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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가을을 보내며

아침, 저녁으로 온도 차가 많이 나는 것을 보니 겨울이 가깝게 와 있다는 신호다. 언제나 이맘 때 쯤 되면 지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가슴을 파고 든다. 학교에서 집까지 십리 길인 4km를 걸어서 집에 도착하면 앞마당에는 엄마가 자신의 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콩 다발을 머리에 이고 와서 여기저기 쌓여있었다. 그리고 땅거미가 짙은 방문 앞은 아직도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채 나를 맞이했다. 아마도 엄마는 지금 뒷산 너머에 있는 다랑이 밭에서 고추를 따거나 고구마를 캐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얼른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놓고 단숨에 뒷동산에 올라 엄마를 소리쳐 불러본다. 그러면 어디선가 내 소리를 듣고 구부린 허리를 펴며 손짓한다. 오전에는 고구마를 캐고 오후에는 고춧대를 뽑는 중이란다. 배고프고 춥다고 투정 부리려다가도 엄마의 곱은 손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기억들이 새록인다. 일 년을 땀 흘려 지은 농작물인데 서리 내리기 전 수확을 해야 한다고 엄마의 굽은 허리의 뒷모습에 투정은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걸려 있는 호박이 나의 시선을 끈다. 이제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어머니가 생각난다. 호박은 어머니에게 아주 소중한 보물이었다. 그 때는 알지 못했지만 호박이 얼마나 영양가가 높은지를 이제는 알았다. 그러나 그 때는 참으로 지겨웠었다. 날이면 날마다 올라오는 호박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내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때는 모두가 가난했었다. 부식이 따로 있지 않았으며 주식인 곡식을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컸던 시기다. 그러니 반찬은 어머니 손수 마련하여야 하였다. 자투리땅에는 빠짐없이 심어진 호박은 어머니의 땀이 밴 반찬이 된 것이다. 어머니의 손은 마법의 손이었다. 어머니의 손이 닿는 것은 다 보물로 바뀌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어머니는 만능인이었다.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 다 그런 줄로만 알았었다. 그러나 그 것이 모두 다 어머니의 땀과 노력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호박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어머니에게 있어선 호박마저도 그렇게 넉넉하지 못하였다. 가난한 살림에 무엇 하나 여유가 있을 턱이 없었다. 먹을 식구는 많고 먹을거리는 부족하니 난감 했다. 이런때 가족을 위한 어머니의 지혜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어린 마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내가 부모가 되니, 어머니의 절박하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6남매를 혼자서 키우신 어머니. 호박도 그러하지 않은가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식물. 지금은 늙은 호박을 거두어들일 때다. 여린 호박은 부치고 나물하고, 중간호박은 된장찌개용, 어디 그뿐인가 호박잎으로 쌈 싸서 먹고 가을철에는 쌀뜬물 받아 으깨 국 끓이면 찬 바람 불어오는 늦가을엔 그 맛이 일품이었지. 인생의 황혼기처럼 늙은 호박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다 주고 있다. 호박즙, 떡, 엿, 식혜, 무궁무진한 게 호박인 것 같다. 주고 또 주어도 아깝지 않은… 우리 어머니도 이 호박과 같은 삶이 아니었을런지? 나도 이제는 두 자녀의 어머니가 되고 보니 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지금도 하늘에서 응원해 주실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면서 오늘은 호박으로 된장찌개를 끓여야겠다. 허경옥 수필가는 교직에서 정년을 하고 지금은 전북 노인일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북문학관 아카데미에서 문예창작을 수강하고 있으며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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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0 17:31

발등에 떨어진 불, ‘지방소멸’

지방 소멸은 답이 없다고 한다. 누군가는 적응이 최선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기도 한다. 좀처럼 희망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소멸 위기를 극복한 지역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지역 부활의 희망 안내서가 될 묘수는 없는 걸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대변하는 말로 예나 지금이나 서울로 향하는 발길이 끊임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나 요즘은 수도권이 뜰수록 지방이 가라앉는 반비례 현상이 부쩍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울을 중심으로 인구와 정보, 각종 인프라들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전체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인천·경기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살면서 경제, 문화, 교육, 의료 등 모든 것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이유는 학교와 병원, 기업, 문화시설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고 점점 지방소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폐교, 빈집, 60세 청년회장, 경운기 팝니다, 장례식이 동네 이벤트...’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이라는 두 축이 만들어낸 지방소멸은 출생률이 감소하고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상황에서 남은 노인들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는 위협적 절망감으로 다가온다. 이를 극복하고자 정부는 올해 전국 228개 지자체 중 89개 도시를 소멸지역으로, 18개 도시를 관심지역으로 지정해 매년 1조원씩 10년간 1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지역경제가 선순환하고 지방소멸을 방지할 변수는 없는 걸까? 이익이 기대되지 않으면 투자도 없고, 먹고 살 수 없으면 사람도 발길을 주지 않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당연한 생리다. 따라서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 등은 지역경제와 결부시켜 풀어야할 공통분모로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 소멸을 막을 수 있다. 지방과 수도권간의 일자리 불균형은 지방을 소멸위기로 몰아가는 가장 큰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소멸위기의 지역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일자리, 인프라, 관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나의 자족도시를 이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따라서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기업도시가 꾸준한 대안으로 떠오른다. 고향사랑 기부금제 또한 극심한 인구유출에 시달리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지방소멸을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의 기능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지진 등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고향사랑기부금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주거주지, 부거주지를 허용하는 유연 주소제 도입도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관계인구의 중요성도 부각된다. 중앙집권적 거버넌스 구조에서 지방분권형 구조로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제 지방소멸의 위기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에 극복해야 할 국가적 문제다. 결국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은 지방소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힘의 벡터를 모아 창조적 공존으로 나아가는 장기적인 전략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기대와 소망을 담아 지원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역경제의 선순환과 지방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황인홍 무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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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0 14:18

