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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페어플레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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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클립아트 코리아

얼마 전 끝난 파리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의 눈부신 활약 못지않게 감동적인 장면이 많았다. 그중에서 펜싱 금메달 2관왕 오상욱 선수가 보여준 페어플레이 정신과 글로벌 매너가 눈에 띈다. 그는 결승에서 한 점만 더 내면 금메달을 확정지을 수 있는 순간, 심판이 공격 시작을 외치자 잽싸게 상대 선수에 다가갔다. 그런데 그 선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여서 곧바로 공격했다면 득점으로 인정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멈춰 섰다. 상대가 공격 시그널을 듣지 못했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번엔 오상욱의 공격을 파하려다 상대 선수가 넘어졌다. 이번에도 그는 다가가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일으켜 세웠다. 치열한 승부 세계에서 극히 보기드문 광경이다.

이처럼 스포츠는 금메달 보다 값진 뭉클함을 선사할 때가 있다. 구슬땀으로 얼룩진 훈련장 바닥을 닦으며 금메달을 꿈꾸지만, 그래도 경기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금메달도 부끄럽게 여기는 정신 때문이다. 그렇다면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우리 정치권에도 이런 페이플레이 정신이 가능할까. 일단 뿌리깊은 적대감과 진영 논리로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상대를 무조건 깎아내리고, 대화와 소통은커녕 삿대질하고 윽박지르기 일쑤다. 그런 살벌한 정치 풍토가 선의 경쟁 보다는 상대를 악마화해서 반사이익을 노리는 악순환을 부채질한다. 최근 의료 대란이 최악으로 치닫자 악화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여야가 민생에 앞장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22대 국회가 출범한 뒤 여야는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할 뿐 민생은 뒷전이었다. 법안 강행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도돌이표 정치가 게속됐다. 먹고 사는 문제를 최고 가치로 내세운 이재명 대표의 이른바 '먹사니즘' 도 말뿐이다. 16개 중 8개 민생 관련 상임위가 두 달간 단 1건의 법안 심사도 하지 않았다. 배려와 타협보다는 상대를 굴복시키려다 보니 이런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모습은 지방의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지난 도의회 후반기 원구성 때  국힘 이수진 의원은 "소수당에 대한 횡포" 라며 상임위 배정과 관련해 불만을 터뜨렸다. 40석 중 37석을 독차지한 민주당의 일방통행식 의정 활동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의 일당 독주 체제가 견고한 상황에서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에 대한 홀대와 설움은 극에 달했다. 당 소속을 떠나 동료 의원으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는 분위기에서 대승적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하물며 같은 당 끼리도 서로 궁합이 안 맞아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의회 원구성과 진안군 의장 선거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결정권을 가진 민주당의 후보 조율 실패가 결국 윗선 개입 논란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이렇듯 중앙이나 지방 정치권의 여야 뺄셈 정치를 보면 한 여름 무더위 보다 더 짜증난다는 지적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김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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