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감미로운 노랫말을 쓴 오스카 해머슈타인은 행동과 존재 관계를 이렇게 풀어냈다. 아무리 멋진 종이라도 훌륭한 타종수가 없으면 감동의 소리를 낼 수 없다. 전북 출신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등 정치권은 분열과 침체의 시대를 마감하는 혁신의 타종수가 되어주기 바란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로 새 진영이 갖추어 졌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침묵·무기력의 늪에 빠진 정치권
우리에게 혁신의 첫걸음은 정치권이 침묵과 무기력의 늪에서 팀워크와 집중력의 광장으로 나오는 것이다. 적어도 과거에는 선거만 하면 특정 정당에 거의 절대적인 표를 몰아주었다. 정권들이 쏟아냈던 정책차별의 피해를 막기 위해 결속으로 나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이 타개할 수 있는 현안과 정치 질서마저도 미망(迷妄)의 껍질에 갇혀 있다. 정치권이 지역경영을 책임져야 할 주체이면서도 중요한 문제만 생기면 유권자의 눈치를 살피거나 침묵의 뒤에 숨는 무기력증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실제 법조계와 재계, 시민단체 등이 호남선 KTX 익산역사의 이전 설립을 추진하고 김제와 완주지역 의회가 동참하고 있지만 국회의원 등 정치권은 침묵으로 일관한다. 또 번듯한 컨벤션센터가 없어 행사 때마다 고민이 반복되고 있지만 민원은 정치권의 생각 언저리에 박혀 있다. 지난 9월 해외 바이어들이 몰린 ‘농식품 수출 구매 B2B 행사’도 도청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지역 이미지가 깎였다. 여기에다 동학혁명 국가기념일 제정, 전주-완주 통합, 항공대 임실이전 등 갈등의 현장에 그들은 보이질 않는다.
이곳과 달리 대구시에서는 최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학교·학부모·투자자들을 설득하여 엄격한 학교정화구역 내에 지상 13층, 객실 192개 규모의 호텔건립까지 결정하는 기염을 토해 냈다. 광주시도 지난 7일 정치권을 비롯 관계, 경제계, 학계, 종교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모여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를 출범시켰다. 광주시가 노사민정(勞使民政)의 대타협을 이뤄 자녀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역외 광경은 비단 이뿐 아니다. 지난 4일 전남·경북 국회의원들의 모임 ‘동서화합포럼’에서는 ‘예산 공조’에 한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 예산을 많이 따와야 한다”는 영남 의원이 있는가 하면, “예산만 책임져 주면 최경환 부총리를 비난하지 않겠다”는 호남 중진의원의 말도 나왔다고 한다. 자칫 양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파는 ‘담합’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오히려 갸륵하다. 같은 날 충청권 국회의원 14명은 ‘선거구 재조정’ 과정에서 지역구 의석수 늘리기에 힘을 모아 냈다.
그런데도 전북 정치권은 조용하다. 딱히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지역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거시적 총론 없이 서로 다른 미시적인 각론들이 산발적으로 각개 약진하는 양상이다. 이러한 지리멸렬함은 중앙정부의 독선이나 독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주민의 불행이 되곤 한다. 지역의 무력감과 병목현상이 어디서 발생하는지를 따져보고 과감하게 쇄신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정례회동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역 내부를 지휘할 수 있는 체계 정립과 자신들의 결속이 다져질 수 있다고 본다.
혁신의 종소리 더 크게 울려라
지금 날로 험악해지는 국가경제 환경에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사투를 벌이고, 대학생들은 생존의 일자리를 얻으려 도서관에 불을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과 동떨어진 정치권이라면 과연 어떨까. 지역의 생생한 존재감은 그들의 단결된 행동 속에서 찾을 수 있겠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이문재의 시 ‘농담’) 혁신의 종소리를 더 크게 울리기 위하여 정치권은 결속하는 행동을 보여 달라. 종을 두드리는 아픔이 클수록 혁신의 엔진은 동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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