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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기고]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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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호 제17대 전북대학교 총장

나는 오랜 시간 대학 강단에서 젊은이들에게 정의와 진실,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가르쳐왔습니다. 지식은 세상을 바꾸는 도구이고, 교육은 그 지식을 진실과 윤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라고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내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건은 단순한 법적 문제나 정치적 공방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어떠한 사회를 물려줄 것인가, 어떤 가치를 진실이라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한 사람의 교육자이자 학자로서, 그리고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고자 하는 양심으로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을 간곡히 촉구합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불의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에게 가해진 수사는 수단과 강도 면에서 전례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가족 전체를 겨냥한 압수수색, 실시간 보도된 수사 진행 상황, 망신주기식 기소. 이런 모습은 법치주의 사회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이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법은 공정해야 하며, 만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온 제 입장에서 이 사건은 설명하기조차 참담한 일이었습니다.이제는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우리는 그 수사와 처벌을 통해 정의를 실현했습니까, 아니면 다른 목적을 위해 정의를 도구화한 것은 아니었습니까?

△사면은 정의에 반하지 않는다

   사면은 정의의 왜곡이 아니라, 왜곡된 정의를 바로잡는 제도입니다. 법은 단순한 조문이 아니라 시대정신과 윤리의 반영이어야 합니다.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은 법의 권위를 해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공동체 전체가 성찰과 회복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적 결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공직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었던 정치적·사법적 에너지를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사면은 조국 가족에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사법 정의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입니다.

△검찰 개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국 전 장관은 당시 국민의 요구였던 검찰 개혁을 추진하려 했던 인물입니다. 그 개혁은 미완으로 남았고, 여전히 대한민국의 과제로 존재합니다. 그의 시도가 완벽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형사처벌과 낙인으로 귀결되어야 했다면, 앞으로 누가 공익을 위한 개혁에 나설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그에게 던진 돌이 개혁에 대한 사회적 열망까지 무너뜨린 것이라면, 이제는 그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교육자의 양심으로 말합니다

나는 무엇보다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스승이고 싶습니다.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왜곡된 현실에 맞서고자 하는 자세야말로 우리가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민주 시민의 정신입니다. 조국 전 장관의 사면은 단지 한 사람의 구제가 아니라, 이 사회가 다시 정의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공동체의 성찰과 희망의 표현이 될 것입니다.

교육자는 가르침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입니다. 그 출발점은 양심이고, 목적지는 정의입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사면은, 이 나라가 그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것입니다. 나는 교육자의 양심으로, 그리고 민주주의를 믿는 시민의 양심으로, 이 사면을 요청합니다.

 

이남호 제17대 전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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