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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기후 정책이 후퇴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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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스위스의 한 산간 마을이 거대한 산사태로 사라져버렸다. 발레주에 속한 블라텐 마을이다. 마을의 90%가 바위와 흙더미에 묻혀버린 산사태 원인은 놀랍게도 알프스산맥 빙하의 붕괴다.

드론 영상에 포착돼 전 세계에 전해진 붕괴 순간은 끔찍했다. 거대한 먼지구름이 순식간에 산 아래로 밀려 내려오더니 얼음덩어리와 암석, 흙이 쏟아지면서 마을을 덮친다. 마을이 자취를 감추기까지는 몇 초 걸리지 않았다. 산사태 경보 시스템 덕분에 마을 주민 300여 명은 대피해 큰 피해를 면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경고는 더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 산사태로 막히면서 작은 호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이 호수가 넘치면 이어지게 될 홍수의 위험이다.

스위스 알프스 산간 마을의 산사태 위험은 여러 해 전부터 예고(?)됐다. 알프스 빙하와 고산지대의 얼어 있는 땅이 녹으면서 지반이 불안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100년 안에 알프스 빙하가 모두 녹아 사라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무겁다.

빙하의 위기는 알프스에만 찾아온 것이 아니다. 가장 많은 대륙 빙하를 가진 얼음 왕국 그린란드도 위태롭다. 그린란드는 기후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기후 변화의 지표 같은 곳이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게 되는데, 특히 해안 지역이 먼저 침수되면서 저지대 국가들은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녹아내린 빙하의 물이 전 세계 해수면을 높이기 때문이다.

끔찍한 재해 소식은 또 이어진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중부도시 모크와가 극심한 폭우와 홍수 피해로 최소 150명이 사망하고 수백 채의 집이 파괴되었으며 3천여 명이 집을 잃었다. 나이지리아의 홍수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에는 홍수 피해로 600명 이상이, 지난해에는 1,200명이 홍수로 사망했다.

돌아보면 해마다 갱신하는 폭염과 폭설, 산불과 홍수 등 기후 재난이 몰고 오는 폐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구상 모든 나라가 겪고 있거나 곧 겪게 될 재난이다.

21대 대선후보들의 토론에서 기후 위기가 공식 주제로 다뤄졌다. TV 토론회가 도입된 1997년 이후 처음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후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인을 뽑고 싶어 하는 유권자가 30%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기후 정책은 미미했다. 오히려 기후 공약은 지난 대선 때보다도 후퇴했거나 실종됐으니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제 새 정부가 출범한다.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지만, 기후 대책은 그중에서도 절박한 과제다. 적극적인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새 정부의 지혜를 보고 싶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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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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