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가르치는 것에 고민을 계속해 간다면 꿈의 교실 이룰 것 같아
3월에 학부모님들께 보내는 편지에, 내가 써뒀던 문구들이 있지 않은가. 개학 전날 잠을 뒤척이며 이리저리 단어 속에서 헤매다 나름 야심 차게도 아이들과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고 썼었다.
“저는 아이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많이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선생님이, 아이들과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고 나누는 교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발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하고 나누며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존중하며 함께 땀 흘려 일하고 수확을 기대하는 농부, 즉 하나의 ‘정신적 농부’로 아이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그리고 수확에 대한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눈에 보이는 수확이 많든 적든, 우리가 함께하는 길에서 더 큰 의미들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약속한 것들이 얼마나 잘 실천되었는지 반성해보며, 어찌 됐든 작게나마 실천의 발자국을 옮기고 있었다고 다시 한 번 스스로 다짐을 새겼다. 사실 생각해보면, 선생이 되었든 엄마가 되었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아이 스스로 하고 싶어서 무언가를 하도록 돕는 일이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아이의 자발적 행동은, 상이나 벌과 같은 ‘당근과 채찍’에 의한 행동보다 훨씬 오래가고 만족도 크다. Daniel Pink는 저서 〈Drive〉에서, 스스로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의 요소로 ‘자율성(autonomy)’, ‘숙련(mastery)’, ‘목적(purpose)’의 조화를 이야기했다. 즉, 아이들 마음속에서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동기 부여의 핵심이다. 그래서 아이들 스스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게 돕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이 학습에 대한 주인의식을 높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 깃든 조급함은 최초의 교육이 시작된 때부터 우리를 괴롭혀 왔다. 선생인 나조차도 항상 진도라는 물리적 한계에 추격당하며 조급해하는 것이, 슬프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항상 나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지금 이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아이들의 삶을 교실로 한 발짝 초대하는 것이 나름의 정답이 아닐까 싶다. 일단 시계를 자주 쳐다보는 습관부터 줄이고.
나는 학생이었을 때도 3월에서 2월로 한 해를 보냈고, 졸업한 지금도 여전히 3월부터 2월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기에 나에게 7월은 해의 고민을 한 번 더 살피는 반 틈의 시간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해를 절반쯤 보낼 때마다 전보다 너그럽지만 수줍어진 자신을 발견한다. 풋내는 조금씩 벗어가는 것 같지만, 오히려 아이들 앞에 어떻게 서야 할지 고민은 점점 커져간다. 어렵겠지만 배우고 가르치는 것에 대한 지금의 고민을 계속해 간다면 내가 꿈꾸는 교실도 조금씩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 송은정 교사는 전라북도 교육연구정보원 정보영재강사, 교육부 스미트교육 중앙선도교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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