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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혈액원과 헌혈 전도사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1970년대에는 라디오에서 정규 방송 도중 간간히 이런 뉴스가 흘러나왔다. “∼병원에서 위급한 환자가 긴급히 Rh 마이너스 O형 혈액을 필요로 합니다. 해당 혈액형을 가지신 분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크고작은 사건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응급환자는 선의의 헌혈자로 인해 생명을 구하곤 했다. 세월이 좀 흐른 1980년대에도 사정은 비슷했는데 특히 TV자막을 통해 비슷한 유형의 호소가 이어지곤 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헌혈자를 구한다는 호소문이 난무하지 않을뿐이지 요즘에도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선의의 헌혈자가 없는 한 응급환자 치료에 필수불가결한 혈액은 만성 부족상태다. 지난달말 현재 기준 혈액 보유량은 전국적으로 5.8일분, 전북은 5.3일분에 불과하다. 만일 혈액보유량이 1일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보건복지부는 ‘심각단계’로 분류, 지속출혈이 있는 환자나 응급수술 환자, 수혈없이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 중환자 치료중인 암환자등에게만 우선순위를 두고있다. 일반인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실 이름없는 헌혈전도사들이 우리 사회에는 제법 많다. 송태규 시인(전 원광중고 교장)은 가족 헌혈 횟수가 무려 700회가 넘어 유명한 헌혈전도사이자 헌혈명문가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영진 원광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오창석 한솔케미칼 경영지원팀장, 김병호 전주신흥고 교장 등도 상상을 초월하는 헌혈 기록을 지닌 명실공히 ‘헌혈전도사’들이다. 전북도 강영석 국장의 경우 직장내에 헌혈동아리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헌혈운동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장 앙리 뒤낭이 제창했던 적십자 운동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헌혈은 사실 인도주의의 발로, 그 자체다.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원장 강진석)은 지난 10월 4일 전북도와 함께 전북도민 헌혈의날 선포식및 헌혈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 받으면서 타 시도에서도 잇따라 헌혈의날 선포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헌혈 직업군 분류에서 고교생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학교에서 단체로 하는 것은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반면, 개인헌혈은 봉사활동 실적에서 제외, 헌혈 인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향후에는 고교생의 헌혈 전체를 봉사활동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함에따라 향후 심각한 혈액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 지역보건 향상을 위해 시민들이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때마침 오는 26일 오후 2시 전북대에서는 의미있는 행사 하나가 열린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헌혈의집 전북대 한옥센터가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 한옥센터는 전국 첫 사례라고 하는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헌혈운동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 올 11월말 현재, 전북의 헌혈 횟수는 총 9만742건이다. 수백번씩 헌혈을 한 이들의 희생정신은 두말할 나위없이 소중하지만, 한 사람의 백보 보다는 백사람의 일보가 더 가치가 있고 효과가 있는게 바로 헌혈이다. 청룡의 해인 갑진년 새해 전북에서 헌혈 횟수 10만 건을 당당히 돌파하길 간곡히 소망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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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2.20 14:28

전주한지 세계화, 생산기반 대폭 확대해야

전통문화도시 전주는 ‘한지(韓紙)’의 본향이다. 전주천·소양천의 깨끗한 물 등 유리한 지리적 입지와 숙련된 제조기술, 그리고 인근에서 원재료인 닥나무가 대량으로 생산된 덕에 한지 제조업이 성황을 이뤘다. 고려 때부터 왕실에 진상됐고 외교문서에 사용됐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종이’ 하면 전주한지를 떠올릴 만큼, 전주한지의 가치는 매우 높다. 전주시가 지난 19일 천년한지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를 찌고 껍질을 벗기는 ‘닥무지 행사’를 진행했다. 전통한지의 정통성 계승과 세계화의 의지를 다지는 행사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7개 농가 15필지(2만1478㎡)에 1만4000여 그루의 닥나무를 계약 재배해 왔다. 전주 전통한지의 정체성을 지키고 안정적인 닥나무 원료공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전주와 완주 지역에서의 닥나무 생산량은 매년 증가했다. 전주시는 오래전부터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보존·계승하고, 나아가 산업화·세계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 생산에서부터 한지 제조시설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한지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 등을 통해 전주한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겠다는 포부다. 지난해에는 전주한지의 원형을 지키고 세계화를 이끌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제조시설을 갖춘 한지 복합문화공간 ‘전주 천년한지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우수한 품질의 전통한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전주시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전주한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주·완주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로 제작된 전주한지는 전체의 1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남긴다. 전주시는 올해서야 닥나무 계약재배 대상을 완주 지역 농가로 확대했다. 지난해까지는 전주 지역 몇몇 농가에서만 닥나무를 계약재배했던 셈이다.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 생산기반을 대폭 확대하고, 품질을 향상시켜 전주한지의 상품성과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우선 완주 지역 닥나무 계약재배 면적을 더 늘려 안정적인 원료공급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20 13:13

무장은 동학농민군 기포지가 아닌 경유지라고?

