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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맹탕 청문회' 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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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산하 기관장에 대한 첫 인사청문회가 팽팽한 긴장감 없이 막을 내려 뒷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인사청문회에 기대를 걸었던 후보자의 송곳 검증이 크게 못미쳐 후한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전주시의회도 처음 시행하는 만큼 약간의 시행착오를 감안한다 해도 기본 취지가 실종된 데 대해 시선이 곱지 않다. 후보자의 도덕성뿐 아니라 경영 능력, 전문성 등을 짧은 시간 안에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쉽지는 않다. 그런 만큼 고도의 전문 지식과 꼼꼼한 자료 준비가 청문위원에게 요구된다는 목소리다.

실제 사상 처음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이번 청문회는 여론의 주목도 면에서도 실패했다. 후보자 경력과 관련해 자격 시비가 일부 제기됐지만 이슈를 만들어낼 만한 질의응답도 없었다. 오히려 후보자의 거침없는 답변이 화제가 될 만큼 청문위원들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미미했다. 여느 청문회에서 흔히 보았던 가시 돋친 설전은 고사하고 일상적인 회의처럼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물론 여기에는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도덕성 검증이 비공개로 진행됨에 따라 맥빠진 탓도 있다. 일각에선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일색 의회와 같은 당 출신 시장이 이끄는 집행부 관계를 보면 원래 한통속인데 뻔하다는 반응이다. 도의회 청문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기억하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청문회 모습은 여야 적대 관계가 뚜렷한 국회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난 2일 전주시의회는 전주농생명소재연구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기초의회에선 군산에 이어 실시한 이날 청문회는 지난해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인사청문회가 가능토록 법적 근거가 마련된 데 따른 것이다. 청문회 대상은 주로 전주시 산하기관이다. 근본적 도입 취지는 인사권자의 독단과 전횡을 예방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기초단체장의 공정한 인사를 담보하기 위한 의회 견제구 성격이 강한 만큼 청문위원의 준비 여부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인사청문회 칼날이 무딘 이유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종이 호랑이’ 로 전락한 게 결정적이다. 한쪽에선 ‘요식 행위’ 란 비야냥거림도 들린다. 설령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더라도 인사 강행을 막을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부적격 논란의 후보자라도 임명권자가 밀어붙이면 인사청문회 절차는 무의미해 진다. 그러한 핸디캡과 더불어 과도한 신상 털기로 인해 도덕성과 능력 검증이 뒷전인 상황에서도 인사청문회가 주목을 끄는 건 후보자의 정보 제공과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때문이다. 이처럼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일부 영향이 있겠지만, 지방의회 청문위원들의 자질과 준비 부족으로 ‘맹탕 청문회’ 가 진행됐다면 그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김영곤 논설위원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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