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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조건과 사회학적 상상력

‘연구자’는 말 그대로 ‘연구’를 하는 사람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연구를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 깊이 있게 조사하고 진리를 따져보는 일”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렇다면 연구를 하는 연구자는 어떤 조건과 자세를 가져야 할까? 한국 사회학계의 거목인 고(故) 최재석 교수(고려대학교 문과대학)는 그의 회고록에서 연구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으로 묘심(猫心고양이‘묘’, 마음‘심’)을 말했다. 고양이를 지극히 아꼈던 것으로 알려진 최재석 선생이 말하는 ‘묘심’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호기심’이다. 고양이는 특히 호기심이 많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호기심은 주로 탐색 본능에서 비롯된다고 고양이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양이는 자신이 사는 환경을 이해하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호기심을 갖고 주변을 탐색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호기심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양이는 사람과 다른 동물들과의 상호작용에 호기심을 보이며, 이는 그들의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가 새로운 사람(동물) 또는 물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러한 사회적 본능의 일환이다.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진리를 따져야 할 연구자가 호기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듯하다. 최재석 선생이 말한 ‘묘심’의 두 번째 특징은 ‘자존’이다. 고양이는 배가 고프거나 자신의 마음이 내킬 때를 제외하고는 사람 옆에 오지 않는다며 강아지의 복종적인 성격과 비교하여 설명하였다. 또 고양이는 조용하고 차분한 데 비해 강아지는 떠들썩하고 분주하다고 하였다. 반려동물들에 대한 개인 선호의 차이야 있겠지만, 최재석 선생이 비유한 연구자가 가져야할 조건으로 고양이의 ‘자존’을 이야기 한 것은 이해가 된다. ‘묘심’의 세 번째 특징은 고양이는 ‘고독’을 즐긴다는 것이다. 고독은 곧 비사교성을 말하는데, 연구자는 연구과정의 고독을 인내하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사회학’이라는 학문은 사회에 속해 있는 인류의 삶과 행동에 대한 학문이다. 우리(인류)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이 실제로는 사회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저명한 사회학자 C. 라이트 밀스는 “개인적인 삶과 보다 넓은 사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하였다. 이는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제기의 필요성을 느꼈을 때 이에 대한 수많은 연관요소들을 다양하게 모색하는 학문적 창의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삶에 대한 능동성을 의미한다. 우리가 발 딛고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해 긍정적이건 비판적이건 문제의식을 갖고 원인과 현상에 대해 연구하며 대안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북 지역에서 상당히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나 급격한 인구감소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농·산·어촌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연구와 대안 제시는 매우 시급하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동원한 농촌사회학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에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소멸위기극복’을 위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까지 도달하기에는 많은 난관이 있어 보인다. 최재석 선생이 말한 연구자의 조건과 라이트 밀스가 말한 사회학적 상상력이 대안 아닐까? /구준회 농촌사회학연구자

  • 오피니언
  • 기고
  • 2024.08.13 15:22

김관영 지사의 재선 기상도

김관영 지사의 재선 얘기가 요즘 부쩍 잦아졌다. 7월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기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모양이다. 그가 출마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도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럼에도 도민들과 정치권은 오래전부터 김 지사의 재선 출마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전북발전의 중대 분수령이라고 여기는 완주 전주 통합과 관련해 그는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이 절차가 갖는 기업유치의 파급효과를 강조하려다 재선 문제가 나왔다. 그로서는 가급적 입장 발표를 꺼려 했던 완주 전주 통합과 차기 재선에 대해 자신의 속내를 공식화 함으로써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기류로 그의 재선 가도는 일단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국면이다. 기업유치는 김 지사 도정 철학의 기조다. 그런 만큼 논란이 뜨거운 지역현안 해결에 있어서도 이 원칙을 전제로 매듭을 풀고 있다. 그는 이번 완주 전주 통합의 중대성을 감안해 도지사로서의 찬성 입장을 담아 지방위원회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기업유치 관점에서도 이 문제가 결정적 모멘텀인 점을 들어 재선 출마의 불가피성을 꺼냈다. 그는 누구보다도 기업유치의 열악한 현실을 뼈저리게 경험해 왔다. 과거 낙후지역이란 꼬리표의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해야 하는 그는 선제적으로 역동적 움직임을 보이는 타시도와 비교할 때 조바심이 생긴다. 유치 기업 대표와의 일화를 공개하며 우회적으로 거취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신을 믿고 전북을 가야 하는데 최소 8년은 우리를 책임 져야 한다" 며 그들의 노골적 압박에 시달렸다는 것, 그는 기업인을 격려하기 위해 재선 출마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한다. 따라서 그의 재선 관련 잠재적 지지층의 변화는 흐린 뒤 서서히 개는 중이다. 전북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는 기업은 매우 드물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발전의 쌍끌이 역할을 해온 국회의원의 존재감은 더욱 든든한 우군이 된다. 국가예산 확보와 지역현안 추진에도 이들의 어시스트는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다. 비록 정치적 셈법은 달라도 전북발전의 공동목표를 위해 김지사와 함께 투트랙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기업유치의 전제조건 충족은 지속적인 과제다. 그런 이유로 메가시티 경쟁이 치열한 타 시도의 사례는 전북에 시사하는 바 크다. 이렇게 생태계 여건이 미흡한 가운데서도 김 지사가 공을 들이는 완주 전주와 새만금, 두 곳은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전북의 행정 경제 중심지와 지정학적 잠재력을 감안하면 기업에게 어필이 가능한 곳이다. 그리하여 기업유치 실적은 김 지사 재선의 화창한 봄날을 예고한다. 도민들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 가치인 만큼 도지사 입장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올인하기 마련이다. 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선 기업유치가 관건이다. 하지만 온갖 악조건 속에서 눈에 띄는 성적표를 낸다한들 그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가로막는건 민주당 컷오프와 경선이다. 지난 선거 '송지사 컷오프 약몽'을 떠올리면 된다. 그에 못지않게 경쟁자 또한 만만치 않아 산넘어 산이다. 그래도 '김관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기업유치 전도사로 알려졌다. 도민들도 전북의 가장 절박한 현안으로 이 문제를 꼽고 있어 그로서는 최상의 히든 카드임에 틀림없다. 지금 상황의 재선 흐름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이라고 할까.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8.13 15:21