전북일보 2023년 10월 4일자 10면에 김정일씨의 글 “전봉준 공초록(심문기록)에 무장은 동학농민군의 ‘기포지’가 아닌 ‘경유지’였다.”라는 글을 보고도 나의 농사일 등이 바빠서 반론의 글을 쓰지 못했었다. 늦었지만 두 가지 이유로 반론을 쓰고자 한다. 첫째, 이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인데, 공부는 하지도 않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런 엉터리 논리가 나와도 우리가 아무런 반론을 안 하는 것을 보면 이 글에 동의하는 것으로 인식될 것 같아서다. 먼저 사발통문부터 시작해야겠다. 1985년 신용하 교수께서 「고부민란의 사발통문」이란 글에서 “현재의 ‘사발통문’은 ‘사발통문원본’도 아니고 ‘어떤 분이 고부민란에 관한 훨씬 뒤의 회로록의 극히 일부를 필사한 것’이라고 본다”하였다. 그렇다고 이 문서가 후대에 만들어진 ‘위문서(僞文書)’라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어떤 동학도가 자기도 참가한 계사년(1893) 등장(等狀)과 갑오년 고부민란 및 농민전쟁(1894)을 회고하여 기록한 ‘진짜’ 회고록을 일부 필사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렇다 여기까지이다. 만일 이 이상 무슨 말을 자꾸 붙인다면 이는 사족(蛇足)일 뿐이다. 둘째는 ‘특히 주목할 점은 3월 20일 무장이 기포지가 아니라 고부에서 기포해 전주를 향했고 경유지는 무장, 태인, 금구를 거처 전주까지 진출했다고.’ 진술했단다. 그러면서 공초록에는 ‘동학혁명군의 행진 경유지다’라고 기록돼 있는데 이는 견강부회로 1894년 3월 무장이 동학농민혁명 기포지로 둔갑했단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공초록에 ‘供. 所經邑則由茂長·古阜經泰仁,’ 여기에서 由茂長의 由자는 말미암다, 부터, 원인, 까닭 이유, 움, 새싹 등으로 원인이나 시작점을 의미하거늘, 마치 경유지인 양 해석하는 것은, 한문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며, 이런 경우가 견강부회가 아니겠는가? 이 부분 ‘전봉준판결선고서원본’ 세 번째 장에도 나오니 살펴보시기 바라고, 또한 무장은 전주의 반대방향으로 왕복 이백리 길도 넘는데, 왜 갔다와야 되는가? 또 하나 ‘고부에서 기포해 전주를 향했고’라고 했는데 김덕명포, 김개남포, 손화중포인가? 아니면 또 다른 포(包)가 있는가? 무장기포는 고부봉기를 훨씬 뛰어넘는 김덕명 김개남 손화중 대접주와 전봉준, 그리고 이들의 스승 격으로 배후 역할을 하는 서연주까지도 함께 모의(1965년 11월 5일자 중앙일보, 이치백 기자, 동학란과 전봉준 장군)하였고, 이어서 무장포고문과 4대명의 12조 군율을 발표하고 지역의 경계도 무시한 채, 무장, 고창, 흥덕 3현의 농민군 3,000여 명이 3일째 되는 3월 23일 밤, 고부성을 점령한 후 3일 동안 머물면서 고부군민들의 원한을 풀어주지 않았던가? 이 부분에 대하여 정읍 시민 그 누구도 이야기 한 사람을 보지 못했고 오로지 동학의 모든 것을 정읍에서 소유하고자 일부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지금도 판을 벌리고 있다. 물론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동학농민혁명에 애착을 가지고 선양사업을 비롯한 명예회복에 관하여 애쓰고 노력한 부분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역사는 있는 그대로 보고 함께 가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본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처절한 죽음이나 고통 없는 곳이 몇 곳이나 되던가? /진윤식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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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34

도시재생, 도시의 풍요를 꿈꾸며....

도시재생의 시작이 시민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여 운용과 사회적 투자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고도로 성장했던 도시의 성장 속도가 한계에 다다르고 즉, 공급과 소비가 도시의 성장을 이끌었던 시대가 저물고 공급을 위한 소비체제 강화 속에 자본이 자본을 증식하는 시대로 자꾸 몰리고 있는 듯하다. 또한 정체된 인구성장은 감소로 이어지고 어떤 지역은 소멸을 논하기도 한다. 더불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 곳곳에서 인구감소, 산업체 급감, 슬럼화 등의 지표로 쇠퇴지역은 고령화와 청년인구 감소와 더불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재생이 지역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론적 정책일 것이다. 도시재생 정책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해보면, 침체된 지역의 활성화가 정책적 지원만으로 지역의 쇠퇴 현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도시재생이 급격한 도시성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단순한 도구로 쓰임으로만 대두되었을까? 지역의 시민 자본과 그 지역 주민들의 고유한 자산이 모여지지 않고 정책적 지원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 한다면 지역의 자생력은 더욱 약해지지 않을까? 도시재생의 지역 활성화 정책에서 주요한 개념인 시민 혹은 주민참여란 방법의 접근방식이 지원사업의 운용에만 국한된다면 지역은 새롭게 활성화되거나 새로운 출구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간 여러 지원사업으로 인한 주민 간 갈등과 예산 대비 사업성과의 실효적인 측면의 한계가 현재 드러나 있기도 하다. 주민역량증진과 참여가 계몽적 방식으로 치우쳐 문제의 해결자가 되어야 할 주민들이 계몽적 학습안에 갇히거나, 참여하는 방식이 또 다른 민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역의 쇠퇴와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시작의 설렘과 순수했던 목적을 잃어버리는 답답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공감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합의와 실천력 또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공성 등 우리가 만들어 왔고 지켜왔던 도시의 건설방식과는 다른 다양한 접근방식의 해법과 사회적 실험이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개인의 편의와 편익의 욕구에서 공공과 개인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한 보편적 정당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성장만이 보편적 이익을 가져줄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올지 기대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지역에서 살아갈 우리에게 매우 다양한 분야의 많은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성장의 정량치도 중요하지만, 성장의 내용과 과정 그리고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도시의 부는 도시의 생명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균형감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인구지표, 산업적 증가 등 총량이 절대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물리적 풍요는 차고 넘치는 시대라 한다. 반면 불균형 또한 극심한 시대라 한다. 중년 이후는 고령화의 노후를 고민하고 청년들은 자기 성장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빈곤한 시대라 한다. 그만큼 세대 간 연대와 이해 공간에는 세대 간 경쟁과 불만, 불안이 채워지고 있는 시대이다. 도시는 우리 삶에 어떤 무대로 관리되고 만들어져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각자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면 살아가야 할까. 도시의 풍요로움, 물질적 풍요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상상력, 실천력, 그러한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실험적 접근과 도전을 받아줄 수 있는 여유가 우리의 도시를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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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34

