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외부기고

미술과 친해지기

image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미술관의 분위기는 새로운 전시를 위해 작품이 교체될 때 어떤 작품의 전시인가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 초록빛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때는 야외의 푸른 나무와 활짝 핀 꽃으로 실내·외 전체 공간이 동화되기도 하고 강렬한 원색이 기하학적으로 그려진 작품이 벽을 채울 때는 더운 여름날을 더욱 뜨겁게 달구어 놓기도 한다. 

미술 작품은 일단 그 자체로 보는 재미가 있다. 정해진 내용도 범위도 없는 자유로움으로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주제와 서로 다른 이야기 덕분이다. 작품에 사용하는 재료, 표현 기법도 제각기 달라 비슷한 주제로 작업을 한다 해도 작업의 결과물은 다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창작하는 작가들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작품을 만나고 즐길 수 있다. 

미술 작품에는 한 작가의 인생이 스며있다. 미술 작품을 통해 만나는 작가의 인생은 때로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작가의 시간이 담긴 작품집을 보면 그 작가의 과거로부터 현재의 작품까지 변화의 과정이 보인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품 변화에는 작가의 고민과 번민의 흔적들이 함께 숨어 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인내의 시간을 거쳤을지 작가의 지나온 시간과 녹녹하지 않았던 삶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작품에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담아낸다. 그 작품을 마주하는 우리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풍부한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지은이가 써 내려간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 생각을 하게 되는 것처럼 미술 작품을 보면서도 단순한 행복감, 경쾌하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오는 유쾌함, 이유 모를 쓸쓸함, 생명력이 가득한 역동감, 가슴 깊이 차오르는 편안함 등을 경험하게 된다. 지나간 시간과 공간,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고, 무심코 지나온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나기도 한다. 감정을 몰입해 작품에 집중하는 경험을 쌓다 보면 자신만의 작품을 보는 재미나 해석, 관점이 생겨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된다. 

미술 작품은 일상에 쉽게 스며들어 우리의 삶을 유연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친숙해진 아트상품도 그중 하나다. 근래 쏟아져 나오는 아트상품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형식도 새롭다. 예술과 만난 생활용품의 변신도 놀랍다. 

언젠가부터 미술품은 재테크의 수단이 되었다. 아트테크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로 미술 시장은 갈수록 확장되고 있다. 아직은 대중성을 얻어 미술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미술품들은 많지 않지만, 미술품이 투자의 수단이 되면서 그만큼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술과 자본은 언뜻 보면 간극이 큰 것처럼 보이지만 미술 시장이 활발해질수록 작가들은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큰 힘을 얻게 된다. 미술 시장이 작가들의 창작에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뜻밖의 장소에서 미술 작품을 만나게 되면 참으로 반갑다. 버스 정류장이나 마을의 벽에 그려진 그림은 누가, 언제 그렸는지도 모르지만 바쁜 일상 속 잠깐의 시선을 머물게 만든다. 그들,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작품들은 우리의 삶에 틀림없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연말이 되면 그림이 실린 새해 달력을 제작하고 있다. 미술관을 찾아 직접 미술품을 감상하지 못하더라도 일상에서 그림을 가깝게 할 수 있는 경험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게 되면 어렵게만 생각했던 미술도 어느 사이엔가 우리 곁에 와있지 않을까.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李대통령, 국회 초당적 협력 요청... “단결과 연대에 나라 운명 달려”

국회·정당인공태양(핵융합)이 뭐길래..." 에너지 패권의 핵심”

국회·정당“제2중앙경찰학교 부지 남원으로”

정치일반전북도청은 국·과장부터 AI로 일한다…‘생성형 행정혁신’ 첫 발

정치일반전북 ‘차세대 동물의약품 특구’ 후보 선정…동물헬스케어 산업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