장애인 올림픽에도 큰 관심을

역대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으로 2024 파리올림픽을 성공리에 마쳤다. 곧이어 오는 28일 제17회 파리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이 개막한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선수단 83명이 출전한다. 응원곡 ‘슬로우’(slow)를 발표한 세계 최초 청각 장애 K-팝 그룹 빅오션 멤버 3인은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그저 체급이 다른 동일한 대회”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올림픽의 국민적인 성원과 열기를 패럴림픽에도 몰아줘야 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지난 12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결단식을 개최했다. 사실 패럴림픽은 올림픽에 비해 관심이 적다. 하지만 천천히 가도 함께 가면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다는 정신으로 무장된 태극전사들의 선전은 계속될 것이다. 결단식에서 유인촌 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여러분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이며 모두가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대한장애인체육회도 안전하고 성공적인 대회 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동현 선수단장은 출정사를 통해 “우리 선수단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선수 중심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선수단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12일 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 패럴림픽에 17개 종목 177명(선수 83명, 임원 94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금메달 5개 이상 획득, 종합순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정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소속 5명의 선수가 출전해 메달 사냥에 나섰다. 또한 3명의 감독·코치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을 이끌게 된다. 이번 대회에 도내에서는 육상, 사이클, 탁구, 태권도, 조정 등 5개 종목에 5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2016 리우 패럴림픽대회 육상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전민재(지체)와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3연패에 빛나는 사이클 이도연(지체), 2021 도쿄 패럴림픽 탁구 은메달리스트 백영복(지체),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했던 태권도 이동호(지체), 조정 국가대표로 선발된 최선웅(시각)이 출전한다. 전북자치도 소속인 사이클 이영주 감독과 신익희 코치, 사격 한찬희 코치가 국가대표 지도자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한다. 도민들이 더 큰 관심과 성원을 이들 패럴림픽 선수단에 보낼때 힘든 여정에서 큰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장애인선수단에 대한 기대가 크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3 14:00

신임 민주 도당위원장, 정치력을 복원하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에 재선의 이원택 의원(군산·김제·부안군을)이 취임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2년 동안 전북지역 국회의원 10명을 대표하는 등 전북 정치의 구심점 역할이 기대된다. 하지만 계속 쪼그라드는 전북발전을 견인하면서 각종 현안을 해결해야 할 막중한 책임 또한 주어졌다. 두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 전북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한다. 정치력을 복원해 달라는 말이다. 전북 정치는 그동안 인구 감소와 경제력 약화로 영향력이 해마다 뒷걸음쳐 왔다. 특히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지난 21대 국회는 최악이었다. 왕성한 패기를 기대했으나 무기력과 각자도생으로 일관했다. 개개 의원들이 약체인데다 사분오열돼 전북의 목소리를 높이고 전북몫을 가져오는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행이 이번 22대 국회는 5선의 정동영, 4선의 이춘석 의원 등 다선의원이 주축이 돼 대정부 활동 등에서 정치력이 살아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춘석 의원이 국회 국토위에서 장관을 불러놓고 예산문제 등 전북에 대한 홀대를 꼼꼼이 따지며 호통치는 모습은 10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상징적 풍경이었다. 또 정동영 의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청문회에서 경륜을 유감없이 발휘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12일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월 1회 아젠다회의’를 제안했다. 도내 국회의원이 매달 모여 머리를 맞대자는 것이다. 좋은 제안으로, 10명의 국회의원들이 의기투합한다면 전북 정치의 역동성이 살아날 것이다. 둘째, 전북 현안을 해결하는데 앞장서 달라는 점이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전북에는 고질적인 현안이 산적해 있다. 내부적으로 지역주민의 컨센서스를 모아야 하는 일과 정부 및 국회로부터 공감을 끌어내야 하는 일이 그것이다.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 및 군산·김제·부안을 묶는 새만금권특별지자체는 마땅히 나가야 할 길이지만 장애물이 많다. 그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원 등이 오히려 걸림돌이다. 이들을 설득해 전북이 좀더 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또한 대광법(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같은 경우는 중앙정부와 타지역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현안이다. 이 위원장은 겸손하고 공세적인 자세로 정치력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3 12:05

새만금 잼버리 1년, 전북은⋯

꼭 1년이 지났다. 그해 여름 전북이 성난 민심의 화살받이가 됐다. 지난해 8월 1일, 열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극한 폭염 속에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숱한 논란을 남겼다.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고, 국민 몫이 된 부끄러움은 분노로 바뀌었다.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다. 정부·여당에서 작정하고 지방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전북이 잼버리를 핑계로 새만금 SOC 예산 빼먹기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진작 번듯한 ‘수변 관광도시’가 돼 있어야 할 곳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30년 넘게 공들인 이 기회의 땅에 생각지도 않은 야영장이 설치됐다. 행여 개발에 도움이 될까 기대했는데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정부가 새만금 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지역사회 응어리진 설움이 폭발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삭발을 하고 국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도의원들도 삭발 단식투쟁을 이어나갔다. 시민단체와 종교계까지 나서 ‘도민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치공세를 멈추고 책임규명에 나서라’고 외쳤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대폭 삭감된 새만금 국가예산은 우여곡절 끝에 국회단계에서 일부 복원됐다. 그리고 그사이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도민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실추된 도민의 명예와 자존심, 전북의 위상은 회복됐을까? 우선 제기된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 책임 소재 규명이 필요했다. 논란 직후 감사원에서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했다. 김관영 도지사도 “이제 법과 절차에 따라 진실을 밝히고 교훈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곧바로 잼버리 파행의 원인과 책임소재가 드러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세월이다. 감사원에서 즉각 감사에 돌입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김 지사가 공언한 자체 감사는 예견됐던 것처럼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면서 곧바로 중단됐다. 그러면서 뜨거웠던 잼버리 논란은 도민의 관심에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어쨌든 세계인의 눈이 쏠렸던 새만금 야영장 부지는 지금 잡초만 무성한 채 적막감이 감돈다. 잼버리를 유치하면서 밝힌 국제행사 이후의 계획은 모두 어그러졌다. 기후재난으로 가뜩이나 힘들었던 지난해 여름, 전북도민들은 무기력에 빠져 상실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게다가 최근에도 ‘국토부 SOC사업 전북 차별’, 여당 전당대회에서의 ‘전북 무시 발언’ 등을 놓고, 지역 정치권에서 1년 전의 외침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시 상실감이 밀려온다. 얼렁뚱땅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치인의 단식은 오래갈 수 없고, 잘린 머리털도 금세 자라난다. 현실을 바꿔낼 힘과 의지가 미약한 분노는 오래가지 못한다. 보여주기식 결의와 호소만으로는 안 된다. 다분히 정치적 계산이 포함된 그들의 ‘지역 홀대·차별’ 주장도 이제 식상해진다. 지역의 내재적 발전 역량, 지역혁신 역량을 키우는 일이 우선이다. 지금 지역정치권과 지자체가 주어진 역할을 되새겨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8.12 18:22

'합법적 분양사기' 피해자는 무주택 서민!