전북 정치 왜소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본 적 없다고 말하는 시민을 대변하겠다” “지방 검사장을 시민 손으로 뽑는 직선제를 도입하겠다”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자 포문이 열렸다. 하지만 ‘게임의 룰’은 공중에 떠 있다. 총선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구는 미완이다. 경기가 어느 곳에서 치러질 지도 모르는데 선수명단부터 등록 받고 있는 꼴이다. 정당과 국회의 직무유기다. 이 와중에 전북에게는 최악의 선거구 획정안이 던져졌다. 중앙선관위의 선거구획정위는 지난 5일 서울과 전북이 각 1곳씩 줄고, 경기 인천이 각 1곳씩 늘어난 획정안을 내놨다. 지역구 153석, 인구편차 2대1, 인구하한 13만6600명 상한 27만3200명, 거대 선거구 방지를 위한 자치구와 일부 시군의 분할 허용을 근거로 한 것이다. 전북 선거구 9개. 심리적 마지노선인 두자릿수가 깨졌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1948년 제헌의회 때 전북 지역구 의석은 22개였다. 3~4대까지는 24석이었다. 1966년 전북 최다인구인 252만명 시절이다. 그뒤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원인은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 때문이다. 정읍고창 선거구는 ‘정읍고창순창부안’으로, 남원임실순창 선거구는 ‘남원진안무주장수’로, 김제부안 선거구는 ‘김제완주임실’로 통합 조정됐다. 인구하한 미달 선거구의 자치단체가 공중분해돼 뿔뿔이 흩어졌다. 문제는 왜 유독 전북만 한석이 줄었느냐는 것이다. 인구감소는 충청이나 경상, 전남 모두 공통 현상이다. 심지어는 부산도 인구가 줄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에선 전북의 선거구만 감소했다. ‘10석 유지’를 철석 같이 믿고 방심한 민주당 전북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크다. ‘10석 유지 해법’을 획정위에 내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전남 부산 등은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했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수용할 수 없다. 여야 합의가 안되면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면 된다”고 했다. 정치 참 쉽게, 편하게 한다. 근본적인 것은 선거구 획정제도를 인구 수만이 아닌, 농산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하도록 개혁하는 일이다. 공직선거법(제25조)은 ‘인구편차 2대1의 범위 안에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노력해야 한다’는 표현이 함정이다. 강제력을 띠도록 개정해야 한다. 호남 경상 충청 강원의 공통현상이고, 여야와 지방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데 왜 이걸 해결하지 못하는가. 미국 같은 나라는 철저하게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 주에도 인구가 많은 다른 주처럼 상원의원 2명이 배정된다. 지금처럼 인구편차 2대1의 기준을 획일적,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농산어촌 지역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획정에서 속초시와 철원· 화천· 양주· 인제· 고성 6개 시군이 1개 선거구로 묶였다. 면적이 4922㎢에 이른다. 서울(605㎢)의 8배 면적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석은 한석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방은 지역대표성과 정치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전북정치의 문제는 외형적 크기의 감소뿐만 아니라 질적인 수준도 기대이하라는 점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의 당내 지도부 진출, 일당백의 역량, 존재감 있는 의정활동이 전제돼야 한다. 꿈도 없이 국회의원 한번 더 할려고 권리당원 관리에만 치중하는 정치인이라면 퇴출돼야 마땅하다. 내년 총선은 정권심판과 함께 전북 정치 쇠락의 문제도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이와관련한 인적, 제도적 개혁방안을 놓고 활발한 공론이 펼쳐지면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선거의 순기능이다. 선거는 검증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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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34

새만금 SOC 예산 무조건 살려내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여야간 막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대 쟁점인 새만금 SOC 예산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여당은 새만금 SOC 예산 복원에 여전히 난색을 표하며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새만금 예산 복원 없이 정부예산안 처리는 없다"며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결론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새만금 SOC 예산은 무조건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여야 원내대표는 막바지 협상을 통해 656조 9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논란을 거듭하고 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정부 특활비와 새만금 SOC, 연구개발, 지역사랑화폐 관련 예산 등 56조 9000억 원 규모의 예산 증·감액 여부를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데 핵심은 새만금 관련 부분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에 새만금 SOC, 연구개발 예산 등을 증액한 수정안 수용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기존 정부 편성안보다 늘어난 지출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도 예산안은 20일 본회의 처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결국 28일 본회의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최후의 보루는 전북정치권의 역량과 민주당 수뇌부의 의지다. 만일 이번에 새만금 예산을 살려내지 못할 경우 현직 국회의원들은 전원 물갈이 쓰나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폭발 직전의 민심을 잠재울 수 있는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총선 정국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18일 민주당 전북도당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8명 전원이 모여 국회 본관 항의 농성을 시작한 것은 이러한 위기감의 반영이다. 최종 단계에 이르면 민주당 수뇌부의 의지에 새만금 예산 부활 여부가 달려있다. 지금까지 여야 합의가 안 된 예산은 정부 특활비와 R&D, 새만금 예산 뿐이다. 내년 예산안 민주당 단독 처리는 전북에 좋을게 하나도 없다. 정부 특활비 삭감과 함께 새만금 예산도 원상 복원없이 정부 삭감안대로 통과되기 때문이다. 성난 전북민심은 단순히 새만금 예산을 삭감했다는데 있지않다. 정부여당 어느 누구도 공정과 상식의 잣대를 적용했을때 삭감의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아닌가. 민주당 수뇌부와 전북정치권은 무슨 수를 써서든 새만금 예산을 살려내야 한다는 지엄한 도민의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여라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19 15:19

