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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말고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국정치에서 지역주의는 가장 고질적이면서 동시에 구조적인 문제다. 그 어느 때보다 지역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지만 이는 정치권에서 그다지 전면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문제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너무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지역주의는 영호남간의 지역갈등, 수도권과의 불균형 등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지역 내에서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이른바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 문제가 늘 최우선이다. 이들은 지역이 아니라 지역구를 위해 헌신하고 그 성과는 길거리에 붙은 ‘국가예산 확보’ 플래카드로 상징된다. 지역주의 문제는 이제 영호남의 정치적 편파성 문제를 넘어 잘게잘게 쪼개져 소지역주의로 퇴행하고 있다. 심지어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웬만한 타협도 마다하지 않는데 그런 식의 돌파는 오히려 칭찬거리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정치가 지금의 선거제도에서는 그 누구라도 어쩔 수 없는 조건이라는 데 있다. 지역주의 정치가 비판받는 것은 유권자들의 투표가 정당과 후보의 공약과 정책이 아니라 소속 정당에 따라 맹목적이고 관성적으로 투표가 이루어진다는 점 때문이다. 후보들은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높이기보다 공천을 돌파하기 위해 조직과 성과를 관리하는 지역구 정치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인식하다시피 지역은 지금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지역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는데, 해법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강력하고도 특별한 지원’ 뿐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은 지난 이십여년간의 결과가 증명하고 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현재의 선거제도가 ‘인구비례’와 ‘다수대표제’에 기반한다는 데 있다. 인구비례를 유지하는 한 지역의 대표성은 점점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전북의 국회의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아마도 차차기 총선에서는 이 숫자도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는 인구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국토와 자원은 인구가 작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구과소 지역의 국토와 자원을 잘 관리하는 것도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또 다수대표제는 오로지 다득표자 한 명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현장에서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의미있는 득표가 나와도 그 표는 모두 사표가 되는 불균형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0여년간 매 선거마다 득표율을 보면 지역주의는 영호남 모두에서 매우 의미있게 완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 의미있는 득표가 대표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제도가 제안되었지만 그 중에 가장 의미있는 것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지역을 인구수가 아니라 국토와 자원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권역별로 지역을 대표하는 비례의원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각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권역비례의석을 배분하므로 지역구도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제도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현행의 비례대표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지역대표성을 강화한 상원을 두어 지역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개헌도 고민할 시점이다. 비례대표제를 두고 병립형이나 연동형이냐로 여야 모두 계산이 치열하다. 그러나 지금은 고차원의 정치적 방정식이 아니라 지금 한국사회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단순하고 명확한 산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도연 (원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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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3 15:06

[금요수필] 인생은 아름다워라

늦가을의 길목에서 세차게 바람이 불어온다.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이더니 어느새 아침부터 눈발이 내리기 시작한다. 마음 한 곁에는 첫눈의 반가움으로 어디론가 마냥 떠나고 싶은 하루이다. 얼마 전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통원 치료를 하던 중에 문득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항상 바쁜 일정으로 인해 숨 가쁘게 살아온 삶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동안 브레이크가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늘 여유 없이 바쁘게 그 무엇이 앞만 보고 달리게 했을까? 그건 끊임없는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야만 했던 나만의 욕심이었을까? 자신에게 되묻곤 한다. 그동안은 끝없는 열정 하나로 정상을 향해 살아왔다. 학위를 받기 위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논문을 쓰고 새로운 학문과 목표에 몰두하며 살아온 삶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들이 잘 살아가고 있는 건지? 회의감으로 시간과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주말인 오늘 여행을 가기로 하였다. 몸도 좋지 않은 상태여서 온천 있는 곳을 향해 훌쩍 가족과 함께 떠났다. 드라이브 삼아 가는 산자락에는 울긋불긋했던 단풍들이 마지막 가을 인사를 하느라. 바람결 가지 끝에 매달리어 퇴색된 빛깔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남원과 곡성을 지나 이십여 년 전에 가보던 여행길은 마냥 반갑고 설레었다. 그곳은 온천지로 매우 유명한 곳이어서 수 많은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로비에 있는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하고 리조트인 숙소에 짐을 풀기 위해 먼저 우리는 올라갔다. 로비에 내려오니 경상도 사투리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관광버스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좋은 여행지에 온것 같아 우리도 마냥 즐거웠다. 그때, 어디선가 “교수님” 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몇 년 전에 졸업한 제자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친구는 내가 매우 사랑하고 아꼈던 제자였다. 그 친구 고향은 대구라고 기억된다. 늘 잊지 않고 스승의 날이면 인사를 하려고 찾아온 제자였기에 더욱 기뻤다. 제자도 가족과 함께 왔다고 하여 부모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참으로 인연이란, 묘하기도 하다. 그 제자는 가정의 어려움으로 학교를 중퇴해야만 될 사정이었으나 그녀를 설득하여 개인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여 4년의 대학을 잘 마치고 대구에서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한 인연으로 그 제자와는 자주 연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득, 수필가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 생각이 난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피천득 선생님은 인연의 깊은 뜻을 심오하게 글로 표현하는 걸 보니 역시 대단한 수필가라는 생각이 든다. 제자는 다음에 찾아뵙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족들과 인사를 뒤로하고 헤어졌다. 참으로 그 제자가 잘되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이다. 그의 미래를 위해 내가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도 좋은 인연의 끈을 맺고 싶다. 일 층에 내려와 창가에 앉아 있노라니 새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축복처럼 내리는 첫눈이다. 올해 처음 보는 눈을 여행지에서 보게 되니 마음이 포근했다. 열정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이었지만, 그 제자를 만나게 된 오늘 생각해 보니 얼마나 보람되고 뜻깊은 길을 걸어왔는지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고 싶다. 나 자신을 어루만질 수 있는 감성적인 여유의 시간이 되는 것 같아 너무도 좋은 여행이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하게 있었지만, 맛을 보지 않아도 정신적인 포만감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동안 정도의 길을 걸어온 내 삶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눈이 내리는 날에 ‘인생은 아름다워라!!’ 영화라도 한편 보아야겠다. 소박하고 소소한 행복을 위해 인생을 살아간다면 그보다 더한 아름다움이 어디 있겠는가. △이종순 수필가는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 신인상 부문에서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는 현재 '전주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 및 원장으로 근무하며 우석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겸임교수와 호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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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30 17:25

