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06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시인이 사는 마을

나는 강가에 있는 작은 마을에 태어나고 자라 산다. 나의 조상들이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이곳으로 피난 와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두 살 때 전쟁이 일어났다. 집은 불태워지고, 그때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를 잃었다. 피난에서 돌아온 아버지는 재만 남은 집터에 초가삼간 집을 짓고 살았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세 번째 집으로 1962년에 지으셨다. 아버지는 나무와 풀과 햇살과 흙과 바람으로 집을 지으셨다. 나도 그렇게 바람과 햇살과 흙과 나무로 시를 쓰며 그 시속에서 살고 싶었다. 마을을 만들어 살면서 사람들은 마을의 질서를 위해 법을 만들어 갔다. 불문율이다. 도둑질을 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막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도둑질을 하다 들키면 추방당하거나 스스로 마을을 떠나야 했다. 거짓말을 하면 평생 신용 없는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 농사짓고 사는 사람들은 사는 게 공부였다. 배우면 써먹었다. 자연이 하는 말을, 자연이 시키는 일을 잘 알아서 농사와 삶의 근본을 삶았다. 삶이 예술이었다. 평생 농사를 지었다. 어머니는 늘 나에게 사람이 그러면 못 쓴다. 남의 일 같지 않다. 싸워야 큰다. 사람이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고 했다.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는 말이었다. 삶 속에서 만들어진 마을 법을 지키며 사람들은 같이 먹고 같이 일하면서 같이 놀았다. 일과 놀이가 하나였던 마을 사람들의 삶을 사람들은 마을 공동체라 했다. 공동체라는 정치경제 문화 사회적이고 인문적인 이 아름다운 말은, 실은 이 작은 마을 문화에서 만들어졌다. 마을에는 별로 소식이 없었고, 쓰레기가 강물로 나가지 않았다. 가난을 무시하지 않았다. 가난은 남모르게 서로 돌보는 것이라고 나는 배웠다. ‘마을에서 살아남으면 어디 가서도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다.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어렵고도 아름다운 말이다. 마을은 인간을 가르치고 양성하는 학교였다. 스물한 살 때 초등학교 선생이 된 나는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에서 3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내가 그렇게 되기를 원했는데 그대로 되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내 인생이 늘 더 잘 되어 있어서 나는 놀란다. 아이들은 세상의 모든 일이 늘 새로워했고, 신비로웠고, 감동적이었다. 초가을 햇살을 날개에 실은 잠자리들이 날아다니는 운동장에서 나는 아이들과 뛰어놀았다. 아이들은 나의 아름다운 스승이었다. 교육은, 가르치면서 동시에 배우는 자기 교육이었다. 초등학교 6년, 선생으로 31년 동안 드나들던 모교 교문을 나올 때 나는 부끄럽고 괴로웠다. 아이들에게 잘못 한 일들이 되살아나 나는 부끄러웠고, 아이들에게 가르친 대로 살지 못해서 괴로웠다. 교육은 미래를 어루만지는 일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다. 그대로 살지 못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논밭으로 오가던 길, 학교와 직장을 걸어 다니던 그 강길을 지금도 나는 걷고 있다. 강물을 거스르고 따르는 일은 내게 수긍과 거역을 가르쳤다. 박힌 돌에 물은 거세게 부딪치고 부서지며 흘렀다. 시정이 넘치는 이 작고 소박한 강은 내게 그리움을 실어다 주고 외로움과 태어난 땅에 사는 아픔을 가져갔다. 어느 날 누군가가 언제 어디서 시를 쓰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달이 다닌 길에서”라고 했다. 나는 달이 다니는 길을 따라다니며 강길에 앉아 시를 썼다. 마을은 나의 학교였고, 해 아래 나무들은 나의 새 책이었으며, 새로 쓰는 시였다. 느티나무가 느티나무로 참나무가 참나무로 평생을 우람하게 사는 나무들의 하루는 나에게 마르지 않은 상상력과 시적인 영감을 주었다. 자연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그 말로 씨를 뿌려 곡식을 가꾸어 거두는 농부들의 일상은 나의 시가 되었다. 나는 내가 시를 쓰지 않았다. 나는 새와 바람과 달과 별들이, 나무들이 아침 강물과 저문 강물이 하는 말들을 달빛으로 공책에 받아 적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나 강을 건너오라고 부르지 않는다. 달이 뜬 밤 나락을 짊어지고 징검다리를 건너와 달빛이 깔린 마당에 짐을 부리고 허리를 펴던 고단한 아버지들의 하루 곁에 서 있던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을 어찌 내가 잊고 살까. 나는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사랑하였다. /김용택 시인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7 15:23

다한증에 대한 신체등급 판정기준은 어떻게 됩니까?

병역판정신체검사에서 신체등급은 전문의 자격을 가진 각 검사과목의 병역판정검사의사가 정밀검사를 실시한 후, 검진결과에 대한 이학적 소견과 질병 또는 심신장애에 대한 신체등급 판정기준이 구체적으로 규정된 '병역판정신체검사등 검사규칙'을 적용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다한증의 신체등급 판정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손바닥 다한증은 양손 손바닥이 건조한 상태에서 검사를 실시하며, 신체등급 판정기준의 경계선에 해당하는 등의 경우에는 최대 3회 측정하여, 2회 이상 땀이 떨어진 경우로서 치료에 대한 의무기록, 약물처방, 약물농도검사 등에서 확인되는 경우에만 손바닥 다한증으로 판정됩니다. 수술(교감신경절제술) 후 합병증이 발생하였거나 다른 질환에 의해 다한증이 유발된 경우에는 해당 합병증 또는 다른 질환의 부분에서 판정하게 됩니다.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국방부령 1139호) 피부과-139호 손바닥 다한증은 그 정도에 따라 경도(진단 후 3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주먹을 쥔 후 3분이 지난 시점에 땀이 떨어지는 경우)는 1급, 중등도(진단 후 3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주먹을 쥔 후 30초 이후부터 3분 이내에 땀이 떨어지는 경우는) 4급, 고도(진단 후 3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주먹을 쥔 후 30초 이내에 땀이 떨어지는 경우)는 5급입니다. 또한, 흉부외과-259호 다한증(교감신경절제술 후의 상태)은 합병증이 없는 경우 1급, 보상성 다한증은 3급, 합병증이 있는 경우 합병증에 따라 해당 부분에서 판정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 →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또는 병무청 누리집(www.mma.go.kr) → 병역이행안내 → 병역판정검사 → 병역판정신체검사규칙(국방부령 제1139호) → 별표/서식 → (별표3)질병·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기준을 찾아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7 15:22

