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4 17:10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아리울의 봄

쏴-, 바람이 불면 멀리서 파도가 바람을 몰고 온다. 물고기들도 춤을 추고 입질이 시작되면 아버지의 손놀림도 더욱 빨라진다. 낚싯줄에 매달린 망둥이가 허공에서 바둥거린다. 물살에 떠밀려와 구럭에 갇혀버린 망둥이들은 바다로 회귀하고 싶은 욕망으로 뛰어 넘으려 용을 쓰지만 대부분은 우리 가족의 일용할 양식이 되었다. 밭농사가 없는 초전리 마을의 남자들은 농사일이 없을 때면 바다로 나가 낚시를 했다. 아이들도 따라나서면 개펄은 언제나 그들의 재미있는 놀이터가 돼 주었다. 달랑게가 집 앞에 나와 뽀글뽀글 거품을 짓고 수컷은 암컷의 환심을 사려고 땅을 파서 집을 만들며 구애를 했다. 분주하던 아침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허전함이 밀려온다. 빈 둥지 증후군도 지났건만 오늘은 왜일까? 차를 한 잔 마셔보지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이 탓일게다. 설거지를 마치고 욕조에 더운물을 받아 따끈하게 몸을 담그니 사르르 눈이 감긴다. 얼마나 지났을까?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닦아내고 긴 머리카락을 풀어 욕조에 담갔다. 빈 마음 한쪽이 따뜻하게 채워졌다. 오늘따라 머리카락이 청정한 미역처럼 싱그럽다. 봄볕이 따사로운 봄날 오후, 창 넓은 찻집에서 먼바다를 본다. 개펄에서 그레질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그들의 구럭 속에는 생합과 바지락이 가득 담겨 있다.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될 때 삶의 터전을 잃고 도시로 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생명의 보물창고 개펄로 돌아왔다. 고개를 돌려 석양을 보니 아름다운 산호색 바다에 돛을 올린 요트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바닷바람을 가르며 군무를 하고 젊은이들의 윈드서핑이 그 곁을 스치고 지나간다. 부럽다. 나도 어느새 그들의 초호화 유람선을 타고 고군산열도를 휘감아 돌고 있다. 붉은 산호색 아리울 항의 경치는 천혜의 경관을 자랑하는 한 폭의 수채화다. 이 땅은 서해 바다와 만경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를 둑으로 막아 만든 땅이다. 생명을 품어 길러내던, 개펄과 해풍의 신비가 있으며, 자연의 혜택을 거저 얻은 땅이다. 개펄 땅에 소금기가 가시니 영양분 풍부한 찰진 흙이 되었다. 이곳 쌀로 밥을 지으면 윤기가 자르르 하고 밥맛도 좋아 '아리울 미'라는 인증마크를 달고 수출 길에 올랐다. 그리고 비옥한 땅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 화훼와 유기농 채소는 청정지역이라는 프리미엄을 얻어 농부들의 연간 소득이 억대를 넘어 얼굴에는 항상 환한 미소가 머물러 있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아리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인구도 늘어 광역도시가 되더니 시내가 온통 빌딩 숲을 이루었고, 홍콩보다 더 아름답고 화려한 야경 도시라는 입소문이 났다. 아리울국제공항엔 외국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거리마다 관광인파가 몰려들어 품질 좋은 우리 제품들을 쇼핑한다. 아리울 산업공단에는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IT산업과 탄소산업, 신약개발 등의 기업들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경제가 활성화되니, 세계 각국의 입주 은행들이 호황을 누린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수입이 안정되니 중산층 가정들이 여유를 즐기며 화목하다. 주변엔 노인들을 위한 숙련된 의료인, 최신의료장비를 갖춘 종합병원이 들어서 마음 든든하다. 여러 문화 시설과도 접근성이 좋아 문화생활이 가능하니 누구나가 살고 싶은 고장이 되었다. 주말엔 손자들과 아쿠아리움에서 잠수부가 되어보고 식물원의 희귀식물, 아름다운 꽃들 속에서 동물들의 재롱을 보며 산책을 한다. 비록 소망 같은 꿈이지만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이라는 아리울의 봄을 기대하며 오늘도 나는 아리울 둑에서 먼바다를 바라보니 봄빛이 일렁이며 나를 향해 팔을 벌려 미소 짖는다. 박귀덕은 <수필과 비평> 출신으로 행촌수필, 전북수필 회장을 맡아 『나의 등단작』,『나는 隨筆家』 문집을 발간했으며 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수필과비평문학상, 작촌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 행촌수필문학상을 수상 했고 『삶의 빛, 사랑의 숨결』 등 수필집이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07 16:44

알아두면 쓸 데 있는 감면대상주택

조세는 그 합목적성에 비추어 공평하게 실현되어야 하고 모든 납세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경제상의 정책적이 측면에서 일정한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때로는 징벌적으로 과세를 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추어 주택을 양도한 경우 납세의무를 면제해주는 비과세제도, 일정부분 경감시켜주는 감면제도와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중과세제도가 운용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부담해야 할 세금의 일정률을 감소시켜주는 감면제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정권이든 부동산문제에서 자유로운 정권은 없었고, 이러한 부동산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시로 감면규정들이 신설되거나 개정이 되기도 하고, 각 조문들이 산재되어 있어 그 적용시기에 대해 부칙까지 규정되다 보니 현행 세법 중 가장 난해한 규정이 되어버렸는데 다음 두 가지가 대표적입니다. 첫 번째로 1998년 5월 22일부터 1999년 12월 31일까지 사용승인을 받은 신축주택으로써 최초분양자가 실제로 입주한 주택이어야 하는데 전주지역의 경우 중화산동 하늘채아파트와 에코르아파트가 해당되며, 최초 5년간은 100% 감면이 되고 5년이 지난 후에는 기준시가 상승률에 비례하여 감면되며 감면세액에 대해 20%의 농어촌특별세가 과세됩니다. 두 번째로 태평동 SK뷰아파트와 중화산동 풍림아이원아파트가 해당되는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감면제도입니다. 2008년 11월 2일까지 미분양된 아파트로써 2008년 11월 3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하늘채아파트와 동일한 양도소득세 감면이 적용됩니다. 이밖에도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감면은 취득시기와 임대기간, 지자체등록여부 등에 따라 20가지가 넘는 감면대상주택이 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납세자 본인이 이에 해당되는 지 판단해 보셔야 합니다. 이러한 감면대상주택과 비과세주택은 조세부담을 감소시켜준다는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비과세주택이 법의 힘에 의해 별도의 신청이나 행정처분 없이 요건에 해당되기만 하면 당연히 적용되는 것과 달리 감면대상주택은 납세자의 신청이라는 적극적인 행위를 필요로 합니다. /노인환 한국세무사회 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07 14:09