세밑 '나눔 천사'

세밑 어려운 형편에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선행 기부 소식이 우리에게 묵직한 감동을 준다. 매서운 한파보다 더 무서운 불경기 때문에 이웃 사랑의 온도가 크게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팍팍한 살림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꼬깃꼬깃 아껴둔 돈을 더 어려운 이웃에 써달라고 쾌척한 이들의 뉴스는 이웃 사랑 그 자체다. 특히 연말이면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소외되고 사회 그늘진 곳에서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맘 때면 불우이웃 성금이나 복지시설 위로 방문 기사를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 일원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길거리 구세군 자선 냄비라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훈훈한 마음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지난주 전북일보(24일자 5면)에 실린 1000원짜리 지폐 100장과 함께 평생 모은 4000만원의 기부를 통해 이웃 사랑을 실천한 기초생활수급자의 얘기가 가슴 한켠을 시리게 했다. 생계비 지원을 받는 그들은 넉넉지 못한 생활 속에서도 자기보다 처지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익명으로 기부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해줬다. 지난달 17일에는 기부 문화의 새 지평을 열어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의 전북 지역 100호 가입이 화제를 모았다.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들이야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과 함께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를 힌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부자 대명사는 ‘얼굴 없는 천사’ 다. 지난 2000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4년째 남몰래 선행을 이어와 귀감이 되고 있다. 그의 선행을 기리며 만들어진 전주 노송동 천사 마을의 ‘천사 길’ 도 벽화를 통해 아름다운 기부를 널리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10억에 가까운 기부를 통해 7천여 가정에 현금, 쌀, 연탄 등을 나눠주고 저소득층 자녀의 장학금으로도 쓰인다. 언론에서도 그의 실체를 알아내고자 무진 애를 썼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해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동네 주민들은 해마다 10월 ‘천사 축제’ 를 개최해 얼굴 없는 천사의 나눔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경찰관 ‘간식 선행’ 이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지난 9월 이 학생은 어머니와 함께 1년간 모은 용돈으로 과자와 떡 음료수 그리고 손 편지가 담긴 쇼핑백을 인근 파출소에 전달했다. 우리 마을 안전 지킴이로 그동안 불철주야 고생한 이들에게 고마웠다는 편지 내용이 경찰관들을 더욱 흐뭇하게 했다. 이처럼 기초생활수급자와 초등생처럼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통해 어려운 이웃과 함께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기부다. 기업 이익을 사회 환원하는 차원의 재벌과 대형 법인의 수억원 대 기부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최악의 경제난 속에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후원금과 기부가 줄었다는 소식이다. 훈훈한 이웃 사랑 기사가 신문 지면에 가득찼으면 하는 요즘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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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1.30 15:57

가을에는 서둘러 가을의 일을 끝내라

단풍은 지고 천지간에는 쇠락과 소멸의 예감으로 가득 찬다. 곧 북풍의 계절이 다가온다. 한해살이풀들은 시들고 꽃대는 바스라지고 줄기는 바짝 마른 채 서걱거린다. 한해살이풀들은 씨앗을 떨군 채로 혹한을 견뎌내고 이듬해야 다시 꽃망울을 맺고 여린 잎을 피워낼 테다. 들에는 미처 거두지 못한 배추들 잎이 얼고 물러서 땅에 달라붙는다. 밤에는 어린 고라니들이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울어댄다. 어린 고라니들은 태어나서 처음 맞는 추위에 잔뜩 겁을 먹은 것이다. 봄여름은 만물이 싹을 틔우고, 뻗고, 피우고, 자라는 계절이다. 녹음은 울창하고 뭇 생명들은 번창한다. 밤엔 저 광활한 우주에서 날아온 별똥별이 공중에 빗금을 그으며 반짝하고 타오르다가 꺼진다. 전기 누전으로 불꽃이 튀듯 찰나로 반짝하다 이내 사라지는 것, 그게 우리 생이 아닌가? 네가 갈망하는 것을 거머쥘 수 없다면 오직 가질 수 것과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을 갈망하라! 뜨겁게 갈망하고 죽을 듯이 꿈 꿔라! 네 생명이 불타오르게 하라! 이것은 우리 생의 숭고한 명령이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고 좌절하더라도 포기하지 마라. 가을에는 시작보다 끝이 더 많아진다. 더는 헤매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건 허락되지 않는다. 가을철이면 어머니는 혼자서 배추 쉰 포기를 소금물에 절이고 속을 채워 김장을 담그셨다. 그 김장김치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먹을 한 해 양식이었다. 붉은 석양이 번질 무렵 김장을 마친 어머니는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눈이 오려나 보다. 어머니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말에는 어머니가 스스로의 수고에 보내는 위로의 뜻이 담겼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우리는 김장을 담그지 않는다. 김장은 가을의 의례였는데, 그게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만큼 삶의 보람과 기쁨은 줄고 가슴에 허전함은 커진다. 이 계절은 벗들과 수다를 떨고, 음식을 먹고 술잔을 높이 들며 흥겨움에 도취할 때가 아니다. 너는 집으로 돌아가 숙고의 시간을 품어야 한다. 지금은 침잠의 계절, 기도의 계절, 은둔의 계절이다. 주말의 수도원을 찾아가 묵상과 기도로 충만한 시간을 가져도 좋다. 올해 오랜 우정이 깨져 등진 벗들은 몇이나 되나? 그동안 너의 잘못으로 지키지 못한 약속은 없었는가? 무심코 뱉은 말로 남에게 상처 준 일은 없었는가? 뇌우와 바람을 뚫고 자나가던 날들은 흘러갔다. 가을엔 쓸쓸함과 고적함이 번성한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서둘러 가을의 일들을 끝내야 한다! 이 가을은 두 번 반복하지 않을 것임으로. 밤은 저만치에서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너도 나도 저 아가리를 향해 걸어간다. 생자필멸이란 단 하나 생의 진리다. 죽음이란 마른 잎처럼 바삭거리는 것. 우리는 가을의 언저리에서 쇠락하는 것들을 통해 그 진리의 한 조각을 엿볼 수가 있었다. 파랑새를 찾아 헤맸으나 그것은 우리 손 안에 있는 것임을! 인생은 뒤돌아 볼 때 이해되지만, 인간은 앞을 향해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는다. 아직도 너는 슬프고 외로우냐? 우리 모두 다 그렇다. 네가 가진 슬픔과 고독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양식이다. 이제 슬픔을 거두고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으리라. 생의 고마움을 노래하자. 봄마다 모란과 작약이 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것, 사랑하는 이의 어깨에 다정하게 두를 팔을 가졌다는 것, 우정을 나눌 벗을 가졌다는 것, 이 녹색별에 와 살 수 있는 생명을 얻은 것, 한 생을 잘 살다 떠날 수 있다는 것, 잃은 것도 있지만 늘 얻은 게 더 많았다는 것. 오, 이 생에 감사해! 우리에게 남은 가을은 곧 끝난다. 너는 가을의 남은 일들은 다 끝냈는가? 곧 진눈깨비 내리치고 삭풍이 분다. 밤은 깊고 길게 머문다. 폭설이 퍼붓는 밤엔 두터운 눈구름에 가려서 별들을 볼 수가 없다. 혹한으로 모든 게 얼어붙는 밤에는 먹잇감을 구하려고 인가까지 내려온 야생동물도 두엇 생겨난다. 추위로 오소소 팔뚝에 소름이 돋는 아침, 하얀 눈밭에 상형문자처럼 찍힌 너구리와 오소리들의 발자국들이 남아 있을 테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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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30 15:01

