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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멸의 시대, 학교 합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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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이 지났다. 새봄이 오면 지난해 여름 새만금잼버리가 열렸던 부안군 하서면에서는 아주 특별한 학교가 새로 문을 연다. 하서면 내 백련초와 장신초, 하서초등학교 등 3개 작은 학교를 하나로 합친 통합 하서초등학교다. 이들 3개 학교 통폐합은 지역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11년 하서면 주민들이 교육청에 학교 통합을 요구했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의지를 확인한 교육청에서 행정절차에 나섰다. 통합학교 부지는 접근성이 좋은 장신초, 학교 명칭은 지역의 정체성 유지 측면에서 하서초로 결정됐다. 

저출산 시대, 농촌 작은 학교의 출구 없는 위기를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남원에서도 학생 수 감소로 위기에 몰린 농촌 작은 학교들이 합치기에 나섰다. 통합 권역이 훨씬 넓어졌다. 대상 학교는 대강중, 수지중, 금지중, 송동중으로 학교명과 같은 이름의 4개 면 지역에 딱 하나씩만 있는 중학교들이다. 전북에서 읍·면·동을 뛰어넘는 지역 단위의 대규모 통합이 시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면 지역에 있던 3개 초등학교가 하나로 합쳐졌고, 각 면마다 하나씩 있는 중학교가 얼마 후면 인근 4개면을 합쳐 하나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절벽 시대, 소멸 위기에 몰린 우리 농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농촌학교뿐만이 아니다. 신도심으로의 인구 이탈로 농촌학교와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은 원도심 학교에서도 학교 합치기가 시작됐다. 해마다 줄어드는 학생 수 문제를 걱정해오던 전주 완산초등학교와 곤지중학교는 지난해 하나로 합쳐 통합 운영 학교가 됐다. 학교급이 다른 초·중학교 통합 운영이라는 점에서 부안·남원의 통합 사례와는 구별된다. 학교의 위기는 수도 서울에도 닥쳤다. 학생 수가 줄어 문을 닫는 학교가 생기면서, 대안으로 인근 중학교와 고등학교, 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봄이 오는 길목, 각 학교에서는 새 학기 채비가 한창하다. 올해도 입학생 수에 온통 촉각을 세운 학교가 적지 않다.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는 1980년대 이후 줄곧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학교 통폐합이 지역공동체 붕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학교와 상관없이 지역사회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제 학교가 아닌 지역소멸 걱정이 우선이다. 교육청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함께 작은 학교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전북형 적정규모 학교 육성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작은 학교 문제는 교육계의 오랜 딜레마다. 지금도 이 의제를 꺼내든다면 숱한 논란과 날선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질 수 있다. 그래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숙제다. 지역 단위 작은 학교 통합 논의는 부안·남원에 이어 올해 전북지역 곳곳으로 확산될 것이다. 피하거나 배척할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 공론화 과정을 통해 혜안을 모아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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