불행 뿌시기 : 자기효능감

친구들은 종종 물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어릴 적부터 ‘자기효능감’이 높은 아이였다. ‘이거 왠지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결국은 잘될 거야’라는 믿음이 마음 가득히 채워져 있었다. 스스로를 믿어줄 수 있었던 영향 중 하나는, 나의 가치와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힘든 소아암 투병도 굳건히 잘 견뎌온 삶이기에, 그 긍지라면 앞으로도 무엇이든 잘 해낼 거라 말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나 또한 스스로에게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자기효능감에 오류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직면했을 때이다. 성장기를 보냈던 동네는 장애인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장애인은 특별한 존재야. 그러니까 차별하지 않아야 해’,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야’라는 인식 교육을 귀를 쫑긋하며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장애인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야 다르지 않아.’를 입력했다. 하지만 막상 스스로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오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왜 장애인이지?’였다.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편견이 없다고 지내온 시간이 무색할 만큼 상실감이 주는 타격에 꿈꾸었던 희망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더 이상 소망은 의미가 없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도 요동치던 심전도 기계가 ‘삐이이’ 소리를 내며 한 줄이 되는 느낌이랄까? 당사자가 되어보니 그제야 ‘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현실이 ‘공감’으로 마음에 닿았다. ‘불가능’이라는 강박이 스스로를 더 이상 믿음이 아닌 의심으로 몰아세웠다. ‘할 수 있을까?’,‘해도 될까?’라는 불안감이 자기효능감마저 빼앗아 불행하게 만들었다. 장애는 나의 전부가 아닌, 나의 일부일 뿐. 시간이 흘러 공동체 동료들을 만났고, 인식개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기획 및 참여하며 장애가 있는 ‘나’와 ‘타인’,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혔다. 이제는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한탄보다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실천의 중요성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리고 깊게 숨어버렸던 자존감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장애는 나의 전부가 아닌 일부에 불과하다는 믿음으로 말이다. 어릴 적 인식개선 교육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나의 생각을 조금 덧붙이자면,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장애가 특별하거나 특수하거나 특이하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꿈과 생계를 위해 진로를 고민하고, 때론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이쁜 카페와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가고, 쇼핑과 문화생활도 즐기고, 일상적으로 바라는 것과 필요한 것이 그리 다르지 않다. 그저 일상적인 환경이라도 여느 사람들과 같이 평범해지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장애’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 사물, 현상 그 어디라도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을 경험하는 순간은 짧기도 하고 때론 길기도 하며, 극복할 수도 있으며 때론 묵묵히 감내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경험할 때 우리는 시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시련에만 머물러 있기보단 ‘스스로 잘 이겨나갈 수 있다는 믿음’ 곧 자기효능감을 먼저 기억하자. 끝으로 누군가 “지금도 불행한가요?”라고 묻는다면,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끝맺음 하겠다. /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7 15:22

[금요수필] 영화의 한 컷처럼

창밖을 보니 드디어 봄의 소리가 들려온다 . 오늘 아침이 참 행복하다. 요한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가 생각나는 신선한 이 아침이 어쩜 이리 좋을까. 아무래도 계절의 주인공은 봄이 으뜸이 아닌가한다. 핸드폰 벨소리도 때론 그리움의 소리이기도 하다. 오늘 같은 날은 더욱더 그렇다. 저 멀리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늘 내가 그리워하는 P 선생님의 목소리인데 늘 그러하듯이 내게 활기를 주신다. “좋은 분과 다과를 나누는데 함께 동참하여 귀담아 들어봐. 영화보다 유익 할테니까” 소녀처럼 상기된 목소리에 우린 약속을 하였다. 덩굴이 소담스럽게 늘어진 담쟁이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여 거울을 보고 화장을 하는 손길도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자주 뵙는 선생님과의 만남이라도 이렇게 항상 설렘을 주시는지 알 수가 없다. 봄 처녀가 새봄을 기다리는 마음하고 똑같을까. 담쟁이 정원에는 동백꽃이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었고 그곳에 들어서니 아름다운 선율이 나를 반겨주었다. 화사하게 웃고 계시는 선생님과 함께계신 그분도 인자하신 모습이셨다. 전직이 방송 PD이셨다는데 청년 같으신 분이셨다. 선생님의 젊은 날에 함게 일하셨다는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 이야기 속으로 마치 나도 동반자 인양 추억을 불러오는 듯 하였다. 꼭 마음에든 책 한권을 읽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긴 세월이 흘러 이젠 고향으로 돌아와 칼럼을 쓰시고,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나는 곁에 앉아 두 분의 이야기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말았다. 아! 영화 한편 같구나 라는 생각도 떠오르곤 하였다. 두 분의 인연에 대해 듣다보니 만남의 소중함과 관계유지에 대해 새삼 다시 느껴보는 순간이다. 선생님께서는 가끔씩 주변에 좋은 분들을 만나는 날에는 꼭 나를 불러 주시며 소중한 인연을 내 잘못으로 인연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오늘도 이 순간이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무릇, 삶에 있어서 제자리에 그냥 머문다는 건 슬픈 일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긍정적인 삶이 무엇인가를 바라볼 수 있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이 육십은 인생의 분수령이라고 했는데 어느덧 내가 그 즈음이다. 살아오는 동안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왔는지 뒤돌아보게 되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나눔으로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게 익어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깨달음으로 가슴에 들어온다. 지난 겨울밤을 지새운 이유도 봄이 그리워서가 아니라 사람이 그리워서라는 걸 앓고 난 후에야 사람들은 알았을 테니까. 그러므로 봄은 봄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온다는 이야기가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발소리 또한 봄이 오는 소리를 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떠오른다. 어느덧 성질 급한 매화들은 꽃을 틔웠다는 꽃소식이 들려오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날 만큼 날씨가 풀린다는 경칩도 지났다. 날씨는 한결 봄날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마치 영화의 한 컷처럼. 저 멀리서 오는 봄바람은 그냥 머무르는 것만이 아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줄 또 하나의 특별한 봄날로 그렇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잠깐 짬을 내어 오늘은 나의 애송시를 입안 가득 머금고 읊어보고 있다.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 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나직하게 시에 취해보고 있다. △이종순 수필가는 문학박사이다.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와 <시조문학>을 통해 수필가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호원대 유아교육과, 우석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창의 숲 프로젝트 연구소 대표와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전주 걸스카우트 연맹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7 14:07