결핵과 크리스마스 씰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질병은 결핵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와 결핵의 관계는 석기 시대,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발견된 인골에 남아있던 흔적이 시작이다. 이미 석기 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의 존재는 놀랍다. 결핵은 시기도 따로 없이 세계 전역을 휩쓸었다. 앞선 것은 유럽인데, 산업혁명을 치른 19세기 말 유럽에서 창궐했던 결핵은 20세기 들어서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휩쓸었다. 전염병인데다, 치료법도 없고 원인도 규명되지 못했던 시기였으니 전 세계를 휩쓴 결핵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을지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프레데리크 쇼팽, 에밀리 브론테, 안톤 체호프, 프란츠 카프카, 데이비드 로렌스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핵이 전염병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후 치료제와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사망률은 많이 감소했으나 ‘후진국형 질병’으로 치부되는 결핵을 완전히 퇴치하지는 못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결핵이 여전히 진행 중인 질병이고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발병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결핵의 존재가 새삼스러워지는 이유다. 10년 전만 해도 연말이면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사게 하는 ‘크리스마스 씰’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씰은 일종의 항결핵을 위한 모금 운동이다. 1904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행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12월 캐나다 출신 선교 의사인 셔우드 홀(Sherwood Hall)이 처음 만들어 판매했다. 이후 부정기적으로 발행되다가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하면서 해마다 발행, 국가가 공공기관 의무구입 규정을 만드는 등 앞장서면서 범국민 모금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4년 공공기관 크리스마스 씰 의무구입 규정은 폐지됐다. 판매 대부분을 공공기관에 의존하고 있던 크리스마스 씰 사업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였으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우리나라 크리스마스 씰은 대부분 아름다운 도안으로 호평 받고 있다. 고유한 전통, 동식물 등 자연과 화제의 인물, 캐릭터 등 해마다 선정하는 주제도 다양하다. 결핵협회는 이제 크리스마스 씰 발행에만 그치지 않고 씰의 그림을 다양한 상품(굿즈)으로 만들어낸다. ‘크리스마스 씰은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라며 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씰은 10장 세트가 3,000원이니 부담도 적다.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 속 주인공이 등장했다.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씰을 샀다. 누구에게나 즐겁고 반가운 선물이 될 것 같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12.19 15:00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규제, 법령 개정 급하다

도심 곳곳에 덕지덕지 나붙은 자극적인 문구의 정당 현수막이 논란이 된 지 오래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폐현수막으로 인한 환경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그 정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정책을 홍보하거나 상대 정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정당 현수막’이 부쩍 늘었다. 국회가 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표시한 현수막은 지자체장 허가나 신고 없이 게시할 수 있고 장소나 수량의 제한도 받지 않게 됐다. 정당 현수막은 크기나 위치 등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법률과 시행령에 규정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대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자 각 지자체들이 옥외광고물법과 시행령 개정을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했다. 또 인천시와 울산·대구·서울·제주 등 전국 각 지자체에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아 관련 조례를 개정했거나 속속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례는 상위법 위반의 소지를 안고 있어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지자체의 독자 행보가 이어지고, 국민 여론이 나빠지자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국회에 여러 건 발의됐다. 하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없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는데도 정치권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활동에 제약이 되는 법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령의 특례 규정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당 현수막 특례’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시민들의 반감과 분노만 키우고 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 불신과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하루빨리 관련 법률을 개정해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정당 현수막 특례 규정을 없애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19 12:39

팀보다 더 큰 선수는 없다

‘뭉쳐야 찬다’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TV 스포츠 예능프로그램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백전백패를 면치 못하던 ‘어쩌다 FC’였다. 하지만 일취월장, ‘어쩌다 벤져스’가 되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막강한 조기 축구팀과 대등한 경기를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축구의 묘미와 예능의 즐거움 그리고 안정환 감독의 변화무쌍한 리더십으로 한 주의 피로가 풀린다. 전북도 김관영 호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흘렀다. 젊은 지사답게 과감한 추진력과 배짱, 그리고 능숙한 정치력으로 숙원인 전북특별자치도를 성취하였다. 이로써 내년이면 126년 만에 특별자치도로 거듭나 전북 르네상스 시대를 구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특유의 친화력과 뚝심으로 이미 판세가 인천으로 기울어졌던 '한인 비즈니스대회'를 유치했다. 기적이다. 이는 3000여 재외경제인 행사로 전북경제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낙심한 전북도민에게 큰 위안이자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잼버리 파행의 교훈은 중앙정부의 무책임은 차치하고 유치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와 실행력, 그리고 조직의 팀워크이다. 전북도는 조직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팀별벤치마킹’과 ‘자율팀제’를 추진했다. 팀별 벤치마킹은 사무관급 팀장들이 타 시·도를 방문해 얻은 노하우를 도정혁신 방안으로 제시하는 제도이다. 시즌1에 268개, 시즌2에 323개의 아이디어가 제출되었다. 문제는 개별 팀별로 의무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출해야 하는데, 대다수 팀에서 하급 직원들이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수 아이디어 선정 인센티브는 대개 팀장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고 있는 셈이다. 자율팀제도 일하는 도정을 구현하겠다며 도입했다. 성과 중심의 책임행정 구현, 조직의 유연성과 생산성 확보,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부서 면담과 설문조사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다. 다수가 부정적(66.8%)이다. 특히 5급이상 응답자의 99%가 자율팀제 축소를 원했다. 구체적으로 성과중심 책임행정(부정 54.5%)과 유연성·생산성(부정 68.6%), 인력 훈련 효율성(부정 68.7%)이 심각히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인센티브도 없는 자율팀은 한직이 되었다. 업무만 늘어난 자율팀장은 억지춘향이다. 충분한 준비와 소통 없는 일방통행의 결과다. 조직쇄신이 아닌 조직원들의 소외감과 사기 저하만 초래하였다. 제2의 잼버리 파행이 아른거린다. 끔찍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한국인 최초 영국 프리미어리그 박지성 선수를 등용한 전설의 감독, 퍼거슨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그는 유기적인 협력과 이타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침체기였던 맨유가 전 세계적인 클럽 반열에 올랐다.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을 만들고자 하는 김관영 지사의 이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조직의 내적 단합과 화목 없는 구호는 리더의 리사이틀에 불과하다.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네루다의 직설법이다. 오늘밤 ‘뭉쳐야 찬다’에서는 안정환 감독이 어느 전술을 擧(거)하고 어느 전략을 取(취)할지 눈여겨볼 일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12.18 18:08

