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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땅은 정직한 땀방울에 보답하죠"⋯연 매출 8억원, 귀농 성공한 고창 정동표 씨

-고창 무장면 칠거리 정동표 씨, 흑수박과 쌀 농사로 연 7~8억 매출
-“좋은 땅과 정성, 부부의 합심이 열매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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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표 농부가 흑수박을 들어보이고 있다.

고창군 무장면 덕림리 칠거리. 이른 새벽, 황토 들녘을 가로지르는 한 농부의 발걸음이 바쁘다. 정동표(54) 씨. 그는 스스로를 “정직한 농부”라고 소개하며, 이름처럼 땅과 사람에게 정직한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 삶이 오늘, 억대 수익이라는 결실로 돌아오고 있다.

정 씨는 흑수박과 고급쌀을 주작목으로 하여 연 매출 7~8억 원을 올리는 성공한 귀농 농부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귀농 성공 사례’로만 보기에는 아깝다. 그의 농사에는 농부로서의 철학, 가족과의 연대, 그리고 지역을 향한 깊은 애정이 배어 있다.

“좋은 농산물을 만들면 판로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정 씨는 농사의 본질을 품질로 귀결시킨다. 품질에 집중하면 수익은 뒤따른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수박 하우스 50동을 운영하며, 수박 농사만으로도 연매출 4억 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200마지기 규모의 논에서 생산되는 쌀 판매 수익을 더하면, 연간 총 매출은 7~8억 원, 순수익은 2억 원을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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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 정동표 농부가 새벽을 가르며 수박을 돌보고 있다.  사진제공=빅현표

특히 그의 흑수박은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아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여기에 정 씨 특유의 재배 방식이 더해진다. 고창 황토에서 재배되는 흑수박은 그 맛과 향에서 차별화를 이룬다. 쌀도 마찬가지다. 향이 강하고 윤기 나는 품종을 선별해, 저온 저장과 정미 기술로 상품성을 높였다.

이 모든 시작은 귀농이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정 씨는 마흔 초반, 아버지의 권유로 귀농을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이 결심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로 “아내의 동의”를 꼽는다.

“혼자였으면 못했을 겁니다. 아내가 동의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농장도 없었겠죠.”

그는 ‘부부의 합심’을 귀농 성공의 핵심 조건이라 말한다. 최근 혼자 귀농하는 이들이 많지만, 정 씨는 “가족이 함께하지 않으면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고창을 선택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그는 “천혜의 황토 땅과 좋은 물이 있는 곳에서 농사를 지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고창은 황토 특유의 보습력과 통기성, 깨끗한 수질로 수박과 벼 생육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여기에 농업기술센터의 지원, 선도농가와의 협력 등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작목 선택도 신중했다. 귀농 초기 1~2년은 여러 작물을 실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품종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흑수박과 향기쌀이라는 ‘투톱 전략’을 확립하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판로 개척도 쉽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도 처음엔 어려웠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러나 성실함으로 조금씩 신뢰를 쌓았고, 지금은 농협, 직거래 소비자, 수도권 유통업체들이 먼저 찾는 생산자가 됐다.

정 씨는 지금, 단순히 '돈을 버는 농부'를 넘어 새로운 농업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농장을 찾는 체험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며, 지역 내 귀농 희망자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멘토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농사는 사람을 닮습니다. 정성을 들이면 맛이 달라지죠.”

그의 말처럼, 농사란 단지 곡식이나 과일을 길러내는 일이 아니다. 사람과 땅, 자연 사이의 신뢰와 관계가 쌓여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오늘도 고창 무장면 칠거리의 들녘은 초록으로 물든다. 그 한가운데, 정직한 땀으로 황토 땅을 일구는 정동표 씨가 있다. 그리고 그 땅 위에는 ‘성공’이라는 이름보다 더 귀한, ‘진심’이라는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박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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