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뒤돌아 볼 수있는 삶의 여유를 찾는 것이 멀리봤을 때 더 큰 기회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이들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차고 있었을 것 같은 사람이 생각난다. 10년이 넘게 웨이터 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언젠가는 자신의 뮤지컬이 브로드웨이를 뒤흔들 것이라고 소리치고 다니던 괴짜같은 사람, 뮤지컬 ‘렌트’의 제작자 조나단 라슨이다. 그는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뉴욕 슬럼가의 5층 다락방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던 숱한 룸메이트들이자 동시에 열정 가득한 빈털털이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고 싶어했고, 이러한 그의 열망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렌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불행히도 조나단 라슨 본인은 렌트의 초연 전날 대동맥류파열로 사망했으나, ‘렌트’는 그의 바람대로 브로드웨이를 뒤흔들었던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아무리 작품 속 인물들이라지만 다들 참 기구하게도 산다. 무명 가수와 스트립댄서가 시종일관 틱틱 싸우면서도 사랑을 나누고,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 철학 교수가 강단에서 내려와 인생을 노래한다.
“La vie boheme(보헤미안의 인생)!” 언제 생을 마감할지 모르는 이들이지만 서로 오늘도 수고하셨소, 하고 웃고 떠들고 술잔을 부딪치며 외치는 말이다. 서로 닮은 점 하나 없는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진리의 말이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풀리는 것 하나 없지만 오히려 삶에 대한 여유가 넘친다. 전직 교수가 “수틀리면 딴데 가서 식당이나 차리지!”라고 하는 걸 보면, 말 다했다.
‘렌트’는 예술가들의 유쾌한 발악을 매개체로, 시간에 쫓겨 현재를 잃어버리고 사는 이들에게 “오직 오늘뿐“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잘 살려고 오늘 하고 싶은 걸 왜 참아야 하냐고 묻는다. 불치병과 불안정한 생활로 이미 미래가 불투명한 그들에겐 당연한 일상이다. 그들의 해답은 항상 현재를 살며, 항상 자신의 욕망을 위해 사는 마음가짐에 있었다.
인터넷에서 한 글귀를 읽었다. 노는 돈을 아껴 저금하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파격적인 제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달에 100만원씩 1년을 저금하면 1,200만원이고 10년이면 1억 2,000만원을 버는 셈이란다. 결국 10년을 저금한다고 해도 서울에 있는 아파트 전세도 힘드니 투자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걸 하라는 우스갯소리 섞인 글귀였는데, 생각해보니 이게 꽤 설득력있는 말이다. (그럴 만한 배짱이 있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겠지만.)
몇몇 청춘들은 오늘도 주문을 외운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참는 자가 복이 있다며 끊임없이 되뇌이다가 현실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면 또다시 힐링이라는 주문을 반복하는 식이다. 조금 더 자신을 위해 살면 어떻겠느냐, 고 조심스레 권유하고 싶다. 무조건 위를 바라보기보다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찾는 것이, 멀리 봤을 때 더 큰 기회이지 않을까.
이 곳에서의 마지막 글이다.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마지막 이야기를 끝맺고 싶었다. Viva la vie boheme, 영원하라, 보헤미안의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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