대한민국이 자강해야 하는 이유

미얀마 시트웨항, 방글라데시 치타공항, 스리랑카 함반토타항, 파기스탄 과다르항, 지부티 오보크항, 케냐 라무항, 탄자니아 바가모요항, 모잠비크 마푸토항, 우간다 엔테베공항 등 아프리카 연안의 유수한 공항과 항만들을 나열한 것은 꼭 가고 싶은 여행지를 나열한 것은 아니다. 이 지역의 슬픈 뒷면을 살펴보자. 중국은 일대일로(육상·해상실크로드)사업의 작전 아래 개발도상국의 재무 상태와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돈을 빌려주었다. 약소국가로서는 거대 공사비가 필요한 공항이나 항만건설을 위하여 중국의 돈줄은 한 줄기 서광 빛이었을 것이다. 중국의 고관대작이 한 번씩 방문할 때마다 중국 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쏟아져 들어왔고 원하는 대로 필요한 돈을 주고 갔으니 당연히 중국 일대일로의 화려한 독버섯 작전에 너나 할 것 없이 동참하여 차이나 머니에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쩐의 위력으로 거대한 공항과 항만을 화려하게 건설하였고 외관적 치세에 국가의 위상이 높아만 간듯하여 이들 국가들은 차이나 머니를 꿀처럼 먹고 있을 때 중국의 일대일로의 작전은 만약 빌려간 돈을 변제하지 아니하면 주요 인프라 운영권을 중국에 넘긴다는 것을 반듯이 명기한 독소 조항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간다의 엔테베공항 건설에서는 예산과 계획을 세울 때 중국수출입은행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고 못을 박았다. 나아가 계약은 중국 법의 적용을 받으며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재판 관할권까지 중국으로 적시하였다. 스리랑카를 보자 일대일로 사업을 통하여 남부 해안가에 대형 항구를 건설하였지만 부도로 인하여 빚더미에 올랐고 결국 2017년 연간 고작 11억 달러를 받는 임대 형식으로 99년간 항구 운영권을 중국기업에 넘겼다. 또 하나 일대일로에 포로가 된 국가가 잠비아다. 코로나19까지 겹쳐버려 국내 총생산(GDP) 대비 공적 부채가 2010년 19%에서 2020년 120%로 급증하였다 이 중 3분의1이 중국에 진 빚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21년 11월에 중국과 아프리카 포럼에서 앞으로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대형 인프라를 벗어나 중소기업 그린프로젝트 및 민간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대형 인프라는 이미 중국의 손아귀에 넘어왔다고 보는 것이다. 이제는 이들 국가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점령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으며 식민지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개발도상국을 차이나 머니로 중독을 시킨 후 어느 시점에서 그 돈 줄을 옥죄어 운영의 어려움을 만들고 끝에는 독소 조항을 들어서 운영권을 넘겨가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대일로 작전인가. 사회주의 국가가 자본주의 국가도 해보지 못한 돈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세계를 중국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 한국은 평안한가? 차이나 머니의 위력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제주도 땅 중 일부 불럭 전체가 중국 땅이 되었고 일부 대형 시설들이 중국 것이라고 얼마 전 제주도 지인이 전해준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중국은 이미 동북공정이라는 독버섯 작전이 우리 역사왜곡에 깊이 들어와 있다. 인물까지 거론하며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인물인 안중근 의사나 윤동주 시인을 중국 사람이라고 떠들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 돈놀이보다 더 왕성하게 돈놀이를 하며 현대판 약육강식을 하고 있어 우려가 된다. 우리는 수치상으로 중국과의 무역이 미국과의 무역과 비슷하다고 하였고 농산물의 경우에는 중국의 농산물이 한국식탁의 90%을 차지하고 있다니 이는 거의 백기를 든 상태가 아닌가 싶다. 혹자는 대륙으로 가는 길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감내를 하여야 한다고 하지만 이 길을 가기도 전에 스스로 침몰하는 것은 아닌지 나라를 통째로 빼앗긴 개발도상국의 뼈저린 교훈을 거울삼아야 할 것이다. /이형구 전라북도지방법무사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07 14:07

종부세 폐지 땐 지방재정 큰 타격 대책 세워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종합부동산세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전라북도의 세수가 2000억 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가용재원이 열악한 지방의 세수 감소 폭은 큰 반면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은 세수입이 크게 늘어나 지역균형발전과도 배치되는 만큼 종부세 폐지 시 대안 마련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와 2개 특별자치시·도에 배분된 부동산교부세 총액은 3조3790억 원이다. 부동산교부세의 재원은 종합부동산세액으로 마련되며 자치단체 간 재정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가 폐지되거나 재산세로 통합해 과세될 경우 부동산교부세 재원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러면 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는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종합부동산세가 폐지될 경우 전국 17개 시·도 중 13곳의 지방세수가 줄어든다. 전북은 2267억 원이 줄어들고 전남 3259억 원, 경북 2342억 원, 강원 2274억 원 등 재정 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의 세수입이 크게 감소한다. 반면 서울은 2조743억 원이 늘어나고 경기 1905억 원, 대전 488억 원, 세종 39억 원 등 4개 시·도는 세수입이 증가하게 된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기초자치단체는 부동산교부세가 없으면 자치단체 운영이 어려워진다. 부동산교부세가 자치단체의 지방세 수입보다 많은 지역이 7곳이나 된다. 나머지 지역도 부동산교부세가 지방세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교부세가 없어지면 자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무원 인건비 해결도 못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6일 전국 시·도지사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하면서 “경제와 산업에 있어서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자치단체의 재정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역 경제와 산업 발전은 요원하고 균형발전도 어렵다.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려면 지방세수 결손 부분에 대한 대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재정 불균형을 먼저 해결하지 않고선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시대는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07 13:28

