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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세상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 김성종 작가 ·추리문학관 관장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무지처럼 무서운 것은 없는 것 같다. 무지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 사고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무지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속성이 있다. 인정하기는커녕 자신은 유식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세상을 휘저으려고 든다. 그 결과 이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다. 무지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부류가 바로 가짜들이다. 그들은 가짜 물건을 마구잡이로 만들어 낸다. 가짜 인물군과 가짜 물건들은 서로 한통속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그 유기적인 관계로 인한 해악이 견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며칠 전 일본의 유력 정치인이 "오사카에 돌아다니는 한국인 여성은 거의가 창녀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발언, 우리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그가 그렇게 말한 데에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 일본에는 현재 약 3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국인 여성들이 유흥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그들 중 상당수가 위조 여권, 위장 결혼 등으로 밀입국하여 단기간 내에 돈을 벌기 위해 몸을 팔고 있다. 한국 여성들의 해외 원정 성매매는 일본에 그치지 않고 미국, 호주, 캐나다, 중국 등 전 세계에 거쳐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 모두가 가짜 서류, 가짜 여권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어떤 이는 수십 년 전부터 석·박사 학위 논문을 대필해 주는 것을 업으로 삼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석사학위 논문은 한 편에 500만 원, 박사학위 논문은 1천만 원, 이런 식으로 제 나름대로 공정가격을 매겨 놓고 가짜 논문을 써 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그동안 배출된 석·박사가 줄잡아 수백 명은 된다고 하니 그 수를 전국적으로 확대 계산해 보면 어머어마할 것이다. 그런 가짜들한테서 학문을 배운 대학생들의 실력이 오죽하겠는가. 그런 행태는 해외유학파라고 다르지 않다. 신정아 사건이 말해 주듯 외국에서 가짜 학위를 받아 가지고 와서 교수 행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자격증도 없는 가짜 의사들뿐만 아니라 자격증이 있어도 가짜나 다름없는 엉터리 의사들도 수두룩하다. 해마다 전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의사들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실력은 뒷전이고 돈벌이에 급급해서 인간 생명을 상품처럼 주물러 댄다. 얼굴을 망쳐놓은 가짜 성형외과 의사, 관절과 척추를 멋대로 수술해서 완전히 병신으로 만들어 놓은 정형외과 의사, 돈을 받고 가짜 진단서를 마구잡이로 떼 주는, 양심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비리 의사. 여대생을 공기총으로 살해하도록 사주해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기업체 사장의 부인이 의사가 떼어 준 가짜 진단서를 이용해서 교도소가 아닌 일반 병원에서 편하게 지내 왔다는 사실은 가짜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 주는 사건이다.

 

원전의 부속품들이 가짜라는 사실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가짜가 많은 것을 보면 원전 사고가 일어나 방사능이 누출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봐야 한다. 열을 이기지 못해 원전이 폭발이라도 할 경우 부산·울산·포항을 포함한 경상도 일대는 죽음의 땅으로 변할 게 자명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 문제를 철저히 파헤쳐 사고를 예방할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문화 쪽을 들여다봐도 가짜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돈만 주면 무슨무슨 강사 자격증을 남발하고, 돈만 주면 문예지에 시 수필 따위를 실어 주고, 그때부터 당사자는 평생 동안 시인 수필가로 행세한다.외국에 서너 번 갔다와서는 외국여행 전문가로 행세하는 등 가짜 전문가들도 제 세상을 만난듯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가 가장 숨어 있기 좋은 곳은 정치판이다. 당선만 되면 가짜가 덮여 버리니까 그때부터는 가짜 실력을 얼마든지 발휘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가짜는 양심이 없기 때문에 부패하기 쉽고, 자기가 무지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부끄러운 줄 모르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 권력을 휘두르려고 기를 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가를 자각하는 것이고, 그럴 경우 우리는 적어도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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