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광'에서 '스모키'까지 화장법 계속 진화…색조·피부표현 중요…입술·눈 하나만 강조
90년대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저 배우가 그 사람이 맞아?' 하는 착각이 들곤 한다. 의학의 도움을 받기도 하겠지만 특히, 여배우들의 경우는 화장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 당시 유행하던 화장 스타일은 눈썹은 아치형으로 확실히 그리고 입술과 눈 화장을 진하게 하는 것. 눈을 강조하면 입술 색은 빼고, 반대로 입술 색이 진하면 아이쉐도우 색을 연하게 하는 지금의 트렌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옷 트렌드만큼 많이 변하는 것이 화장. 화장품의 수도 많아지고 색도 다양해지면서 나름의 화장법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물광 메이크업'처럼 화장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화장은 크게 색조와 피부표현으로 나눠지는데 화장한 티를 내기 위해서는 색조화장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화장법이 변화하는 양상이나 색상의 종류는 눈 화장을 따를 분야(?)가 없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 중 등장하는 '갸루상'만 해도 그렇다. 일본 사람인 마냥 행동하는 그(남자 개그맨이 여성 차림을 하고 있다)는 진하고 독특한 눈 화장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갸루 메이크업'. 피부나 입술 화장도 다른 화장법과 차이가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눈 화장에 있다. 갸루는 영어 낱말 걸(girl)을 일본식 발음으로 읽은 데서 나온 말인데 여러 종류의 갸루가 있음에도 이들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눈 화장 덕분이다. 화장이라기보다 분장에 가까운 이들의 눈 화장은 두껍게 눈 위아래로 그린 아이라인과 이 라인을 부각시키기 위한 그 주위의 흰 아이쉐도우로 대변된다.
일본의 '갸루 메이크업'은 서양의 '스모키 메이크업'과 비슷한 모습이기도 하다. 다만 얼마나 인위적으로 보이느냐가 갸루냐 스모키냐를 결정하는 요인이라면 요인. 어째든 지금에 와서 이 두 눈 화장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현대의 미인형에 맞춰 눈을 크게 보이려는 욕구일지 모르겠다.
예뻐 보이려는 욕구가 어디 요즘뿐일까. 우리나라의 화장 역사를 돌이켜보면 고조선에서도 발견된다. 우리나라 단군신회에 의하면 우리민족의 첫 주거지는 단목(박달나무) 근처로 향료가 생활에 밀접했음을 알 수 있다. 또, 곰과 호랑이 설화에 등장하는 마늘과 쑥이 피부 미백 재료인 것은 우연히 아니라는 것. 색조 화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부색과 결을 중요시했음은 확실하다. 삼국시대에 들어서는 연지를 바르고 분을 이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신라인들은 백분에 납을 화학처리해서 부착력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도 해 화장 역사에서는 큰 개혁으로 본다. 삼국시대에 생성된 우리 고유의 미의식은 조선시대에 급변하게 된다. 신체가 정결하여야 마음도 정결하다는 사상, 즉 내면의 미와 외면의 미가 동일하다는 사상이 생기면서 본래의 생김새를 바꾸지 않는 범위 내에서 꾸미도록 된 것. 화장한 모습이 화장 전보다 확연하게 달라 보이면 야용이라고 경멸하는 풍조가 생겼다. 어쩌면 요즘의 화장법이 이때와 가장 비슷한 것인지 모르겠다.
한편, 화장 수입의 역사는 개화기 조선시대다. 외국에서 수입 혹은 밀수입된 화장품들은 우리네 재래상품에 비해 포장이 아름답고 사용법도 간편해 수입되자마자 대환영을 받은 것. 개항 이후 초기에는 주로 일본과 청나라로부터 유입되었다가 1920년대 들어 유럽(주로 프랑스) 방면으로도 확대됐는데, 지금의 프랑스 화장품 유행은 100여년 전 이미 예고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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