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공공의대가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옛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한 관련 법안이 지난 연말 법사위에서 좌절됐다. 여야 합의 사항이 아니면 통과 자체가 어려운 법사위 불문율을 감안할 때 무작정 밀어붙인다고 될 일도 아닌데 왜 자꾸 희망 고문만 하는 것인지 마뜩지 않다. 상임위 통과를 애드벌룬처럼 띄워 여론전을 펼쳤지만 결국엔 실패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숱한 과정을 거쳤지만 고비를 못 넘기고 급기야 자동 폐기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추진 과정도 간헐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 법안에 대한 본래 취지가 크게 퇴색한 느낌이다. 지역구 의원 전체가 불퇴전의 각오로 응집력을 발휘해도 결코 장담하기 힘든 상황에서 뭔가 뒷심이 부족한 모양새다. 일각에선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면피용으로 선전 효과만을 노린 것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간 공공의대 입법 과정을 되짚어 보면 전북 정치권의 역량과 한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이번 경우에도 정부 여당 반대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최대 관문인 법사위 통과는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던 터라 정부 여당을 상대로 사전에 최소한의 조율이 전제돼야 한다. 물론 법사위 규정상 본회의 직행 가능성이 남아 있어 불씨는 여전하지만 이런 문제는 떠들썩하게 기자회견을 통해 분위기를 몰아가면 역효과를 내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것이 공공의대가 자치단체의 먹잇감으로 둔갑, 전국 10곳 이상이 노리는 까닭이다. 과거 공공의대 남원 개교를 2024년으로 공식화하고 집권 여당으로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민주당 찬스' 를 놓친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공공의대는 지방의 의료 공백과 맥락이 같다. 수억대 연봉을 보장해도 의사들의 도시 선호 현상 때문에 지역의 의료 현실은 암울한 지경이다. 필수 의료 과목 진료는커녕 응급실 환자도 제때 치료를 못 받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남원의료원에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의사가 파견돼 환자 진료를 보게 된다. 전라북도와 업무 협약에 따라 안과, 감염내과 의사들이 매주 한차례 방문해 의료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전체 의사 30%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지방 의료 공백의 대안으로 공공의대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농촌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환자 비중도 급격한 증가추세다. 이 같은 의료 악순환 구조를 뻔히 알면서도 지금 상태에선 극약처방조차 쉽지 않다. 갈수록 당위성이 커지는 공공의대 법안의 추진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원들의 원팀 정신과 전투력 무장이 급선무다. 21대 국회 회기 마지노선인 5월까지 법안 통과의 히든 카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지역구 의원 10명의 몫이다. 총선 출마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막판 반전 드라마를 기대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