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현충일 황금연휴에 묻혀 소리없이 지나간 법정기념일이 있다.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이다. 1972년 인류 최초의 지구촌 환경회의인 ‘유엔 인간환경회의’를 계기로 유엔총회에서 제정된 기념일이다. 국제사회가 지구 환경보전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선언하면서 UN 산하 전문기구로 ‘유엔환경계획(UNEP)’을 설립했고, 이 국제기구에서 매년 대륙별로 돌아가며 한 나라를 정해 세계 환경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세계 환경의 날 기념행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ollution)’을 주제로 19개국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4~5일, 대한민국 제주에서 열렸다. 이처럼 의미 있는 지구촌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는데도 우리 국민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대통령 선거 직후의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도 이유일 것이다. 전북지역에서도 몇몇 지자체와 관련 기관에서 자체 기념행사를 마련했지만 그들만의 요식행위에 그쳤다.
하지만 국내 환경단체는 지금 한껏 고무돼 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환경정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후환경 정책으로 온실가스 감축·탈(脫)플라스틱 공약을 내세웠다. 정부 조직개편을 통한 ‘기후에너지부’ 신설 공약도 차근차근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의 환경정책, 특히 1회용품 규제 정책은 그야말로 ‘오락가락’이었다. ‘종이빨대 논란’이 이를 대변한다. 윤석열 정부가 ‘1회용품·플라스틱 사용 규제’ 정책을 유예·축소·철회하면서 속도를 내던 기후·환경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소비자는 물론 카페와 식당 등 1회용품 사용 매장과 생산업체에서도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특히 정부가 플라스틱 빨대 규제를 철회하면서 종이빨대 업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정부 정책을 믿고 생산설비를 늘리고 인력을 채용한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최근에는 종이빨대 유해성 논란 속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라스틱 빨대로의 회귀를 선언하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환경문제와는 별개로 종이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재앙이 빈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당선으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공조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제 환경단체들로부터 탄소중립 흐름에 역행하는 국가로 낙인찍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이래저래 새 정부의 ‘탈 플라스틱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윤석열 정부에서 후퇴한 환경정책에 대폭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플라스틱 및 1회용품 사용 규제’를 둘러싸고 수년간 지속된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 물론 ‘환경을 위해 일상의 작은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는’ 시민의식이 우선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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