세계박람회와 K문화

“또 싸이야? 그런데 저 노래랑 엑스포가 대체 왜…?” 늦은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밤, TV를 켰더니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최종 발표가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첫 타자로 나선 우리나라를 비롯해 흥미진진한 발표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이게 웬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사들의 발언에 이어 마무리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영상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K-pop 스타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이 차례로 나와 슬로건을 외쳤고 말미에는 싸이와 이정재가 나오며 마무리됐다. 영상을 보고 난 첫 감상은 당혹스러움이었다. 한국과 부산의 매력, 특히 우리나라의 문화를 어필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대체 왜 연예인들이 나와 별다른 내용도 없는 구호를 외치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을까. 오늘(11월 29일)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들려온 뉴스는 세계박람회 뉴스였다. 어젯밤에 짐작했던 대로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에 실패했던 것이다. 언론에서는 부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 ‘석패’를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결국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인가’ 하는 생각에 기사를 읽던 나는 또 한번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득표수가 4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 결과가 ‘석패’라고? 헛웃음이 나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누구도 이 사태를 책임지고 싶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에 입맛이 썼다. 그리고 몹시 유감스럽게도 이런 모습이 너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안의 크기와 규모만 다를 뿐, 이미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쉽게 보는 행태였던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크고 작은 사업이며, 행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들을 종종 보곤 했다. 그런데 곧이어 또 다른 보도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에 이미 많은 국가들이 사전에 포섭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긴 한숨이 나왔다. ‘오일머니’를 운운하기에 앞서 어제 프레젠테이션만 놓고 봤을 때, 우리나라의 발표와 어필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비해 많이 모자랐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물론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는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박람회 실패에 대한 언급이 부산시와 각 부처, 부산 시민들의 세계박람회 유치에 들인 노력을 무시하거나 비웃으려 하는 의도가 아니다. 또한 유명인,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덮어놓고 비난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세계박람회를 유치할 수 있는 역량과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에서 그러한 전략이 보이지 않고 몇몇 연예인들의 유명세에만 기대려 했다는 것,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문화’가 너무 피상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은 꼭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인지도 높은 연예인들을 기용하는 것도 좋지만 그게 과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꼭 필요한 전략이었을까, 그리고 인지도와 매력은 엄연히 다른 영역인데 이를 혼동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의문이 든다. 10년 전 강남스타일을 왜 꼭 지금에서 틀었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인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었는지는 분석해 보았을까? 단지 강남스타일이 메가 히트곡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지금의 트렌드도 아니다. 모쪼록 이번 박람회를 계기로 어쩌면 그동안 우리 문화의 다양한 매력을 살리기보다는 너무 이미 검증된 인지도에만 목을 매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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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30 15:01

병역판정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에 대하여 자세히 알려주세요.

병역판정검사 대상자의 편의 제공, 병역판정검사에 따른 학업 공백 및 교통비 등 경제적 부담 해소, 병역의무 자율이행 풍토 조성을 위하여 병역판정검사 일자와 장소를 본인이 직접 선택하여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병역판정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취소/변경은 병무청 누리집의 ‘병무민원-병역판정검사-병역판정검사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에서, 병무청 앱에서는 ‘민원서비스-병역판정검사-병역판정검사본인선택(신청)’에서 가능합니다. 본인선택은 주소지 지방병무청의 병역판정검사기간 중 검사받기를 희망하는 일자의 1일 전까지 할 수 있습니다. 주소지와 실거주지의 관할 지방병무청이 다른 학생·학원수강생·직장인·부모 및 형제자매 주소지 거주자 등인 경우에는 실거주지 관할 지방병무청 선택이 가능합니다. 본인선택 취소는 본인선택한 병역판정검사일 35일 전까지 가능합니다. 취소를 제한하는 경우는 본인선택한 병역판정검사일 35일 전부터 1일 전까지 취소하고자 하는 경우, 실거주지 관할 지방병무청을 선택한 사람의 주소지 관할 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가 종료된 경우, 지방병무청장이 일시 및 장소를 정하여 병역판정검사 통지를 한 사람이 본인선택으로 일자 또는 장소를 변경한 경우입니다. 또한, 본인선택 일자 및 장소 변경은 본인선택한 병역판정검사일 1일 전까지 공석 범위에서 가능합니다. 본인선택한 사람의 병역판정검사 통지서는 E-mail로 발송되고 별도로 우편 발송하지 아니하며, 병무민원(통지서 조회 및 출력화면)에서도 조회 및 출력이 가능합니다. 병역판정검사 여비는 병역판정검사 당일 발급되는 나라사랑카드 또는 개인 금융계좌로 입금되며, 실거주지 관할 지방병무청에서 병역판정검사를 받을 경우의 여비는 실거주지에서 병역판정검사장까지의 거리를 기준으로 지급합니다. 참고로, 병역판정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은 매년 1월 중에 실시하며 주요 일간신문에 공고하여 안내하고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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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30 15:00

