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해온 가운데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게 수월할 것 같아서 이렇게 나서게 됐습니다. 특히나 문화 쪽은 제 관심분야 중 하나고요."
지난 25일부터 1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기획관에서 재능기부 기획 전시회 '창(窓)을 열다'를 연 천주교 전주교구 김봉술 신부(47)는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김 신부는 2∼3년 전부터 주변 사람들과 기부관련 모임을 가져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때 쯤 '놀자 재능기부'라는 모임을 만들어 기부 실천을 본격화한 것.
그리고 첫 기부가 이번 기획전시회다. 서예가와 양초공예가, 닥종이 인형작가, 한국화가, 도예가 등 8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첫 프로젝트로 한센인을 정했습니다. 단순히 그들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이들이 거주하는 정착지의 환경 개선과 이들이 보다 편안하게 지내도록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을 도울 것입니다."
김 신부가 주도하는 '놀자 재능기부' 모임에는 요리사에서 플로니스트, 건축사, 음악가, 서예가, 화가 등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성에 국한하지 않고 참여했다.
이들은 매해 또는 매달, 매주 시간에 관계없이 기부에 나서기로 했다. 모두 다 바쁜 몸이지만 각자 가진 재능이나 특기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남다른 뜻을 가지고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리고 첫 활동지를 고창의 한 한센인 정착 마을로 정한 가운데 앞으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한센인과 소통하고 함께 해 나간다는 계획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꽤 쏠쏠합니다. 저희 회원들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는지, 많게는 하루에 500∼600명까지 시민과 관광객이 찾아와서 이것저것 많이들 사가지고 가니까요."
이번 전시회에는 주로 서예작품과 양초 부채 등을 판다. 작품 당 몇백만원까지 나가는 비싼 작품도 있지만 개당 1000원에 불과한 저렴한 부채나 컵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덧붙여 크로키 등 다양한 참여행사와 체험행사도 펼쳐지고 있다. 김 신부도 직접 자신의 사인과 그림을 넣은 컵을 만드는 등 팔을 걷어부친 가운데 성황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판매되는 것은 생활자기와 도자기에서 부채, 그림, 양초공예, 글씨 등 다양하다. 돈으로 따지기가 뭐하지만, 좋은 일을 위해 쓴다는 것이니 그 가치는 무한하다.
"신부의 길에 들어선 때부터 이미 남을 위해 살겠다는 것 즉, 사회 봉사를 생각했습니다. 특별하다기 보다는 이미 평소에 생각해온 것을 하나하나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셈이죠."
김 신부는 지난 1993년, 28살의 나이에 신부의 길에 들어섰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영향도 있겠지만, 부모님의 남다른 '따뜻한 사랑'이 그의 큰 운명을 결정했다.
농사로 8남매를 키우던 그의 부모님은 누구에게나 관대했다. 자신은 먹을 것이 없더라도 보부상 등 외부인이 찾아오면 식사 대접은 물론 잠까지 재워주는 관대함을 잃지 않았다.
이를 보고 자란 김 신부는 나도 크면 누군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정식으로 신부의 길에 들어서며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택했습니다. 제가 신부의 길에 들어선 것도, 전공으로 사회복지를 선택한 것도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결정하게 된 것이죠."
신부에 들어선 이후에도 그는 기부 또는 나눔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동료 신부 등 45명과 함께 지난 2005년부터 해비다트(사랑의 집 짓기)와 같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천주교전주교구 사회사무국 내 카리타스봉사단의 지도신부를 맡고 있다. 지난 2006년 만들어진 이 봉사단은 신부와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여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다.
뿐만 아니다. 정읍에서는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성당 안에 카페를 만들었고,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장학금과 복지시설 후원금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문화 소외지역의 하나인 정읍 신태인에서 7년여간 살면서 음악이나 미술, 연극 등 전시회를 자주 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부문화에 동참하고 확산시키고 있다.
"당분간은 한센인을 도와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최근 남북관계 경색으로 어려움에 처한 새터민들을 도와나가는 등 앞으로도 기부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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