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다툼으로 전북예총 회장이 물러난 가운데 보궐선거가 다음 달 9일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그동안 선거 갈등으로 돌아선 지역문화예술계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자칫 진흙탕 싸움이었던 올해 1월 회장 선거를 답습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전북예총에 대한 도민들의 외면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때 원로 예술인을 중심으로 합의 추대 목소리도 없지 않았으나 현재 3명이 출사표를 던진만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인물이 선출되길 바란다.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이석규 전 회장이 후보자 등록요건을 갖추지 못한채 출마하면서 비롯되었다. 낙선한 최무현 후보가 이 회장의 당선이 무효라며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 진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대의원 175명 중 159명이 투표에 참여해 89표를 얻어 69표에 그친 최후보를 눌렀다.
문제는 이번 선거가 도내 1만5000여 예술인들의 의견을 대변할 인물을 뽑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후보 면면을 보면 두 명은 오랫동안 예총에 몸담았던 70대 인물이고 1명은 40대의 새로운 인물이다. 하지만 70대의 두 후보가 대의원 표 상당수를 확보하고 있고, 그 중 한 후보는 중도 사퇴한 전임 회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 후보는 지난번 낙선한 인물이다. 지난 선거의 연장전 성격이 강하다.
전북예총 회장 자리는 도내 어느 단체장 못지 않게 중요하다. 도내 문화예술 관련 10개 단체를 대표할뿐 아니라 오랜 전통의 전라예술제를 주도해야 한다. 또한 문화예술인들의 작품활동을 지원하고 복지 향상에도 앞장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해야 한다. 나아가 뛰어난 정치력으로 국가와 지자체에 참신한 문화예술정책을 제안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능력도 탁월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북예총 회장은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기껏 관변단체에 머물며 주어진 예산 안에서 생색내기에 그쳤다. 더구나 선거 때마다 이전투구로 문화예술인들마저 외면하는 단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전북은 오랫동안 문학은 물론 국악, 서예, 미술,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걸출한 인물을 배출한 예향이다. 이번에는 후보나 대의원 모두 대오각성해 진짜 일꾼을 뽑았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