시행 1년 ‘고향사랑기부제’ 과감한 제도개선을

지방재정 확충 및 지역 간 재정격차 완화,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통해 지역소멸 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전국 각 지자체들은 올 1월 본격적인 제도 시행 전부터 답례품 선정과 홍보에 공을 들이며 기부금 유치 경쟁에 나섰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자체에 연간 500만 원 이내에서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소정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어려운 지방재정에 도움을 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법률이 제정됐고, 정부에서는 올해 대국민 공모를 통해 ‘고향사랑의 날(9월 4일)’을 선정하고,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특히 지자체장들은 자매도시나 인접 도시에 기부금을 서로 전달하는 ‘품앗이 기부’까지 선보이며 기부금 모금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제도 시행 첫해, 각 지자체의 기부금 모금 실적은 기대에 한참이나 못 미쳤고, 지자체 간 격차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를 내지 못한 상당수 지자체가 모금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정확한 통계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쨌든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가 연말까지 올 목표액을 채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 지자체가 잔뜩 기대했던 고향사랑기부제가 당초 취지를 살리기 어렵게 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각종 규제를 풀고 기부 창구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은 제도 시행 초기부터 현장에서 꾸준히 나왔다. 기부 주체와 홍보 및 모금 방식 제한, 기부금 상한액 등 제도 활성화에 걸림돌이 많다는 것이다. 제도 시행 이후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현재까지 16건이나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률 개정안의 내용은 주로 기부금 상한액 폐지 또는 완화, 법인 기부 허용, 모든 매체를 활용한 홍보 허용, 거주 지역 기부 허용 등이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고향사랑기부제에 전국 각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시행 첫해부터 그 취지를 살리지 못했고, 제도의 문제점만 부각됐다.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기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기부자에 대한 혜택도 늘려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30 13:12

새만금 투자기업 성패 SOC에 달렸다

새만금 일대에 유력한 기업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지난 수십년간 볼 수 없던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지난해 7월 전북도 민선 8기가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무려 82개 기업과 10조 591억원 규모 투자협약(MOU)을 맺었다. 이차전지 산업 집적화가 이뤄진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며칠전 LS MnM이 1조1600억원을 들여 이차전지 소재 공장 건립을 공식화했고, 앞서 LG화학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앞다퉈 조 단위 투자를 하고 있다. 수도권조차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첫 과제로 꼽는 가운데 허허벌판이나 마찬가지인 새만금에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투자한다는 것은 경천동지할 일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초우량 대기업들이 앞다퉈 들어온다는 것은 날로 쇠퇴해가는 전북에 한가닥 희망을 주는 낭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매우 엄중한 과제가 앞에 놓여있다. '새만금 SOC' 확충이 어떻게 되는가 하는게 관건이다. 단순히 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얼마나 빨리 기반시설이 갖춰지는가 여부에 새만금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전북 지역사회만의 문제도 아니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운영 책임자들이 밤을 설쳐가면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전세계는 지금 유력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단지 세금을 좀 깎아주거나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일이다. 정부 수반들까지 나서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 환경, 노동은 물론, 교육, 복지, 건설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친기업 모드로 가고있다. 하지만 새만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삭감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예산 복원 우선순위를 공항은 일단 제외하고 항만과 도로부터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정부는 특히 새만금공항의 속도조절론을 내세우고 있다. 쉽게말해 당장 급하지 않으니 새만금공항은 투자를 좀 미루자는 얘기다. 안될 말이다. 수십년간 논란만 거듭해온 사안을 또다시 정쟁거리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이미 정부의 새만금 SOC 적정성 재검토로 새만금 국제공항의 내년도 착공은 물 건너갔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공항 적정성 재검토, 예산 삭감이 '공항 백지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까지 나돌돌고 있다. 새만금공항은 물러설 수 없는 절대절명의 과제임을 재삼 강조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30 12:23

전북, '에코힐링 1번지'로 도약하자

전북도가 산림자원을 활용한 생태관광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산림복지 인프라를 현 269개소에서 2027년 503개소로 확대해 '에코힐링 1번지'로 발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국비 1406억원 등 총 4900억원이다. 전북은 어느 곳보다 산림자원이 양호한 곳이다. 지리산을 비롯해 덕유산, 변산반도, 내장산 등 국립공원만 4곳에 이르며 대둔산, 모악산, 마이산, 선운산 등 도립공원 4곳, 강천산, 장안산, 위봉산성 등 군립공원 3곳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풍부한 산림자원을 활용해 생태관광이나 산림복지, 산림치유에 나선다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차질없는 추진으로 전북이 명품 ‘에코힐링 1번지’로 도약했으면 한다. 전북도는 생애 주기별 산림복지 인프라 확충을 기조로 출생기·유아기 산림체험, 청소년·청년기 산림교육, 중·장년기 산림휴양, 노년기 산림복지로 분류해 추진키로 했다. 출생기·유아기 산림체험 인프라와 관련해 지방·민간정원과 치유의 숲, 유아숲체험원 등을 현 29개소에서 80개소로 늘리고 청소년·청년기 산림교육과 관련해서는 산림레포츠시설, 산림교육센터, 목재문화체험장 등을 현 6개소에서 11개소로 확대키로 했다. 또 중·장년기 산림휴양 인프라는 자연휴양림, 산림욕장, 숲속야영장, 국립등산학교를 현 35개소에서 46개소로, 노년기 산림복지 인프라는 도시숲, 수목장림 등을 현 62개소에서 174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숲 면적이 넓은 나라다. 1988년 자연휴양림이 도입되고 2010년대 들어 숲을 복지, 특히 국민건강과 행복자원으로 쓰자는 개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지리산 둘레길, 백두대간 트레일 등 국가숲길이 지정되고 맨발걷기 열풍과 산림치유도 각광받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 숲길 2㎞를 30분간 걸으면 사고력과 이해력 등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고혈압·우울증 환자도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효능을 발휘한다는 점이 입증됐다. 더구나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산림치유는 갈수록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와 연계돼 신성장산업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는 도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산업과 연결시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9 16:50

