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의 아이들은 전봇대나 가로등을 붙잡고 술래잡기, 나이먹기 게임을 하거나 맨바닥에 금을 긋고 오징어게임이나 땅따먹기 게임을 하고 놀았다. 오락실이 성행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모바일게임이 성행하는 시절에 와있다. 시대가 변하고 게임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승자와 패자가 있는 ‘생존게임’이라는 것이고 거기에는 늘 생존자가 있다.
게임을 하면 자주 이기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방식을 고집한다. 그건 그 방식으로 이겼으니 그 방식이 맞다는 믿음 때문이다. 선출직공직자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라온 생존자는 늘 자기방식을 고집한다. 자기방식의 고집은 정치가와 사업가 출신들에게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사업가 출신에게 행정은 속도이고 성과이다. 결국 행정은 사업이 되고 모든 공직자의 업무방식도 거기에 맞춰 돌아간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노조 그리고 시민단체와 끊임없이 싸우고 생채기를 내고 있다. 정치가라고 다를까. 그들에게 행정은 정치가 되니 사업가와 다를 바가 없다.
완주가 오징어게임장이 되어버렸다. 이제 전주완주통합은 통합의 본질보다 완주에서 벌어지는 오징어게임의 승자가 되기 위한 정치인들의 생존도구로 전락해버렸다. 이 문제의 선택권이 정치가 아니라 주민이라는 걸 이해한다면 이렇게까지 막나갈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완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안호영이 지방언론을 통해 통합절차 중단을 요구하였다. 그의 발언요지는 통합의 공론화 과정에 찬반 측의 충분한 숙의로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의 선택이 존중되어야한다는 것에 붙는 전제이기도 하다. 덧붙이자면 그는 전북발전의 로드맵을 권역별성장론으로 전북 전체의 균형발전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언론도 그렇다. 지난 7월16일 완주군의 통합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세종시 행안부를 찾아 대규모 집회를 가졌으나 관심이 없다. 그리고는 완주 국회의원이 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니 통합반대로 전북발전을 가로막는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비난도 나온다. 그들의 주장대로 안호영 의원이 도지사 출마를 염두 해 뒀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10만 완주 지키겠다고 60만 전주의 심기를 건드리겠나.
일부언론이 그렇게 몰고 가니 완주가 정치인들의 오징어게임장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이다. 이제라도 이성을 찾고 냉정하게 사안을 바라보아야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시도한 전주완주통합이 실패한 원인을 되돌아보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설령 통합이 전북발전의 만능키라고 치더라도 반대 측의 주장을 힘이 아닌 논리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인이 밀어붙인 방식은 찬성 측의 주민만을 모아놓고 공론화 과정이 끝난 것으로 치부하였다. 사단이 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인류는 역사를 기록한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개척해야하기 때문이다. 전주완주통합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시간들이 해법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역사를 답습하는 것은 완주가 정치인들의 생존을 위한 도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완주를 더 이상 당신들의 생존을 위한 도구가 아닌 오징어게임만큼이나 치열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정치를 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신승기 전 완주군청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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