전환점 맞은 익산 왕궁축산단지

숨쉬기 힘들 정도로 코를 찌르던 악취가 사라졌다. 물론 반세기 넘는 세월 땅속 깊이 스며든 똥내까지 모두 걷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익산시 왕궁면(王宮面) 온수리‧구덕리 일원 179만㎡에 자리잡은 왕궁축산단지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유서 깊은 역사의 땅, 왕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전통의 향기가 아닌 지독한 악취와 축산폐수의 진원지로 악명을 떨쳤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돼지 축사가 밀집돼 있던 이곳은 1948년 정부가 한센인 격리정책의 일환으로 조성한 ‘한센인 정착촌’이다. 정부가 강제 이주시킨 한센인들에게 축산업을 장려하면서 축사가 난립했다. 이후 1980년대 초반 축산업 호황기를 맞아 시설 규모와 사육두수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면서 수질오염‧악취 등 환경문제가 부각됐다. 밀집된 축사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축산분뇨는 그대로 단지 내 소류지에 쌓였고, 인근 하천으로도 흘러들었다. 왕궁특수지역이라 불리며 지역사회에서 비껴나 있던 이곳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새만금 수질오염 논란이 격화되면서부터다. 새만금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꼽힌 것이다. 논란 끝에 건립된 왕궁축산폐수처리장이 1998년부터 가동됐지만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고농도로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폐수를 기준에 맞춰 처리하기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결국 근본대책이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축사를 사들여 철거하는 방식이다. 2010년 정부 7개 부처가 합동으로 ‘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축사 매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애초 5년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거듭 해를 넘겨야 했다. 협의매수는 난항의 연속이었고, 예산 문제도 불거졌다. 그래도 끝은 있었다. 익산시가 지난 8일 ‘모두 204개 축사를 매입하면서 13년에 걸친 현업 축사 매입사업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다.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농가 4곳과는 끝내 협의에 실패했다. 환경부는 내년 하반기께 매입 축사 철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왕궁축산단지는 이제 체계적인 ‘생태계 복원’의 과제를 안게 됐다. 익산시는 지난해 왕궁축산단지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영국의 ‘에덴(Eden) 프로젝트’를 도입해 생태체험학습공간으로 바꿔 놓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막대한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동력을 잃었다. 다행히 왕궁축산단지가 올해 환경부의 ‘자연환경 복원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익산시는 정부 지원을 통한 생태축 복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환경부 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2025년께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한센인의 아픈 역사에 지독한 악취가 덧칠된 왕궁축산단지는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는 축산단지라 부를 수 없게 된 이곳이 혐오·기피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쾌적한 생태 마을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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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2.18 16:52

초등학교때부터 학교폭력 뿌리뽑아라

과거엔 상상할 수도 없는 심각한 양상의 학교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초등학교때부터 시작해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면서 그 심각성은 이젠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다. 단순히 학원내의 폭력 문제를 벗어나 영화에서난 볼 수 있는 장면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인성교육을 비롯해 교육당국과 경찰, 사회단체 등이 모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풀어내야만 할 중대한 과제가 놓여있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기의 인성을 책임지고 지도하는 전북교육청은 무한책임 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전북지역 학생들 가운데 2.8%가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율로 보면 별거 아닌거 같아도 묵과할 수 없는 수치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상대적으로 심각하다는 점에서 교사, 학부모 할 것 없이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사안이다. 며칠전 전라북도교육청이 발표한 ‘2023년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서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이 2.8%(2010명)로 집계됐다. 초등학교의 피해 응답률(5.0%)이 가장 높았고, 중학교(2.9%), 고등학교(1.1%)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수조사는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19일까지 온라인 설문조사 시스템 유레카를 활용해 진행됐다. 조사대상 학생 14만 4077명 가운데 7만 2199명(50.1%)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 정도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쉬는 시간(40.1%), 하교 이후 시간(16.8%), 점심시간(12.0%) 순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교실(42.5%), 복도·계단(13.8%), 사이버공간(10.8%) 가릴 것 없이 자행되고 있다. 폭력을 당한 학생의 74.7%는 교사나 가족, 친구 등 가까운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것으로 집계됐는데 경찰과 상담기관에 알리는 경우는 2.7%에 불과했다. 아직도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는 말이 엄연한 현실이다. 전북교육청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맞춤형 예방교육과 역할극 실시, 학교폭력 조기 감지 및 대응체계 강화, 인성·체육·예술 교육 강화 등도 나설 방침이다. 핵심은 피해학생 전문지원기관을 확대하는 등 지원 절차를 쉽게 해야하고 관련 외부기관들과 협력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서거석 교육감이 책임지고 학력신장 못지않게 학교폭력 근절을 진두지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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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2.18 15:33

