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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지방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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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연대’의 힘이다. 수도권공화국의 중심 서울은 방심했고, 변방 전북은 간절했다. 국가균형발전 명분을 내세워 지방도시 연대 전략을 펼친 게 주효했다. 49대 11, 전북이 서울을 제치고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 도시로 선정됐다. 대반전이다. 이미 1988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서울은 경기장과 숙박시설, 교통망 등 인프라에서 전북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전북은 2023년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북이 올림픽 유치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 시선은 싸늘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사실 지역주민들도 반신반의했다. 

올림픽은 전통적으로 1개 도시 개최가 원칙이다. 올림픽 명칭에 도시 이름이 붙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올림픽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 ‘돈 먹는 하마’,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지난 2014년 ‘올림픽 어젠다 2020’을 통해 여러 도시에서의 분산 개최·공동개최를 승인했다. 그러면서 대도시가 아닌 전북이 분산 개최 전략으로 올림픽 유치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림픽 유치 기피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올림픽은 여전히 세계인이 주목하는 지구촌 최대 축제다. 전북이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로 하계올림픽을 유치한다면 국격이 한층 더 높아지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경쟁은 지금부터다. 이미 유치전에 뛰어든 인도네시아·튀르키예·인도·칠레·카타르·헝가리 등 쟁쟁한 해외 국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국가 차원의 총력전이 필요하다. 이전 서울올림픽이나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하나가 돼서 뛰었다. 그러고도 평창은 3번째 도전 끝에서야 가까스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국내 여건이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도 달라졌다. 경기불황의 긴 터널 속에서 정국혼란의 끝도 보이지 않는다. 국가 역량과 국민적 염원을 모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전북은 지금의 승리에 도취되어서는 안 된다. 절박했던 심정 그대로 다시 뛰어야 한다. 앞길은 더 가시밭이다. 전북이 골리앗 서울에 압승했지만, 국제경쟁력에서는 서울에 한참이나 뒤떨어진다. 우선 올림픽 유치가 과거 서울이나 평창의 사례처럼 전 국민의 염원이 되어야 한다. 전 국민의 뜨거운 함성이 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사회와 도민이 결집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은 물론 국민적 성원까지, 범국가적 차원에서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수도권공화국에서 모처럼 일으킨 지방의 반란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진정한 지방시대를 여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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