민주주의가 위험하다

이태원 이후 조사는 의외(?)다.이전과 변화가 눈에 띠지 않는다.조사시점을 기준으로 이태원 이후 첫 조사는 10월의 마지막 날부터 11월 2일까지의 전국지표조사(NBS)였다.윤석열 대통령국정운영 평가를 보면 ‘긍정평가 31% 부정평가 60%’로 같은 조사의 2주 전과 같았다.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신뢰도도 마찬가지였다.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신뢰한다 35% 신뢰하지 않는다 60%”로 직전조사와 비교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2% 포인트 상승하고 신뢰한다가 1% 포인트 하락했다. 11월 1일~3일 조사의 갤럽도 마찬가지다.‘긍정평가 29% 부정평가 63%’로 전주 대비 1% 포인트씩 각각 오르고 내렸다.특이한 점은 긍정평가든 부정평가든 양쪽 모두 이태원 때문이다.한쪽은 ‘사고수습을 잘해서’ 다른 한쪽은 ‘대처가 미흡해서’다.세월호 직후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2주 만에 59%에서 48%로 하락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태원 이후 비슷한 시기 다른 방식의 조사들도 결과는 유사하다.변화가 있더라도 1% 포인트 내외였다.대체로 ‘20% 후반 또는 30% 초반의 긍정평가와 60% 초중반의 부정평가’다.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의 일간지표로 보면 11월 첫 주 초반에는 추모 분위기로 지지율 변동이 크지 않았지만 주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사고”에서 “참사”로 “사망자”에서 “희생자”로 바뀌었고 결국 대통령 지지율은 매일 하락의 흐름이었다고 한다. ‘유권자 10명 중 3명은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국민 10명 중 6명은 반대하는 여론’은 최근 쟁점이 되었던 몇몇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분포와도 일치한다.‘해외순방 중 비속어 논란’에 대해 “외교적 참사(64%) vs. 언론왜곡(28%),‘MBC 보도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 “과도한 대응(59%) vs. 적절한 대응(30%)” 그리고 ‘대통령 사과 필요성’에 대해 “동의(70%) vs. 반대(27%)”등이 대표적 사례다. 결국 대통령 취임 100일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30% vs. 60%’의 흐름이다.11월 6일~8일 조사된 방송 3사의 조사도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9%~33% 부정평가는 60%~65%’였다.향후 책임소재를 둘러싼 여야공방이 여론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당 지지도 역시 이태원 이전의 조사들과 비슷하다.NBS의 11월 첫 주 정당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 33% 민주당 31%’로 양당 모두 1~2 % 포인트 하락했다.갤럽조사도 ‘국민의힘 32% 민주당 34%’였다.‘30% 후반 또는 40% 초반의 민주당과 30% 후반의 국민의힘 지지율’로 양당 모두 “찐” 지지층에 제한되어 있다는 뜻이다.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 “윤석열 정부퇴진”과 “정치적 이용 반대”를 외치는 집회가 동시에 개최되는 모습은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상징한다.핵심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강한 정파성의 정당정치 또한 그 밑바닥에 자리한다. 정치적 양극화는 강한 정파성과 함께 ‘민주주의 퇴행’을 가져오는 환경적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민주주의의 퇴행은 ‘민주주의의 특성이 불연속적이고 점진적으로 잠식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민주주의의 전복과 달리 상대적으로 장기간 진행되는 특성을 갖는다.여기에 민생과 경제위기가 악화되면 사람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된다. 정파성과 양극화는 정당과 정치인의 정치 엘리트는 물론 시민에게 동시에 적용되며 상호작용하게 된다.정파성은 일종의 ‘사회적 정체성’으로 특정정당에 대한 강한 애착과 일체감을 갖는 정치 엘리트와 시민들이 이슈와 현안 그리고 정책 등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공하는 ‘정보의 지름길’이다.정당 리더십 또한 특정 이익집단이나 강성 지지층에 포획되어 있다면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악화된다. 강한 정파성과 정치적 양극화는 ‘정체성 정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이 때 정치는 우리가 아닌 그들을 무력화 하거나 제거하려는 시도나 노력을 정당화하고 정치는 결국 ‘선과 악 대결적 구도’로 바뀐다.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험하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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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0 14:11

레고랜드 사태와 채권시장의 이해

지난 9월28일 강원도의 지급보증철회로 인한 부도사태는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대한민국의 신용도를 나락으로 빠트려 버렸습니다. 즉, 가장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지방정부가 채무상환을 못하겠다는 디폴트 선언을 하자, 채권시장 전체의 신용에 불신을 가져와 초우량채권이라 평가받던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공기업은 물론 ,연이어 한화솔루션과 LG 등도 채권발행에 실패하게 됩니다. 뒤늦게 강원도가 전액 상환을 약속하고 정부가 50조+α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한다고 했으나 한번 무너진 신용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그런데 2050억 원의 부도선언에 정부가 50조+α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고 했는데도 왜 금융시장 전체가 흔들릴까요? 신용이 생명인 금융시장에서의 채권은 만기가 도래하면 직접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만기를 연장하거나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서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용이 되며, 금융기관은 대출 실행시 상대방의 신용, 즉 회수가능성에 비례하여 금리를 정하게 되는데 이번 사태는 시장 전체의 신용의 하락으로 이어져 정부 및 기업도 높은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68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또한 새로운 사업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번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기 발행된 채권의 만기연장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 기업은 도산에 이르게 되며 삼성전자와 같은 초우량기업도 신규투자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임시처방으로 정부가 50조+α의 자금으로 직접 채권시장에 개입했으나,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정부가 무한정 시장에 개입을 할 수는 없고 한국은행이 직접 통화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채권을 매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은행은 코로나지원금 등으로 투입된 통화량 조절과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 긴축정책으로 시장에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고 있습니다. 즉, 한국은행이 물가안정과 통화량 조절을 위해 시중의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와중에 철부지 지방정부의 몽니 짓으로 말미암아 다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통화량을 늘려야 하는 현실 ,즉 국가경제 전체가 위험에 빠지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노인환 한국·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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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0 14:09

새만금개발공사 설립 목적 잊지 말아야 한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는 가운데 새만금개발공사의 역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새만금 육상태양광발전 사업과 관련해 신속한 사업 추진과 지역상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만금 육상태양광 3구역 발전사업이 SPC(특수목적법인) ‘출자지분 변경’에 발목이 잡혀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해당 공사에 EPC(설계·조달·공사) 공동수급사로 참여했던 지역업체들이 재무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앞서 한국중부발전 컨소시엄은 지난해 5월 새만금개발공사에 공유수면 매립면허권 이용료 약 1290억원을 납부하는 조건으로 육상태양광 3구역 사업자로 선정됐다. 업계는 육상태양광 3구역이 1·2구역과 비슷한 면적인데도 매립면허권 이용료는 1·2구역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290억원으로 책정돼 불합리하다며 이용료 감면을 요구했고, 이후 공사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새만금개발공사는 새만금개발사업의 속도를 높이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8년 10월30일 공식 출범했다. 새만금개발공사에 주어진 핵심 역할은 공공주도 매립과 개발, 도시조성사업이다. 동시에 투자유치와 관광레저·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주도하고, 그 수익을 재원으로 후속 매립사업을 추진해 성공적인 새만금 개발을 이끌자는 게 설립 목적이다. 지역사회의 기대는 컸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새만금 개발사업이 공공 주도로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민간이 후속 투자를 이어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정부에서도 1조1500억원(현금 500억원, 현물 1조1000억원)을 출자해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지원했다. 여기에는 공유수면 매립면허권도 포함됐다. 이는 공유수면 활용을 위한 관계기관 동의 절차 등을 생략해 보다 용이하게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빠르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새만금개발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에서 공사에 현물 출자한 공유수면 매립면허권을 놓고 육상태양광발전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새만금개발공사가 출범한 지 어느덧 만 4년이 지났다. 설립취지와 목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사실관계를 떠나 공사가 매립면허권 이용료를 무리하게 책정해 수익에 몰두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새겨들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1.10 11:39