비상시국의 영화제

4반세기를 맞이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예산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아직 최종 확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영화제에 교부되는 국고 지원금이 절반 이상 깎일 예정이다. 국가 R&D 예산 마저도 사라지거나 대폭 줄어드는 마당이니 말 해 무엇 하랴. 내년이 스물 다섯번 째 맞는 영화제라 무언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구성해도 모자랄 판에 기존 영화제 규모를 줄여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비상시국인 셈이다. 생각해 보면 영화제가 비상시국이 아니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시 지원금 9억원을 베이스로 시작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영화제로 성장하려면 전체 2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영화제 자체적으로 여러 대기업에 각종 제안을 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별로 없었다. 처음 만들어지는 영화제였고 성공적으로 개최되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한승헌 변호사가 나서 주셨다. 감사원장 임기를 마치고 전주로 돌아오셨을 때 영화제의 어려운 사정을 들으시고 지인들을 통해 지원 사격을 해주신 것이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여러 대기업에서 억 단위 후원금을 지원해 준 것이다. 10억원을 가볍게 넘기는 역대 전주국제영화제 최대 후원금 기록이다. 덕분에 영화제는 총 24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다.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이 개막작으로 상영 되었고 지금은 거장이 된 봉준호, 류승완 감독 등의 첫 작품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소개 되었다. 제작비 1억5천만원이 들어가는 <디지털삼인삼색>도 당시 한국영화계를 이끌던 우노필름의 차승재 대표가 흔쾌히 후원해줘 전주국제영화제만의 특별한 제작 프로젝트로 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이렇듯 성공적으로 영화제가 출발 했지만 예산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매 해가 어려웠고 위기였다. 기업들은 경제가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으며 다른 영화제들에 비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후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주시와 전주시의회의 전폭적인 지원에 비해 광역자치단체인 전라북도의 지원이 미비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대부분의 영화제는 시를 기반으로 개최되며 도에서 지원 사격에 나선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보통 전라북도로부터 2억원에 못 미치는 지원금을 교부 받는데 다른 지역의 도에서는 적게는 5억원, 많게는 30억원까지 영화제에 지원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정준호 집행위원장과 함께 김관영 도지사와 국주영 도의회 의장께 전달하니 두 분 모두 흔쾌히 내년 예산부터는 타 광역단체에 버금가는 지원을 해주기로 하셔서 우리 영화제 만큼은 국고 지원금 50% 삭감의 여파는 없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세계 잼버리 대회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라북도로 부터의 내년 예산 증액이 불가능해져 버렸다. 다시 비상시국이 돼버린 것이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정상적으로 치루기 위해 사무처에서는 경상비부터 줄이기 시작했고 정준호 위원장은 많은 기업들과 접촉하며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마케팅 팀장도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기존의 후원 기업 유지와 새로운 후원 기업 유치에 힘쓰고 있다. 영화제는 한번 기세가 꺾이면 다시 회복하는데 몇 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진다. 계속해서 성장하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는 이번 위기를 언제나 그랬듯이 잘 돌파해야한다. 고인이 되신 한승헌 변호사가 그리워지는 하루이다.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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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8 15:29

‘나, 사회적경제(I, Social Economy)’

2016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는 심장질환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된 목수가 생계를 위해 실업급여를 신청하지만 거듭 거절당하다 숨을 거두는 내용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웃을 돕고 한없이 따뜻했던 다니엘은 같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한 것뿐이었다. 이 영화는 인간의 가치에 관한 것이다. 영화는 다니엘의 장례식에서 그가 질병수당 항소 때 읽기 위해 준비했던 글의 낭독으로 끝난다.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하고 인간의 존중을 요구한다. 나는 한 사람의 시민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영화의 켄 로치 감독은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한다”라는 가슴 뭉클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정책인 영국의 대처리즘을 끊임없이 비판해 온 그는 홈리스, 노동자, 실직자들을 주인공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영화에서 다뤄왔고 항상 약자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 영화에서도 다니엘이 주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꽉 막힌 사회 시스템 앞에 번번이 좌절된다. 잘못된 시스템이 유발하는 실업, 빈곤마저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회에서 보편적인 진리인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주장하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사회는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다시 한번 정부와 시장에서 말하는 경제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사회를 전제로 한 경제,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가 목표여야 한다. 시대적으로 정부와 시장의 실패는 사회와 분리된 맹목적인 경제를 추구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사회와 경제가 한 몸으로서 1997년 IMF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코로나 19 이후 어려움에 처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우리랑 똑 같은 사람이라는 것, 무시해도 되는 사람들이 아닌 같이 존중하고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슬픈 영화지만, 아름다운 연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니엘이 말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 그 사회적경제가 우리사회를 연결하고 우리사회가 건강해지는 당연한 진리를 기반으로 영화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바라본다. EU는 사회적경제를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채택하고, 사회와 경제 차원의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OECD 등 국제기구와 주요국 등에서는 사회적경제의 원칙과 실천을 주류 시스템에 접목시키고 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대한 이러한 세계적인 관심은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하며 공평한 개발이라는 글로벌 의제에 맞춰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목표를 향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반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사회적경제 예산 삭감으로 취약계층 수천 명의 일자리가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도종환 의원은 2024년도 사회적경제 예산이 4800억원으로 과거 예산의 약 56.7%인 6345억원이 삭감되었다고 지적했다. 약자들의 예산을 절단 낸 현 정부의 정책을 향해 도 의원은 정부와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와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 온 사업이라고 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강력한 울림을 주고 있다. 정부는 희망의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보여 줘야한다. 그리고 보다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 /지용승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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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8 15:29

