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교도소 수감 아이들 마음의 상처 위로해 주러 그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올해 7월부터 8월까지 KBS에서 만든 청소년 기획 6부작 다큐멘터리 ‘세상 끝의 집’에서 김천 소년 교도소의 내부 생활을 방영했다. 나와 중학생인 내 동생 또래의 아이들. 자유 없이 철창 안에서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3년형, 4년형을 받은 수감자들이 있는 반면, 10년부터 20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죗값으로 받은 수감자도 있었다. 이들은 교도소로 들어갈 땐 어린 아이였지만 출소할 때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나오게 된다.
교도소 안에서의 생활은 철저하게 규칙적이다. 잠, 식사 등등 모든 것이 통제를 당한다. 또 제빵 기술, 자동차 수리 기술 등 교도소 내에서 많은 기술들을 가르쳐 준다. 사회에 나간 후 할 수 있는 일들을 알려주는 것이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이들을 만나러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몸이 아픈 할머니, 부모님, 먼저 출소한 친구들을 볼 때만큼은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몇몇 수감자들에겐 그런 행복도 주어지지 않는다. 만나러 오는 친구도, 심지어 가족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부러운 눈길로 흘깃 쳐다볼 뿐이다. 이런 생활 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음악,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각각 자신이 다루고 싶은 악기를 다루고, 노래도 부르며,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연기도 한다. 몇몇 아이들은 웬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연습한 자신들의 음악, 연기를 큰 강당에서 가족들 앞에 선보일 기회가 찾아왔다. 무대에 오르기 전 가족들과 함께 짧은 식사시간을 가진 후, 자신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어느 때보다 멋지게 무대 위에서 선보였다. 가족들과 수감자들 얼굴엔 미소와 눈물이 가득했다.
그리고 모두가 떠난 후, 다시 반복되는 생활들, 철창 안에서 밥을 먹고, 배우고, 연주하기를 시작한다.
나는 당연히 죄를 지었으면 그에 따른 형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 후에도 내 생각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은 그들을 동정하게 됐다. 아프신 할머니를 죽이겠다는 협박에 저지른 범죄로 13년형을 받은 손자,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에게 시간이 날 때마다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아들, 부모에게 버림 받은 청소년, 집나가 아빠 없이 장애를 가진 엄마와 형을 가진 둘째 아들. 마음이 아팠다.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끝나면 나에게 되물었다. 내가 저들이 저지른 범죄를 당한 피해자였다면 이렇게 생각 할 수 있을까?
난 지금까지 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들을 동정하는 내가 옳지 않은 것인지, 차갑게 그들을 보며 죗값을 치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난 모르겠다. 갑자기 나는 그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할 때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난 믿는다. 그들의 마음엔 어떤 상처가 있는지 들어주고 싶었다.
갑자기 찬바람이 불어와서 나무들이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요즘 들어 김천 소년 교도소에 있는 아이들은 춥지는 않을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문득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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