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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러 김일과 전북특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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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돈 자랑 말고, 벌교에서 주먹 자랑 말고, 순천에서 인물 자랑 말라”는 얘기가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벌교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은 일제강점기 일본 순사가 벌교장에서 아낙을 희롱하는 것을 보고 안규홍 의병장이 순사를 한 주먹으로 때려눕힌 사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보성 사람들의 패기에 놀란 일본의 두려움이 ‘벌교 가서 주먹 자랑 하지 말라’는 표현으로 굳어졌다고 보성군은 설명했다. 바로 아래에 있는 고흥반도에서 내륙으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벌교였기에 내로라하는 주먹들도 벌교에 와선 명함조차 제대로 내밀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체육계에서 진짜 힘센 사람들은 고흥이 대표적이다. 프로레슬러 김일, 프로복서 유제두와 백인철, 축구선수 박지성, 김태영, 김영광 등 셀수 없이 많다. 체육계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한때 어깨에 힘 좀 줬던 사람들 중 고흥반도 출신은 의외로 많다. 강기정 현 광주시장,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 박상천 전 법무부장관, 장세동 전 안기부장, 화가 천경자, 언론인 추성춘씨 등 일개 군단위 치고는 유명 인물들이 매우 많은 편이다. 고흥군은 1966년 23만여명에 달했으나 이후 급감하면서 지난해말 현재 6만1113명으로 떨어졌다. 전북의 시군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흥을 말할때 빼놓을 수 없는게 있으니 바로 프로레슬러 김일이다. 스승인 역도산에게서 기량을 익힌 그는 자이언트 바바, 안토니오 이노키 등과 더불어 1960~70년대 프로레슬링의 인기를 주도했던 3인방중 하나다. 좌절과 패배에 빠져있던 어렵던 시절, 구척장신 외국의 유명 레슬러를 통쾌한 박치기 하나로 쓰러뜨리는 장면에 국민들은 환호하고 열광했다.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레슬링 가운을 입고 등장하는 김일의 모습은 전율, 그 자체였다. 그의 고향인 고흥군 거금도에는 ‘김일 기념체육관’이 있는데 여기엔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레슬링 가운이 전시돼 있다. 그런데 진짜 김일의 아름다운 인간적 면모는 지극한 고향사랑이다. 1960년대 말, 열성 팬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일 선수를 청와대로 자주 초청했다. 어느 날, 박 전 대통령은 “임자, 소원이 뭔가”라고 물었다. 당시만해도 밤엔 등잔불에 의존해 김을 따야할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다. 김일은 “고향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주민들이 김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제 레슬링 경기를 TV로 볼 수 없다”며 소원을 얘기했다. 불과 반년 뒤 거금도에는 제주도를 제외하곤 전국 섬에서 맨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다. ‘역사(力士)의 고장’ 고흥군이 고 김일(1929~2006)을 기리는 동상을 세운 것은 다 이런 고향사랑에 대한 보은의 의미가 담겨있다. 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또 한편으로 고향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실천하는 특별도민이 쏟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그게 바로 전북특자도 출범을 지켜보는 도민들의 희망이자, 기대가 아닐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위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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