나는 어떤 빗방울이 될까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나에게 깜짝 놀라 여러번 확인했던 질문이 있었다. “너 김신조 몰라? 정말로 김신조가 누군지 몰라?” 나는 정말로 그가 누군지 몰랐다. 그를 모른다고 고개를 저으면 어른들은 긴 탄식을 내뿜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식으로 나는 김신조를 알게 되었다. 김신조는 1968년에 북한에서 내려와 청와대를 습격하려던 31인 무장공작원 그룹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내가 태어나기 4년 전의 일이었으니 나는 그를 모르는게 당연했는데도 어른들은 내가 그를 모른다고 할 때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냐고 알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장탄식을 내뿜었다. 그때 탄식하던 어른들의 심정을 이제 나도 안다. 내 딸을 포함한 젊은 세대가 이웅평, 황영조, 하다못해 아기공룡 둘리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도 옛 어른들처럼 놀라며 긴 한숨을 내뿜었다. 그 한숨은 세월의 빠름에 놀라고 세상사의 무상함에 굴복하는 의미였다. 요즘 인기를 끄는 소년범에 대한 법정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그렇게 잊혀진 인물들 중 하나인 신창원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신창원을 안다면 당신은 옛날사람이다. 1997년 신출귀몰한 탈주범으로 세간에 이름을 떠들썩하게 알렸을 때 신창원은 물론 소년범이 아니었다. 2년 넘게 도피생활을 계속한 끝에 눈에 띄게 알록달록한 쫄쫄이 티셔츠를 입고 체포되어 사나운 표정으로 끌려갔던 그는 이십대 후반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를 인터뷰한 어느 기사에서 그는 소년 시절의 어린 마음을 외쳤다. “내가 어릴 때 단 한번이라도 ‘너 착한 놈인거 안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으면 내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어린 목소리는 가시처럼 내 마음에 콕 박혀 오늘까지 잊혀지지 않았다. 심한 범죄를 저지르는 지경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말썽꾼’이라는 평판을 얻은 아이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나쁜 소문이 자자한 어느 아이를 만났을 때 나는 그 아이가 조심스럽고 참하게 행동하는 것에 내심 놀랐다. 그가 착해 보이더라고 말하자 내 아이는 엄마의 순진함에 넌더리를 쳤다. “어른들 있을때는 착한척 하는거지. 우리끼리 있을 때는 다르다고. 엄마는 참.” 그럴 것이다. 나는 그 아이가 지어보인 말간 얼굴에 속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때 신창원을 떠올렸다. 초중학교 시절의 신창원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돌봄 받지 않은 외모에 이미 여러번의 사고를 친 전력,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불신으로 이미 구제불능이라는 평판이 자자했을 것이다. 눈빛은 사나울대로 사나워, 어른들조차 그와 시선을 마주치기 꺼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의 마음속에서 가장 간절하게 듣고 싶었던 말은 ‘너 착한 놈인거 안다’는 한마디였다. 인간은 때로 믿을 수 없이 부조리하다. 신창원처럼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면서 너는 착한 놈이라는 소리를 듣고싶어한다. 신뢰를 저버리는 모든 행동을 다 하면서 마음속으로 간절히 너를 믿는다는 한마디를 기다리기도 한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고뭉치에게 “네 마음 속 깊은 곳에 선함이 있는 것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나의 덕담을 가볍게 비웃고 그날밤 또다른 사고를 저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신창원의 소망은 아직도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보통 사람의 내면에는 선함과 악함의 씨앗이 모두 숨어 있다. 씨앗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여러번의 두드림이 필요하다. 겨우 한번 스친 빗방울은 씨앗을 틔우기에 역부족일 것이다. 나와 한번 스친 일은 누군가의 삶을 근원적으로 바꾸기엔 너무 하찮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보낸 시선, 내가 건넨 말 한마디가 빗방울이 되어 그의 인생의 밭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빗방울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날 처음 보는 식물의 새 잎이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어느 쪽 씨앗에 더 충분한 양분이 공급되어 싹이 트느냐에 따라 그 밭은 달라질 것이다. 나는 어느 씨앗을 깨우는 빗방울이 될까? /심윤경 소설가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07 13:26

균형발전 촉진… 진정한‘지방시대’를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6일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발전이 국가발전이고, 이제 지역 균형발전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필수사항”이라고도 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까지 더해져 지방 소멸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기대하게 하는 발언이다. 윤 당선인의 이번 발언이 전국 시·도지사들의 균형발전 정책 요구를 의식한 일회성 립서비스는 절대 아닐 것이다. 새 정부는 이 같은 의지를 정부 조직개편과 국정과제, 그리고 주요 정책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사실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을 수도 없이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불균형만 키웠다. 정책공약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위주의 국가 운영 기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더욱 강한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역 불균형은 풀지 못한 숙제’라며 그 한계를 인정했다. 수도권이 지방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돼 급격하게 구멍을 넓히고 있는데도 ‘집값 안정’을 내세운 정부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 정책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면서 수도권의 공간적 범위는 넓어졌고,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양분·양극화됐다. 사람과 재화가 한 곳으로 몰리는 수도권공화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극약처방이 필요할 수도 있다. 비대해진 수도권, 소멸하는 지방을 정상으로 되돌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는 반대로 수도권에서 상대적 불이익과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수도권 주민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력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국민의 요구이자 민심이라고 포장해 어렵게 꺼내든 칼을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 균형발전 정책은 지방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다. 지역의 소멸이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생존전략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균형발전 정책은 새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할 시대의 소명이다. 부디 출범을 앞두고 굳건하게 표명한 새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의지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07 13:13

