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의 정현 씨(김제 출생, 서울 거주)는 81년 대학 졸업 후 26년 만인 올해 또다시 대학 신입생이 됐다.
그것도 고3생 중에서도, 전국에서 최상위권이 아니면 꿈도 못 꿀 한의대생이.
“천운이죠. 실력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정 씨는 일반편입학생 단 1명을 뽑았던 우석대 한의학과에 시험을 치러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1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어머님이 오래 전 돌아가신 뒤로도 정정하시던 아버님(77세)이 4년전 중풍으로 누우시면서 ‘인생이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고민하면서 한의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한의대 입학을 위해 ROTC 제대 후 84년부터 21년간이나 몸 담아온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부장)를 2005년 4월에 그만뒀다. 두 아들도 장성했고, 부인도 직장을 다녀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것도 ‘사직’ 결단에 작용을 했다.
한의대를 작정하고는 1년여를 공부한 셈이다. 학원을 다니면서 생물과 한문도 새롭게 배웠다. 한문은 줄곧 혼자 공부해왔고, 오래 전 개인선생을 모시고 한학 연구모임을 갖고 꾸준히 익혀왔기에 어느 정도 자신있었지만 한의대 시험용 한문은 달랐다. 또 생물은 어렵고 힘들었다. 한의사를 꿈꾸며 펼쳐본 고등학교 3학년 생물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겉돌았다. 공부하는 데 이력이 붙은 그가 학원을 찾은 이유다.
영어는 전경련 국제경제팀장을 오랫동안 맡아왔기도 했지만, 영어를 놓아본 적이 없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회화는 자신 있었어요. 이론이 좀 약해도. 2년 전 직장 다닐 때 토플 치른 것으로 원서접수를 대신했습니다. 글쎄, 원서 낼 수 있을 정도의 점수밖에 안 돼요.”
“어떤 한의사가 될거냐고요? 차차 생각해 봐야죠. 겁나서 아직 한의과 관련 책을 보지도 않고 있는데...”
지난 1월 31일의 시험을 앞두고 막판 총정리를 고향 빈집에서 보름동안 했단다.
정 씨는 전고 졸업 후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으며 전경련 산업조사, 국제경제, 회원관리 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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