전북AI 확산 차단 총력전 펼쳐야 한다

최근들어 닭, 오리 등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전국적인 현상인데 지난 4일 전남 고흥군의 한 오리 농장에서 올겨울 첫 확진 사례가 나온 이후 전북, 충남 지역 농장에서 잇따라 조류인플루엔지가 발생하고 있다. 과거엔 비교적 청정 지역으로 꼽혔던 전북인데 이번엔 발생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일부터 현재까지 전국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모두 20건인데 이중 전북이 16건으로 가장 많다. 전남 3건, 충남 1건으로 전체의 80%가 전북에 집중돼 있다. 지역 방역에 총력전을 기울여야만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축산 농가들이 많은 전북에서 이처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세가 빠른 것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부정적인 신호다. 전북도는 본격적인 겨울철 한파가 몰아치면서 소독하기에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자칫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위험도가 급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16일부터 오는 24일까지 도내 가금농장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위험주의보’를 발령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방역수칙은 특별한게 아니다. 적어도 위험주의보 발령 기간 만큼은 사람·차량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소독시설에 대한 동파 방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소독시설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엔 당연히 농장 내 출입을 금지하고, 저온에 효과적인 소독제도 사용해야만 한다. 가벼운 증상도 그냥 넘기면 안된다. 사육 가금에서 폐사 증가·산란율 저하 등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이 나타나거나 별로 심각해보이지 않더라도 사료 섭취량 감소, 침울, 졸음, 녹변 등의 감염 초기 증상이 있을 경우 즉각 방역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익산, 김제, 완주에 이어 부안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는 등 이미 전북 전역으로 확산된 현실속에서 올코트 프레싱 전략을 펴야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 겨울엔 초기 발생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분명 위험 신호다. 축산농가나 방역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도민들도 함께 걱정하고 함께 AI 확산 차단에 동참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엄습하는 이 시기, 전북도를 비롯한 방역당국의 선제적이면서도 물샐틈없는 역량이 뒷받침돼야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18 13:43

한파 본격화, 겨울철 도로 안전대책에 만전을

이례적인 겨울 호우가 지나가고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겨울 한파가 시작됐다. 올겨울에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한반도에 폭설과 기습한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상예보가 나온다. 자연재해 위험성이 커진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경고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와 전국 각 지자체가 한파·대설로 인한 재해 예방을 위해 농·축산시설 안전관리와 수도시설 동파 방지, 도로 제설 대책, 취약계층 보호 방안 등을 담은 한파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습 폭설 상황에 대비한 제설대책 등 겨울철 도로 안전 대응체계가 요구된다. 특히 전주시는 지난해 이맘때 폭설로 최악의 교통대란을 겪었다. 골목길 뿐 아니라 지역의 동맥인 백제대로·기린대로·팔달로 등 주요 간선도로마저도 제설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해마다 어김없이 문제점을 노출한 전주시의 제설대책이 또다시 한계를 드러내면서 전주시 행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비난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급기야 우범기 시장이 나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재난관리 체계를 점검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올겨울에는 정말 달라질까? 전주시는 지난달 일찌감치 ‘선제적인 도로 제설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폭설에 대비해 효율적인 제설시스템을 구축하고 신속한 제설작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설 취약구간 점검을 통해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전주시는 최근 제설대책의 일환으로 백제대로 일부 구간에 열선을 설치하는 등 열선도로 확충에 나서 눈길을 모았다. 또 전주종합경기장 야구장 철거 부지에 ‘제설 전진기지’도 조성했다. 세부 내용과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겨울철 도로 제설대책은 관련 기관과 지자체에서 해마다 발표한다. 관건은 주로 밤사이에 내리는 기습 폭설에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다. 시민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선제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와 같은 ‘폭설 대란’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제설 등 겨울철 도로 안전 대책을 더 철저하게 세워 예기치 못한 폭설에도 제설작업이 제때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17 17:44

빚에 허덕이는 고령층, 일자리 늘려야

전북지역 고령층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령화율이 높은데다 빈곤율까지 높은 전북으로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노인일자리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14일 발표한 '전북지역 가계부채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전북지역 가계부채 규모는 26조7000억 원으로 고령층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인구가 많은 탓에 60대 이상 고령층의 대출비율이 전국 평균 19.4%보다 높은 21.7%를 기록했다. 지역 내에서도 다른 연령층에 비해 소득 대비 부채가 높았다. 문제는 비은행 부문 대출 비중이 59.8%로 전국 평균 40.5%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에서도 상호금융 비중이 38.6%로 전국평균 20.5%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소득과 신용상황 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가 증가하는 것도 문제다. 또한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잠재 리스크를 체크해야 한다. 특히 염려되는 것은 전북지역 연체율이 1.14%로 전국 평균 0.35%를 크게 앞서고 시기별로 각각 산출한 빈티지 연체율도 가파른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전북본부는 단기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들이 다양한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저금리 업권 및 상품 대출 비중 확대와 정책금융과 연계된 일자리·복지제도의 활용 등을 통해 가계부채 구조 개선 및 채무상환능력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노인일자리를 확보해 주는 것이다. 노인일자리는 빈곤 개선 효과 뿐만 아니라 우울과 고독, 상실감 등을 낮추고 삶의 만족도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올해 88만3000명에서 2024년에 103만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러한 중앙정부 차원의 일자리 말고 지방정부에서도 일자리와 각종 복지 혜택을 함께 추진해야 시너지 효과가 있다. 일자리 중에서도 단순한 공익활동형 보다는 경력과 역량을 고려한 사회서비스형을 늘려 이제 막 노인에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의 능력을 이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빚에 허덕이는 노년층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17 17:44