공직자의 고향 세탁

박근혜 정부 말 중앙 선거관리를 총괄하는 차관급 자리에 발탁된 정읍 출신 K씨가 출신지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2008년 전북지역 선거관리 책임자로 영전했을 당시에는 자신의 고향을 정읍이라고 밝혔다. 이후 중앙선관위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하면서 선관위 최고위직 자리에 오르자 자신의 출신지를 서울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전북출신의 영전 소식에 인터뷰를 제안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언론에서는 인사기록 허위 기재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향 세탁 논란이 일었다. 전북출신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김대중 정부 이전에는 고향을 언급하는 것은 절대 금기였다. 향우회 모임이라도 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쉬쉬하면서 모여야만 했고 아예 나오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호남이라는 딱지로 인해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차별받았던 호남출신이 정부 부처를 비롯해 공공기관·공기업 등에서 두각을 보이자 너도나도 호남사람을 자처하는 웃기고도 슬픈 현실이 드러났다. 윤석열 당선인이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로 지명한 전주 출신 한덕수 전 총리도 고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김영삼 정부에서 상공부 국장 재직 때 유종근 지사가 찾아가 고향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자신은 전북사람이 아니라면서 냉대했던 일화가 있다. 특허청장으로 승진했을 땐 언론사에서 고향을 전주로 표기하자 일일이 연락해서 서울로 정정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정권 교체와 함께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발탁되자 그의 본적은 서울에서 전주로 바뀌었다. 전에 참석하지 않았던 재경도민회에도 나오고 전북일보가 매년 서울에서 주최하는 전북출신 신년인사회에도 얼굴을 보였다. 또 중앙부처 전북출신 공직자 모임인 삼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승승장구하면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등을 지냈고 참여정부에서 산업연구원장과 국무조정실정, 경제부총리를 거쳐 마침내 국무총리에 올랐다. 전북출신으로는 김상협 진의종 황인성 고건에 이어 다섯 번째 총리가 되었다. 총리 재임 시절엔 새만금·군산경제자유구역 지정과 국가 예산 확보에 도움을 줘 김완주 지사가 감사패를 만들어 전달하기도 했다. 한덕수 전 총리가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로 취임하게 되면 역대 총리 가운데 김종필과 고건에 이어 세 번째 재임 총리가 된다. 그러나 두 번째 총리로 가는 길목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민주당에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4년간 받은 18억 원의 고액 고문료와 먹튀 논란을 야기한 론스타 사태에서 역할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4.06 19:27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법 제정돼야

새봄을 맞았지만 간호계는 아직도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 간호법이 여전히 국회에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거대 여당과 야당은 서로 앞다퉈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건강과 안전을 위한 간호 업무는 의료기관뿐 아니라 지역사회로 확대되고, 다양해지고 전문화된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법은 의료기관에만 해당되는 사항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시대적으로 변화한 통합적이고 전문화된 간호 영역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직마다 개별적인 법률을 인정하는 것은 세계 공통의 보편적 입법 체계이다. OECD 가입국 중 33개국에 간호법이 있고 전 세계 96개국에서 간호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법이 다양하고 전문화된 간호 영역을 담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한 지금,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독립된 간호법 체계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간호법이 제정된다는 것은 정부가 간호 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간호 현실에서는 간호법 제정이 더 늦어 져서는 안된다. 간호사는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나아가 건강권 확보, 보편적 건강보장 차원에서도 언제나 대상자에게 건강관리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사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열악한 근무환경 및 처우 등으로 인해 의료현장을 떠나는 일이 빈번하다. 우리나라 임상 활동 간호사 수는 면허간호사 수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신규간호사 절반이 1년 이내에 이직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간호사들은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의사단체와 일부 의료인단체에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으로 충분히 간호 문제 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은 의사를 비롯한 의료기사, 영양사 등 20개 직종의 수급, 교육, 근무환경 개선 등으로 구성된 기본법이다. 따라서 법 구조상 보건의료인력 전체 직종을 아우르는 성격의 법안이 마련될 수밖에 없고 이는 서비스 요구가 가장 높은 간호 특성에 맞는 법 내용을 구성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국민건강과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에 특화된 간호법이 제정되어야만 국민도 환자도 안심할 수 있다. 의사단체는 또 앞선 억지 주장만으로 부족해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법이라는 거짓된 카드뉴스도 퍼뜨리고 있다.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간호인력의 체계적 양성 및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간호·조산 서비스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법이다. 이제는 제발 간호법과 관련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의도적으로 곡해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사태로 보건의료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제 국회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듣고 민생법인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길 간곡히 호소한다. 간호법 제정으로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간호환경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안옥희 전북간호사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06 14:33

우아하게 연습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

어느덧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지 45일이 지났다. 이제는 9월10일부터 25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제19회 아시안게임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모드전환을 해야 한다. 4년 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이 금메달 132개로 1위, 일본이 75개로 2위, 우리 대한민국은 49개로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중국이 스포츠 세계 최강국이기에 넘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86 서울AG과 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경기력이 급상승하여 94년 일본에서 개최된 히로시마AG을 제외하고는 일본 스포츠를 우리나라가 계속 앞서 갔었다. 일본이 64년도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후 자신감을 얻어 생활체육으로 전환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문체육이 약해지고 우리나라에게 덜미를 잡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은 다시 전문체육 육성을 외치며 재건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면서 2016 리우올림픽과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AG 부터 우리나라를 앞서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체육은 언제부터인가 여기저기서 이런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즐기면서 경기에 임해라! 승패에 연연하지 마라! 메달이 중요하지만은 않다! 전문체육은 과거 엘리트체육이라 불렸다. 소수정예의 우수선수가 국가를 대표하고 국제무대에서 경쟁을 통해 대한민국 체육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과 긍정의 에너지를 드리는 것이 전문체육이다. 전문체육의 핵심은 경쟁이다. 필자가 보기에 연습 속에 영혼도 없고 간절함도 없는 어느 종목의 예를 들어본다 이 종목은 연습이 우아하다. 폼생폼사다. 웨이트 훈련장에서도 어김없이 이어폰이 귀에 꽂혀있다. 몸매 관리 하는 건지 훈련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어폰 속에서는 우아한 음악이 흐를 것이다. 웨이트장은 곡소리가 들리고 선수의 함성소리와 기구 던지는 소리가 들려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모든 종목에게 새벽운동을 하라고 당부한다. 새벽운동 하기 싫으면 운동장 나와서 몇 바퀴라도 걸으라고 당부한다. 그 이유는 이것이다. 새벽에 운동 안하면 전날 밤 늦게까지 게임이나, 영화나, 쇼핑을 한다. 전용 컴퓨터를 갖다 놓고 늦게까지 하다보면 배가 고파 인스턴트 음식 등을 섭취하고 새벽에 잠이 들면 새벽훈련도 없으니 오전 내내 숙면을 취한다. 이런 문제점은 분명히 고쳐야 한다. 선수촌의 장점은 선수들에게 정말 맛있고 열량을 맞춰 최고급으로 식사와 최고의 훈련시설을 제공해준다. 이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식사도 안하고 최고시설도 활용안하고 연습하다가 경기에서 패한 뒤에 쓴 눈물을 흘릴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된다. 실력은 생각만으로 향상되지 않는다. 감독이 가르쳐 주는 대로 고개를 끄떡이며 이해했다고 경기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이해해야 된다. 제발 우아하게 연습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 반면에 처절하게 연습하는 종목도 있다 이 종목은 훈련량을 늘리기 위해서 6시에 시작하는 훈련을 새벽 5:30분부터 훈련함으로써 30분을 더 늘렸다. 이 종목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의 훈련을 선도한다. 처절하게 연습하고 기쁜 함박웃음 짓는 팀으로 거듭나기를 선수촌장으로 무한 응원하고 격려한다. 운동에 미쳤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 한번도 목숨 걸고 도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절함이 없으면 꿈을 꾸지 마라!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06 14:31