엄정숙 시인의 <바닷가의 집>이라는 시가 있다. “어쩌다가 바닷가 빈집으로 이사를 했다. 알고 보니 빈집이 아니라 벌써부터 바다가 살고 있었다.” 이 낭만적인 시를 읽고 나는 불현듯 다른 말을 넣고 싶어졌다. “어쩌다가 축사 옆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알고 보니 아파트가 아니라 축사 안에 이사한 것이었다.” 완주군 이서면에 위치한 혁신에코르 2차 아파트의 입주민들은 말 그대로 축사 안에 사는 것 같은 악취로 인해 지난 10년간을 고통 받아왔다. 입주 당시 악취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은 바가 없었다. 입주 후 문제가 심각해지자, ‘꼭 해결하겠다’는 전북도와 전북개발공사의 약속이 있었지만, 그 약속은 공허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도 주민들은 두통을 일으키는 악취를 참고 또 참았다. 10년이 지나면 저렴한 분양가로 내 집이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민들의 간절한 꿈이 사라질 상황에 이르렀다.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분양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이다. 혁신에코르 2차(59㎡)의 분양가격은 1억3000만원대. 이는 바로 옆에 위치한 3차(85㎡)의 분양가인 1억3000만원~1억4000만원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10년 공공임대인 2차의 분양가는 인접한 3차 시세 가격을 그대로 반영한 감정평가액으로, 5년 공공임대인 3차(85㎡)의 분양가는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산술평균과 이에 감가상각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각각 산정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건설업체가 건립한 30평대(3차)와 20평대(2차)의 분양가가 같다는 것의 불합리함을 아무리 소리쳐도 법이 그렇다는데 왜 우기냐고 한다. 심지어 전북개발공사에서도 10년 공공임대의 분양가 산정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곳의 선례가 되기 싫다는 이유로 분양가 조정을 거부하고 있다. 전북개발공사는 계획대로 9월 1일부터 분양을 서두르고 있고, ‘합법적인 분양사기’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입주민들은 거대한 법과 권력 앞에 가로막혀 고통과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북개발공사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전북도민의 세금을 출자받아 세워진 공기업이다. 지금도 자본금이 부족할 때마다 전북특별자치도로부터 현금 출자를 받고 있다. 개발공사의 설립 근본에 무주택 도민을 상대로 집장사를 해서 큰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것은 없을 것이다. 혁신에코르 2차는 2014년 입주 당시 무주택 희망자가 적어서 계약자를 제대로 모집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에 유주택자들도 입주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개정했고, 이로 인해 분양전환을 앞둔 2024년 8월 현재에도 유주택자 비율이 35%를 넘어서고 있다. 생각보다 비싼 분양가에 주거 취약층은 분양을 포기하고 이사를 가고 그 자리에 임대사업을 위한 투기 수요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분양으로 얻게 될 이익과 불합리한 법에 근간한 공격적인 분양 추진으로 주민들의 갈등과 불신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2차 주민들은 바로 옆에 위치한 3차와의 분양가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10년을 기다린 이 아파트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오직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 세월 열악한 정주여건에 악취까지도 꾹꾹 참아야 했던 우리 입주민들은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개발공사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우현숙 완주 혁신에코르 2차 분양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8.12 18:02

한국 경제에 충격요법(Shock Therapy)이 필요한 이유

최근 한국에 대한 OECD의 2024년 보고서는 국가의 회복력과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경제 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노동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주택 마련이 어려워지고 가계 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한국 경제는 주요 수출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경제 변화에 취약하다. 세계적으로 심각한 기후 위기 시대에 경제 성장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환경 보호와 성장의 조화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극심한 갈등이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있으며 투자와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든 것이 막혀 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와 현재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인 문제들 그리고 글로벌 경제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혁신과 신산업 육성에 빠르게 대응하는 충격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충격요법으로 인해 변화가 필요한 몇 가지 주요 영역으로는 먼저, 노동시장개혁이다. 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심각한 차이가 특징이다. 시장은 노동자를 위해 보다 공평한 혜택과 보호를 위해 노동법과 사회 보호 시스템을 개혁하고 급변하는 경제, 특히 기술 및 녹색 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갖추도록 교육 및 직업 훈련에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OECD는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AI, 생명공학, 재생에너지와 같은 신기술 분야의 R&D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한다. 특히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한다. 셋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재생에너지원의 사용을 늘리며, 다양한 부문에 걸쳐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시켜야한다. 여기에는 규제 개혁, 녹색 기술에 대한 공공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포함되어야한다. 넷째, 우리 경제는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제 무역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가치 사슬에 대한 참여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재정과 경제 정책이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 OECD는 한국이 보다 강력한 재정 정책을 채택해야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불평등과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 복지 프로그램 확대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세제 개혁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인프라에 대한 공공투자가 필요하다. 경제 용어로 ‘충격요법’은 국가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기 변동성, 국내 구조적 문제, 에너지 의존도 등 특히 정치적 불안정성이 한국 경제의 도전 과제이다. 사회적 저항과 단기적인 경제적 혼란과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 있지만, 사회 안전망과 복지 시스템을 충분히 마련하여 충격요법의 위험성을 제거해야할 것이다. 최근에서야 22대 국회 여야 정책위의장이 만나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입장차이가 크다.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포괄적인 계획 및 효과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장기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탄력적이며 포용적인 경제를 창출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을 기대해본다. /지용승 우석대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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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2 17:36

