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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반구천 암각화'의 공공연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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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또 하나 늘었다. 지난 712, 세계유산위원회가 울주군 대곡천 일대에 분포한 반구천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한국의 열 일곱 번째 세계문화유산이다.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천 암각화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등 두 곳의 암각화를 통칭한다. 이중 먼저 발견된 것은 천전리 암각화지만, 우리에게는 반구대 암각화가 더 친숙하다.

197012, 문명대 교수가 이끄는 동국대 박물관 조사단은 울산 울주군 일대의 불교 유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사시대 암각화를 처음 발견했다. 국보 147호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암각화다. 1년 뒤, 문 교수팀은 또 다른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는 반구대 답사에 나섰다.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상류 반구대 서쪽 기슭의 암벽. 호랑이 멧돼지 표범 여우 등 육지 동물과 새끼를 업은 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동물, 고래를 포획하는 사람들과 제의를 지내는 그림이 펼쳐졌다. 바위에 새겨진 그림은 자그마치 300여 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반구대 암각화는 국보 285호로 지정됐다. 추정하기로는 7천여 년 전,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걸작으로 꼽힌다.

사실 반구천 암각화의 등재는 예정되어 있었다. 이미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등재까지 꼬박 15년이 걸린 셈이다.  반구대 암각화처럼 잠정목록에 오르고도 정식 등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 배경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있다.

반구천 암각화는 오래전부터 훼손 위기에 놓여있다. 장마철이면 반구천 일대 바위가 물에 잠기기 때문이다. 물속에 놓인 암각화가 온존할 리 없다. 이러한 상황은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완공되면서 더 악화됐다. 노출과 침수를 반복하면서 암각화 훼손이 급속히 진행되자 보존대책이 부상했으나 자치단체의 식수 문제 해결과 맞물려 번번이 갈등과 논란을 빚었다. 그 시간만도 20년이 넘는다.

반구천 암각화는 이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유산이 됐지만, 과제가 많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등재의 기쁨도 잠시,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제기되고 있다. 반구천 암각화가 처한 현실은 그만큼 절박하다.

그도 그럴것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등재가 끝이 아니다. 가치가 훼손되면 위험에 처한 유산으로 등급이 조정되고 그마저도 해결되지 않으면 등재가 취소된다.

돌아보면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 탁월한 가치 못지않게 갖추어야 할 중요한 조건이 분명해졌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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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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