전북 농해수위 의원들 푸르밀 사태 대응 아쉽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지역구 주민들의 대표도 겸하고 있기에 유권자나 국민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자기 일보다 더 발벗고 뛰어들어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는 법적, 정치적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전북을 지역구로 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3인의 국회의원은 최근 현안으로 등장한 푸르밀 사태에 대해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한 채 우물쭈물 하고 있어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주민을 대표하기 위해 배지를 단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복지를 위해 등원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범롯데가 유가공 전문기업인 푸르밀은 수년째 이어진 적자를 이유로 오는 30일부로 사업을 접고 전 임직원에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근로자들은 “비통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사태”라며 사측에 회사 정상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실직자가 될 처지에 놓인 400여명의 직원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 푸르밀 폐업사태는 전북도민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만큼 정치권 차원에서 적극 파고들어야 할 급한 사안이었다. 임실에 있는 푸르밀 전주공장이 이대로 문을 닫을 경우 도내 낙농업계와 근로자 수천여명의 생계가 사실상 끊어지게 된다.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상황으로 번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사안을 직접 다룰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농해수위에는 안호영(완주·무주·진안·장수), 이원택(김제·부안), 윤준병(정읍·고창) 등 전북 국회의원이 3명이나 포진해 있어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국정감사나 예산결산 과정에서 전북 국회의원 중 푸르밀 사태를 파고든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의 김승남 의원이 정황근 장관에게 대책을 추궁이 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푸르밀 생산공장은 전북과 대구 달성 등 2곳에 있는데 정작 강한 질타와 문제제기를 해야 할 도내 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이지 않고 지역구와 무관한 전남의원이 그나마 체면을 살렸을 뿐이다. 전북이 왜 무시당하고 가난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이번 푸르밀 사태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다. 사업종료와 전원해고 선언 방침을 바꿔 회사측이 10일 인원 30%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사업을 유지키로 했지만 이번 사태에 임하는 농해수위 의원 3인의 행보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맹성을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1.10 11:19

웅치 전적지의 국가사적 승격과 숨은 영웅들

전라북도 기념물 제25호인 ‘임진왜란 웅치 전적지’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승격을 앞두고 있다. 전적지의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국가사적 중 유일하게 완주와 진안 두 개 지자체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인적으로는 20대 국회에 등원하면서 힘을 보탰기에 더욱 보람을 느낀다. 이번 낭보가 전해지기까지 각계각층에서 땀 흘린 숨은 일꾼들도 기억하면 좋겠다. ‘웅치 전투’는 1592년 7월 진안과 완주의 경계가 되는 웅치 일원에서 1,000여 명의 관군과 의병이 두 배 이상 많은 왜군에 맞서 싸우며 왜군의 전주성 진입을 저지해 호남을 지킨 싸움이다. 결국은 조선이 임란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면서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라고 언급했다. 영화 ‘한산’에서도 ‘웅치 전투’는 매우 비중 있게 다뤄 졌다. 웅치·이치 전적지는 높은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홀대를 받았다. 1976년 4월 웅치전적지가 전라북도 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완주군에 한정됐고 지역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계기가 없어 선양사업도 큰 변화 없이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 새로운 변화는 2016년 박재완 전북도의원이 웅치 전투의 역사적 의미와 허술한 전적지 관리 전반에 대해 도정질의를 하면서 시작됐다. 2017년 학술대회가 열렸고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의 정밀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오래전부터 웅치·이치 전투에 깊은 관심이 있던 전북일보 윤석정 사장은 2016년 국회에 등원한 내게 “웅치 전투는 나라를 구한 전투로 완주나 진안만의 역사가 아니다”라며 “나라와 전북의 역사로 선양하기 위해 전북도민 차원에서 접근하자”라고 제안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흔쾌히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펼쳤다. 2020년 전북일보가 창간 70주년 ‘웅치전적지 국가지정문화재 승격을 위한 재조명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지역의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윤 사장이 없었다면 웅치전적지의 국가사적 지정은 요원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자체의 노력도 있었다. 완주와 진안은 국가사적 지정을 각기 추진하면서 갈등도 빚었다. 그래서 접근법을 바꿔 전북도를 주체로 추진했다. 학술적 평가를 맡기기로 합의하고 주민 갈등을 해소하면서 우수한 협력의 사례로 평가받았다. 민선 6기부터 사업을 추진한 박성일 완주군수와 진안까지 사적지에 포함 시킨 전춘성 진안군수의 노력도 빛을 발했다. 특히 올 6월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유명한 유희태 완주군수가 당선된 뒤 사업추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황병주 상임대표를 비롯해 많은 주민이 헌신해온 (사)웅치·이치전투기념사업회, 완주군민 500여 명이 참여한 ‘완주군웅치전투성역화추진위원회’, 진안군민과 후손들이 만든 (사)임란웅치전적지보존회 등 민간단체의 활동이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정치권과 전문가들도 힘을 보탰다. 필자도 앞장을 섰고 전북지역 국회의원과 동료 의원들의 협력도 이어졌다. 문화재 위원인 전주대 이재운 교수, 신정일 선생 등 전문가와 전략을 협의하면서 계획도 꼼꼼히 수립했다. 문화재청장을 국회에서 만나 협의한 후 청장, 윤 사장 등과 함께 직접 웅치전적지 현장을 둘러봤고 그 결과 청신호가 켜졌다. 돌아보면 정치권과 행정기관 그리고 민간의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졌다. 관심을 가지고 성원하며 마음을 모아주신 도민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웅치 전적지가 국가사적으로 지정되면 그에 걸맞게 종합정비 계획을 세우고 유적 발굴과 보존 관리를 통해 성역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앙양해 나라 사랑의 뜻을 이어가도록 다시 한번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안호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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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9 18:26