오롯이 창작에 전념할 수 있기를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2011년, 영화계의 유망주로 주목받던 신예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이웃집 문에 붙였던 쪽지다. 그 해,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안타깝게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예술계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 최고은 작가의 죽음은 예술인의 열악한 삶을 고발하며, 예술계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되었다. '최고은 법'으로 불리며, 이후 10년 넘게 수차례 개정을 거쳐 예술인 복지의 기틀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 하지만, 예술인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이 물음으로부터 글을 시작한다. 예술인복지법 시행 이후, 예술인 지원의 방식과 기준에 변화가 있었다. 예술인은 단순한 창작자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노동자로서 존재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는 헌법 제1조에 명시된 '국가는 예술가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과 합의의 결과다. 이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면서 예술 노동과 예술인 삶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올해 예산은 5년 전보다 166% 증가한 1,067억 원. 예술활동준비금, 생활안정자금, 예술인 고용보험,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이 그 대표적 사업들이다. 필자가 속한 기관에서도 많은 예술인이 중앙복지사업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 결과, 약 6,100명이 예술인 활동증명을 완료했고, 올해 601명이 예술활동준비금 18억 3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전북지역 예술인 활동증명 완료자 수 기준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높지 않은 비율이라 아쉽지만 그나마 이를 제외하고는 지역 예술인들이 혜택 볼 수 있는 사업은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국토부와 협력하여 예술인들에게 주거∙창작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은 주로 서울 중심부에 공공임대주택이 위치해 있어 생활권이 지역인 예술인에게는 먼 이야기일 뿐이다.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자녀돌봄센터도 마찬가지다. 또한 예술인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문화예술 용역 및 일거리와 연결되는 것을 고려할 때, 예술시장이 열악한 지역의 현실에서는 그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지역 소외와 차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술인복지사업에서도 나타나는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예술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청년예술가의 지역 유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국가의 정책은 지역 곳곳으로 이어져야 하며, 예술인 복지정책 또한 예술인의 삶 곳곳에까지 맞닿아야 한다. 중앙과 지역, 현장과 사람, 일상으로 연결되는 범국가적 예술인 복지정책을 위해서는 지역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바로 중앙과 지역을 잇는 강력하고 활발한 협력적 연계망이다. 그리고 광역단위든 지역이든, 예술인 복지 기능과 역할을 위한 거점이 마련될 때, 중앙 정책이 지역 곳곳, 예술가의 삶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다. 지역 예술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예술인 복지정책 한계점에 대한 지역의 제안이다. 예술인들의 삶은 좀 나아졌을까? 지금도 예술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증하고 있을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란다. 비록 작고 습한 지하 작업실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을지라도, 오롯이 창작에 매진할 때, 무대와 관객을 압도하며 우리 삶과 사회를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진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본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8.12 17:36

완주 침수피해자 실효성있는 도움줘야

세상사 모든 일은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촘촘하게 대응한다고 해도 어느 부분에서는 허점이 드러나면서 결과적으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약 한달쯤 전인 지난달 10일 발생한 호우 피해는 군산, 익산, 완주 등지에 집중됐다. 그중에서도 폭우가 내린 지난달 10일 전북 완주군 운주행정복지센터 2층 대피소에 모여 있던 주민들은 당시 긴박했던 상황이 지금까지도 너무나 생생하다. 새벽부터 거센 빗줄기 소리에 잠에서 깼는데 집 밖을 내다보니 장성천의 물이 불어나 거센 소용돌이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마을에서는 냉장고를 비롯한 가재도구가 둥둥 떠다녔다고 하니 그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를 짐작케한다. 다행히 소방당국은 간절하게 손을 내밀던 주민 18명을 전원 구조했다. 운주행정복지센터나 인근 운주파출소, 운주동부교회 등으로도 대피하기도 했다. 문제는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집 전부를 고쳐야 하는데, 지원받을 수 있는 돈은 고작 300만 원이라고 한다. 무려 한달전에 발생한 집중호우의 여진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수해 당시 집 안에 있던 가재도구 대부분이 물에 잠겨 못 쓰게 됐다. 하지만 보상금은 300만 원에 불과해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 주민들이 많은게 현실이다. 무려 한달전 장선천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11세대 17명의 이재민은 여전히 운주행정복지센터에 머무르고 있는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다. 그들에게 '일상회복'은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살던 집을 고쳐 쓰고 싶지만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고, 노인 혼자 할 수도 없어서 막막하기만하다. 도배·장판 보수작업과 파손된 가재도구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않다. 지원금 조차 턱없이 부족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주택파손의 경우 면적에 따라 최소 3300만 원에서 최대 1억 2000만원까지 재난지원금이 지원되는데 문제는 주택침수에 대한 보상금이 일률적으로 3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는 거다. 300만 원으로는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하는 것도 버겁고, 집집마다 피해 정도가 다른데 다른 대책은 없느냐고 묻고 있다. 수해로부터 재기하는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는지 당국은 좀 더 꼼꼼하게 살필 것을 강력 촉구한다. 선진사회는 힘없고 말없는 소수의 목소리를 얼마나 귀담아 듣는가에 달려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2 14:24

전북지역 대학 왜 이러나…통합이 답이다

요즘 전북지역 대학에 악재가 잇달고 있다. 바짝 긴장하고 혁신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32만명의 개인정보가 털리는가 하면 대학총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되고 교수들의 성추행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대로 가다간 문 닫는 대학이 속출할 상황인데도 대학 구성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해 걱정이다.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 등을 고려해 도내 대학들이 통합 등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앞장섰으면 한다. 지금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비상이다. 지난해 국내 대학생수는 236만명(전문대 포함)으로 10년 전인 2013년 287만명에 비해 51만명이 감소했다. 특히 지방대 4년제의 경우 2013년 132만 명에서 지난해 107만명으로 18.9%인 25만명이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 감소율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수는 44만명인데 같은해 출생아수는 23만명에 그쳤다. 이들이 20년 후 대학입시를 치를 경우 입학생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지방 4년제가 가장 위험하다. 도내에는 현재 4년제 10개, 전문대 8개 등 18개의 대학이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이처럼 대학 소멸의 쓰나미가 몰려오는데도 도내 대학들은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도덕성마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우선 전북대는 지난해 글로컬대학 30사업에 선정돼 기세를 올렸으나 지난달 통합정보시스템이 해킹 당하는 폭탄이 터졌다. 1947년 개교이래 77년간의 재학생과 졸업생, 평생교육원생 등 32만명의 개인정보가 통째 털린 것이다. 지난해 디도스 공격으로 17시간 동안 일부 전산망이 마비되는 큰 불편을 겪었음에도 소홀히 대처한 것이 원인이다. 또 전북대 50대 교수는 대학원생 3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가 하면 군산대 이장호 총장은 정부지원 연구비 22억원을 유용하고 연구원 성과금도 가로챈 혐의로 9일 구속됐다. 이들 사건 사고는 도내 대학들이 신입생 부족과 극심한 취업난, 재정난 등으로 고사위기에 처해있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여기에는 국립대의 책임이 크다. 지역인재 양성과 지역경쟁력 확보라는 책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환골탈태를 위해 전북대와 군산대, 전주교대가 통합하고 문제있는 부분은 도려내는 결단이 있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2 13:29