국민의힘, ‘비례, 험지 우선추천’ 당규 지켜야

4·10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여야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이 차지하게 될 비례대표 의석수와 비례대표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처음 시행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총선에서도 적용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총 300개의 국회 의석수에 각 정당의 득표율을 곱한 뒤 이 중 지역구 당선을 통해 획득한 의석 수를 뺀 나머지의 절반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장해주는 구조다. 민주당 일당 독식 구조의 병폐가 나타나고 있는 전북에서는 지역의 정치구도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미래는 9일까지 비례대표 선거 후보자 신청을 받아 평가한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기간인 22일 전까지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각 분야 영입 인재들이 줄지어 비례대표 출사표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전북에서도 지역 당직자들이 비례대표를 통한 국회 입성 도전에 나섰다. 조배숙 전 전북도당위원장과 허남주 전 전주갑 당협위원장, 정선화 전 전주병 당협위원장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국민의미래로 당적을 옮겨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했다. 국민의힘이 당헌·당규에서 정한 비례대표 우선추천 지역에 전북이 포함되면서 이들은 당선 가능한 상위 순번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당규에 ‘직전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정당 득표율 15% 미만 득표 지역(시·도 단위)을 비례대표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하고 후보자 추천순위 20위 이내에 4분의 1을 해당지역 인사로 우선추천한다’고 명시해놓았다. 당세가 현저히 약화된 취약지역의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전북과 광주·전남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면 전북에서 적어도 한두 명의 비례대표 배출이 가능한 셈이다. 국민의힘이 당규에 비례대표 험지 우선추천 규정을 둔 것은 지역주의 정치구도의 병폐를 타파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전북처럼 특정 정당이 장기간 독점하는 지역에서는 비례대표 제도를 적극 활용해 여야의 균형을 조금이라도 잡아줄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다. 국민의힘은 당규의 취지를 살려 ‘비례대표, 험지 우선추천’ 규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07 13:51

서민의 발 시외버스 중단사태 안된다

시외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사람은 대체로 농어촌 고령층 이거나 학생 등 중산층 보다는 일반 서민인 경우가 많다. 특히 농어촌 지역의 경우 급격한 고령화 추세로 인해 자가용 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게 현실이다. 그런데 전북에서 운행중인 시외버스 회사들의 누적적자가 심화하면서 급기야 휴업 계획서를 내는 일이 발생했다. 전북버스운송사업조합은 오는 5월부터 일부 시외버스 노선을 운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휴업 계획서를 전북자치도에 제출한 것이다. 승객 감소와 운송비 증가 등으로 지난해 적자 규모가 41억 원에 달하고 있다며 재정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휴업 대상인 적자 노선은 152개로 전체 시외버스 노선의 30%에 달하고 있다. 대부분 타 시도를 운행하는 곳 보다는 전북권역에서 운행하는 노선이 심각한 적자라고 한다. 일단 전북도는 적자 노선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어떤 경우에도 서민들이 교통 불편을 겪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인데 언발에 오줌누기식 정책 가지고는 안된다. 대중교통, 그중에서도 시외버스는 오랫동안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인구감소, 자가용 보급 확대, 택시와 철도 이용객 증가 등으로 인해 일부 노선을 제외하곤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유류대가 계속 고공 추세를 보이고 있고, 인건비나 관리비 등 수입에 비해 지출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급기야 전북특별자치도 버스운송사업조합측은 시외버스 5개 회사는 누적되고 있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노선 76개와 차량 62대를 오는 5월부터 추가 휴업하겠다고 공식적으로 행정기관에 계획서를 전달했다. 이미 휴업 중이던 노선과 차량을 포함하면 총 152개 노선에 걸쳐 차량 170대가 감축될 전망이다. 조합측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한다. 최근 4년(2020~2023년)간 총 운송비용 2,682억4,146만3,000원 중 수입은 2,576억8,501만3,000원으로, 200억 9,005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주장한다. 전북특별자치도 담당 부서에서는 이와같은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꼼꼼하게 파악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서민의 발인 시외버스가 멈춰서는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 최악의 경우 휴업이 현실화 하더라도 서민들이 교통 불편을 겪지 않도록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의료대란에 이어 대중교통 대란까지 발생하면 서민들은 너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07 11:28

