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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맛의 대이동, 군산이 새 중심지로 떠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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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홍어, 그 이름만 들어도 아찔한 향이 상상되는 이 해산물. 톡 쏘는 맛과 특유의 향이 사람을 유혹하거나, 반대로 그 강한 특성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홍어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실려있으니 적어도 1400년대 이전부터 먹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홍어는 단순히 "그 맛"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남도 사람들의 잔칫상에서 빠질 수 없는 별미로, 한국의 전통 음식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홍어는 본래 흑산도의 대표적 특산물이다. 그 맛이 독특해 ‘남도 삼합’의 핵심 재료로도 유명하다. 홍어는 오래된 김치와 돼지고기, 그리고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홍어는 기운을 더해주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하여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톡 쏘는 맛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군산이 새로운 홍어 집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통경로의 변화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해양환경 변화가 만든 경제적 흐름일 가능성이 크다.

홍어는 차가운 수온을 선호하는 어종으로 전통적으로 서해 남부와 남해에서 많이 잡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서해의 평균 수온이 상승하면서 주요 서식지가 점차 북상하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과거보다 따뜻한 기온이 유지되면서 홍어의 주요 어장이 흑산도에서 점점 위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이는 홍어뿐만 아니라 다른 어종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해양생태계 변화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홍어가 군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군산항과 인근 어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군산은 전통적으로 조기, 꽃게 등의 수산물 집산지였지만, 홍어 어획량 증가(‘17년 4톤→’18년 36톤→‘21년 1,417톤)로 인해 관련 산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홍어는 숙성 과정이 필요한 특수한 어종으로 가공업과 유통망이 함께 발달해야 한다. 이미 군산에서는 홍어 전문 유통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존의 흑산도산 홍어를 유통하던 상인들도 점차 군산산 홍어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지역 내 홍어 음식점도 증가하고 있어, 군산이 새로운 홍어 소비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홍어의 이동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 흐름이라면, 군산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홍어 가공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브랜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흑산도 홍어”라는 브랜드가 강한 만큼, “군산 홍어”를 차별화하는 마케팅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생태계 변화는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홍어가 군산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곧 남쪽 지역에서의 어획량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기존 홍어 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해양환경 변화가 예측 불가능하게 진행될 경우, 군산에서의 홍어 어획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홍어의 이동은 기후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사례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군산이 새로운 홍어 중심지로 자리 잡을 것인지, 혹은 또 다른 해양환경 변화로 인해 새로운 변동이 일어날지는 앞으로 관찰이 필요하다. 다만,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는 지역이 경제적으로 살아남는 법이다. 군산은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제 그 답을 찾아야 할 때다.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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