폭염속 코로나 재유행, 위생수칙 지키자

코로나19 재유행이 고개를 들고 있다. 끝났다고 선언한 코로나가 무서운 기세로 다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여름철 무더위에 백일해, 수족구병, 폐렴까지 급증하고 있어 국민들이 감염병 피해로 큰 고통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물론 개인들도 철저한 위생관리로 이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코로나19 입원환자 수가 5배 넘게 급증했다. 이러한 재유행은 우리나라에 국한된 게 아니다.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서도 40명 이상이 양성 반응을 보였고 지난달에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확진돼 고령리스크로 대선후보를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코로나 재유행은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인 KP.3의 빠른 확산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KP.3는 면역회피 능력이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뛰어나 전파 속도가 빠르다. 특히 면역력이 취약한 노인들에게 위험한데 최근 코로나 입원 환자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감염병 재유행의 위험이 점점 커지는데 우리 사회의 대응능력은 무장해제된 상태라는 점이다. 정부는 넉덜 전,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을 선언하면서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독감과 같은 일반 호흡기질환으로 낮추었다. 이에 따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치료 지원이 없어졌고 방역당국의 감시체계도 크게 약화됐다. 또 치료제마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나 대체 치료제인 라게브리오 등이 동이 나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약국마다 자가진단키트 판매량이 급증하고 가격도 급등했다. 여기에 전공의 파업 등 의정갈등이 오래 끌면서 국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 재유행과 함께 다른호흡기 질환까지 창궐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유아 사이에서는 수족구병이, 소아청소년들은 백일해가 확산되고, 폐렴도 날로 번지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질병관리청이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폐렴 입원 환자의 경우 지난달까지 1만명에 육박했다. 이대로 가다간 다시 마스크를 써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음식점 등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빙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정부는 백신과 치료제 확보 등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고 개인들도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위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1 18:21

티메프 피해 기업 돕기 판촉행사, 도민 관심을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의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에서도 피해 업체와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전북지역 피해 기업은 54곳, 누적 피해액은 147억3600여만원에 달한다. 특히 신선식품을 제때 판매해야 하는 농수축산물 유통업계의 한숨이 깊다. 신속하게 유통하지 않으면 신선도가 떨어져 상품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전국 각 지자체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설 만큼 이번 티메프 사태의 파장은 크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 기업을 돕기 위해 특별 경영안전자금 융자 및 이차보전 지원과 기존 융자금 거치 기간 1년 연장, 특례보증, 법률 컨설팅 등 다각도에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이 가운데 피해 기업의 상품 판매를 돕기 위한 전북특별자치도의 온라인 농식품 판촉행사가 관심을 모은다. 전북특별자치도경제통상진흥원이 직영 온라인몰인 ‘전북생생장터(www.freshjb.com)’에서 16일까지 ‘전북기업 상생 특별전’을 개최한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북지역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북의 다양한 농산물부터 축·수산물, 가공식품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특가로 판매되며, 최대 30%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전북생생장터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소규모 농식품업체와 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쌀‧잡곡과 과일‧채소‧축산물‧수산물‧가공식품 등을 판매하는 지역 농수축산물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다. 전북애향본부가 최근 성명을 내고 ‘도내 기업들이 티몬‧위메프 사태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기원한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이 전북인의 미덕이다’며 위메프 피해 기업을 돕기 위한 전북기업 상생 특별전에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예견치 못한 사태로 경영난에 처한 전북지역 중소업체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섰다. 지자체의 이 같은 노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8.11 18:21

재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지난 7월 25일 익산시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기록적인 폭우로 관내에 대규모 수해를 입은 지 14일 만의 일이었다. 전국적, 아니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지만 우리시에는 100년에 한 번 올 법한 폭우가 2년 연속 쏟아졌다. 비를 뿌리는 구름 띠는 야속하게도 지난해와 똑같은 지역에 최고 424㎜의 비를 쏟아냈다. 눈 깜짝할 새에 빗물은 논, 밭, 비닐하우스, 집, 도로를 집어삼켰다. 새벽에 전 직원 비상근무를 소집하고, 날이 밝자마자 피해가 심한 지역을 돌아보았다. 우선 추가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하천, 저수지 등 범람 지역을 응급 복구하고, 산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해 예찰을 강화했다. 관련 부서 담당자들과 읍면동 직원들이 직접 피해 지역에 나가 살피고 임시 거처가 필요한 수재민들을 위해 학교 강당에 대피 시설을 마련했다. 현장 정리가 끝난 후에는 빠른 현황 파악과 재난 복구를 위해 피해 현황 신청을 받고, 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입력해 나갔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피해 복구에만 전념했다. 자원봉사자, 공무원, 경찰, 소방관, 군인들이 궂은 날씨에도 재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물에 잠겨 상품 가치가 없어진 작물들, 물에 떠밀려온 토사와 쓰레기, 망가진 비닐하우스, 농기계들을 정리했다. 호우 피해 소식을 듣고 국회의원과 중앙부처 간부, 당 최고위원 후보, 도지사 등이 찾아와 위로를 건네고, 바쁜 시간을 쪼개 수해 복구를 함께했다. 익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주신 분들께 감사했지만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적인 대책이었다. 우리는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NDMS에 접수된 우리시의 피해액은 400억 원에 육박했고, 중앙합동조사단의 현장 조사를 거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무엇보다 피해 주민들이 재난지원금과 공공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번 폭우를 통해 더 이상 자연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 지난해 피해 이후 수해 복구에 힘써 왔으나 시의 자체 자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노후화된 배수로와 배수 펌프장은 단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한번에 쏟아지면 감당하지 못했고, 40~50년이 된 산북천 제방은 지난해 하류 쪽을 보수했지만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는 상류 쪽 제방이 붕괴됐다. 항구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막대한 시간과 예산이 수반되겠지만 재난에 대한 전반적인 새로운 대비책과 그에 맞는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반복되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특히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제3차 국가 기후 위기 적응 강화 대책’을 수립하며, 기후 재난 극복을 위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여 안전 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주요 핵심과제로 삼았다. 그렇다면 1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나아졌을까? 비바람이 잦아들고 이제는 작열하는 태양을 하루 종일 머리에 이고 있는 듯한 더위가 찾아왔다. 비가 더 내리지 않아 다행이지만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이나 야외 근로자분들이 또 걱정이다. 그늘막 설치, 버스 정류장 등에 얼음과 생수 비치, 무더위 쉼터 운영 등 폭염 대책 마련을 위해 관련 부서들이 머리를 모은다. 우리는 자연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기에 더욱 단단하게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불여튼튼한 국가, 그래서 예전처럼 사시사철을 걱정 없이 보내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정헌율 익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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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1 18:21