호남권 국학연구기관 통합으로 우뚝서야

호남권 국학연구기관인 광주전남의 한국학호남진흥원과 전북의 전라유학진흥원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김관영 전북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이들 기구를 통합해 호남을 상징하는 대표 역사기구로 만들자는데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또 3개 시도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두 차례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구의 통합은 세 자치단체가 천년 동안 같은 문화권에서 생활해 온 공동운명체였다는 점에서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일이다. 또 2014년 3개 시도가 정책협의회를 통해 합의한 '전라도 천년 기념사업'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호남은 과거 천년 동안 일부 편견 속에서도 늘 우리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풍요로운 터전 위에 음식 판소리 문학 그림 등 문화와 예술을 꽃 피웠다.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는 의병활동과 독립운동에 앞장섰으며 독재의 어둠을 뚫고 민주화의 횃불을 치켜들었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처럼 호남이 없었으면 오늘의 한국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우리의 도덕과 정신세계를 이끌었던 유교 등 국학연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미진한 감이 없지 않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말할 것 없고 경북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의 활동을 보면 호남의 국학연구를 하루빨리 통합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또 지난 3월에는 충청권의 유교문화를 진흥시키기 위한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논산에 준공했다. 특히 1995년 문을 연 한국국학진흥원은 일찍부터 국학자료의 보존 및 연구 보급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수집된 국학자료만 해도 고서 고문서 등 58만여 점이고 그중에는 국보와 보물이 20건에 이른다. 또 산하에 유교문화박물관, 인문정신연구원, 포털사이트 유교넷을 운영하는 등 한류 세계화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호남권은 2018년 광주전남이 한국학호남진흥원을 개원했고 전북은 전라유학진흥원을 2024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통합과정에서 명칭이나 청사 위치 등 불협화음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문헌을 맡긴 광주전남지역 기탁자들이 지료반환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통합으로 나갔으면 한다. 통합시너지를 통해 호남국학이 세계 속에 우뚝 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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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1.09 16:24

용산구 이태원의 애환사

서울의 인왕산 줄기가 만리재를 거쳐 청파로 이어진 모양이 용과 같다 하여 용산(龍山)이라는 설과 백제 기루왕(己婁王) 때에 한강에서 한 쌍의 용이 나왔다는 ‘삼국사기’에 기인하여 용산이라 불렀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이태원은 한자로 보면 세 차례나 바뀌었는데 조선조 초에는 오얏나무가 많다 하여 이태원(李泰院)이라 했고, 임진왜란 이후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하여 다를이(異)자와 태태(胎)자를 써서 이태원이라 하다가 조선조 효종 때에 배나무이(梨)자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름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태원에서는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아프리카, 미주지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음식, 의복, 예술, 인종, 문화까지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중화된 찢어진 청바지, 외국어로 쓰인 간판 등도 이곳에서 시작되고, 외국 대사관들도 이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태원에 지인이 거주하기에 그 댁을 많이 왕래할 기회가 있었는데 갈 때마다 그 댁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주변의 변화가 다양함을 짐작 할 수 있는 곳이다. 이태원은 본래 지금의 용산고등학교에 위치했다고 한다. 이태원의 애환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1980년 이태원은 오늘날 강남과 비슷했다.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음식점, 외래품 판매점이 성황을 이루었지만 에이즈병이 만연했을 때부터 쇠락의 길을 겪다가 최근에 코로나가 성행하자 외국인 기피증이 증발하면서 이태원 일대가 예전과 비교하면 한적감이 있다고 한다. 이태원을 확대하여 용산구를 보면 고려 충숙왕은 원나라에 있을 때 순종의 아들이 위왕 아목가의 딸인 조공주를 아내로 삼고 절경을 찾다가 산세가 좋고 한강이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이곳에서 유유자적하였고, 13세기 말 고려를 침략했던 몽골군이 용산을 병참기지로 자리했으며, 1592년 임진왜란 때에는 왜군이 현재의 효창공원에 보급기지를 설치했는가 하면 평양에서 퇴각한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부대 등이 명나라 군대와 화친교섭을 했던 곳도 바로 용산이었다. 병자호란 때에는 청군이 주둔하여 군량미를 강제로 약탈했으며, 임오군란 때에는 청군이 대원군을 체포 압송한 사건 현장도 이곳 용산이었다. 청일전쟁이 시작되자 증강된 일본군이 이 지역에 배치되었고, 결국 경복궁을 침입하여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의 본부이기도 했다. 러일 전쟁 때에도 왜군이 이곳에 열차 수리공장을 설립했으며, 1905년에는 조선군 사령부를 설립하여 이곳을 발판으로 대륙침략을 본격화하였다. 이후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한 미군 24만은 광복 직후인 1945년 9월 서울에 진입하면서 용산에 한미연합사와 미군기지 등을 설립하여 6.25전쟁에 대처하다가 최근에는 평택으로 모두 옮겨간 상태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에 자리를 잡고 있기에 용산구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곳이 되었다. 11월 1일은 켈트족의 주술적 의미가 담긴 만성절이기에 그 전날은 전야제인 것이다. 이날을 맞아 한강변과 같이 넓은 곳을 놓아두고 좁디 좁은 이태원 골목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는데 외국인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옥에도 티가 있듯이 명승지에도 험로가 있는것인즉 더욱 조심할 일이다. 영면하신 영령들께는 명복을 빌고, 중경상을 당하신 분들께도 쾌유를 빈다. /양복규(동암법인 이사장·명예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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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9 14:06

