건축 유산을 포함하여 보존된 근대 문화유산의 밀도가 높고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일정 영역의 공간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것이다. 2018년부터 추진된 문화재청의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에서 전라북도에서는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과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이 선정되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글에서 익산 솜리 근대역사문화공간이 갖는 특성과 가치를 살펴보았고 이달에는 군산 내항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군산 내항은 대한제국 정부에 의해 1899년 개항된 후 각국 거류지가 설정되며 구 군산세관 본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초기 군산항으로부터 일제강점기 경제 수탈항으로 건설된 근대 항만의 역사와 광복 후 산업화 시기의 어업 및 산업생활사를 보여주는 역사문화공간이다. 군산 내항을 구성하는 주요 항만 시설인 뜬다리 부두(부잔교)와 호안 시설, 내항 철도는 개항과 함께 시작된 군산 내항의 120년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초기에 해당하는 1930년대에 조성된 근대 항만의 중심 시설이었다.
20세기 전반 동안 군산, 부산, 인천, 목포에서는 대규모 축항 공사가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항만의 자연조건을 극복하거나 활용하기 위해 근대 토목 기술이 동원되었다. 또한, 항만 인접 섬이나 돌출된 지형은 축항 공사에서 활용하기 좋은 조건이 되었다. 부산항의 절영도(영도), 인천항의 월미도, 목포항의 삼학도가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금강 하류의 군산 내항에는 활용하기 좋은 지형 조건이 없었다. 군산 내항에서도 대규모 매축 공사가 진행되었으나 조석, 지형과 같은 자연조건의 극복은 역부족이었다.
군산 내항에 적용된 근대 축항 기술의 핵심은 대규모 뜬다리 부두 조성이었다. 선거(船渠, Dock)를 건설한 인천항과 달리 군산 내항은 매축 공사를 통해 조성된 호안에서 연결되는 뜬다리 부두를 통해 대형 선박의 안정적인 접안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군산 내항의 뜬다리 부두는 인천항과 구별되는 서해안의 자연 환경적 단점을 극복하고자 한 또 다른 근대 토목 기술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뜬다리 부두와 호안 시설, 철도 조성 과정에서 생산된 도면 등 다양한 기술 문서가 국가기록원에 보존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군산 내항의 공간 구조는 1930년을 전후하여 완성되었으나 개항기로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다양한 시간의 물리적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구 군산 세관 본관 영역은 축항 공사가 시작된 영역으로 구 거류지 영역과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축항 공사 과정에서 개항기 공간이 많이 지워졌지만 구 군산 세관 본관과 원도심의 격자형 가로망은 대한제국기의 공간적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동쪽 째보선창 영역은 수산업과 선박 수리 및 조선업 관련 시설이 위치하였고, 광복 후 수산업과 제조업 등 여러 시기에 걸친 다양한 기능이 채워지기도 지워지기도 하였다.
뜬다리 부두와 철도 일부가 멸실되었고, 진포해양테마공원과 관광시설 일부가 새로 조성되었으나, 뜬다리 부두와 호안시설, 철도는 여전히 군산 내항의 중심 시설이다. 이와 함께 서쪽의 세관과 동쪽의 째보선창 영역을 포함한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은 근대 이후 우리 역사에서 형성된 소중한 공간적 단편을 담고 있는 의미 있는 문화유산이다.
/송석기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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