극한호우로 인한 산사태, 사방댐이 답이다

올해 장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끓는 지구 시대'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극한호우'라 할 수 있겠다. 극한호우라는 말은 2023년 6월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 발생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누적 강수량이 1시간에 50mm 이상, 3시간에 90mm 이상이 동시에 관측되거나 1시간에 72mm를 넘을 때는 극한호우로 판단한다. 지난달 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 군산, 익산, 완주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이 기간 누적 강수량은 군산 342.7mm, 익산 238.7mm, 완주 147.4mm를 기록했다. 특히 7월 10일 새벽 1시 42분부터 1시간 동안 군산지역에는 131.7mm의 비가 내렸다. 군산지역 연평균 강수량 1,246mm의 10%가 넘는 비가 1시간 만에 쏟아져 내린 기록적인 폭우였다. 군산, 익산, 완주지역에서는 주택과 농작물 침수, 가축 폐사, 도로와 하천제방 유실, 산사태 등이 발생하여 주민 656명이 대피하였고, 재산 피해 규모는 무려 583억 원에 달했다. 특히, 산사태는 군산 14곳, 익산 9곳, 완주 6곳, 무주 1곳 등 모두 30곳에서 발생했다. 이번 폭우로 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함라산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하지만 이곳에 건설된 사방댐이 25톤 덤프트럭 53대 분량인 900㎥에 이르는 토사를 막아내 산 아랫마을의 농경지와 주택을 보호할 수 있었다. 사방댐이 산사태 피해 방지 역할을 제대로 해 낸 것이다. 반면에 산지 소유자의 부동의로 사방사업이 추진되지 못한 군산시 성산면에서는 산사태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산 아래 아파트 주민들은 쓸려 내려오는 토사를 피하기 위해 새벽 2시에 긴급 대피하고 농작물 피해도 발생했다. 사방댐을 설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결과였다. 사방댐은 산사태 취약지역 등에 설치해 상류 산지 비탈면과 계류의 황폐화를 막아준다. 또한 사방댐이 불안정한 비탈면을 고정하여 토사와 자갈의 생산과 이동을 억제해 산사태 등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자치도의 산사태 취약지역은 2,411개소에 달한다. 현재까지 1,156개소에 사방댐이 설치되었으나, 1,255개소에는 사방댐이 설치되지 않아 산사태 등 산지 재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향후 20년간의 장기적인 사방댐 확대 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60여 개의 사방댐을 설치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방댐 설치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의 반대나 외지 산지 소유주들의 비협조로 인해 사방댐이 적기에 건설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가 갈수록 여름철 극한호우가 일상화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지역주민들과 산지 소유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더 많은 사방댐이 적기 건설되어 산지 재해로 인한 재산 및 인명 피해를 예방해 도민의 삶이 더욱 안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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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1 18:20

시험대에 선 김지사 국가예산 확보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야간에 피튀기는 싸움으로 민생이 엉망진창이다. 내년도 국가예산 10조원을 목표로 내건 전북도도 빨간불이 켜졌다. 재정자립도가 27.3%인 전북은 중앙정부에 재정지원을 전적으로 의존한다. 정부는 올 국가예산을 전년보다 2.8%가 늘어난 656조3000억으로 편성했다. 전북은 광역단체중 유일하게 전년보다 1.56%가 적은 9조163억으로 편성했다. 전북은 낙후도가 가장 심하기 때문에 국가예산을 증액시켜야 마땅하지만 정치력 부재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금 이 시점에서 예산문제를 되짚어 보는 것은 9월부터 본격 국가예산철로 접어들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전북은 보수쪽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불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국가예산 편성권은 정부 여당이 갖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서 국회로 넘기면 예결위를 통해 심의하지만 절대적 권한은 기재부가 갖고 있다. 내년도도 정부의 긴축재정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고물가 등 대내외적 환경이 나빠져 국가예산 확보가 산너머 산이다. 전북은 올보다 1조 많은 10조원 확보가 목표다. 김관영지사도 절박함을 갖고 꼭 해야겠다는 자세로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 가면서 정부 여당과 소통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윤석열대통령의 전북에 대한 인식이 바꿔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읍에서 27번째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적나라하게 모든 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이 대광법 개정과 남원공공의대 설립 등 숙원사업에 대한 김관영 지사의 건의를 받고도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대선 때 새만금에 기업유치가 잘되어 바글거리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공염불 된 것처럼 전북에 대한 애정이 없어 보였다. 그도그럴것이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 앞서 익산수해지구를 시찰할 예정이었는데 느닷없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같은 시간에 방문한다고해서 취소했던 것. 이 전대표가 굳이 이날 익산수해현장을 방문해야 했던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수해현장을 방문했으면 상당한 지원이 이뤄졌을 터인데 이걸 놓치고 말았다. 그날 김관영 지사만 이 전대표 영접하랴 오후엔 윤 대통령 모실라 속이 타들어 갔다. 민주당도 윤 대통령의 전북방문 스케줄을 알고 있었을 터인데 왜 하필 이날 이 전대표가 방문해야 했는지 야속하게 비춰졌다. 아무튼 잼버리 1년이 지난 지금 전북이 전방위로 많은 노력을 해서 중앙정부와 관계개선을 했지만 국가예산 확보를 앞두고 걱정스럽다. 지난 총선 때 국힘이 10개 선거구에서 후보를 냈지만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후보만 20%를 득표했을 뿐 나머지는 한자리수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까 정부 여당이 전북 한테 국가예산을 더 줄려고 하겠는가. 지역구 의원이 없는 국힘 한동훈 대표가 또다시 서진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자칫 보여주기식 말장난으로 그칠 공산이 짙다. 그래서 도민들은 진정성을 느끼도록 국힘이 먼저 국가예산확보에 함께 신경 써주길 바라고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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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8.11 18:19

사기에 대한 정의롭고 바람직한 결론, ‘몸으로 때워라!’

