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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서울대 10개 만들기’ 모방이 아닌 개척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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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우 전북대학교 농경제유통학부 교수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과제 앞에 서 있다. 교육·인구·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지역 활력을 저해하고, 국가 경쟁력까지 잠식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제시했다. 서울대의 교육·연구 역량을 전국으로 분산시켜, 지역에서도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정책이 지역 대학 생태계에 미칠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서울대라는 압도적 상징을 지역거점국립대학에 그대로 이식한다면, 지역 대학이 수십 년간 축적해온 학문적 정체성과 자율적 운영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거점국립대학들은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지역에 특화된 연구와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 분교 형태나 유사 교육기관으로 전락한다면 지역 대학들은 학문의 신뢰도와 우수 인재 유출 등에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정부의 재정과 정책 지원이 서울대 중심으로 재편되면, 지역 고등교육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은 구조적 불균형으로 기울게 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개혁 의지는 평가할 지점이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균형은 간판이 아니라 내실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지역 대학은 분산의 수혜자가 아니라, 자율성과 특성화 전략을 바탕으로 지역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주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전북대학교는 이미 교육, 연구, 지역사회 기여 등에서 입증된 역량을 갖춘 핵심 거점국립대학이다. 서울대식 모델 유치에 의존하기보다, 전북대 고유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북형 특화국립대학’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와 교수 1인당 학생 수 개선은 물론, AI·농생명·바이오·신소재·기후·에너지·전통문화 등 특화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요구된다. 아울러 기초과학과 인문사회 분야의 내실화를 통해 학문적 토대를 강화하고, 공유형 및 거주형 캠퍼스(RC), 융합전공 확대, AI·STEM 기반 교양교육 강화를 통해 지역특성에 특화된 대학으로 도약해야 한다.

수도권 중심의 관성과 획일적 사고가 반영된다면, 이 정책은 지역 고등교육 체제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대학을 일률적 기준으로 서열화하거나 줄 세우는 접근은 학문 다양성과 자율성을 저해하는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분야를 잘하는 대학이 아니라, 지역 특성과 수요에 기반해 고유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학이다. 기업유치와 산학협력으로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청년이 지역에 뿌리내리는 선순환을 완성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전북대는 국내외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는 진정한 ‘글로컬 대학’의 중심지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지향해야 할 본질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 정책을 단순한 교육 개편이 아니라, 지역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고도의 자치권을 바탕으로 정책적·재정적 인프라를 확보하고, 고교–대학–산업 간 연계를 통해 전북형 취업 생태계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

서울을 모방하기보다, 전북의 길을 개척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전북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교육 모델로, 수도권 중심 체제에서 벗어난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백승우 전북대학교 농경제유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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