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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진 전통공원 〉한옥마을

논설위원

덕진공원 일대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오랜 잠에서 깨어나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정원으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시와 시민모임에 이어 지역 정치권이 힘을 보태고 나서 출발이 좋은 편이다.

 

이 사업은 앞으로 10년 동안 덕진연못을 비롯해 건지산, 조경단, 오송제, 동물원, 소리문화의 전당, 체련공원, 마을 등 108만 평을 연계해 자연생태학적인 전통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의 이화원과 일본의 겐로쿠엔을 넘어서는 아시아 3대 정원으로 건립한다는 비전도 밝혔다. 아스팔트, 철근, 콘크리트를 배제하는 3무(無)원칙도 정했다. 올해 초, 전주시에 TF팀이 구성되고 3차례 시민토론회를 거쳤으며 국내외 정원에 대한 벤치마킹이 진행 중이다. 곧 용역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주 좋은 착안이다. 전주는 그 동안 한옥마을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복고풍과 웰빙, 슬로시티 열풍을 타고 개발 여력이 집중됐다. 그러다 보니 너무 한쪽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았다. 북부권인 덕진공원이 명소화된다면 전주는 한옥마을과 더불어 두 축이 균형을 이뤄 도시공간의 배치가 아주 효율적으로 될 것이다.

 

덕진공원은 역사성이나 정체성을 놓고 볼 때 한옥마을보다 한 수 위다. 한옥마을을 폄하하려는 뜻이 아니다. 한옥마을에 못지 않은 가치와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덕진공원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500년 전 편찬한 조선시대 대표적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덕진지(德眞池)는 부(府)의 북쪽 10리에 있다. 부의 지세는 서북방이 비어 있어 전주의 기맥(氣脈)이 이쪽으로 새어 버린다. 그러므로 서쪽의 가련산에서 동쪽의 건지산(乾止山)까지 큰 둑을 쌓아 기운을 멈추게 하고 이름을 덕진이라 하였으니, 둘레가 9천73자이다." 이 책 33권 전라도 전주부 산천조에 나오는 내용이다. 덕진(德眞 또는 德津)연못은 1525년에 제방이 축조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천연못이었다. 당시 덕진연못은 건지산에서 내려온 물과 땅에서 용천수(龍泉水)가 솟아 항상 물이 넘쳐 흘렀다.

 

전주대 송화섭 교수는 이 보다 훨씬 앞서 덕진에 나루터가 있었다고 추정한다. 후백제 견훤왕이 무진주(광주)에서 전주로 옮겨 온 것은 해상교통이 유리했기 때문이며 덕진 나루터는 후백제가 중국과 교류하는 출항지였다는 주장이다. 덕진에서 초포를 거쳐 만경강을 따라 내려가 변산반도 또는 군산도에서 중국의 강남지역으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또 고려의 대문장가 이규보(1168-1241)는 용왕제와 성황제가 덕진연못에서 거행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왕조의 창업과 관련된 건지산과 조경단 역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처럼 유서 깊은 덕진 전통정원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뭘까. 첫째 전통정원에 대한 개념 정립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정원과 우리의 전통정원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명쾌히 해야 한다. 둘째 전주의 정체성에 맞는 정원이어야 한다. 전주는 후백제의 수도이자 조선 왕조의 발상지다. 이로부터 정체성이 나왔다. 송 교수는 이와 달리 덕진공원을 고려시대 전통정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획기적인 주장이나, 고증 및 문헌자료의 뒷받침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백제정원으로 궁남지, 신라정원으로 안압지, 조선정원으로 창경궁 비원이 대표적이다. 셋째 긴 호흡으로 생각하고 밑그림을 크게 그릴 필요가 있다. 아시아의 3대 정원에 미칠지는 모르겠으나 덕진연못 등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면 너무 협소하다. 또 너무 서둘러서도 안된다. 넷째 치밀한 전략전술이 필요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동원되어야 하고 민관학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국가예산 확보 전략도 짜야 한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사업이 성공해 전주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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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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