해양의 가치를 알고 바다여행을 즐기자

“자유인이여! 그대는 바다를 사랑하라!” 하고 시인은 외쳤다. 지구 표면적의 약 71%인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고 인류에게 필요한 산소의 75%를 공급해 주며, 인구의 약 30%가 살고 있는 생활공간이자 수산물과 해저광물, 석유와 가스를 제공해 주는 생산의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육지면적의 4배에 이르는 해양영토가 있으며, 독도와 이어도등 총 3,358개의 섬이 있다. 농경지보다 100배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세계5대 갯벌 2,520km2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산 광양항등 60개소의 크고 작은 항구도시와 1,874개소의 어촌계에서 인구의 약 23%인 1400만명이 연안 72개 시군구에 거주하고 있다. 해양생물 종수도 다양해서 영해면적 기준으로 세계1위이며, 단백질 공급의 40%를 해산물이 담당하고 있다. 지금도 우리나라 무역선과 원양어선들은 세계5위의 해운강국을 목표로 태극기를 휘날리며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있다. 해양은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무궁무진하다. 우선 놀거리 자원으로는 해수욕, 바다낚시, 요트와 보트, 해파랑길, 유람선과 쭈꾸미축제등 지방축제가 있고, 볼거리로는 해안절경과 등대, 일출과 일몰, 바다갈라짐, 해양박물관, 포항 호미곶의 국립등대박물관, 여수엑스포장, 수상비행기, 크루즈, 해상국립공원등이 있다. 체험형으로는 갯벌, 바다목장, 고래관찰, 섬 생활이 있으며, 즐길거리로는 스킨스쿠버, 수상스키, 윈드서핑, 레저잠수, 해저잠수함이 있고, 바닷가에는 생선회등 해산물 먹거리자원이 풍족하다. 특히, 전국에 360개의 해수욕장이 있어서 연인원 약 9000만명 이상이 해수욕과 해변관광을 즐기고 있다. 바다낚시 인구도 계속 늘어 나면서 매년 6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내고향 전북지역에도 유서 깊은 어청도 등대와 변산반도,고창의 갯벌, 격포항, 특히 선유도등 고군산 군도와 새만금의 해양관광자원은 전국 최고의 수준이다. 바다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먹거리와 놀거리, 볼거리를 결정한 다음에 숙소를 예약하면 되는데 조금 불편하더라도 어촌계에서 민박을 권하고 싶다. 여객선을 타고 섬에 가서 1박하는 기쁨은 아주 크다. 섬주민들과 오순도순 등대와 바위에 얽힌 전설과 애환도 들어보고, 특히 밤하늘의 별들과 놀다가 가슴에 담고 오면 그 감흥이 꽤 오래 간다. 완도에 가서는 해상왕 장보고의 유적지와 개척정신을, 진도와 통영에 가서는 성웅 이순신장군의 애국심을, 우리나라 최초의 인천 팔미도 등대에서는 맥아더 장군에게 감사함을 다시 새겨 보는 테마여행도 좋다. 바다여행을 통해서 한가지 더 얻을 수 있는 선물은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처럼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해야 한다는 뜻) 정신이다. 이처럼 소중한 해양의 가치와 중요성을 잘 알고, 우리가 잘 보전하고 잘 이용하고,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어서 미래세대들에게 잘 물려 주어야만 한다. 경관이 빼어난 속초해변과 등대, 태종대와 영도등대, 남해 해상공원과 소매물도 등대, 여수의 밤바다와 오동도등대에는 해양문화공간도 잘 만들어져 있다. 바다여행과 함께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이 등대 박물관과 전국의 명소 등대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위로와 희망을 노래하는 날을 고대해 본다. /류영하 전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6 15:21

지역사회의 사회적 책임과 장애인스포츠

올해는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다. 7월이면 각국의 대표선수들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올림픽 출전은 모든 선수의 꿈이지만 동시에 한 개인을 넘어 출전 국가와 온 국민, 선수의 고향, 그리고 지역주민의 자랑이자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작은 시작은 학교에서, 또는 지역 스포츠클럽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그 시작은 지역에서부터다. 비단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체육, 즉 체육 정책이 발달한 지역의 주민들은 건강과 여가, 두 가지 측면에서 삶의 만족도와 지역 애착도가 높다고 한다. 전문성의 차이에서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분류한다면 장애 유무에 따라 장애인체육과 비장애인체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장애인선수들 역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차이가 있다면 장애인의 대부분이 중도장애인 즉 성인이 된 이후에 장애를 갖게 된 경우가 많으므로 선수 육성 역시 학교에서의 장애인체육보다는 생활체육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특히 장애인의 삶에 있어 스포츠는 더 큰 의미가 있다. 비장애인과 달리 직업으로써 운동선수가 되는 것, 실업팀 소속으로 선수생활을 한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차원의 의미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라는 말이 있듯이 장애인선수들에게 실업팀은 생계유지와 사회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복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는 장애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고 고된 훈련과 연습을 통해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은 물론 달콤한 성취도 맛보게 해준다. 지역사회가 장애인체육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실업팀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전북에는 유일하게 단 하나의 장애인체육 실업팀이 있다. 장수군 장애인체육회 소속의 탁구팀이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지역을 찾아봤더니 우리 지역이 전국에서 꼴찌였다. 전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최소 4종목 이상의 장애인체육 실업팀을 가지고 있었으며 최소 1종목 이상은 도 체육회 소속 실업팀이었다. 우리 도는 단 하나뿐인 실업팀조차도 도 체육회가 아닌 상대적으로 열악한 군 체육회에서 창단했다는 것에 두 번 실망할 수밖에 없다. 전북의 장애인선수들은 소속팀 없이 오로지 홀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며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니면 전북을 떠나 상대적으로 실업팀이 많은 다른 지역으로 연고를 옮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의 무관심으로 지역의 좋은 선수들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뜻만 있다면 전북특별자치도와 시․군, 도 체육회와 시․군 체육회 등 도내 공공기관은 물론 국민연금공단, 전북개발공사 등 전북 내 공기업들, 그리고 하림 등 지역 민간기업의 후원으로 언제든지 장애인체육실업팀을 창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지역사회의 사회적 책임이 일반적인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란 공공, 민간의 구분 없이 환경, 윤리, 인권적 측면에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과 사익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책임 있는 활동을 말한다. 지역의 기관과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때만이 더 나은 지역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원년을 맞아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지역의 기관과 기업들이 전북자치도 장애인체육 실업팀 창단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해 주기를 기대한다. /윤수봉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6 15:21

