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일본 서로 다른 문화·정서 적응 할 시간이 필요
작년 여름 봉사활동을 다녔던 전북 환경운동연합에서 내 또래의 일본인 친구들을 초대해 한일 교류회를 열었다.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이 번갈아가며 서로의 나라를 방문하는 형식이었다. 내 나이의 일본인들은 처음 만나보는지라 꽤나 긴장했었다. 부산에서 하카타 항 까지 배편으로 두 시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가까운 나라이지만 굉장히 다른 모습에 놀랐다. 옷차림, 행동, 말투까지 너무나 달랐다! 취침시간이 지났어도 선생님들을 조르며 꿋꿋이 놀았던 우리와 다르게 일본 학생들은 종이 땡 치자마자 군말 없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놀자고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즐길 줄 아는 우리나라와, 규칙을 지킬 줄 아는 일본이랄까. 하지만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 있지만 모두가 아직 때묻지 않은 청춘이기에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일본에 와 있다. 여행객으로써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민으로서 살아간다. 모든 나라가 그렇겠지만 겉에서 간만 봤을 때와 수박의 안을 맛보는 것은 매우 다르다. 미국이 그랬던 것 처럼 역시 일본도 당연하다. 두어 달 전 사랑하는 외삼촌께서 한국을 오랜만에 방문하셨을때 견학 차 내가 등교할 일본의 학교에 짧게 다녀왔다. 항구에서 나와 처음 느낀 이미지는, 아! 이곳은 참 깨끗한 나라구나! 였다. 부산에서 출발해 도착한 하카타는 서울보다 조금 작은 도시다(생각해보면 은근히 크다). 거리에 흔한 쓰레기 하나 없는게 신기했다. 게다가 대부분 표지판에 한국어 표기가 되어있어 이동하기 편리했다.
일본인들은 남에게 전혀 피해를 주려 하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 났다. 거리를 여기저기 쏘다니는 동안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없을 정도였다. 거기다 점원들은 또 어찌나 친절한지. 사실 그 짧은 삼 일간 일본에 반하고 말았다.
하지만 잠깐의 친절한 모습으론 절대로 그 나라의 이면을 알 수가 없다.
드디어 기숙사에 짐을 옮기려 두 번째로 출발한 일본 여행은 첫 걸음부터 순탄하지 못했다. 그 많은 짐가방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옮기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갈때는 마치 내가 일본을 아는 것 같아 자신 만만 했는데 몇 시간만에 환상이 깨졌다. 계단 앞에서 큰 짐들을 들고 낑낑거리는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역무원들도 우리를 쳐다보기만 할 뿐 물어보기 전까지는 도와주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라는 말은 무서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잠깐 동안은 편할지 몰라도 서로에게 무신경한 사회는 위험한 사회가 아닐까. 일본에서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행동이 한국보다 더 자유로운 걸 보고 열린 사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뒤집어서 보면 각자 자기만의 공간이 확고하여 생기는 현상일지도. 힘든 하루를 보내니 정 넘치는 한국이 그리웠다.
분명 한국에선 누군가 도와주었으리라 믿는다. 친구를 사귀는 것도 살짝 어려웠다. 나보다 먼저 유학온 학생들은 일본 친구들은 마음을 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나에겐 아직도 삼년이란 긴 사간이 남았고, 그중에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 지금은 이 알쏭달쏭하고 말 그대로 멀고도 가까운 나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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