펑크, 그 부메랑은

“온다던 군수는 왜 안 온대?” “몰라.” 지난 12일 오전 10시 진안군문예체육관에서 열린 진안군자원봉사자의 날 행사. 기자는 누군가의 대화를 무심결에 들었다. 대화에서 알 수 있는 분명한 한 가지는 ‘전춘성 군수가 참석하기로 사전 약속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확인해 보았다. ‘참석 약속, 그러나 불참’이 확실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하나 있었다. 불참 사유와 통보시점이었다. 주최 측은 행사가 임박해서야 군청 관계부서로부터 군수 불참 통보를 받았고, 사유는 “갑자기 집안일이 생겨서”였지만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한다. 이에 대해 집안일은 핑계일 뿐이고 진짜불참사유는 따로 있는 게 아니냐며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바빠서’나 ‘몸이 아파서’ 또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등 다양한 추측이 오고간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전에 군수참석 가능일자에 맞춰 날짜가 조율된 점에서 그렇다. 군수가 이날 다른 행사에 참석한 점 등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가기 싫어서’라는 추측에 대한 공감지수가 높은 이유다. 350명 넘는 자원봉사자들과의 약속이었다. 부모 작고나 본인의 병원입원 같은 사유가 아닌 이상 참석해야 했다. 행사는 성황을 이뤘고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군수의 ‘무단결석’이 옥의 티로 남았다. 입방아를 타는 것은 당연하다. 이날 봉사자 8명은 다른 사람 손이 건네는 군수상을 받았다. 유쾌함이 반감된 상이었으리라.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의 군민 350명과의 약속 펑크. “뭐가 꼬였어도 한참 꼬였다”는 뒷말이 나온다. 자원봉사에 대한 군수의 애정이 예전 같지 않아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둑으로 치자면 ‘하수의 행마’라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칫 350명 존재를 우습게 여긴다거나, 자원봉사센터와 불화설 등의 시비를 낳을 수 있어서다. 이날 350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섯 글자를 ‘자원봉사자’라고 외쳤다. 그들은 유권자다. 약속펑크를 어떤 모양의 부메랑으로 보상할까.

  • 오피니언
  • 국승호
  • 2023.12.17 17:43

펑크, 그 부메랑은

“온다던 군수는 왜 안 온대?” “몰라.” 지난 12일 진안군문예체육관에서 열린 자원봉사자의 날. 그날 행사장에서 무심결에 들은 대화다. 이 대화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전춘성 군수가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행사 관계자에게 확인해 보니 참석한다고 약속해 놓고 불참한 것이 확실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하나 있었다. 불참 사유와 그 통보시점이었다. 군수 측은 군청 관계부서를 통해 “갑작스럽게 집안일이 생겨서 군수님이 참석하지 못한다”고 행사가 막 임박했을 때 일방 통보했다고 한다. 구체적 이유도 없이 말이다. 불참 이유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바빠서’나 ‘몸이 아파서’ 또는 ‘집안 일이 있어서’ 따위의 이유는 사전에 일정이 조율된 점, 이날 오후 군수가 다른 행사에 참석한 점 등으로 미루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기 싫어서’를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로 제시한다. 그 밖의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이날 행사는 350명 넘는 주인공, 봉사자들과의 약속이었다. 느닷없는 불참통보는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행사는 성황을 이뤘고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군수의 ‘무단결석’이 찬물 끼얹은 꼴이 돼 옥의 티라는 평이 나왔다. 그날 진행됐던 ‘군수상 시상’의 주체가 군수여서 빈자리는 더욱 커 보였다.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 군수가 군민 350명과의 약속을 펑크 냈으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원봉사센터에 대한 애정이 예전 같지 않아서라는 분석이 공감을 얻고 있다. ‘바둑으로 치자면 하수의 행마’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자칫 350명 존재를 우습게 여긴다거나, 자원봉사센터와의 불화설 시비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했던 350명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섯 글자를 ‘자원봉사자’라고 외쳤다. 유권자인 그들이다. 군수의 약속펑크를 어떤 형태의 부메랑으로 보상할까.

  • 오피니언
  • 국승호
  • 2023.12.17 17:39

이번 만큼은 갈아 엎어야

요즘 도민들은 새만금 국가예산삭감과 국회 의석수 한석이 줄어든다는 것에 매우 기분이 나빠 있다. 전북 보다도 인구가 훨씬 많이 줄어든 부산 경남은 그대로 놔두고 10석의 전북 의석수를 한석 줄인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것. 현역의원들의 정치력이 워낙 약하다보니까 이 같은 일이 생겼다면서 자존심 상해서 뭐라 말하고 싶은 마음도 내키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비후보자들이 내년 총선에 나서겠다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연일 기염을 토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출마 하겠다고 이름을 내민 정치철새가 있는가하면 느닷없이 지역에 나타나 낙후된 전북발전을 위해 자신의 한몸 불사르겠다고 사자후를 토해낸 사람도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고 냉소적이다. 현역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면서 어중이 떠중이 정도로 보고 있다. 유권자들은 선거가 닥치면 의정활동을 잘 했거나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한 의원을 제외하고는 교체여론이 항상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예기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전체적으로 판갈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도 그럴것이 전북에 산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부끄럽고 창피할 수가 없다면서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도 정치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고 목청을 돋구웠다. 오죽하면 낙선한 중진들을 소환했겠는가. 이들을 소환한 이유는 현역들보다는 그래도 낫지 않겠느냐는 가느다란 희망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흘러간 물로 어떻게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사람도 있지만 양수발전 원리를 보면 고인 물로 얼마든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다시 한번 지역발전을 위해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 이처럼 전북이 망가진 원인도 그간 선거 때마다 인물을 보지 않고 무작정 민주당 일변도로 싹쓸이 선거를 해온 결과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면 전북은 호남권에서 탈피해 자강의식을 갖고 홀로서기를 했어야 옳았다. 잔뜩 호남으로 묶여 파이만 키워 놓고 그 과실은 광주 전남 사람들이 모두 차지하지 않았던가. 결국 똑똑한 인물을 키우지 못한 탓이 컸다. 지금은 멍청스럽게 누굴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무능한 정치권을 만들어준 업보가 되돌아온 결과라서 유권자인 내탓이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자라나는 2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도록 하려면 내년 총선 때 역량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옥석이 가려 지겠지만 지금까지 나와 있는 사람 중에는 글쎄요나 아닌데가 많다. 전국 꼴찌라는 불명예를 털어내면서 국가예산 등 의정활동을 잘할 인물을 발굴해서 금배지를 달아줘야 한다. 뒷담화나 까는 부정적인 의식을 떨치고 나부터 목에 방울 달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의 시민의식향상이 절실하다. 일부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역들의 지지도가 낮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것 보다 갈아 치워야 한다는 여론이 훨씬 높다는 것. 이쯤되면 현역들이 민심을 헤아려 불출마를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12.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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