이제는 지방시대, ‘윤석열 정부’에 거는 기대

“지방시대라는 모토를 갖고 새정부를 운영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 첫 간담회에서 밝힌 메시지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국가 발전은 결국 지방 발전에 있다며, 대통령 임기 동안 지역균형발전특위를 계속해서 유지하겠다고 강조할 정도로 지역 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역대 인수위 최초로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지역균형발전특위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직원을 파견받아 윤석열 당선인이 후보 시절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강조한 공약을 검토하고, 이를 새 정부의 국정과제 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수도권 집중 완화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며,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의 책임감이 막중한 상황이다.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 또한 어깨가 무겁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역대 모든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외쳤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수도권에는 인구의 절반이 몰려있고,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대해진 반면, 지방은 소멸 위기에 내몰리는 등 지역불균형이 심화되어 이대로 가면 지방과 수도권이 공멸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광역시가 없는 전북도는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과밀화에 따른 지역차별과 영호남의 차별, 호남 속 이중 소외 등 삼중 차별구조에 놓여있고, 경기침체와 인구 유출 등으로 전북지역 14개 시‧군 중에서 11개 시‧군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이 절실히 필요한 전북도에서는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역 숙원사업 해결을 위해 윤석열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 텃밭인 전북도를 다섯 번이나 방문할 만큼 전북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고, 호남 없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다며, 전북 홀대론이 나오지 않도록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전북 공약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새만금 관련 사업들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전북의 미래는 새만금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지지부진했던 새만금 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하여 전북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발맞춰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에서도 T/F형 특별과제로 ‘새만금’을 선정하고 윤석열 당선인의 새만금 관련 공약 사업들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새만금 발전 기획단’을 구성하여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지역균형발전특위와 새만금 발전 기획단은 기존에 추진 중인 새만금 사업들의 속도감 있는 추진과 충분한 지원은 물론,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 △국제투자진흥지구 도입, △새만금특별회계 조성, △새만금특별위원회 대통령 직속 설치‧운영,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착공 및 핵심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함께 새만금을 경쟁력 있는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새만금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전라북도 제1의 미래성장 동력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새만금의 획기적인 발전은 물론 지역균형 발전을 통한 동반성장을 약속한 만큼, 전북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여 전북의 대전환을 이끌 초석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필자 역시 지역균형발전특위 부위원장으로서 새만금 개발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전북도당위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06 14:28

인수위 새만금 특별과제 선정 환영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가 새만금을 TF형 특별과제로 선정하면서 차기 정부에서도 새만금사업이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사업으로 추진될 것이란 기대감을 주고 있다. TF 형식의 ‘새만금 발전 기획단’을 구성해 새만금사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한 실행 방안과 계획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 출범할 정부에서도 새만금사업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역균형발전특위의 새만금 특별과제 선정은 임기 내 새만금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전북 공약 실현을 위한 첫 걸음이다. 특위는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 새만금특별위원회 대통령 직속 설치·운영, 새만금 특별회계 조성, 국제투자진흥지구 도입 등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도민들에게 약속한 사업들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해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새만금은 정권이 바뀔때 마다 전북 발전을 이끌 기회의 땅으로 다양한 개발 방안들이 제시돼 왔다. 식량 안보를 지킬 거점에서 미래 산업의 중심지로, 글로벌 재생에너지의 교두보로 도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왔다. 개발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땅에 도로와 철도, 항만, 공항이 조성되고 있다. 향후 개발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균형발전특위의 새만금 특별과제 선정과 함께 대통령직 인수위의 한국마사회 새만금 이전 검토는 반가운 소식이다. 전북은 지난 2018년 제주·경북·경기에 이어 전국 제4호 말산업특구로 지정됐고, 전북도는 체험관광 중심의 말산업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마사회의 새만금 이전은 새만금 환경생태용지에 추진되는 야생 동식물 서식지 조성사업과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새 정부에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은 지난 5일 현 정부의 태양광 발전설비 확대 정책을 비판하며 신재생에너지 정책 재검토를 예고했다. 인수위 경제2분과도 지난달 29일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 때 새만금 신재생에너지사업에 대한 엄밀한 평가를 예고해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구축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새 정부의 새만금 정책이 도민들의 여론을 잘 살펴 추진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06 13:42