새만금개발과 부동산 토큰증권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과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인천 국제공항 등 세계적인 공항은 간척지에 세워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넓은 평지, 밀집된 도시로부터 떨어져 소음 등 환경문제 해결 등 잇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중국 상하이시정부 도시개발 목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상하이를 진흥시키고, 푸동을 개발하여 전국에 봉사하고 세계로 향한다” 황푸강의 동쪽에 있는 푸동지구 하나만 잘 개발해도 지역은 물론, 중국 전체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새만금개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며칠전 서울옥션 경매에서 안중근 의사의 미공개 유묵 '인심조석변산색고금동(人心朝夕變山色古今同)'이 13억 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사람의 마음은 아침 저녁으로 변하지만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인데 나라를 위한 자신의 마음은 변함없음을 강조하는듯하다. 수감 당시 남긴 유묵 중 1 점인데 좌측 하단에는 안 의사의 상징인 수인이 지문까지 선명히 찍혀있다. 1910년 3월에 여순 감옥에서 썼다는 문구로 볼때 사형 집행을 눈앞에 둔 시기의 작품임을 짐작케한다. 국내에 첫 공개된 이 유묵은 그동안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환수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요즘엔 미술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조각투자', 즉 투자계약증권 공모 청약 방식으로도 진행한다. 서울옥션블루의 경우 얼마전 미술품 조각투자 앱 소투(SOTWO)를 통해 진행한 앤디 워홀 '달러 사인' 기초자산의 청약 모집을 성공리에 마감하기도 했다. 1주당 10만원씩 총 7000주가 발행됐는데 청약에 성공하면서 투자자들의 '미술품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새삼 체감했다고 한다. 미술품뿐만이 아니다. 새만금개발에 일대 전기가 될 수 있는게 바로 부동산 토큰증권이다. 전북연구원(원장 이남호)은 최근 “새만금 개발에 토큰증권을 적용할 경우 다양한 부동산자산 권리의 증권화로 소액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대규모 개발사업의 초기 개발자금 확보로 새만금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이색적인 주장을 제시했다.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피스텔이나 리조트 등을 대상으로 부동산 토큰증권을 발행, 개발자들이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게 상례화돼 있다. 미국 아스펜 리조트는 지분 19%를 토큰증권으로 발행했는데 단 두달만에 운영자금 약 1,8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부산에서는 아직 터덕거리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 토큰을 일반인에게 판매하고 개인간 거래도 할 수 있는 실증사업을 추진중이다. “1세대 대면, 2세대 전신·전화, 3세대 컴퓨터 순으로 발전해 온 거래소 기반 시설을 4세대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비전은 비단 부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부동산 토큰증권을 통해 새만금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탁견이 아닌가 싶다. 기발한 착상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착수하느냐다. 잘못된 결정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지체된 결정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3.06 14:48

민주당 후보 경선 과열·혼탁 ‘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의 4·10 총선 후보자 경선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전북지역 각 선거구에서 예비후보들이 진흙탕 혈투를 벌이고 있다. 경쟁후보 간 흑색선전·비방전이 과열되면서 고소·고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의 과열·혼탁 양상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된다. ‘공천이 곧 당선’인 민주당 독점의 지역 선거구도에서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후보들이 경선에 모든 화력을 쏟아붓고 있어서다. 게다가 민주당의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방식이 대부분 권리당원 50%, 일반주민 50%를 반영하는 ARS투표로 진행되면서 주민 갈등과 분열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경선 후유증은 선거 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지역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역의 대표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는 소통의 장,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본선도 아닌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당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소란스럽다. 경선에서 맞붙은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정책 대결보다 네거티브 공방에 열을 올리면서 지역의 선거문화는 좀처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후보들이 무차별적으로 홍보용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유권자들은 정신적 피로감까지 호소하고 있다. 정책과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면서 편 가르기와 줄서기를 강요하는 구태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선거판에서 애꿎은 주민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은 지역사회의 화합을 저해하고, 선거문화 발전을 가로막는 구태·악습이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생존을 위해 지역발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올 초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으로 뭔가 달라지려나 기대하고 있는 도민들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안겨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말 선거문화를 바꿔야 한다. 우선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한다. 진흙탕 싸움을 당장 멈추고, 이제라도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지역 유권자들도 달라져야 한다. 정책과 인물을 따지지 않고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무조건적으로 표를 던지는 것은 참정권을 포기하는 행위다. 이는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폐단이 척결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기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06 12:59

해빙기 안전사고, 방심은 재앙을 부른다

해빙기는 겨울철에 얼었던 지반과 사면 등이 봄기운에 녹기 시작하면서 침하와 붕괴 등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시기다. 지난 겨울은 기후 변화로 많은 비가 내려 연약 지반으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이 어느 때보다 크다. 각 시군에서는 각종 위험시설을 철저히 점검해 시민 안전을 최대한 확보했으면 한다. 대표적으로 위험한 곳은 건설공사장과 급경사지, 노후건축물 등이다. 겨울 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공간 구조가 약화돼 심하면 붕괴에 이를 수 있다. 시설물 변형으로 감전과 폭발, 깔림 등 제2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또 공공 및 동네 체육시설, 비탈면·옹벽·축대의 균열·침하·배부름 발생, 낙석 방지망 훼손, 가스 및 보일러 안전성 여부 등도 점검 대상이다. 벌써부터 도내 곳곳에서는 위험지대가 포착되고 있다. 군산시 해망동 자연마당은 비탈면이 심하게 붕괴된 채 방치되고 있다. 2016년 12월에 조성된 이곳은 진입로 일대 비탈면 토사가 흘러내려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 또 전주시 서서학동 10지구 및 도토리골 붕괴위험지역은 2020년 집중호우로 인한 사면 붕괴로 주민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다행히 이곳은 시가 예산을 확보해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전주시 금암동의 폐교된 옛 금암고 건물도 해빙기나 장마철이면 항상 위험이 도사린 흉물이다. 비탈진 바위면에 옹색하게 세워져 정밀안전진단 결과 최위등급인 E등급 판정을 받았다. 시에서는 하반기에 철거할 예정이라지만 해빙기를 맞아 다시 한번 점검했으면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월 19일부터 4월 3일까지 민관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해빙기 취약시설 안전점검’에 본격 돌입했다. 점검 대상은 8개 분야 총 3988개소로 산사태 취약지역 2411개소, 옹벽 14개소, 절토사면 11개소, 급경사지 1469개소, 문화재 15개소, 건설현장 10개소, 저수지 58개소 등이다. 문제는 시민들의 관심여부다. 지자체가 나서 붕괴위험지역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사고는 언제 어디서 날지 모른다. 시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부터 살펴야 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으면 지자체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지금은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안전신문고 앱으로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다. 방심은 재앙을 부른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06 12:37

