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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삼겹살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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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삼겹살 인증샷’이 논란을 부른 일이 있었다. 2년 전 총선 과정에서 자신의 SNS에 저녁 식사 장면을 올리면서 ‘삼겹살. 눈이 사르르 감기는 맛’이라고 적었는데 “삼겹살을 안 먹고 삼겹살을 먹은 척”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돼지고기도 취급하는 한우전문점에서 소고기와 삼겹살을 같이 먹었지만 하필 소고기를 굽는 사진이 SNS에 올려진 때문이었다. 논란은 차치하고 ’눈이 사르르 감기는 맛'이란 표현까지 쓴 걸 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삼겹살의 식감에 반했던 모양이다.

삼겹살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육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육류는 돼지고기다. 돼지고기는 가정(45.3%)은 물론 외식(42.8%)에서도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2025년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9.2kg으로 소고기와 닭고기의 2배 수준이었다. 음식점의 돼지고기 1인분을 평균 150g으로 계산하면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194인분의 돼지고기를 소비한 셈이다.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은 ‘국민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민 음식’ 삼겹살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생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축산환경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축산농장 근로자 가운데 외국인은 11.4%였지만, 돼지농장은 외국인이 46.3%를 차지했다. 최근 조사결과가 없지만 아마도 돼지농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집에서나 식당에서나 국내산 삽겹살을 먹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국민 음식’ 삽겹살의 이면에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다. 지난 12일 김제의 한 돼지농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3m 높이의 지붕에서 가림막 보수 작업을 하다 바닥으로 추락한 태국 근로자는 병원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지난해 12월 20일 정읍의 한 돼지농장에서는 네팔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24년 12월 완주의 돼지농장에서는 분뇨처리장 배관 청소 과정에서 질식사고가 발생해 외국인 근로자가 숨졌다.

돼지농장의 안타까운 외국인 근로자 사고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국의 개선 대책은 들리지 않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 농장 내 위험 요인에 대한 외국어 표지판 비치 등 현장의 안전관리도 미비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현장에서, 소리없이 다가온 위험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돼지농장 외국인 근로자들의 잇단 죽음을 계기로 전북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12월 10일 전북이주인권노동네트워크를 결성했다. 네트워크는 창립선언문에서 “전북지역에서 땀 흘리는 모든 이주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존중하며, 이들이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존엄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대하고 지원할 것”을 선언했다. 우리가 마주하는 고소한 삼겹살은, 어쩌면 이방인들의 붉은 눈물로 구워낸 ‘정치경제적 산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식탁의 풍요로움 뒤에 숨겨진 외국인 근로자들의 현실에 대해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 때가 됐다. 

강인석 디지털미디어국장

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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