‘무면허 질주’청소년 렌터카 사고, 대책 급하다

운전면허도 없는 10대 청소년들이 렌터카를 몰다가 사상자를 내는 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어 차량 대여시 신원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등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청소년 렌터카 관련 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 신원확인 절차가 허술해진 틈을 이용해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도용해 차량을 빌려 타다가 사상자를 내는 안타까운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휴대전화 어플을 이용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원격으로 차량을 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일반화됐지만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을 막기 위한 본인 확인절차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렌터카를 각종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의 거침없는 무면허 질주는 자칫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 같은 사고의 피해자와 그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대책이 시급하다. 우선 비대면 차량 대여 서비스 이용 때 운전면허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또 렌터카 업체에 신원검증을 의무화하고 차량 대여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경찰청은 청소년이 다른 사람의 면허증을 도용해 차량을 불법 대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렌터카 업체에 ‘운전면허 정보 자동검증시스템’을 설치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도로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대여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자동차를 빌리는 사람의 운전면허 정보를 실시간 조회해 정보가 일치하는지 혹은 면허가 유효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청의 권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시스템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령을 정비해 렌터카 업체의 시스템 가입·활용을 의무화할 필요성이 높다. 또 각 지자체에서도 렌터카업체에 대한 철저한 행정지도를 통해 운전 부적격자에 대한 차량 대여 금지 및 대여자 본인 확인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호기심 많은 10대 청소년의 아찔한 무면허 질주와 이로 인한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차량 대여 시스템과 제도정비를 통해 렌터카 업체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06 12:00

선거 표심에 담긴 정치학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발표가 있기 직전. 대선 판도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초박빙 승부였다. 지역별 여론 조사마다 1, 2위 지지율 변화가 롤러코스터 양상의 대혼전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유독 호·영남 콘크리트 지지층의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묻지마’ 지지가 눈길을 끌었다. 실제 대선 득표율과 비슷하게 호남은 이재명 80% 이상, TK지역 윤석열 70% 이상의 몰표 성향이 그대로 여론조사에 반영됐다. 다행히 대선은 유권자 한 표가 전국 집계로 모아지는 폭발성을 감안하면 사표(死票)가 없다는 측면에서 일견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문제는 이런 투표 성향이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텃밭에 대한 정당의 지나친 자신감인지 공천 과정을 보면 ‘고무줄’ 심사 기준이 공정성을 훼손해 역풍을 부르고 있다. 유권자 정서를 무시하고 마치 제왕적 권한을 휘두르 듯 독선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민주당 도당의 지방선거 1차 컷오프를 둘러싼 무원칙 운영은 물론 대선 패배에 따른 혁신공천 의지가 실종됐다며 언론이 일제히 지적하고 있다. 대선 막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경기·충청 지역의 표심을 보면 전북의 미래가 읽힌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이 지역에서 각각 5% 안팎의 차이로 1승1패를 한 곳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 아픔을 간직한 채 이들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 공천 과정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기지사는 유승민 김동연 대선 주자가 출사표를 던져 빅 매치로 관심을 모았다. 충청도 마찬가지로 거물급 후보를 앞세워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묘수 짜내기에 골몰하는 형국이다. 물러설 수 없는 경쟁 체제가 됨으로써 이들 지역은 중량감있는 인물 대결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선과 달리 지방 선거만이라도 역량 있는 인물 위주의 투표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 군산 익산을 제외한 시군이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도 지역 정서에만 얽매이는 건 지역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치권 먹이사슬 구조가 아무리 기득권화 됐더라도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이를 바로잡으면 그만이다.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충청 지역의 표심은 선거 때마다 전체 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정당마다 이 곳을 최대 승부처로 인식해 지역 맞춤형 공약과 개발을 약속하며 표심 얻기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뿐 아니라 2021년 총선 때도 대전 세종을 제외한 시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11곳과 8곳을 나눠 가졌다. 지역마다 근소한 표차로 진땀 승부를 펼쳤다. 중부권 교통 인프라를 갖춘 이 곳의 초고속 성장세는 산업 생태계 지도를 바꾸고 있다. 대가성 ‘선물’ 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도 결국은 이 지역에 대한 후보와 정당의 절실함을 이끌어낸 결과다. 영·호남 지역의 몰빵 스타일과는 대조적이어서 시사하는 바 크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4.05 16:46

윤 당선인 전북 공약 국정과제 반영시켜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 선정작업에 착수함에 따라 윤석열 당선인의 전북 대선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정과제에 반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지역관련 대선공약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서 검토하는 만큼 가용한 채널을 총동원해 전북 대선 공약을 지역공약 최종안에 반영시켜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의 전북 대선공약은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비롯해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주력산업 육성 및 신산업 특화 클러스터 조성, 동서횡단 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 메타버스 기반 농식품 웰니스 플랫폼 구축, 국제 태권도사관학교‧전북 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 지리산과 무진장(무주‧진안‧장수) 동부권 관광벨트 구축사업 등이다. 이 7대 공약은 전라북도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분야로써 반드시 관철해야 할 사업들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 내에 지여균형발전특위를 설치했다. 또한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도 “새 정부는 지방시대라는 모토를 갖고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해 전북에서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전북도에선 윤석열 당선인의 전북 7대 대선공약을 44개 과제로 세분화해 해당 정부 부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전북 공약의 타당한 논리와 당위성을 발굴하고 실현 가능성과 이행계획 등을 구체화해서 반드시 공약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전라북도가 보수정권 내에서 인맥이 취약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지역균형발전특위 내에 가용한 인적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특위 부위원장을 맡은 정운천 의원과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 간사로 활동 중인 이용호 의원 등 인수위 내 전북출신 인사의 역할이 요구된다. 여기에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의 도움도 필요하다. 전북관련 공약이 대선 최종 공약과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영되어도 방심해선 안 된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처럼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전라북도와 전북 정치권이 잘 대응해 나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05 15:56