꿋꿋한 노력이 미래를 보장한다

그래도 계속해라! 가능할지 누가 아는가?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며 이러한 말을 남겼다. 물리학의 대가로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전문적인 교육의 기회도 가져보지 못한 채 어렵게 공부했다. 그러나 한 분야에서 꾸준함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결국 물리학계의 존경을 받는 학자가 되었다. 지난 50여년 한국 방위산업의 성장 과정을 짚어본다. 197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하면서 국내 방산육성은 시작되었다. 소총 한 자루 스스로 만들지 못하던 시절,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이 시작되었다. 80년대 초반까지 ‘군수조달에 관한 특별조치법’ ‘방산원가제도’ 등 방산육성에 관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고, 국내 방위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였다. ADD가 기술 개발을 전담하고 방산업체가 생산하는 수직적 협력구조로 출발한 방위산업은 90년대와 2천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국내 방산업체의 기술력과 제조능력이 급성장을 거듭하였고, 마침내 2006년 방위사업청 출범과 함께 국과연과 방산업체간 수평적 협력구조를 정립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 방산업체 스스로 선제적으로 주요 핵심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품질관리에도 집중하며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국내 방위산업은 작년 방산 수출액이 170억불을 상회하여 수주액 기준으로 세계 5위내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5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사이에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하던 나라가 지·해·공 모든 분야의 첨단 무기체계를 생산하고 수출까지 하는 방산 선진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사례이다. 이러한 성장과정에서 만났던 질곡은? 린다김 사건, 통영함 비리 등으로 대표되는 방산비리였다. 소수의 부적절한 일탈로 발생한 방산비리는 방산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방산 종사자들 전체에게 부과되는 가장 큰 짐이었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 이후 통영함 비리 등 방산비리가 국민적 우려사항으로 부각된 이후 방산분야는 비리가 있다는 전제하에 저인망식 수사 감사가 진행되었다. 당초 해외 도입과정에서 발생했던 통영함 비리로부터 시작하여 국내 연구개발 사업의 대부분의 사업에 대한 비리를 캐는 수사 감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도 방산비리로 매도되었고, 방산분야 종사자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극한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도 우리 방산 종사자들은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K-방산이라는 찬사를 이끌어 낸 것이다. 지난 하반기부터 전북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많은 도전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예기치 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과연 전북도에서 신기술 중심 연구와 방산 전문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지난 여러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북도는 지자체 고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그리고 꾸준하게 새로운 영역에 씨앗을 심고 있다. 곧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결실을 맺으리라 기대한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인 것처럼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고 성공하는 비결은 일관적인 정책, 수미일관하는 자세 외에는 없는 듯하다. 온 힘을 다해 행동하고 실천하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정신, 전북도에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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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9 15:45

금융사 ‘횡재세’ 도입으로 고금리 피해 지원해야

윤석열 정부 들어 특이한 현상은 정부‧여당의 그냥 던진 주장을 민주당이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 건이 있다. 지금까지 의사 수를 늘린다는 발표 외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을 알고서 일찌감치 환영 의사를 밝히며 의대 정원 확대가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과 지역에서 복무하는 ‘지역의사제’ 그리고 의대가 없는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대안을 바로 제시했다. 다음으로 최근 뜨거운 ‘횡재세’ 논쟁이다. 코로나 이후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인상하여 고금리 시대를 맞았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국민, 생계형 자금을 빌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금리 부담으로 숨이 막히는 한편, 금융사는 역대급 이자수익을 가져갔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44조 2,000억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조 6,000억을 더 벌어들였다. 금융사의 ‘횡재’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월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의 대출 상환을 “은행 종노릇”에 비유하며, 은행의 초과 이익을 질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는 구시대의 잔재인 ‘관치’ 대신 국회에서 제도화하는 ‘법치’를 제시했다. 금융회사 순이자이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넘기면, 초과 금액의 최대 40%를 기여금으로 내는 한국형 횡재세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법안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의원이 초당적으로 참여했다. 민주당이 횡재세법을 발의하자 금융당국은 서둘러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불러모아 상생을 설파했다. 정부의 상생금융은 법적 근거도 불명확하며, 새로운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고금리 피해 대책으로 미흡하다. 이와 달리, 민주당의 횡재세는 은행 등을 대상으로 부담금 기준을 정해 금리상승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직접 지원하는 법안이다. 횡재세 대표 발의 이후 금융당국과 언론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국가의 개입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부정하고 시장의 실패를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으로 정부의 보호와 지원으로 성장했고, 1997년 외환위기 때는 86조 8,768억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은행권에 투입했다. 횡재세는 금융사의 혁신과 경쟁으로 취득한 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무관하게 얻은 이익 일부를 공익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미국 ‧ 영국 ‧ 프랑스 ‧ 캐나다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한 검증된 제도이며, 우리 국민 70% 이상이 찬성하는 국민적 요구와 지지가 담긴 법안이다. 권력을 행사해 은행의 팔을 비트는 방식은 오래 갈 수 없고 국민의 동의를 얻지도 못한다. 민주당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초과이익을 환수해서 고금리 피해자를 돕자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에 촉구한다. 고금리 피해 국민을 지원하고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횡재세를 신속히 추진하자. /김성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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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9 15:45

전북 정치 독립선언과 자강

전북은 오랜 세월 호남권으로 묶여오면서 국가 예산 배분에서 광주·전남에 이어 둘째 취급을 받아 왔다. 균형발전 전략에서도 독자 위상을 갖지 못하고 종속변수였다. 중앙정부나 광주·전남권의 이해타산에 따라 호남권 편입, 독자권 설정을 반복하며 발전 방향이 휘둘렸다. 대표 사례가 새만금. 새만금 기본계획은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었다. 김영삼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여섯 차례나 바뀌었는데 윤석열 정부도 새만금 예산을 삭감하며 기본계획까지 변경하겠다고 나섰다. 그 결과 도민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됐나. 이 지면에 마음 아픈 통계를 열거하고 싶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21대 대선에서 전북의 삼중 차별을 지적해서 주목을 받았다. 수도권과 영남권 대비 차별과 호남권 내에서 차별. 호남권 내 차별은 전북 정치권이 알고 있으면서 쉬쉬했던 사항인데 에두르지 않고 지적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과연, 이재명답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전북의 가장 큰 이슈는 내년 1월 출범할 전북특별자치도. 이 명칭의 저작권자는 이재명 대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대표는 삼중 차별을 극복할 대안으로‘새만금-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겠다고 공약하며, “4차 산업 혁명과 탄소중립 시대에 그린 뉴딜과 에너지 전환의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라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가. 호남권에서 분리된다는 것은 전북이 독립과 자강을 선언하는 의미이다. 전북이 하나의 주체로 우뚝 서서 독립해 나가고,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호남으로 묶여 있으면 전북이 애써 노력하지 않더라도 몫을 배분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호남이라는 울타리를 걷어내면 그 안에 있을 때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거친 세상을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힘이 없으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이다. 결국, 특별자치도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전북 정치다. 전북이 저성장과 지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데 전북 정치가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했지만 전북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 어느 토론회에서 전북 출신 서울 국회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예산을 주고 싶어도 (전북에서) 가져오는 것이 자잘해서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독립은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고, 자강은 그 힘을 스스로 키우는 것이다. 그동안 전북은 중앙이 획일적으로 배분해 주는 토목과 건설 위주의 예산과 개발사업을 가져와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법에 주력했다. 한국 경제가 첨단 산업 시대로 넘어가면서 이제 그런 방법은 더 이상 성과를 내기 힘들어졌다. 중앙의 시혜성 사업에 목을 맬 수도 없다. 특별자치도가 성공하려면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성장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누가 그 역할을 할 것인가. 전북 정치다. 전북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설계하여, 장기간에 걸쳐 수행할 수 있는 혁신역량을 키워나가는 데 정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성공한다. 특별자치도가 출범하는 2024년에 총선이 있다. 전북의 대표로 나선 후보들은 윤석열 정부 심판에서 더 나아가 국가, 중앙정부, 중앙당을 활용하여 전북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전북 시각에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그 관점을 바탕으로 전북 스스로 발전계획을 세우고 국가 예산과 전북의 몫을 당당하게 외칠 용기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최형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사)기본사회 전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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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9 15:44