아름다운 인사청문회

인사가 만사다.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무릇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라북도가 전북문화관광재단 이경윤대표에 이어 전북개발공사 서경석사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도의회와 불협화음이 많았다. 김관영지사는 「전라북도 산하 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의 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재협약식에서 “지역을 위하는 기관이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한 곳이라도 더 능력과 자질이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며 인사청문 대상을 기존 5곳에서 9곳으로 확대하였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김관영지사의 적극적인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지사는 도정을 이끌어 가는 과정에서 철학과 가치를 함께하며, 전문성이 높은 사람과 함께 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거와 인수위원회 과정에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도정을 이끌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용어로 이를 ‘엽관제’라고 한다. 한편 기관장을 실력으로 선발하여 도정을 함께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실적제’라고 하는 인사행정 방법이다. 무엇이 옳을까? 답은 도민들이 평가한다. 윤석열정부가 교육부장관을 7개월이 다 되어, 지난 7일 국회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겨우 임명하였다. 윤석열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하는 14번째 고위직이다. 두 번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국정이 흔들렸다. 국가 백년대계의 교육정책이 7개월 동안 공백상태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겨졌다. 대한민국 교육자의 민낯이 드러났고, 기득권들의 몰염치에 국민들은 크게 실망하였다. 지방의회가 혁신적인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도덕성의 검증, 청문회의 공개 여부, 청문대상과 위원 수, 청문의 실시 기간, 청문결과의 임명기속 여부 등이 있다. 특히 전문성과 도덕성의 검증과정에서 구체적인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검증해야 할 요소 및 자료들을 ‘의회와 집행부의 협약서’에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대개 검증해야 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의회와 집행부 간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세금탈루, 부동산 거래, 논문표절 등을 자료로 제출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대신 이러한 검증 과정을 비공개로 하여 개인의 정보 및 사생활의 보호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청문결과가 도지사의 임명권을 기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임명권을 기속하는 것은 도정운영에 득보다는 실이 많다. 청문결과를 통하여 제기된 후보자의 자질을 충분히 고려하여 도지사는 의회와 소통하고 임명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충분한 소통없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도지사가 감당해야 한다. 또한 청문회 과정을 비공개로 하되 도민참여제도의 적절한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직접민주주의적 요소, 즉 주민참여가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전라북도 및 의회가 선도적으로 인사청문 과정에 도민참여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 도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향후 의회와 집행부는 이번 청문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아름다운 청문회”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명된 기관장들은 청문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를 겸허히 수용하여 김관영지사의 도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도민을 위한 헌신과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 /소순창 한국지방자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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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9 13:57

천덕꾸리기 신세된 노을대교

요즘 국내 여행지 중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전남 신안에 있는 퍼플섬이다. 안좌도∼박지도∼반월도 세 곳을 잇는 퍼플섬은 한국관광공사가 ‘2022년 11월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UNWTO 세계최우수 관광마을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며 국내외의 관심을 받고 있는 퍼플섬에는 계절별로 보라색 꽃이 피는 대규모 꽃단지가 조성돼 있다. 봄에는 라벤다, 여름에는 버들마편초, 가을에는 아스타국화꽃으로 보라색 향연이 펼쳐진다. 보라색의 성지 퍼플섬이 이처럼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전남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천사대교(10.8km)가 지난 2019년 개통됐기에 가능함은 물론이다. 전북의 숙원사업이던 노을대교가 건설된다는 소식에 도민의 기대가 커졌다. 노을대교는 부안 변산면 도청리에서 고창군 해리면 금평리까지 곰소만을 가로지르는 총 8.86km 해상 다리를 말한다. 국도 77호선의 유일한 단절구간인 이곳에 교량이 생기면 차량으로 70분 우회했던 거리를 10분 정도면 주파한다. 처음엔 4차선으로 추진됐으나 국토부는 타당성을 따져 2차선으로 줄였다. 향후 4차선으로 늘린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문제는 사업비를 축소해 예타 면제까지 했으나 실행기관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의 의지가 너무 박약해 연내 착공, 2030년 완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3차례나 유찰됐는데 지난 8일 4차 공고까지 했다. 국제 공급망 불안정으로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1군 대기업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3회 연속 ‘금광기업 컨소시엄’ 한 곳만 응찰했는데 4차도 마찬가지 기류다. 4차에서도 금광기업 컨소시엄 한 곳만 유력해 또다시 유찰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부터 난항을 겪고 있어 공사 일정 차질은 불가피하다. 입찰 참여를 꺼리는 것은 낮은 공사비로 인한 사업성 저하가 꼽힌다. 노을대교의 경우 3575억2000만원으로 4번째 입찰공고를 한 상태다. 3차례나 유찰됐기에 수의계약으로 결정해 바로 착공할 수 있으나 발주처인 익산국토청은 오해의 소지를 우려해서인지 4차 입찰공고를 했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5차, 6차, 7차 입찰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전북도민의 꿈과 기대를 모았던 노을대교가 발주처의 의지부족으로 인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하루빨리 착공해야 한다는 도민의 염원을 담아내려면 동일한 발주 반복을 멈춰야 한다. 아니면 입찰방식의 변경이나 공사비 증액을 통해 대기업이 응찰하도록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동일한 발주만 반복한다면 익산국토청은 면피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허송세월만 보내면서 “과연 노을대교를 건설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란 물음에 직면할 것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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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2.11.09 13:45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 법안 처리 급하다

30여 년에 걸쳐 추진돼 온 새만금 개발사업은 무엇보다 국내외 민간자본 투자가 얼마나 활성화되느냐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다. 국제공항과 항만·도로 등 새만금 SOC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결국 투자유치 전략과 맞물린다. 이에 따라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그동안 국내외 투자유치에 총력전을 펼쳤다. 물론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만 기대에는 크게 못미친 게 사실이다. 새만금사업이 공공주도의 대형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통 인프라, 정주여건 등 입지여건이 불리한데다 조세 감면, 점용료·사용료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다른 개발사업에 비해 부족해서 민간투자를 유인하는데 어려움이 크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의회 황영석 의원이 지난 8일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 및 세제 지원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새만금사업지역 투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과 더불어 투자진흥지구에 입주한 외국인 투자기업뿐 아니라 국내 투자자 및 투자기업도 세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새만금 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 등 관련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전북지역 공약인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국정과제에 반영했다. 이같은 국정과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관련 법률안 처리가 우선 과제다. 앞서 지난 제20대 국회에서 정치권이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위한 법률 개정 작업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후 제21대 국회에서 지역정치권이 다시 발의했고,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대선 때부터 전북의 현안인 새만금사업 활성화를 위해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약속했고, 이후 국정과제에 반영하면서 추진 의지도 보여줬다. 새만금사업의 최대 과제는 여전히 국내외 민간투자 활성화다. 정부가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위해서는 우선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물론 전북 정치권에서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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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1.09 12:56