세계 여성의 날과 '낙태 자유'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섬유회사 화재로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희생당하자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 1만 5천여 명 여성 노동자들이 벌인 시위였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빵과 장미’. 빵은 남성보다 훨씬 낮은 저임금을 받는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권을 뜻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미국의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0시간이 훨씬 넘게 일하면서도 선거권은 물론이고 노동조합 결성 등의 기본적인 권리를 가질 수 없었다. 시위는 여러 나라가 여성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여성운동가대회에서는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인 클라라 제트킨의 제창으로 시위가 일어난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제정할 것을 결의했다. 남녀 차별, 여성 빈곤, 여성들의 지위 등 여성 문제가 부상하고 여성들의 국제연대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였다. 그러나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이 국제적인 기념일 자격을 얻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1977년.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했던 UN이 2년 뒤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면서다. 우리나라도 1985년부터 기념일을 축하하고 연대하며 ‘한국여성대회’를 열어왔으나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것은 <양성평등기본법>이 개정된 2018년이다. 프랑스 의회가 4일, 여성의 임신 중지(낙태) 자유를 담은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임신 중지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국가가 된다. 프랑스는 지난 1975년부터 임신 중지를 허용해왔으니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랑스의 첫 낙태 합법화는 당시 보건장관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시몬 베이유가 주도해 얻은 결실이었다. 이번 헌법 개정을 직접 주도한 것 역시 마크롱 정부다. 그래서인지 마크롱 대통령은 낙태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개정을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까지 표현했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 날인식을 열어 축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더디지만 크고 작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성평등의식도 큰 폭으로 달라졌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도 바뀌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여성들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여전하다.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응원과 지지가 아직 더 필요한 이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3.05 18:28

마을과 동네 중심의 지역사회돌봄 체계 마련되어야

2019년 보건복지부는 지역사회통합돌봄 정책 추진을 발표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정책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더 오랫동안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지역 친화 돌봄정책을 의미한다. 2019년 발표한 정책은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왔다. 전주에서 추진한 통합돌봄 정책은 지역사회내에서 어르신들이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과 보건의료 안전망, 촘촘한 주거지원망, 전국 최초 통합돌봄서포터스단 운영 등의 매우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5년이 흐른 지금 살던 곳에서 오래 살도록 하겠다는 정책은 각 지자체별로 대거 확산 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의료모델 중심의 통합돌봄 사업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더 나은 방식으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가 확대될 방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어려움과 한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지역사회 돌봄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핵심은 지역사회 안에서의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지지체계를 확대하는 것이며, 그 대표적인 체계는 지역사회이며,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중심축은 마을과 동네이다. 우리는 마을과 동네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사람 사이의 무너짐도 배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안에 마을과 동네가 사라지면서 우리가 느끼는 골목 안에서의 공동체의 감정도 사라져버렸고, 마을과 동네 안에서의 사람살이와 사람 살이 간에 돌봄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안에 마을과 동네가 새로운 방식으로 복원되길 제안한다. 마을과 동네의 복원은 지역사회복지와 지역사회 지지망 구축의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다. 마을과 동네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삶의 기본 단위로 옮겨 마을과 동네 골목 중심으로 재편하는 “골목 돌봄”을 구성해 나가야 한다. 수천억을 투자했음에도 마을이나 동네는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듯이 마을과 동네를 살린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이야기 일수도 있다. 그래도 마을에서 함께 살기, 동네에서 같이 살기, 마을과 동네에서의 사람들간의 상호 연결 등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특별히, 돌봄이 중심인 사회에서는 마을에서 함께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의 전부일수도 있다. 꼭, 기억해야 한다. 지역사회 안에서의 핵심은 연결의 촉진이다. 아파트안에 누가 살아가는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는 것 자체,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불편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철저히 개인적인 생활에 익숙하게 훈련되어 온 우리의 삶은 더욱더 개인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개인주의의 질주를 멈추기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잠시 멈춰서 마을과 골목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 우리 서로를 위해서 함께 할 시간을 우리들 스스로 내어 놓아야 한다. 마을과 동네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그 만큼 교육받고 훈련 받아야 하고,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삶의 과정속에서 가능하다고 우리가 함께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마을과 동네의 골목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 마을 골목에서 위로 받고 응원받던 시절에 “골목 돌봄”이 오래된 추억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현시대에 맞게 재 생산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5 18:27

