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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무법자' 멧돼지를 잡아라

야생동물 피해 40% 차지하는 무법자 잡아라…베테랑 엽사들 치열한 추격…발자국 찾아 길목차단 포획

"그쪽은 어떻게 돼가?" "저쪽으로 빠진 것 같아."

 

지난 13일 오전 7시 완주군 구이면 한 야산.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엽사 8명이 모였다. 저마다 사는 곳도, 직업도 다르지만 이날은 오직 '멧돼지 사냥'을 위해 뭉쳤다. 이들은 수시로 무전기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자칭 '돼지꾼'이라 부르는 이들은 맨 먼저 멧돼지 발자국을 확인하는, 일명 '발 작업'부터 했다. 멧돼지 크기와 마리 수, 이동 시기와 방향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산 아래 고구마 밭에 고랑이 기다랗게 파여 있었다. 멧돼지가 먹이를 찾느라 주둥이로 파헤친 것이다. 맏형 격인 최모 씨(55)가 '아침 발'이라고 했다. 며칠 전 비가 온 터라 흙 색깔을 보고 멧돼지가 이날 아침에 다녀갔다고 추정했다. 그는 "200근(120㎏) 정도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근 논바닥에도 다른 멧돼지 무리의 발자국이 발견됐다.

 

엽사들은 "멧돼지들이 추수 전 나락을 먹어치우고, 바닥에서 뒹구는 등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면서도 "지관이 볼 것 없이 멧돼지가 자는 곳이 명당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며 '멧돼지=영리한 동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발 작업'을 마친 뒤 저마다 멧돼지가 도망갈 만한 길목으로 흩어졌다. 개를 부리는 '핸들러'(handler)인 이모 씨(48)도 사냥개 세 마리를 데리고 꼭대기로 떠났다. "멧돼지를 잡으려면, 멧돼지가 돼야 한다"고 말한 유모 씨(47)도 자리를 잡고 총 쏘기 좋게 주위 나뭇가지를 꺾었다. 유 씨는 "멧돼지는 살려고 하고, '돼지꾼'은 잡으려고 하는 경쟁 관계"라며 "사냥은 레저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아쉽게도 오전 사냥은 실패로 끝났다. '발 작업' 과정에서 멧돼지가 빠져나간 흔적을 놓쳤기 때문이다.

 

엽사들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게 눈 감추듯' 먹고, 다른 산으로 옮겼다. 유 씨는 오후 사냥을 '복불복'이라고 했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무렵 단 발의 총성이 울렸다. 오후 5시 20분께였다. 산 아래 길목을 지키던 최 씨가 "한 마리 잡았다"고 외쳤다. 유 씨가 100여 근 정도 되는 암퇘지 한 마리를 잡은 것이다. 최 씨 무전기에서 "산죽밭(山竹-)에 있던 수퇘지 한 마리는 놓쳤다"는 유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환경부는 지난 10일 전국 19개 수렵장(전북은 완주와 고창·남원 등 3곳)에서 잡을 수 있는 멧돼지 수를 2만 마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의 40%를 차지하는 멧돼지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올해 전국에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는 약 26만7000마리. 멧돼지 적정 서식 밀도인 100ha(약 30만 평)당 1.1마리의 4배인 4.1마리가 살고 있는 꼴이다. 정부는 이달 1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엽기(수렵 기간) 내 수렵장에서 사냥꾼 한 명이 잡을 수 있는 멧돼지 수를 3마리에서 6마리로 올렸다.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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