‘슈퍼 갑’ 골프장

최근 ‘로또 부킹’ 과 관련 골퍼들 불만이 극에 달했다. 코로나 이후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예약 자체가 로또 당첨만큼이나 힘들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인구 11%인 564만 명이 골프를 즐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연간 골프장 이용객이 50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문제는 역대급 호황기를 틈타 폭리를 취하면서도 고객 서비스 질은 떨어졌다는 점이다. 빗발치는 문의 전화 때문인지 일부 예약 담당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불쾌감을 주기 일쑤다. 속칭 잘 나가는 골프장은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단체 예약을 신청하면 최소 3주 전 부킹 여부를 알려줘야 함에도 D-day가 임박해 사인을 줌으로써 낭패를 겪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당분간 이같은 황금기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고객 서비스 문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할 것 같다. 골프장 명암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최고조에 달한 호황세를 편승한 가격 인상은 이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팬데믹 이전에 비해 그린피가 평일 20-30% 비싸져 골퍼들 부담은 가중됐다. 여기에다 일부 유명 골프장은 팀을 끼워 넣는 꼼수까지 동원해 서비스는 아예 뒷전이라며 시선이 곱지 않다. 라운딩 9홀 돌고 그늘집에서 대기 시간이 40-50분 늦어지는 배경이다. 도내 지금 회원제 2곳을 제외한 26군데가 대중제로 운영된다. 거의 대중제로 바뀌면서 개별소비세와 토지세 등을 면제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도 회원제 형태의 영업을 일삼아 빈축을 사고 있다. 야외 레저 활동이 마땅치 않은 코로나 상황에서 골프장으로 몰리는 고객들을 ‘봉’으로 여긴 것이다. 코로나 이후 달라진 골프장 위세는 ‘로또 예약’ 뿐 아니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매각 대금에도 드러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로 상황이 바뀌자 인기 있는 곳은 한 홀당 30억 호가하던 시세가 80억 안팎으로 뛰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 골프장 중 일부는 서울 소재 법인들이 연간 보증금 20억을 제시하며 ‘황제 부킹’까지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급기야는 VIP 고객유치를 겨냥해 럭셔리한 골프텔 분양까지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을 꺼리던 거래 은행마저 태도가 180도 달라져 ‘실탄’ 공급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고객 불만은 부킹과 함께 서비스 정신 부족으로 귀결된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시설로 골퍼 인기를 독차지하는 1-3곳은 그 명성에 비해 서비스 질은 오히려 뒷걸음 친다며 꼬집기도 한다. 접수창구 직원 태도가 불손한 데다 만만치 않은 음식 값에 단골들은 골프장 인근 식당을 자주 이용한다. 아직 때 이른 감은 있지만 골프 대중화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예전 40-60대 전유물로 인식된 골프 인구가 20-30대까지 폭넓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결국 고객 관리 서비스가 골프장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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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2.11.08 18:09

전주동물원 안전사고 대책 내놔라

전주 동물원 드림랜드 놀이시설에서 심상치 않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 강구 없이 그때그때 땜질식 처방으로 순간만 모면하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가뜩이나 이태원 참사로 인해 안전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놀이시설인 드림랜드에 대한 확장·이전이나 재정비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난 1980년 첫선을 보인 드림랜드는 1992년 민간투자방식으로 기존시설을 철거하고, 10종의 놀이시설(기부채납방식)을 다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후 2002년 전주시가 시설을 기부채납 받아 민간에 임대 운영 중이다. 핵심은 놀이시설이 낡아 어린이들의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일 오후 5시10분께 전주 동물원 내 드림랜드 놀이기구 중 ‘청룡열차’를 이용하던 A군(6)이 시설물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청룡열차의 장력을 조정하기 위해 설치된 와이어가 노후화로 인해 끊어지면서 열차를 타고 지나가던 A군이 끊어진 와이어에 이마를 부딪쳤다. 앞서 지난달 22일에는 전주 동물원 놀이기구의 하나인 ‘바이킹’의 모터가 고장나 타고 있던 어린이 등 관광객 30여명이 놀이기구가 멈출 때까지 갇혀 있다 나왔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가슴 섬찟한 사고다. 이날 사고는 바이킹 유압모터에 갑작스럽게 문제가 생겨 발생했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놀이시설이 도색이나 부품교체 등 간단한 보수만으로 관리되고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분기별로 한번 이뤄지는 놀이시설에 대한 안전성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고 있지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사실 드림랜드에 대한 안전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 임차인이 기간 만료 후 철거 조건으로 별도 사용을 요청한 2개의 기구를 제외하면 전 기구가 20여년이 훨씬 지난 놀이기구로 현재까지 시설 교체 없이 도색, 부품교체 등의 보수만으로 관리되고 있어 또 다른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차제에 변변한 놀이시설 하나 없는 전주 시민들이 타 시도로 여행을 떠나는 현실을 감안, 전주시가 획기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전주 동물원 혁신방안을 강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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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11.08 17:35

주목되는 전주시의 연말 '예산털이' 근절

전주시가 연말 보도블록 교체로 대표되는 낭비성 예산 집행을 근절키로 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연말 불필요한 보도블록 교체 공사 등 낭비성 예산집행 사례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라"고 주문했다. 연말이면 반복되는 예산 몰아쓰기 관행을 지적한 것이다. 아주 잘한 일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동안 해마다 연말이면 고질적으로 예산 털이를 위해 긴급하지도 않은 사업을 벌이는 관행이 있었다. 멀쩡한 보도블럭 교체 말고도 긴급입찰을 내고 북카페 도서 구매나 취약계층 가정용 공기청정기 등을 구입한 예가 그렇다. 일부 교육청은 연말에 관내 학교 사물함과 책걸상, 칠판을 대거 교체하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예산집행 실적이 저조할 경우 다음해 예산이 삭감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우 시장의 주문을 다른 공공기관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 실제로 정부나 자치단체들은 연말이면 미처 쓰지 못한 불용(不用)예산 집행을 독려하곤 했다. 특히 선거 때면 경제성장율을 높인다든지 공약사업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돈을 풀었다. 불용예산은 사업의 성격에 따라 제때 집행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토지보상·입찰계약 등 어려운 과정으로 인해 예산집행이 부득이 늦어진 경우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용예산을 소모하기 위해 보도블록을 뜯어내는 일 등은 없어야 한다. 물론 이에 앞서 예산안 수립과정을 면밀히 살펴야한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일단 세운다든지 사업을 부풀리는 경우가 있어서다. 지방의회도 관리감독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올해 전북도와 14개 시군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3.8%에 불과하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낮다. 그 중 전주시가 24.5%이고 진안군은 6.4%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치단체 파산제도가 없어 망정이지 진작 파산했어야 마땅하다. 이처럼 곳간이 비어 있는데 세금을 허투루 쓸 수는 없다. 내 호주머니 돈이라면 그렇게 낭비하겠는가. 우 시장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각 실국별로 가로수 간판 가림, 화단 위치, 청소, 시내버스 노선 등 시민들의 불편 민원을 전반적으로 되짚어 해결·관리하고 내년 제도개선에 반영할 것도 요청했다. 민생현장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연말 예산털이 근절에 나선 전주시를 주목하고자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1.08 17:35