남원 공공의대 4월 임시국회 반드시 처리를

남원 공공의대 설립이 사업 추진 논의가 시작된지 5년째를 맞았다. 지난 2018년 4월 남원 서남대 의대 폐교 결정이후 후속대책으로 추진됐지만 4년 넘도록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변이 바이러스와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어 공공의료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이 도를 넘고 있다. 남원 공공의대 설립은 정부와 정치권의 제안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당시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남원에 설치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진전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20년 코로나 시국 속에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의사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논의가 중단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2년 가까이 답보 상태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지만 정치권도 대선 정국에 함몰돼 손을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과 국민의힘 이용호·김형동 의원이 각각 발의한 공공의대법은 국회 상임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남원 공공의대 설립이 지지부진한 사이 전국 자치단체의 공공의대 설립 요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전남 목포와 순천, 경남 창원, 경북 포항 등이 공공의대 설립에 나선데 이어 올해는 인천과 충남도 등에서도 공공의대 설립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원 공공의대는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 설립하는 것으로 의대 정원을 새로 늘려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하는 타 지역 상황과 다르다. 공공의료 인력의 안정적 배출과 공급을 위한 국가적 공공의료 확충 정책은 남원 공공의대 설립이후 전반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마지막 국회인 4월 임시국회는 이미 법안이 제출된 남원 공공의대 설립의 마지막 기회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북 공약 이행 차원에서라도 남원 공공의대법 처리에 더불어민주당과 전북 정치권이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4.05 15:56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공천

대선 패배후 구성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채이배 위원이 호남의 공천 혁신을 주장했다가 비대위원 사퇴 요구를 받는 등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달 16일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에서 “호남 국회의원들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당한 일이다. 민주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내 사람 심기, 줄 세우기를 그만두라고 얘기했다가 광주 광산을 지역구의 민형배 국회의원에게 반격을 당했다. 민 의원은 다음날 자신의 SNS에 “내용도 품위도 예의도 없는 신중하지 못한 내부 비판”이라고 공박하며 채 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내 사람 심기, 줄 세우기 공천을 그만두자는 주장에 대한 논리정연한 반박은 없었다. 그저 말을 함부로 했으니 비대위원을 사퇴하라는 것처럼 들리는 반격이었다. 공방이 더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방선거 공천이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건이다. 그동안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공천이 아닌 사천’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탈락 후보들을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선거때 마다 물갈이 명분을 내세워 진행된 공천은 새인물과 혁신 등의 미사여구로 포장됐지만 선거가 끝난 뒤 지방정치의 혁신적 변화를 체감해보지 못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가 최근 민선 7기 중대 불량 정치인으로 지목한 19명 가운데는 더불어민주당 공천자가 15명에 이른다. 사법부의 유죄 판결이나 의회 차원의 처분이 내려진 사람들이다. 지방의원들의 자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선거때 마다 공천은 혁신됐는데 사람을 잘못 고른 것인지, 공천위원들을 잘못 선정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북도당의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됐다. 지역위원회마다 1명씩 위원을 추천하고 도당위원장 추천 몫까지 모두 18명으로 꾸려졌다. 공관위원에는 3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포함됐고, 나머지 7개 지역위원회 추천위원들도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측근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내 사람 심기와 줄 세우기 공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공천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익산에서는 벌써 공천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증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측근에 대한 지역위원장의 구제 시도가 있다며 익산참여연대가 비판 성명을 냈다. 해당 지역위원장은 스스로 공관위원이 되기 위해 자신이 추천한 공관위원의 교체를 요구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사실이라면 자기 사람 챙기기의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도내 한 국회의원은 새로운 인재 발굴을 자신의 공관위원 참여 이유로 들었다. 청년 및 여성, 정치신인 가점을 부여해도 인재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국회의원이 보유한 다양한 인적 인프라가 공천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새 인재 발굴은 제 사람 심기 논란으로 이어진다. 지방정치의 혁신이 필요하다면 공정하고 통일된 공천기준을 마련하면 된다. 정당 공천은 유권자를 대신해 후보자를 검증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과거 지방선거에서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천기준과 경선룰이 고무줄 잣대처럼 지역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시군의 경쟁 여건이 다르다면 시단위, 군단위별로 동일한 공정한 공천기준을 만들면 된다. 특정지역만의 공천기준이 왜 필요한가. 민주당 도당 공관위에는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측근 인사들 외에 외부위원들이 비슷한 숫자로 참여하고 있다. 첫 회의에서 부터 공천 혁신에 대한 외부위원들의 강도 높은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혁신 공천을 위한 국회의원들과 치열한 논쟁이 가능할지, 외부위원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을 살리는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공천이 그것이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05 14:30

생명의 정치! 자기다움의 정치!

우리 아파트 정문 앞 화단에는 버스 승강장 비가림 시설과 탄소발열 의자가 있다. 어르신들이 걷다가 힘들어 화단에 종이 박스를 깔고 앉아 계신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구청에 제안해 설치한 의자다. 그 따뜻한 의자에 때로는 마실 나와 힘겨운 어머님들이 앉아계시기도 하고, 초등학생들이 학교 길에 신호등 바뀌기 전 까지 앉아 있기도 하고,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앉아 있기도 하다. 그 모습이 너무 행복스럽다. 그렇게 행복을 전해주고, 더불어 나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재선을 하고 3선을 하고, 의장이 되고, 도의원이 되고, 시장이 되고 도지사가 되는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출마를 접었다. 얼마 전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으로 사시다가 선생님의 표현처럼 생명의 출발점이었던 탄생의 그곳으로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님은 꿈은 이루는 게 아니라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나에게 질문을 하고 계신다. 자네는 “여행자가 될 텐가? 승객이 될 텐가? 승객은 프로세스가 생략되어 있어. 신념을 가진 사람은 인생 프로세스를 생략한 사람이야. 목표만 완성하면 끝이지.” “꿈이 이루어지면 꿈에서 깨어나는 것밖에 남지 않아. 꿈이라는 것은 빨리 이루고 끝내는 게 아니야. 그걸 지속하는 거야.” 우리의 정치는 당선이 유일한 목표여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그 길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가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에 펼쳐질 사람이 중심이 되고, 생명이 자본이 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능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4차 산업혁명, AI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에 지식과 기술이 평등해지면 질수록, 인간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시대가 다가온다고 한다. 그때 필요한 정치인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 덕이 있는 사람,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비전을 세우고 도전하기보다는 정치공학 적으로 이합집산하고 편안히 줄 서는 사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이사람 저사람 추천하고 줄 세우는 사람, 비방과 흑색선전, 네거티브를 통해 상대방을 흠집 내서라도 나를 돋보이게 하겠다는 사람들에게서는 미래도, 꿈도, 따뜻함도, 덕도 보이지 않는다. 청산해야 할 과거일 뿐이다. 부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남의 신념대로 살지 않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자기다움의 정치를 실현할 사람, 따뜻한 마음과 덕으로 시민을 행복하게 할 생명의 정치를 실현할 사람, 오로지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정치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인생을 위해 기꺼이 도전할 용기, 실패해도 다시 길을 찾아 나설 용기가 있는 일꾼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진옥 전주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05 14:29

