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바퀴 바람도 제대로 못 넣어
성인이 되고 운동 겸,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기 시작한 건 5년 정도가 되겠다. 선물 받은 분홍자전거부터 지금의 날쌘 자전거까지 세 대 정도를 거쳤다. 자전거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수리를 맡기는데 얼마전 땜질한 바퀴에 또 구멍이 난 듯 했다. 두어 번 자전거를 끌고 갔다가 부산하게 움직이시는 아저씨께 부탁하기가 그래서 눈치껏 바람 넣기를 시도했다. 영 시원치 않았다. 바쁜 일정에 고칠 시간이 부족해 집에 방치하고 택시를 타고 다녔다. 그리고 오늘 모처럼 꺼내 나와서 자전거포에 갔다. “아저씨 또 펑크 났나봐요. 바람이 안들어가요.” 아저씨는 무심히 자전거를 만지시더니 이내 빵빵하게 숨을 불어넣으셨다. “요놈을 끝까지 빼고 누른 다음에 넣야혀요. 안 누르면 붙어서 안들어가.” 허무하고 민망했다.
나는 ‘기획’이라는 일을 밥벌이로 삼고 있다. 남부시장의 청년몰부터 야시장. 크고 작은 행사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조율하면서 머리에 있는 것들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만들어 온 ‘판’에 대한 좋은 평가와 응원을 받았고 보람과 함께 든든한 동료들이 많음에 행복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청년몰과 야시장을 보며 내 역할의 다음 방향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기획’이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잠정적 결론을 내리며 헛헛해 하던 즈음이었다. 공간 구성, 관계 조율, 기획서와 정산서가 아닌 손에 잡히는 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목수, 전기공, 춤을 추거나 바느질을 하는 것까지. 그러나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배우는 과정도 만만치않고 ‘전문분야’로 느껴져 선뜻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역에서 알고 지내던 각 예술 분야의 기획자이자 예술가인 분들의 제안으로 스테이풀리쉬위크축제를 만들기로 했다. ‘만드는 사람들이 즐거운 축제를 만들자’는 의도와 축제를 만들어 갈 방식에 동의했고, 다른 자극이 필요했다.
6개월 간 준비를 거쳐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4박 5일간 펼쳐진 축제는 끝이 났다. 각자의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꺼내며 조율해서 실현 시켜가는 과정은 때로는 어려웠지만 현장은 매끄러웠다. 음악, 미술, 공간기획 등 선배들은 저 마다의 현장에서 베테랑이었지만 각자의 현장이 아니었기에 더 배려했고, 내 놓았다.
축제를 준비하며, 끝내며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훨씬 많지만 오늘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스테이풀리쉬위크팀의 ‘기술력’이다. 시내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던 옛 KT&G 건물을 하나씩 바꿔나가는 과정은 놀라웠다. 나였다면 돈이 없어서 포기할 것들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획’이 손에서 직접 ‘실행’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대형 인디언텐트를 생각했으면 예산에 맞춰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었다. 전선을 빼서 어두운 곳을 연결하고 수도가 없는 곳에 물을 대는 그들의 기술은 대형 장비가 아닌 몇 가지의 공구로 이뤄졌다. 기획자이자 예술가인 선배들을 보며 내 고민이 풀리는 실마리를 얻는 듯 했다. 그들이 여전히 에너지 있게 움직이는 이유를 몰래 엿본 기분이었다.
일상 속 기술 배우면 삶이 더 온전
자전거를 잘 탄다고 생각했다. 바퀴에 바람만 빠져도 자전거를 쓸 수 없는 내가 말이다. 바쁘고 쉬운 세상 속에서 돈을 벌거나 쓰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구나 싶은 헛헛함이 있다면 슈퍼마리오게임이 아니라 배관공인 마리오의 기술을 배워 보는게 어떨까. 내 일상이 좀 더 온전해 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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