전주상공회의소의 각서

각서(覺書)란 어떤 일에 대한 의견이나 약속을 상대편에 전달하거나, 서로 확인하고 기억하기 위하여 적어 두는 문서를 말한다. 구태여 각서란 표현을 쓰지 않고 노트나 메모 형식으로 만든것도 흔히 각서라고 부른다. 사람의 한마디는 천금의 무게를 갖는 것이기에 서로 신뢰한다면 말로 하는 약속으로 충분하지만, 훗날 사정이 바뀌면 얼마든 이를 뒤집을 수 있기에 사람들은 문서 형식을 갖춰 분쟁의 소지를 없게 하는가 보다. 국내 정치사에서 굵직한 각서 파동을 몇가지 들어보자. 먼저 1962년 말 작성된 그 유명한 ‘김・오히라 메모’. 이는 김종필 당시 중앙정보부장과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일본 외상이 한・일협정 체결을 앞두고 대일 청구권 규모를 ‘무상 3억달러, 유상차관 3억달러, 민간차관 1억달러 이상’으로 타결한 것이다.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서 알 수 있듯 반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도 한일 문제가 불거질때마다 등장하는게 바로 이 메모다. 시간이 한참 흐른뒤 1971년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신민당 전당대회때 인동초 DJ는 소석에게 각서 하나를 써준다. 2차 결선 투표 직전 ‘다음 당수 선거 때 이철승을 민다’는 각서를 써주고 이철승계 표를 흡수했다. 결론은 김대중 458표, 김영삼 410표로 YS 대세론을 무너뜨린 대역전극이었다. 하지만 훗날 DJ는 중도통합론을 주창한 이철승 대신, 선명야당의 기치를 내세운 YS를 지원, 결과적으로 소석은 당권장악에 실패한다.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세 사람은 3당 합당 과정에서 1년 이내(91년 5월) 내각제로 개헌하는 데 합의하는 각서를 만들고 극비에 부쳤다. 하지만 정계 실력자 몇명만 아는 극비 각서는 합당 4개월만에 언론에 등장했고 결국 내각제는 없던 일이 됐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각서는 종종 등장한다. 유력 후보들간에 “차기 공천은 당신에게 양보한다”는 각서를 공유했는데 다음에 이를 근거로 양보를 요구하자 “공개된 각서는 그 순간 효력을 상실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백지화 한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전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요즘 지역사회에 각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윤방섭 전주상의 회장은 법원의 결정으로 ‘회장선출 및 의원선거결의 무효확인’ 본안판결이 나올 때까지 모든 업무에서 배제돼 한동안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결국 최종 판결까지 갈 경우 전주상의는 장기간 파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는데 이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윤방섭 회장과 김정태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합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최대 핵심은 윤방섭 회장의 직무복귀와 김정태 수석부회장이 차기 전주상의 회장에 출마할 경우 윤방섭 현 회장이 협조한다는 거다. 그런데 최근들어 윤 회장의 연임설이 확산되면서 각서 백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지역 상공인들사이에 회자되는 각서가 향후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초미의 관심사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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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1.29 15:25

‘산재 전문 공공병원’ 전북에도 건립해야

산업재해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환자를 위한 ‘산재 전문 공공병원’이 전북지역에는 한 곳도 없어 의료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에서 직접 운영하는 산재 전문 공공병원은 전문 의료진과 첨단 의료시설을 갖추고 산업재해 신청부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와 재활, 그리고 산업현장 조기 복귀까지 일괄 지원하는 전문 의료기관이다. 근로복지공단에서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건립 중인 산재 전문 의료기관은 병원 10곳과 요양병원 1곳, 의원 3곳 등 모두 14곳에 이른다. 산재 전문 공공병원은 인천과 경기도 안산, 경남 창원, 대구, 전남 순천, 대전, 강원특별자치도 태백·동해·정선, 울산(건립 중) 등 전국 곳곳에 분포해 있다. 하지만 전북지역에는 산재 전문 공공병원이 한 곳도 없어 지역 산재 환자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인근 대전이나 광주·전남까지 이동해서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전북도가 산재 전문 병원을 익산시에 유치하기로 하고 중앙정부에 국비 지원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비 1250억 원을 들여 내년부터 2027년까지 산재 전문 병원 건립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내년 국비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으면서 2027년 병원 완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전북지역 산재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도내 산업재해 환자는 4460명, 산업재해율은 0.77%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 산업재해율(0.6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게다가 향후 전북도 등 지자체의 투자유치 노력으로 새만금 산업단지를 비롯해 전북지역에 기업이 속속 들어올 경우 산업재해 환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만금산단을 비롯한 도내 산업단지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정주 여건 개선에도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의료인프라의 한 축인 산재 전문 공공병원 유치에 전북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정부도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의료격차 해소 차원에서 산재 전문 공공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전북도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1.29 12:43