사기범을 변호하다 보면 “그래도 징역만 살고 나오면 연봉이 수억 원이라 괜찮아요”라는 취지의 말을 듣곤 한다. 사기범 입장에서는 사기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징역형’이라는 다소 불편한 재판결과에 대해 의뢰인이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를 포함해 누구라도 모방범죄나 재범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사기범의 무책임한 말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끝을 알 수 없는 사기범죄는 현재도 진행 중이고, 그 종류도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피해자가 아니어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누가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보이스피싱’을 비롯해 변제의사 없이 돈을 빌리는 ‘차용금 사기’, 갭 투자를 빙자한 ‘깡통 전세 사기’, 원금을 보장하고 높은 수익금을 준다고 속여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을 다른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돌려막기 사기’ 등 매우 다양한 종류의 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심지어 범죄수법이 알려지면 새로운 수법으로 진화해 또 누군가는 계속 속이고 누군가는 속아 넘어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불안의 연속이다. 국가통계포털의 2024년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더라도, 전국의 사기범죄율은 1분기 약 28.3%(총 범죄 37만8908건 중 사기 10만7222건), 2분기 약 32.3%(총 범죄 40만4072 중 사기 13만651건), 전북자치도의 사기범죄율은 1분기 약 30.1%(총 범죄 1만2004건 중 사기 3618건), 2분기 약 28.6%(총 범죄 1만2873건 중 사기 3687건)로 독보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OECD 사기범죄율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자치도에서는 95명의 사회초년생에게 약 37억 원의 피해를 입힌 익산 원룸 보증금 사기 사건을 비롯해 600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발생한 완주 아파트 전세사기, 전주 전통시장발 수백억 원대 대부업 사기 등 누구라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생활밀착형 초대형 사기 범죄가 다수 발생하여 많은 전북자치도민을 큰 슬픔에 빠지게 했었는데, 특히 ‘전주 전통시장발 대부업 사기’로 약 20억 원의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돕는 과정에서 ‘모악산 정상에 올라 발끝 절벽만 바라보고 있다’는 피해자의 연락을 받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이렇듯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주요 원인은, 피해자가 사기범과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 증거를 남기지 않고, 고소를 미루다 보니 수사 단계에서부터 혐의를 밝히기 어렵고, 기소가 되더라도 선고형이 낮아서 편취한 재산을 차명으로 빼돌려 두고 소위 ‘몸으로 때우면 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 번 더 확인하고, 증거를 남겨 사기를 대비하고, 수사기관은 신속히 수사하여 기소하고, 법원은 피해자나 일반인이 수긍할 수 있고 잠재적으로 범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범행에 대한 결심을 주저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의롭고 바람직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것 말고 더 통쾌한 방법은 없을까?! 사기를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는 사기범에게 선고하는 형과 별도로 피해 변제의 완납을 조건으로 한 노역장유치를 명하고, 일을 시켜 그 일당을 국가가 피해자에게 대신 지급하여 피해를 변제함으로써 사기범에게는 사기가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특별예방을, 피해자에게는 인과응보의 치유를, 일반인에게는 형벌의 무서움을 알리는 일반예방을 해주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도시일용노임(보통 인부 기준 16만5545원)을 일당으로 하면 1억 변제에 약 3년이 걸리고, 빼돌린 재산으로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결국, 노역장 유치 대신 빼돌린 재산으로 피해를 변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상이 현실이 되도록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기대해 본다. /박형윤 법률사무소 한아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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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11 17:19

자생2

사람은 사는 모양새가 다 다르니 내가 사는 방향과 속도는 알아서 나아가야 한다 생각했다. 그래서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딱히 내 인생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걸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살, 고등학교 졸업 후에 나는 독립을 했다. 아버지의 술주정이 심해 이사를 자주 했던 난 마지막 초등학교로 전학갔을 때 만난 괜찮은 친구들을 어머니가 보신 후 더 이상 전학을 가면 안된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지역으로 어머니와 이사를 갔고 난 살던 동네에 남아 다니던 학원에 보조강사로 취업해 독립했다. 아버지 술주정 때문에 어머니가 걱정되긴 했지만,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지긋지긋한 집구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에 뭔가 좋기도 했다. 그곳에서 벗어났으니 하루빨리 내 스스로 성공해서 어머니를 모셔야겠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주정을 안보면서 생긴 안도감일까, 안쓰러운 어머니를 자주 못보면서 무뎌진 독함이었을까. 방울만 달리고 독은 다 잃어버린 방울뱀처럼 성공을 위한 이야기만 뱉어낼뿐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나태하기 짝이 없는 나였었다. 그렇게 군대를 가게 됐다. 전역할때쯤에는 이미 친구들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위한 준비에 바빴었고 휴가때마다 뵙는 어머니는 갈수록 늙어가는게 눈에 보였었다. 많은 복기를 한 뒤에 전역할때는 다시 난 독기를 품을 수 있었다. 26살에 대학교를 신입생으로 다시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꿈에 다가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에 수업이든 학과생활이든 후회없게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그러던 중에..일이 터졌다. 1학년 방학 전 쯤에 아버지 전화로 전화가 왔었다. 음주로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에 어머니도 동승을 하셨고 큰 사고가 나서 어머니가 많이 위독하다는 전화였다. 하던 기말고사 과제는 내팽겨치고 택시를 타고 어머니가 계신 병원으로 갔었다. 도착한 병원 응급실에서 어머니는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셨고 아버지는 조금 떨어진 병원침대에서 아직 술에 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수술에 들어간 어머니는 결국 다리를 하나 잃으셔야 했다. 이 후에는 모든게 다 무너졌다. 그냥 난 나를 지웠다. 그냥 돈이나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봤던 일이 학원강사일이니 일했던 미술학원 강사일을 다시 시작했다. 그곳에 먼저 있던 만화반 동료강사인 형이 있었다. 그 형은 나에게 계속 이야기를 했다. 네가 아깝다. 네 작품을 시작도 안해보고 꿈을 놓기에는 너무 아깝다. 라고. 처음에는 그냥 위로를 받는다 생각하고 넘겼다. 그렇게 한해,두해가 지나도 형은 사석에서 만화이야기를 나눌때면 그 얘기를 꼭 나에게 말해줬다. 그리고는 웹툰제작을 위한 디지털 작업방법도 많이 알려줬다. 그러면서 용기를 얻었던거 같다. 죽어가던 나에게 만화가가 되고 싶단 불씨에 바람을 불어줬다. 그렇게 형과 함께 공모전을 준비하고 대상을 탄 뒤 웹툰작가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꿈으로 가는길엔 형의 도움이 젤 컸지만 사는데 여러번의 좌절에서 친구들에게도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자생1에서 나를 인정하고 그에 어울리는 무기가 될만한 숙련도가 필요한 이야기였다면 이글에선 나의 모자른걸 가르쳐주고 채워주는 인생의 동료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그래도 살만한 인생이지 않을까란 이야기다. /홍인근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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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8 18:38

