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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와 조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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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중앙동 웨딩거리에 가면 전주시 미래문화유산 12호인 ‘이시계점’이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이곳은 바로 바둑천재 이창호(50)가 태어난 곳이다. 이창호는 4살때 할아버지(이화춘)에게서 바둑을 어깨너머로 처음 배웠는데 바둑으로 키워보려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이재룡)의 기대는 적중했다. 이창호는 9살때 조훈현 국수 집에서 기거하면서 제자로서 본격적인 수업을 받는다. 10대 중반부터 정상권에 진입한 이창호가 걷는 길은 말 그대로 역사였다. 1991년 국내 14개 프로 타이틀 가운데 7개를 석권, 스승 조훈현을 앞섰고 마침내 1995년에는 15개중 14개를 석권하면서 프로 바둑 세계 최다관왕에 등극했다. 이후 이창호는 세계 최다연승(41연승)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두터운 기풍의 이창호는 조남철, 김인, 조훈현으로 이어지는 국내 1인자의 영역을 뛰어넘어 세계무대를 석권했다. 한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듯했던 이창호가 요즘 각광받고 있다. 박스 오피스 1위 '승부'에서 그가 등장했다.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영화다. 이 작품은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전설적인 ‘사제 대결’을 담아냈는데 이병헌과 유아인은 인간의 내면적 감정을 너무나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병헌은 얼핏보면 조훈현 그 자체라고 할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였는데 "바둑돌만은 제대로 잡아달라"는 조훈현 국수의 부탁에 이병헌은 프로 바둑기사에게 1대 1 교습을 받으며 손가락 관절까지 세밀하게 표현했다고 한다. 

언필칭 전북을 일컬어 바둑의 메카라고 한다. 이창호를 배출한 곳이 전주이고, 조남철 초대 국수의 고향이 부안 줄포임을 감안하면 틀린말도 아니다. 특히 이창호를 중심으로 짜여진 ‘수소도시 완주’ 바둑팀이 최근 파란을 일으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수년전 전북바둑연맹 회장을 지낸 유희태 완주군수와 이창호 국수와의 인연으로 지난해 9월 창단한 ‘수도도시 완주’는 정수현 9단이 감독을 맡았으며, 이창호 9단 등 선수 4명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전북뿐 아니라 타 시도에서도 바둑의 메카를 표방하는 곳이 많다. 전남 영암군은 한국 바둑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무대를 제패한 조훈현 국수의 고향이다. 영암군에는 조훈현 바둑기념관이 있고  해마다 굵직한 바둑대회를 열고 있고 특히 국립바둑연수원 유치에도 나섰다. 그런가하면 국내 최초 바둑전용경기장인 ‘의정부시 바둑전용경기장’이 착공됐다. 바둑전용경기장은 2026년 8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수의 프로기사를 배출한 전북은 바둑의 메카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뭔가 좀 부족해 보인다. 차제에 전주와 부안 등에서도 전세계적인 바둑의 메카에 걸맞는 선 굵은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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