전북도 맹탕 조직진단, 뭐하러 했나

전북도가 산하 16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조직진단을 마쳤다.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 '공공기관 조직진단 및 통합매뉴얼 작성 용역'을 맡기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번 용역의 핵심은 '구조 개혁' 즉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의 통폐합이다. 하지만 타 시도와 달리 전북의 경우 통폐합되는 기관은 없었다. 처음부터 통폐합 문제가 배제된 채 조직진단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용역비로 1억8000만원을 들였는데 뭐하러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북도는 이번 용역을 통해 기능·조직·인사·재정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조직진단, 공공기관 표준매뉴얼 마련,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단기과제와 중기과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가장 핵심인 기관 간 유사·중복 기능의 통폐합 논의는 비껴갔다. 전북도는 출연기관 자체가 많지 않고, 분야별로 유사 중복되는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거나 도내 현실을 보면 맞지 않는 얘기다. 같은 도단위 광역단체 중 전남은 20개, 경남은 15개, 충북은 13개다. 시도별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은 대구 6곳, 울산·부산 4곳, 충남 3곳, 경북 2곳, 강원 1곳, 전남 1곳에서 이뤄졌다. 또 광주 4곳과 충남·강원 3곳, 서울 2곳 등이 추가로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를 개선했으면 한다. 첫째, 통폐합이 능사는 아니나 일부 업무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실천해야 한다. 이번 용역에서 전북도콘텐츠융합진흥원과 전북테크노파크의 경우 업무가 중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기관은 조직 규모가 작아 대민서비스 제공이 아닌, 조직 유지를 위한 인력운용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둘째, 시군에서 설립된 기관과 전북도 산하 공공기관 간 기능 중첩 문제다. 전북연구원과 전주시정연구원,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전북도콘텐츠융합진흥원, 시군문화관광재단이 그러하다. 셋째, 내부혁신의 필요성이다. 주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관은 존재 의미가 없다. 또한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지자체장의 선거 등을 도왔다는 이유로 임명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공공기관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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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1.28 17:35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흉악범죄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

현행 형법에서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 금고형을 선고 받은 경우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형법 제42조 및 형법 제72조). 그런데 지난달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인‘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대부분 국가에서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형 제도를 운영하고, 절대적 종신형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운영되는 이례적인 제도이다. 개정안이 국회까지 통과하여 시행되면 앞으로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게 된다. 개정법률의 제안 이유는 “다수의 생명ㆍ신체를 중대하고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여성ㆍ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등 그 죄질이 흉악하고 준법의식과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현저히 결여되어 교화ㆍ개선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범죄자의 경우에는 사회로부터 영구적인 격리가 요구되고, 실제로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가 재범을 저지르고 또다시 수감 되는 사례가 있는 데다 이러한 법 집행의 현실과 국민 법 감정 사이의 괴리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 판결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무기형의 가석방과 관련하여서 그 요건 및 기간 또한 상향함으로써 범죄피해로부터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범죄자에게는 죄질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개정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교화·개선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영구적인 격리가 범죄 피해로부터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확정적인 사실인지에 관한 의문이 든다. 우선 가석방 제도는 20년이 경과하면 의무적으로 가석방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형자가 교화가 불가능하고 재범 위험이 높다면 가석방을 불허할 수 있다. 개정안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가 재범률이 높다면 가석방 심사의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가석방 여부는 형 중에 있는 기결수의 교화·개선가능성에 따라 형 집행 과정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인데 법관이 판결 당시 앞으로의 교화 및 개선 가능성을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 근거가 미비하고, 가석방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형벌의 목적은 응보에만 있지 않고, '교정', '감화', ‘치료’ 라는 점에서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되기 힘들다. 절대적 종신형은 수형자의 교화가능성을 박탈하는데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좌절감이 교도소 내에서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절대적 종신형은 신체의 자유를 다시 향유 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이고, 독일의 경우에는 1978년에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엄벌주의와 중형주의가 강력범죄를 예방할 것이라는 것은 기대감에 불과하고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 실제로 절대적 종신형을 운영중인 미국이 강력범죄 발생률이 낮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범죄의 근본 원인을 찾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아롬 변호사∙민변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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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8 17:34

왕궁리 유적의 가치

익산 왕궁리 왕궁터가 실체를 드러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다. 1400년 역사의 실체에 다가서는 발굴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지난 1989년, 문화재관리국이 백제문화권 유적정비사업으로 왕궁리 오층석탑 주변 유적 발굴조사를 시작하면서다. 2004년 12월, 부여문화재 연구소가 익산 왕궁리 유적 발굴조사 16년을 더해 진행한 정밀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궁성 건물지를 축조하기 위해 기반을 다진 석축, 계단 역할을 하는 월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자리한 후원, 뒷간이 있었던 자리가 온전히 드러나고 새롭게 밝혀진 건물지에서는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궁성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궁성의 내부 구조와 생활공간 등의 흔적을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보여주는 유적의 실체는 놀라웠다. 남쪽 성벽의 중문지, 2기의 석축과 건물지 7동, 배수시설 1기, 와요기 3기 등 13기의 유구가 확인되었고, ‘王宮寺’가 새겨진 명문 기와와 중국 청자 조각과, 철제 솥까지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여러 개 건물지 확인으로 왕궁 내부 공간의 계획적 구획 및 활용방식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졌다. 남쪽 성벽에서 동서 석축까지 일정한 공간 비율로 배치된 석축이 모습을 드러내고 정원석으로 장식된 석축과 함께 장대석 및 자갈로 바닥 면을 만든 출입 시설도 밝혀졌다. 고대 궁성과 관련된 시설의 대지가 어떻게 조성되고 공간은 어떻게 구획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확보되고 궁성의 계획적인 설계와 축조양상이 확인됐다는 것은 발굴조사의 가장 큰 성과였다. 학계는 왕궁터가 백제 시대 왕궁의 어느 것보다도 완전한 형태의 궁성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후 발굴된 유적의 자리와 경계를 재현하는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이어졌다. 오층석탑만을 품고도 단아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갖게 된 왕궁리 유적 경관이 그 결실이다. 덕분에 왕궁리 유적은 어느 사이 많은 사람에게 1400년 전의 역사를 상상할 수 있는 귀한 공간이 되었다. 사계절마다 달리하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광으로도 이름이 높고, 우리나라에서 해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장소로도 꼽힌다. 왕궁의 역사적 가치를 살리는 공간이 조성된다. 왕궁 유적의 역사를 주제별로 만날 수 있는 ‘백제왕궁 금마저 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이다. 올해 초 시작된 세계유산 탐방거점센터 건립과 연계해 왕궁터 인근에 왕이 업무를 보고 생활했던 공간, 백제식 전통 정원, 왕궁 공방과 체험공간 등 다양한 건축물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건축물 없이도 역사적 실체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왕궁터와 그 역사적 의미를 재현하는 건축물의 조화. 이 새로운 시도가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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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11.28 17:34