안전사회로 가는 길

요즘 안전한 사회가 가장 행복한 사회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대한민국은 그간 전 세계인이 부러워할 만큼 생활 속 치안만큼은 잘 보장되는 나라였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믿고 있던 국가에 대한 큰 실망감과 함께 당혹감, 참담함, 슬픔의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일었다. 어떻게 선진국 대열에 나란히 선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인지. 사회안전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그저 개탄스러울 뿐이다. 참사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은 투명하고 신속하며 철저하고 명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우리는 그 과정과 결과를 반드시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경찰인력이 충분히 투입되지 않은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당일 그 시간 광화문 집회현장과 대통령실 인근에는 수백 명의 경찰이 대기 중이었다고 한다. 목숨값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대통령과 정권을 지키기 위한 공권력 동원이 국민 10만 명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치안활동보다 더 중요했던 것인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국가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다시금 한탄만 나온다. 이태원 참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까지 약자라는 이유로 안전으로부터 차별받는 사람들이 있다.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한 사람으로서 지켜져야 할 기본 중의 기본, 반드시 보편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 바로 안전일 것이다. 본인은 전라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확인해보기 위해 자료를 요청했으나 집행부에서는 현황자료도 없고 수집방법도 모른다는 답변이 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건설현장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공공행정의 인식수준이 이토록 낮을 줄이야. 지방도를 건설하고 지방하천을 정비하면서 시공의 안전성과 품질에 대해서는 점검하지만 그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서는 겉핥기식으로 형식적인 접근과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 사고사례 리스트에서 전라북도 사고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신고접수된 사례일뿐 전체자료가 아니라는 점에서 도내 건설현장 안전사고 현황집계에 대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현황파악도 안되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사고사례에 따르면, 도내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지난 3년간 총 375건이 발생했고 이중 사망 23명, 부상이 352명에 달했다. 사고는 60% 정도가 19인 이하의 소형 건설현장에서 발생했으며 토목공사현장보다는 건축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비율이 더 높았다.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철거 중 흙막이 붕괴사고에서 보듯이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대부분 건설시공업무의 구조적 문제 즉 경제논리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바로 불법하도급이 핵심이유라는 것이다. 시공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도급사는 다시 하도급에 하도급을 주게 되고 결국 시공단가가 낮아지는 만큼 시공품질이 떨어지고 건설현장 노동자의 안전따위는 아예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이다. 안전을 챙기는 시간, 안전장비를 구입하고 안전관리자를 두는 비용, 안전시공을 위한 가설비계 등 안전장치 설치 등이 현장에서는 우선이 아닌 맨 나중, 혹은 해도 되고 안 해도 상관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또 하나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 중의 하나는 노동자 구성비의 변화다. 농어촌에 일손이 부족해 외국인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는 말이 있지만 건설현장 인력난도 꽤 오래된 문제다. 도내 건설현장 역시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노동자가 늘어나면서 기술자 간 의사소통이 어렵고, 응급상황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등 건설현장 안전사고는 또 다른 형태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안전은 개인의 안전의식도 중요하지만 사회저변에 안전을 필수적으로 지키는 문화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먼저 산업현장에서든 행사장에서든 사회 곳곳 어디에나 틈새없는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 어떤 경제논리나 빈부차이, 이념, 정치를 떠나 국민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안전이 보장될 때만 안전사회가 될 수 있고 안전한 사회만이 진정 국민이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 /문승우 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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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8 14:18

마을주민이 첫 단추 꿴 웅치 국가사적지 지정

430년 전 조선을 침탈한 왜구에 맞서 관군과 지역주민 3000여명이 결사 항전했던 웅치전적지. 파죽지세로 조선을 점령한 왜군은 마지막 전략적 요충지인 호남평야를 차지하기 위해 총공세에 나선다. 병력을 총결집한 왜군은 1592년 7월(음력) 주력부대를 둘로 나눠 이치(梨峙·현 완주 운주)와 웅치(熊峙·곰치재) 2곳을 거쳐 전주성으로 진격하기에 이른다. 이에 조선군은 권율 장군이 이치(梨峙)에서 왜군을 막아내고 웅치에선 김제군수 정담 해남현감 변응정, 나주판관 이복남 의병장 황박과 주민 등 3000여 명이 왜군 1만여 명과 맞선다. 하지만 군사력에서 크게 열세인 관군은 왜군의 총공세에 밀리면서 창과 낫으로 백병전까지 벌이다 모두 장렬하게 최후를 맞는다. 이후 왜군은 전주성까지 진격했으나 웅치전투로 인한 전력 손실이 커 결국 공격을 포기한 채 퇴각하고 말았다. 5년 뒤 조선을 재침략한 왜군은 웅치전투를 도왔던 완주 소양과 진안 부귀를 찾아 앙갚음에 나선다. 승병으로 다수가 참전했던 소양 송광사와 마을은 모두 불태워지고 마구잡이로 주민을 학살하면서 멸문지화를 당한 가문도 적지 않았다. 이후 400여년이 지나도록 웅치전투와 호국영령들은 역사와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러다 지난 2007년부터 웅치전투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소양주민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뒤 고향으로 돌아온 강시복 선생이 소양면주민자치위원장을 맡으면서 웅치전투의 실상과 재평가, 홍보 활동에 적극 나섰다. 당시 웅치전투를 역사의 망각 속에서 되살린 실마리는 2년 전 작고한 소양 출신 이목윤 시인이 제공했다. 이 시인은 소설 작업을 위해 고향마을을 탐방하면서 노인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웅치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료를 취합해서 ‘소양천 아지랑이’ ‘약무웅치 시무호남’ ‘웅치의 눈물’ 등 여러 권의 역사 실증소설을 집필했다. 이에 강 위원장이 ‘우리들의 자랑’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웅치전투는 패한 전투가 아닌 사실상 승리한 전투라며 웅치대첩을 면민들에게 알리고 자긍심을 심어줬다. 2008년부터 웅치전적지에서 추모행사를 열었고 자신이 조직한 넝쿨장학회를 통해 역사학자를 초청, 웅치전투에 대한 강연회를 여러 차례 개최했다. 2009년에는 소양웅치전투추진위원회를 조직해 선양사업에 매진해왔고 2015년부터는 완주군 웅치·이치기념사업회로 조직을 확대하고 완주군과 함께 추모행사와 성역화사업, 학술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앞서 진안지역에선 진안 부귀면 신덕마을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웅치전투에서 희생당한 선조를 추모하는 제사를 지내왔다. 2006년부터는 민간차원에서 웅치전 순국영령추모제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웅치전적지 보존회로 확대 개편해 매년 추모제를 주관해오고 있다. 진안군에서도 학술단체와 함께 웅치전적지 학술대회를 열고 완주 신촌리 일대로 국한된 전북도 기념물 지정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사적지 지정을 촉구했다. 2012년에는 웅치호국 추모사당인 창렬사를 세워 호국선열의 넋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웅치대첩 추모행사는 민간 주도 행사로 그쳤다. 1976년 전북도 기념물 지정과 1979년 웅치전적지 기념비를 세운 전라북도는 정작 추모행사에는 뒷짐만 졌다. 이에 행정의 무관심에 대한 언론의 질타가 이어졌고 도의회에서도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전라북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 차원에서 학술대회와 지표조사 옛길 고증 웅치전적지 발굴조사 등이 이어졌고 지난 5월 국가사적 지정 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한차례 보완을 통해 지난달 웅치전적지가 국가사적으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완주 소양과 진안 신덕마을 주민으로부터 시작된 추모행사와 역사바로세우기 노력이 행정과 학계 언론 등의 합심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육전에서 최초의 승리를 거둔 완주 이치전적지도 아직 전북도 기념물로 남아있다. 이곳은 익산지역 400여 명의 농민 의병이 순국한 현장이다. 하루빨리 국가사적 지정을 통해 호국영령의 충혼을 기리고 역사교육의 산 현장으로 선양해야 마땅하다. /권순택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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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22.11.08 14:10