올림픽에 가려진 전북 체육

역대급 열대야와 파리올림픽 중계로 밤잠을 설치는 요즘이다. 그나마 연일 금메달 소식을 전하는 한국 선수단의 놀라운 활약상에 통쾌함을 만끽하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북 출신 사격의 양지인, 김예지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면서 도민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예지는 일약 SNS 스타로 등극, 전 세계 팬들을 열광케 하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영화속 주인공 같은 저격수의 이미지로 유튜브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정강선 선수단장도 금메달 목표치의 2배가 넘는 12개의 돌풍을 일으키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북체육회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평소 딱딱한 이미지와 달리 연일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세느강 개막식 때도 손을 번쩍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등 여느 때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이번 한국 선수단의 올림픽 출발은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48년 만에 역대 최소 규모로 꾸려진 데다 구기 단체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고작이었다. 인기 프로 종목은 세계 벽을 넘지 못해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초반부터 사격과 펜싱에서 반전 드라마를 통해 금메달 5개를 수확하자 선수단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자신감을 되찾은 상승세는 양궁 여자 단체전의 10연패를 포함해 전 종목 5개 석권이라는 금자탑으로 절정을 이뤘다. 이 같이 한 여름밤 파리에서 금메달 행진이 계속되자 선수단 총괄 책임의 정강선 단장에 대한 언론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현장 응원 모습과 그의 동정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기도 했다. 파리올림픽에서 전북 출신의 존재감은 가뭄의 단비처럼 한 줄기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열악한 지역 현실의 벽을 뚫고 세계 무대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전북 체육에 던져 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위권을 맴도는 전국체전 성적표가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 체육의 수장 정강선 단장은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지구촌 최고 선수들이 펼치는 올림픽의 뜨거운 함성 뒤에 숨겨진 고민이다. 직접 체험한 글로벌 스포츠의 흐름을 어떻게 전북 체육에 접목시키느냐가 관건이다. 도내 체육인의 숙원 '전북 체육역사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면서 스포츠 스타의 유품 기증이 잇따르고 있다. 정강선호를 함께 이끌었던 유인탁(레슬링) 신준섭(복싱) 사무처장은 물론 박성현(양궁) 김동문(배드민턴) 전병관(역도) 임미경(핸드볼) 등이 그들이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수많은 금메달 리스트가 배출돼 이곳에 그들 유품이 더 많이 전시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통' 이미지의 정 회장이 유관 기관과의 연대, 협치 노력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의 패기와 젊은 리더십이 올림픽 경험을 통해 한층 성숙되길 기대해 본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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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8.08 18:38

인간은 음악과 함께 성장한다

생각해보면, 나란 사람은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음악을 벗 삼은 덕분에 모난 인격도 조금은 둥글어 졌을 테다. 내 젊은 시절, 서울엔 ‘르네쌍스’, ‘필하모니’, ‘크로이체’ 같은 음악감상실이 버티고 있었다. 나는 자주 그 음악강상실을 찾아가 고전음악을 들었다. 다들 팝이나 포크송, 혹은 유행가에 휩쓸릴 때 꼿꼿이 고전음악에 심취했다. 처음엔 쥬페의 ‘경기병 서곡’이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같은 표제 음악을 듣다가 바흐나 파가니니 등의 기악곡에 빠졌다. 그러다가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말러 등이 창조한 교향곡의 세계에 입성하면서 음악이 무지를 깨부수는 절대의 미와 순수한 기쁨, 숭고함을 품었다는 걸 확신했다. 며칠 전 한 라디오 방송에 초대 손님으로 나갔다. 구성작가와 통화를 하던 중 방송 중 듣고 싶은 세 곡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사라 본(Sarah Vaughan)의 ‘썸머타임’, 리 오스카(Lee Oskar)의 ‘샌프란시스코 베이(San Francisco Bay)’,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여름에 들으면 좋은 곡으로 골랐다. 세 곡 다 내가 아끼고 즐겨 들으며 남에게도 추천하는 곡이다. ‘썸머타임’은 누구나 다 알만큼 유명한 재즈 보컬 명곡이다. 본디 미국의 작곡가 조지 거쉰의 가극 ‘포기와 베스(Porgy ane Bess)’ 중 1막에서 자장가로 소개되었다. ‘썸머타임’을 들을 때 나는 행복한 슬픔을 맛본다. 여름밤에 보채는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는 혼자 흥얼거린다. 강에서는 물고기가 뛰고 목화는 잘 자랐단다. 네 아빠는 부자이고, 네 엄마는 멋지지. 우리가 너를 지켜줄 테니, 아가야 울지 말거라. 시골 외할머니에게 맡겨진 탓에 엄마의 감미로운 자장가를 듣지 못한 채 자란 나는 이 곡을 들으면 숨이 막히도록 슬퍼진다. 이 결핍은 채워지지 않은 채 나란 존재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다. 30대의 어느 날, 한 카페에서 리 오스카의 연주곡을 들었다. 뱃고동 소리, 갈매기의 끼룩거림, 자동차의 경적이 어우러진 화사한 여름 항구 풍경이 떠오르는 전주만 듣고 단박에 반했다. 음반 매장에서 CD인지 음반인지를 구해서 헤아릴 수도 없이 들었다. 여름 저녁 햇볕 냄새가 밴 면 셔츠를 입고 여름의 정취가 물씬 나는 이 곡을 들으며 나는 덧없는 행복에 빠진다. 나중에 이 연주곡이 한 광고의 배경 음악으로 이 곡이 쓰이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음악이 주는 기쁨은 무엇인가? 몇 달 전 내가 겪은 일이다. 2022년 6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열린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 ‘크레센도’를 극장에서 관람했다. 18세 청년 임윤찬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는데, 그걸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연주는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것이었는데, 기절할 만큼 아름다워 놀랐던 것이다. 그는 피아노 건반을 누른 게 아니라 내 영혼을 눌러 깊은 무의식이 솟아오르게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주책없이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건 벅찬 환희와 함께 나란 존재가 순정해지는 드문 경험 탓이다. 내 음악 취향이 넓어진 건 30대를 지나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같이 고전음악만을 고수하던 나는 재즈나 비틀즈, 스모키, 딥퍼플, 사이먼 앤 가펑클, 빌리 조엘 같은 이들의 노래에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조용필이나 최백호, 배호 같은 이들이 부른 가요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게 되었는데, 이런 취향의 변화는 세상을 알 만큼 나이를 먹으면서 얻은 범속한 트임 결과일 테다. 늦게나마 다른 장르의 음악에도 또 다른 기쁨과 아름다움이 오롯했다는 걸 깨치고, 취향의 협량함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퍽 다행이다. 음악은 무릎이 꺾인 나를 일으켜 세운 참다운 벗이다. 음악의 위로가 없었다면 인생은 얼마나 쓸쓸했을까? 그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재앙이다. 음악은 내 평생 감미로운 피난처였으니 세상이 어둡고 삭막할지라도 나는 그걸 능히 이겨낼 수 있었을 테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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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8.0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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