전북특별자치도 성공 출범은 14개 시군의 역할 정립과 혁신으로부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전북특별자치도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전라북도 임실군이 아닌 전북특별자치도 임실군이 된다. 그동안 낙후되고 소외되었다는 오명을 쓴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나서며 화려한 주목을 받고 있다. 전라북도는 내년 1월 18일이면 128년만에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되며, 그 위상 또한 달라진다.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로서 출범은 전북만의 특화된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살려 ‘새로운 전북, 특별한 전북’을 실현하고 꽃피울 것이라 본다. 그만큼 도민들의 기대감도 부풀어 있다. 자치권이 확보되는 만큼,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행정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며, 이는 결국 전북 도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으로 연결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대했던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이자 역할이다. 주민들과 맞닿아 있는 최일선에서 대민 행정을 펼치는 시군이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다. 이제 지역발전을 위한 전략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전북특별자치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도내 14개 시․군의 자립적인 성장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군에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예산과 인력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하여, 이를 특별자치도에서 지원하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전북특별법은 전북의 자율적 성장과 발전을 견인한다. 이 과정에서 특례라는 이름으로 기존 중앙부처의 권한을 특별자치도에 과감히 이양하고, 중앙부처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강화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도와 시군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14개 시군이 각자 고유한 지역적 특성을 살려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정립하고, 참여를 제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임실 등 동부권 6개 시군은 산악지역으로 둘러싸여 있고, 산림이 70%에 가깝고, 각종 규제로 인해 스스로 발전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전북 서부 내륙권은 새만금 시대에 겨냥해 집중투자와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동부권은 전북 내에서도 균형발전에서 멀어지고 소멸위험지수 또한,매우 높아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된다면 상황이 다르다. 전북특별법 제24조(특례부여 및 지원) 제1항에 따르면 시장·군수가 특례를 요청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특별자치도는 그동안 못했던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도민들에게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시대’는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찾아내고 지역발전 전략을 마련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하나의 틀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때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배가 순항할 수 있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의 규제로 시행하지 못했던 것을 지역발전전략을 특별자치도법 시행을 통해 지원하고, 지속가능한 자치 재정 확보를 위해 지방교부세와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계정 등 자주재원의 안정적인 확충 등 특별자치도에 권한과 힘을 실어주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전북특별자치도가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이 금년 내에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어야 하며, 500만 전북도민의 한결같은 염원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전라북도와 14개 시군이 힘과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시군이 잘사는 것이 결국 전라북도가 잘 사는 것이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앞당기는 것이다. 새 출발을 하는 전북특별자치도가 지방소멸을 극복하고, 지방화시대를 활짝 피울수 있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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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8 17:34

민주당 선택을 자꾸 망설이게 하는 이유

민주당의 전북 지지세 열기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선거의 승부처는 매번 캐스팅 보트를 쥔 수도권의 민심 향배다. 이 지역 인구가 2500만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절반을 넘어 그 파괴력은 짐작이 된다. 지난 2020년 총선 때도 민주당이 수도권 121석 중 103석을 휩쓸어 의회 권력을 거머쥐었다. 원래 강세 지역인 전북을 포함한 호남에서 압승을 거둔다 해도 국민의힘 우세인 TK를 비롯한 영남권의 의석수와 비교하면 크게 밀린다. 이 같이 불리한 지역 구도 상황에서 총선을 불과 5개월 여 앞두고 수도권 민심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콘크리트 지지층마저 심기가 불편한 건 이른바 개딸 때문이다.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이들의 극단적 공격 성향의 행태는 민주당의 우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과거 ‘바보 노무현’ 과 함께한 노사모 역할과 크게 대비된다. 당선이 유리한 지역구를 마다하고 험지로 뛰어들어 패배를 감수하는 그의 도전 정신과 희생이 국민들을 감동케 했다. 수 읽기에 능한 정치권에선 좀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바보라 불렀다. 그의 지역 장벽을 뛰어넘고자 했던 순수한 열정이 지지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런 노사모와의 아름다운 동행에 뜻을 같이한 블특정 다수의 결집된 에너지가 결국 대통령을 만든 셈이다. 이에 반해 적대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이재명 지키기에만 올인하는 개딸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들이 지금과 같은 홍위병 역할을 하면 할수록 이 대표와 국민과의 괴리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자칫 그들의 비뚤어진 사랑이 되레 당 표심 확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쉽게 통제할 수 없는 그들의 폭주에 친명 지도부는 난감한 처지다. 마치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명-비명간 갈등을 부추기거나 묵인하는 걸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을 찾아 테러 협박성의 낙선 운동은 물론 전화 폭탄과 함께 심지어는 섬뜩한 플래카드를 통해 지역구를 떠나라고 겁박한다. 실제 이들 지역구는 이미 친명을 자처한 원외 위원장들이 도전장을 내고 개딸 눈치를 살피는 상황이다. 얼마 전 출범한 총선기획단을 두고도 친명 색채가 강하다며 반발 기류가 여전한 데다 이젠 개딸의 여의도 입성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금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를 위한 것이 진정으로 어떤 길인지 그들 스스로가 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여야 지지층이 극단적으로 갈라진 현 정치 구도에서 30% 가까운 중도층과 무당층 표심은 승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전통적 지지 기반인 호영남의 묻지마식 투표 성향은 당장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건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으로 당이 오만불손하다고 비춰지는 것이다. 최근 당 일각에서 터져 나온 ‘총선 200석’ 발언이 대표적이다. 강서구청장 승리 이후 몸 사리기 모드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 같은 돌출 발언은 이미지 관리에 악영향을 끼친다. 여성 비하 ‘암컷’ 발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발언 그 자체도 충격이지만 당내에서 즉각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점이 더 큰 충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해찬 전 대표가 ‘20년 집권론’ 을 꺼냈다가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뼈아픈 흑역사가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지금의 흐름은 오락 게임 ‘두더지 잡기’ 처럼 구멍에서 튀어 나오면 누구든지 망치를 맞게 돼 있다. 몸을 낮추는 것만이 살 길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11.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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