물러설 때 물러설 줄 아는 진정한 용기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차리고 냉철하게 대한민국의 현재의 경제상황 , 미래의 상황 그리고 치열하고 냉정한 세계속에서 대한민국의 실체를 직시해봅시다. 전 세계는 지금 이 시간에도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원자력 등 국가의 미래 생존을 이끌고 나갈 최첨단 산업분야에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의 미래를 이끌고 나아가야 할 수많은 최우수 대학생들인 이른바 SKY대학이나 카이스트 특수학과 등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의대나 법대를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하고 있다. 이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수 년만 더 지속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고 나아가야 할 핵심 인재들의 부족으로 과연 우리나라는 냉정하고 치열한 세계 경제 속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국가의 운명이 달린 이 심각한 상황을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그 많던 어르신들은 어디에 계시는지. 지금이라도 정부는 의대 인원을 줄이고 우수한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많은 장학금, 졸업 후 보장된 정년없는 정년, 고액의 연봉, 충분한 연구시설과 환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산부인과 외과 흉부외과 등의 휴∙폐업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발생한다. 절대 이 분야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다. 10년, 20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수의 의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런 용어들이 전혀 없었다. 힘든 의과대학 시절을 보내고 더 힘든 수련과정을 겪고 나서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하고 살려내기 위해, 의사들은 피와 살을 도려내는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진료에 임했는데 한순간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해 무조건적인 의료소송, 그에 따른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윈까지의 손해배상과 심지어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의사 구속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의사들은 자괴감을 느끼며 스스로 전문의료 현장을 떠난다. 열악한 최하수준의 의료수가의 과감한 현실화, 의료분쟁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 등이 뒷바침되면 현장을 떠난 의료진들이 다시 현장에 돌아오고 많은 사명감을 가진 전공의들이 많이 돌아올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도 1차, 2차, 3차 의료전달 체제를 확실히 하고 3차 상급병원에서 치료받아야 될 환자만 3차에서 치료 받는 시스템을 갖춰 주고 정부는 충분한 재정과 인력을 지원해주면 가능하다. 의사들도 부양할 가족이 있는 평범한 직업인이다. 의사는 신이나 성인이 아니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면 안된다. 몇 달 전 미국에 있는 절친이 울면서 전화가 왔다. 당뇨 합병증으로 눈에 심한 질병이 생겼는데 미국에서는 수 년을 다녀도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이다. 매달 의료보험료로 200만원정도 나가고 매번 병원가서 눈 치료 받을때마다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한국에 들어와서 2주 정도 치료하여 거의 완치되어 눈물을 흘리며 미국으로 들어갔다. 그는 "한국 의료를 실감했다"면서 "이거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고 칭송하고 자기들 나라에서도 하고 싶지만 절대 흉내도 못내는 게 한국 의료다"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오기에는 수 많은 한국 의사들의 희생과 봉사정신이 있었으며, 그들이 내 나라 내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Kㅡ의료가 만들어졌다. 의료진과 정부에게 대한민국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진심어린 부탁을 드린다.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서 진정 대한민국을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얘기하자. 우리나라는 어려울수록 힘을 합하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그런 훌륭한 민족이다. 진정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을 뵙고 싶다. /최이천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5 18:27

기업 유치가 경제의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경제 문제를 지나치게 홀대하는 정치권을 빗대어 주로 쓰이는 용어다. 지난 1992년 미 대선에서 무명의 빌 클린턴이 부시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을 때 부르짖은 슬로건이다. 그는 당시 정치 외교 분야 성과에 들떠 있던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집중 부각시켜 단번에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어찌보면 가장 절박하고 현실적 문제인 민생 경제의 파탄 책임을 그가 대신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그 후 정치권에서도 민생 경제가 단골 이슈로 등장하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다. 아울러 경제 문제의 해결 능력이 정치인 덕목 중 주요 평가 자료로 자리잡는 데도 일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선거에선 ‘경제만이 살길’ ‘경제 해결사’ ‘일등 경제’ 란 구호를 경쟁적으로 내세워 경제 이미지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뿐 아니라 정치권 인재 영입 순위도 상위권에 올라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정치권 기류와는 다르게 전북특별자치도가 직면한 경제적 현실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기업들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전북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2.2%로 전국 평균 2배다. 그런데 이 수치가 최근 10년새 가장 높다는 점에서 심각함을 더해준다. 이뿐 아니라 경제 지수를 비롯한 사회, 교육 등 대부분 평가 지표도 전국 최하위의 참담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이후 실물 경기마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한 채 고금리 충격파는 서민 가계를 더욱 옥죄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런 악조건 속에 희망적이고 역동적 기운이 싹트는 전북의 자강 능력 또한 마뜩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약체로 평가받는 국회의원의 존재감과 정치력 빈곤, 중앙부처의 빈약한 인맥은 물론 소지역주의에 집착하는 자치단체간 분쟁과 함께 일당 독점 구조의 정치 환경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다행히 민선 8기 김관영 도정이 출범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전북자치도’ 란 슬로건을 내걸고 기업 유치에 목말라 있다. 혁신과 실용에 방점을 둔 그는 ‘세일즈 도지사’ 란 닉네임 답게 도정 문화를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바꾸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거대한 정치 담론을 벗어나 먹고 사는 경제 현안에 집중함으로써 눈앞에 닥친 현실적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다. 그런 움직임 속에 1기업-1공무원 전담제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낸 만큼 이를 14개 시군으로 확대 시행키로 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 같은 노력의 결실이 지난해 61개사 10조3818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9천731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기업 유치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지역의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며 경제 생태계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다. 대기업 상대로 투자 전도사를 자처한 김관영 지사의 열정을 감안하면 일선 공무원의 업무 처리도 이런 기조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운영에 들어간 ‘기업 민원 신속 처리단’ 에 기대를 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업과 공장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맞춤형 민원 해결을 통해 기업과의 신뢰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기업 친화적 발상이란 점에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행정이 더 변해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03.05 18:27

전주천·삼천 수목제거 필요하다

전주시가 전주천·삼천 하천변 준설사업을 하면서 둔치의 수목을 제거해 논란이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는 유수 흐름에 지장을 주는 수목제거 작업을 통해 하천 범람 등 재해를 막아야 한다면서 이를 강행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생태계 및 경관 훼손을 지적하며 시민들이 하천환경을 누릴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반발한다. 행정은 재해 예방에, 시민단체는 생태계 보존에 방점을 찍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민 안전을 위해 하천 둔치에 뿌리를 내린 수목은 원칙적으로 제거해야 옳다. 무엇보다 시민의 생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지난해 3월 홍수 예방을 이유로 전주천 일대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벌목했다. 이어 올해도 지난달 전주천·삼천 일대에서 각각 30여 그루를 제거했다. 생태하천협의회측과 수목 제거를 두고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벌목을 강행한 것이다. 전주천과 삼천은 2000년 이전 생활오수 등으로 악취가 진동했다. 그러던 것을 시와 시민단체가 힘을 합해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생명이 숨쉬는 공간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국내 하천사업의 성공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흔히 도심하천은 치수(治水), 이수(利水), 친수(親水), 생태(生態) 등 네 가지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수 없는 기능이다. 홍수 등 재해도 예방해야 하고 각종 용수로도 활용해야 한다. 또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생태계도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을 한꺼번에 만족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주천과 삼천은 재해에 취약한 구조다. 이들 하천은 홍수를 조절할 수 있는 댐이 없다. 더욱이 갈수록 기후위기 등으로 이상고온과 집중호우, 강한 태풍 등 극단적 기상현상이 빈발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은 한반도가 앞으로 총강수량은 감소하되 극한 강수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인간에게 너그러움을 베풀지 않는다. 전주시민들은 2020년 집주호우로 주택침수 등 54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따라서 재해대책은 좀 과하다 싶을만큼 세워야 한다. 다만 상습침수 구간 등 지역에 따라 유연한 대책도 필요할 것이다. 전주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교한 도심하천 관리계획을 마련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05 18:04