유 아 낫 ‘언론’

이태원 참사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다. 수은주는 초겨울로 내려갔다. 라디오 방송의 음악은 낮게 가라앉았다. 귀에 익은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이 흘러나왔다. 쉽사리 가시지 않는 노래의 여운을 느끼려 인터넷을 검색했다. “비록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당신은 항상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국가 애도 기간에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국화와 손편지들이 가득 쌓였다. 서울 곳곳에 설치된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는 11만 명이 넘는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마이클 잭슨의 노래처럼 시민들은 어여쁜 청춘의 넋들에게 애끊는 마음을 전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라고. 참 많은 국민이 눈물을 흘렸다. 슬픔과 분노와 억울함이 먹먹해진 가슴 속에서 끈적하게 뒤엉켰다. 무엇보다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 책무다. 참사로 희생된 못다 핀 꽃들의 절규와 비명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울다 울다 쓰러지고 지친 유가족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부상자 치료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충격과 혼돈의 시간이 지나면서 베일에 싸였던 그날의 진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당국의 허술한 대응, 늑장 보고, 컨트롤 타워 부재 등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양상이다.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정직한 자세로 국민 앞에 고개 숙여야 한다. 참사 초기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언론의 보도 난맥상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 때 국민은 언론에 낙인을 찍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인 ‘기레기’라는 비아냥이 그것이다. ‘전원 구조’라는 의도치 않은 오보는 맹목적 받아쓰기의 결과물이었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며 무책임한 언론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결국 국민은 언론에 대한 믿음을 거둬들였다. “당신들은 언론이 아니다”라고. 급기야 마이클 잭슨의 ‘You Are Not Alone’을 음차(音借)한 “유 아 낫 ‘언론’”까지 등장했다. 언론은 자신을 가리켜 ‘국민의 대변자’라고 강변하지만 정작 국민으로부터 손가락 욕을 받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당시에 한국기자협회 대표일꾼으로 활동하면서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후 주요 언론단체들이 합심해 「재난 보도 준칙」을 제정했다. 어설픈 속보 경쟁과 부정확한 보도로 더 이상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자는 부끄러운 반성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참사 보도에서도 언론은 실수와 잘못을 연발했다. 참사 당일 모자이크 처리 없는 현장 사진, 참사 영상의 무분별한 반복과 재생, “마약이 돌았다”는 미확인 추측 보도, “00머리를 찾아라”는 마녀사냥식 보도, 온라인상의 선정적인 기사, 유가족들에 대한 무리한 인터뷰가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당시와 판박이다. 저널리즘은 철두철미하게 공공의 안녕과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에게 충성해야 한다. 독자이면서 시·청취자인 국민의 기대를 저버려서는 언론의 존립 의미가 사라진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고 했다. 국민의 믿음이 없으면 정부도 언론도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언론은 국민이 처한 삶의 현장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과 함께 꿈꾸며, 국민의 불안을 해결하는 ‘공감의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박종률 우석대학교 교양대학 교수·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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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8 14:09

눈 감은 아르고스

온몸에 눈이 100개나 달린 신화 속의 감시자 아르고스(Argos)도 한순간 그 많은 눈을 전부 감고 말았다. 그리고 이 거인은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잠깐의 방심이 불러온 비참한 종말이었고, 철통 감시망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제왕 제우스는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연녀 이오를 암송아지로 변신시켰다. 이를 눈치 챈 헤라는 제우스에게 암송아지가 된 이오를 선물로 달라고 청해 자신의 심복인 아르고스에게 엄중 감시하도록 했다. 100개의 눈으로 사방을 보는 아르고스는 잘 때조차 눈을 다 감지 않는 타고난 감시자였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아들 헤르메스에게 명해 아르고스를 제거하도록 했다. 아르고스는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와 사랑이야기에 홀려 모든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헤르메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르고스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됐다. 중단됐던 축제·행사가 속속 재개될 것이다. 그리고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면 이번 참사도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서서히 잊혀질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안전’이었다. 성난 민심에 당황한 정부는 국가혁신과 안전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고 재난안전시스템을 정비하면서 ‘대한민국 안전 대전환’을 추진했다. 국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가 출범했고, 지자체에서도 조직개편을 통해 재난안전기구를 신설했다. 또 우리 사회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2015년부터 ‘국가안전대진단’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어이없는 대형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그때마다 국가 안전관리, 재난대비 시스템의 허점이 속속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떠들썩하게 되풀이해왔다. 무엇보다 소를 잃지 않도록 튼튼한 외양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튼튼한 외양간이 바로 안전의식이다. 안전의식은 국민성에서도 유래하지만 평소 안전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 의해서 형성되는 후천적·습관적인 부분이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계속된 대형사고의 원인을 짚어가면 어김없이 인재(人災)로 귀결됐다. 시스템과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능사는 아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 미래의 흐름까지 예측해서 우리 사회 위험요인을 모두 대비하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문제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현대 사회의 재난감시·안전관리 시스템은 ‘아르고스의 눈’에 비할 바 아니다. 하지만 아르고스처럼 한 순간 눈을 감아버리거나 눈을 뜨고도 방심한다면 모두 헛일이다. 아흔아홉 번의 헛걸음이 있더라도 한 번 있을지 모를 만약의 사태까지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투철한 안전의식이 사회체계와 국민의식에 녹아들어야 한다. 정부가 ‘대한민국 안전 대전환’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사회 시스템 정비보다 국민의식 전환에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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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2.11.0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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