바보라는 이름의 혈액형

피라미드는 ‘고대(古代) 7대 불가사의’라고 일컬어지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영국의 스톤헨지나 중국의 만리장성 같은 것들은 ‘현대(現代)의 7대 불가사의’로 꼽힌다. 불가사의든 불가사리든 나는 그런 구조물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내가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따로 있다. 바둑하고 음악이다. 바둑판에 돌을 놓는 자리는 기껏해야 361개다. 돌도 희거나 검은 것 두 가지뿐이다. 수가 몇 가지 안 될 것 같은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기보(棋譜)가 만들어진다. 하긴 나도 인터넷 바둑을 10년 넘게 두었지만 똑같은 판은 하나도 없었다. 음악도 다르지 않다. 몇 가지 안 되는 음표를 오선지에 연결해서 교향곡이든 소나타든 대중가요든 하나의 곡을 완성한다. 그런데 들어봤지 않은가.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곡이 이미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통계학을 전공한 선배한테 원리를 물었더니 온갖 용어를 들이대면서 설명을 해주는데 숫자 놀음에는 까막눈에 가까운 나로서는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걸 눈치챘는지 선배는 이런 말로 내 입에 빗장을 걸었다. “한글은 글자가 몇 개야? 자음하고 모음 합쳐봐야 스물네 개밖에 더 돼? 그런데 그걸로 쓴 문학작품은 얼마나 다양하고 많으냐고….” 바둑이나 음악보다 훨씬 불가사의한 건 따로 있다. 사람 얼굴이라는 게 기껏해야 강호동의 손바닥 넓이 이쪽저쪽이다. 거기에 달린 거라곤 눈썹하고 눈동자 둘씩에 코 하나, 입 하나가 전부다. 그런데 어쩌면 생긴 게 그토록 제각각일 수 있단 말인가. 생김새뿐일까. 저마다 성격이나 취향은 또 얼마나 다양한가. 세상에 꼭 같은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쌍둥이조차 예외가 없으니 그만하면 말 다했지 않은가. 조물주의 위대한 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한테 혈액형을,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물어서 은근히 편을 가르려고 싶어하는 이들을 가끔 볼 수 있다. A형은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을 갖고 있단다. B형은 말이 많고 감정기복이 심하며. O형은 리더십이 강한 기분파이고, AB형은 감정표현을 잘 안 하는데 성격은 쿨하다는 것이다. 과연 맞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나는 O형 남자지만 스스로를 기분파라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그 흔한 반장 한 번 못 해보고 졸업했으니 그만하면 빵점 리더십 아닐까. 그러므로 나는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이나 취향을 재단하려 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나도 혈액형에 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때마다 나는 이런 식의 ‘아재 개그’로 응대한다. “우리 집은 남자 형제가 셋인데요, 그중에 제가 맏이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무슨 형이냐면요, ‘큰형’이에요. 동생들이 저를 ‘좋은 형’이라고까지 생각할지는 자신이 별로 없지만요.”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을 읽다 보면 이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전 혈액형에 대해서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꼭 자기의 혈액형이 나타내 주는, 그, 생물책에 씌어 있지 않아요? 꼭 그 성격대로이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세상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성격밖에 없을 게 아니에요?” “그게 어디 믿음입니까? 희망이지.” “전 제가 바라는 것은 그대로 믿어 버리는 성격이에요.” “그건 무슨 혈액형입니까?” “바보라는 이름의 혈액형이에요.” /송준호 우석대 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04.05 13:27

영화 ‘코다’와 장애인의 달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상의 올해 제94회 시상식은 장애인 예술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이르는 코다(CODA : Children Of Deaf Adult)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코다’는 작품상·남우조연상·각색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영화 코다의 주인공인 여고생 루비는 자신을 제외한 부모와 오빠가 모두 농인이어서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역사 역할을 해야하는 소녀다. 음악에 심취한 그녀는 버클리 음대 진학의 꿈과 자신의 통역 도움 없이는 생계(어업)가 어려운 가족을 위한 희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 영화 속 루비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가족들도 세상과 소통하게 되지만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선 현실 속 코다들의 삶은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다. 한국 코다 모임인 코다코리아의 대표이자 영화감독인 이길보라 감독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란 책에서 “태어나면서 줄곧 침묵의 세계(농사회)와 소리의 세계(청사회) 사이에서 말을 옮기는 것이 정체성이 되었다”고 코다의 처지를 설명했다. 부모를 위한 통역과 동시에 부모를 보호해야 하는 역할까지 감당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청각장애인은 약 40만 명으로 장애 유형 중 두 번째로 많다. 장애인 인구비율이 전남에 이어 두 번째인 전북의 청각장애(14.9%) 비율도 지체장애(48.4%) 다음으로 높다. 청각장애인의 고유 언어인 수어(수화언어)는 지난 2016년 2월 3일 ‘한국수화언어법’ 공포로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우리나라 법정 공용어가 됐다. TV 뉴스와 정부 부처의 기자회견은 물론 지난 대선후보들의 TV 토론에서도 수어 통역이 제공됐지만 아직도 재난·기상·속보·특보 등에는 수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대통령 연설과 기자회견 현장에 수어 통역사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옆에 선 수어 통역사’가 청각장애인 배려의 상징적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장애인 이동권을 놓고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가까이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벌였고, 이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전장연 불법 시위 처벌 요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아무리 정당한 주장도 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갈등에 불을 질렀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지난해 한국영화 미나리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이 소수 인종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 데 일조했듯 영화 코다의 아카데미상 3관왕 수상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4.04 16: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