총선 공약 지역발전 큰 그림이 없다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총선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지형을 크게 좌우할 중대한 분수령이다. 여소야대가 될지, 집권당이 여의도권력까지 움켜쥘지, 아니면 여당과 야당 모두 과반을 넘기지 못한채 소수정당인 제3당, 제4당이 똬리를 틀게될지 아무도 모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큰 틀에서 뿐만 아니라 전북이라는 지역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번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2년후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시동이 걸리게 된다. 지사, 교육감, 시장군수를 비롯해 지방권력의 역학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큰 얼개를 가늠해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의 절대적 우위속에 치러지고 있는 전북의 경선 국면이 이제 막바지에 돌입했다. 전북의 경우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기 때문에 공천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게 있다. 유력 후보들의 구체적인 지역발전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발전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쉽다. 지역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기게 될 빅 픽처가 보이지 않는다. 고민의 흔적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도내 10개 선거구 모두 대동소이하다. 정권심판이라는 정치적 구호만이 난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서 지역민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괴뇌의 흔적을 발견하기 힘들다. 다국회입법조사처가 낸 보고서(인구감소 적시 대응을 위한 출산율·이동률별 인구변화)는 매우 충격적이다. 약 반세기 후인 오는 2073년 전북 인구는 가장 긍정적으로 봐도 92만명에 불과하다. 보수적으로 보면 전북 인구수는 45만 명선으로 내려간다. 등에서 식은땀이 날 수밖에 없다. 인구감소의 한복판에 전북이 서 있다는 얘기다. 전북을 떠나는 도민은 작년의 경우 1만5000명이나 됐다. 거의 작은 군단위 하나 만큼의 인구가 통째로 유출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빅 픽처가 필요한 이유다. 먹고살 기회가 없으면 전북은 황무지가 될게 분명하다. 일개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않다고 하지만, 적어도 기폭제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다. 타 시도를 보라. 유력한 의원 한명이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가. 지금이라도 당선을 바라보는 유력 후보라면 더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그게 지역을 살리는 길이고,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다. 지역 유권자들은 화려하게 정치적 구호만을 남발하는 이보다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갈구하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05 13:28

의료파업과 故 이태석 신부에 대한 단상

의과대학생들의 휴학, 전공의(인턴, 레지전트)들의 사직 등 의료계 파업이 한창이던 지난달 23일 서울 인제대학교 백중앙의료원 발 '남수단에서 온 故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 전문의 시험에 동시 합격'뉴스가 눈에 띄었다. 이 신부의 제자인 토마스 타반 아콧(39)과 존 마옌루벤(37)이 닷새전 발표한 우리나라 외과와 내과 전문의 자격 시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닷새전은 지난달 19일로 정부 의대증원에 반발하며 전북을 비롯한 전국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를 중단하기로한 날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의과대학과 전공의, 전문의 공부중 한국어까지 익히면서 해 남들보다 2~3배 더 공부했다고 한다. 전문의가 된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인술(仁術)을 펼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는데, 시기가 시기인지라 그 뉴스는 가슴에 더 와닿았다. 이 신부는 경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에 81학번으로 입학, 1987년에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취득한다. 그후 그는 육군 12사단 및 군수사령부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신부의 꿈을 꾸었다. 전역 후인 1991년 이탈리아인 성 요한 보스코 신부가 설립한 가톨릭 교육 수도회인 살레시오 수도회에 입회했다. 이 신부는 미국인 슈워츠 신부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슈워츠 신부는 전후 최빈국으로 떨어진 한국에 들어와 오랫동안 부산에서 봉사하고 학교법인 소년의집학원을 세워 고아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으며, 영화 '오 마이 파파'가 슈워츠 신부의 일대기를 다루기도 했다. 이 신부는 그를 따라 구도의 길에 들어 선 것이다. 그런 이 신부가 광주카톨릭대졸업을 앞둔 1999년 아프리카 남수단에 선교활동을 갔을때 이 둘을 만났다. 이후 2001년 이 신부는 남수단 오지인 ‘톤즈’ 지역에서 병실 12개짜리 병원과 학교, 기숙사를 짓고 의료·선교 활동을 했다. 토마스는 이 신부의 미사 진행을 돕는 복사(服事)를 했다. 토마스와 존은 이 신부에게 “의사가 돼 고국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고 2009년 이 신부가 재력가들의 도움을 받아 설립한 ‘수단어린이장학회’의 도움으로 2009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그러나 이 신부는 이듬해인 대장암이 악화돼 2010년 1월 47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두 사람은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신부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로 한국어능력시험 자격증을 따고 2012년 이 신부의 모교인 인제대 의대에 합격했다. 이중 토마스는 2021년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외과의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이들을 치료하고 싶어서 외과를 택했다"고 했다. 존이 택한 내과 역시 외과와 함께 필수 의료 과목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지금같은 때는 아프지 마세요"라는 말이 마냥 웃지는 못할 안부인사가 됐다. 의료파업이후 타지역에서는 환자들이 제대로된 진료와 수술을 받지못해 숨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고 도내에서는 전공의들이 파업에 들어간 병원들에서 응급·일반 수술이 불가능한 '의료 방기'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소를 금치못하게 하는 이 안부 인사가 귀에 박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이 신부 제자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히포크라테스 선서나 의사윤리, 사회헌신 등의 깊은 담론은 하지 않겠다. 생명을 살리고 봉사했던 스승의 고국에 언어와 문화가 다른데도 불원천리 찾아와 스승을 따라 의사가 된 그 제자들이, 진료와 치료를 하지 않고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고 호소받는 한국의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가질까. 사회부장

  • 오피니언
  • 백세종
  • 2024.03.05 13:09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