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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시인의 더 넓고 깊어진 시세계

김용택 시집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김용택 시인(65)에게 궁금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 많은 이들이 그를 최고 시인으로 떠올리지만, 거칠게 말하면 그는 이제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세를 얻은 대중 명사. 스타 시인으로서 인기를 소비하며 살 수는 있겠지만, 자신과 일대일로 대결해야 하는 창작자의 삶은 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다시 내놓은 시집'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창비)을 보노라니 걱정을 덜었다. 시인은 "지금의 이 하찮은, 이유가 있을 리 없는 / 이 무한한 가치로" 표상되는 자리에 있었다. 하찮고 이유 없는 존재에 관한 경계는 없다는 깨달음. 그는 '필경' 시인이었다.

 

그러나 묻는 사람이 난처할 정도의 솔직함은 여전했다. '쏠 테면 한번 쏴봐라 / 나는 이제 떨지 않을란다'며 왜곡된 현대사를 정면으로 바라보겠다는 충만한 결기와 비오는 날 '열끗짜리 팔월공산을 피로 때리며 홍단을 치는' 장난기, "매미가 울 때가 지났는데, 무슨 영문인 줄 모르겠다"며 제보 전화를 거는 오지랖까지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작가의 격정적 문제의식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제 몸을 부수며 절정을 넘기는 / 벼락 속의 번개 같은 손가락질'과 같은 삶을 이겨낼 수 있는 건 결국 시가 될 수밖에 없다는 통찰. 이런 그를 두고 판화가 이철수는 '김용택의 노래가 하류에 이를수록 넓고 깊어지는 강을 닮았다. 그 강가에 서서 노래를 듣는 저녁이 이렇게 넉넉하고 아름답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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