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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에 갇혀버린 대학교

강다현 전 전북대신문 편집장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다. '2011년 8월과 2012년 2월 졸업생의 취업률을 제출하라'대학은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지표를 높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전체 졸업생 가운데 취업자가 몇 명인지 센 후 적어 보내는 단순 행정업무였다. 허나, 직원들은 일주일간 집에 못 들어갈 정도로 업무를 행했다. 제출한 자료는 정부에서 검토했다. 그리고 그 수치를 잣대로 대학에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 순위를 대학의 이미지가 돼 버렸다.

 

대학이 숫자에 얽매이는 현상이 지속화되고 있다. 각 대학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작년에는 정부가 들이대는 지표를 가지고 대학 구조조정과 부실대학을 선정했다. 일부에서는 대학이 기업화되고 있는데 정부 평가까지 겹치며 대학이 평가에 매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문의 탐구라는 대학 본연의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대학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업률 올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어떤 대학에서는 취직이 되지 않은 졸업생 또는 졸업예정자에게 개별 연락해 조교로 2개월 간 일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한 교수가 운영하는 회사나 지인의 회사에 학생을 서류상 직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학은 이들을 취업자 취급해 취업률을 부풀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7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도 2~3개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선정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러한 평가 지표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대학 순위 매기기 전쟁'에 학생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 졸업식 시즌이 돌아왔지만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생들은 점차 줄어든다는 보도를 접했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 졸업생들은 대부분 취업을 하지 못해서라 답했다. 축하 받아야 마땅한 졸업식이 기피 행사로 전락해버린 순간이었다.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걱정으로 졸업식장은 텅텅 비어가는 반면 대학교 전광판에는 취업률, 대학 평가에 대한 지표 등 학교 자랑에 한창이다. 취업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은 존재하는데, 대학의 취업률이 점점 높아졌다며 좋은 학교라 광고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니 않은가.

 

물론 좋은 평가는 대학의 이미지를 높이고 학생들이 학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대학 평가 지표가 존재하는 진정한 이유는 이러한 잣대를 들이대며 좀더 높은 교육의 질과 교육환경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라는 것이다.

 

평가 순위가 눈에 잘 보이기는 하지만 그 대학에 대한 모든 평가를 보여주진 않는다. 많은 대학이 대학의 평판을 높이기 위해 건물을 짓고, 외관만 번지르르하게 바꾼다. 가시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양상은 지양해야한다. 대학은 학생들의 학문 정진에 앞장서는 공간이다. 절대 학교의 성과를 위해 학생이 희생될 수는 없다. 또한 대학은 평가 지표만을 쫓는 것이 아닌 학생에게 진실 된 교육의 질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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