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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과 '낙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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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190838일 미국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섬유회사 화재로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희생당하자 미국 전역에서 찾아온 15천여 명 여성 노동자들이 벌인 시위였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빵과 장미’. 빵은 남성보다 훨씬 낮은 저임금을 받는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권을 뜻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당시 미국의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하루 10시간이 훨씬 넘게 일하면서도 선거권은 물론이고 노동조합 결성 등의 기본적인 권리를 가질 수 없었다.

시위는 여러 나라가 여성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1910,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여성운동가대회에서는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인 클라라 제트킨의 제창으로 시위가 일어난 3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제정할 것을 결의했다. 남녀 차별, 여성 빈곤, 여성들의 지위 등 여성 문제가 부상하고 여성들의 국제연대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였다.

그러나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이 국제적인 기념일 자격을 얻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난 1977.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했던 UN2년 뒤 3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면서다.

우리나라도 1985년부터 기념일을 축하하고 연대하며 한국여성대회를 열어왔으나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것은 <양성평등기본법>이 개정된 2018년이다.

프랑스 의회가 4, 여성의 임신 중지(낙태) 자유를 담은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절차가 마무리되면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임신 중지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는 국가가 된다. 프랑스는 지난 1975년부터 임신 중지를 허용해왔으니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헌법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랑스의 첫 낙태 합법화는 당시 보건장관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시몬 베이유가 주도해 얻은 결실이었다.

이번 헌법 개정을 직접 주도한 것 역시 마크롱 정부다. 그래서인지 마크롱 대통령은 낙태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개정을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라고까지 표현했다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 날인식을 열어 축하하겠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더디지만 크고 작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성평등의식도 큰 폭으로 달라졌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도 바뀌고 있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여성들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여전하다.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응원과 지지가 아직 더 필요한 이유다. / 김은정 선임기자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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