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은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천재 작가 이상(李箱))을 기려 1977년 문학사상사가 제정한 이 상은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해마다 가장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해왔다. 첫 수상자 김승옥을 비롯해 이청준 오정희 유재용 박완서 최인호 서영은 최일남 이문열 임철우 한승원 김원일 양귀자 윤대녕 은희경 신경숙 김훈 한강 김영하 등 한국 문학사를 빛낸 소설가 모두 이 상을 거쳤으니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47년을 이어오는 동안 권위를 위협하는(?) 부침도 없지 않았다. 지난 2020년(44회) 불거진 수상 거부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이상문학상은 그해 대상 수상자와 다섯 명 우수상 수상자를 선정했지만, 우수상 선정 작가 세 명이 수상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저작권 양도 조항>이 문제였다.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양도 논란은 처음이 아니었다. 불공정 계약 관행으로 작가의 저작권 부당 침해 논란이 이어지자 2000년에는 한국문예저작권협회가 소송을 제기, 출판사의 제작과 배포금지 판결을 얻어 내기도 했다. 권위는 추락하고 출판사 경영 악화로 이상문학상은 어려움에 처했다.
지난 10일, 이상문학상이 새 주인을 맞았다. 47년 만에 바뀐 상의 운영 주체는 다산북스다. 내년(48회)부터 운영을 맡게 된 다산북스는 이미 혼불문학상, 고창신재효문학상 등 문학 분야에 큰 힘을 실어 온 출판사인데, 우리에게는 다산북스가 운영해온 문학상의 지역 연고가 관심을 끈다.
다산북스 김선식 대표는 고창이 고향이다.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늦게 대학에 들어가 8년 만에 졸업하고 곧바로 출판사에 들어갔다. 두 곳 출판사의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던 그가 독립해 다산북스를 창립한 것은 2004년. 올해로 20년을 맞았으니 그리 오랜 역사가 아니지만, 자타 공인하는 국내 대표출판사가 됐다. 들여다보면 그 바탕에는 탄탄한 김 대표의 철학과 비전이 있다.
다산북스의 비전은 'The joy of story', ‘스토리의 즐거움을 인류에게 전한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 가진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정약용의 애민(愛民)정신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신을 비전의 바탕으로 삼았다고 소개했었다. 초창기 다산북스를 일으켜 세운 베스트셀러 〈4개의 통장〉 〈덕혜옹주〉 〈리버보이〉 〈Who시리즈〉도 모두 김 대표가 직접 기획한 책들이다.
“지식의 '소스'만이 아니라 지식의 '즐거움'을 독자들과 나눌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던 김 대표는 이상문학상을 이어받으면서도 “문학에 대한 진심을 갖고 출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상문학상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김은정 선임기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