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내 관심을 끌었던 책을 하나 꼽자면 살마 로벨의 센세이션이라는 책을 들 수 있다. 살마 로벨의 책인 센세이션은 우연히 포럼에서 추천하는 내용을 보고 구매한 책이었고 호기심이 있긴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본 책이었다. 하지만 체화된 인지이론에 대해서 다룬 이 책의 내용은 내 기대를 넘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오늘날 사회구조적 문제 많아
단순히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대화 속에 담긴 여러 상징과 은유, 비유들이 단순히 정신을 넘어서서 실제 외부 세계의 물리적인 대상이나 현상처럼 사람들이 인지하고 반응한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죄를 씻어낸다라는 말처럼 실제 사람이 손을 씻는 행위만으로 죄책감을 상당히 덜어낸다거나, 혹은 따듯한 마음씨처럼 따듯한 감각을 유도하도록 따듯한 음료가 담긴 컵을 들게 하는 것만으로 친절을 유도할 수 있는 것같은 여러 사례들은 말을 통해 사람들에게 비일상적인 체험을 선물하는 분야인 스트리트 최면을 하고 있는 내게 언어의 사용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은유와 대화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치유하였고 현대최면의 두 거장중 하나라는 밀턴 에릭슨 이래로 많은 최면가들에게 은유와 상징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체화된 인지 이론은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내게 남겼다. 실제 우리가 사용하는 말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거리에서 즉석으로 최면을 시연할 때 챌린지라 하여 일종의 테스트를 굉장히 많이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손바닥을 테이블에 달라붙게 만드는 체험을 할 때 단순히 ‘손이 테이블에 붙습니다.’로 끝나는게 아니라 체험자로 하여금 실제 손바닥을 떼보도록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이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 바로 ‘ ~하려고 노력해보세요.’라는 말이다. 언뜻 생각하면 손바닥을 붙여야 하는 상황에서 떼보라고 노력하라는 말은 일으키려는 현상과는 정반대 행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외국 최면공연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에 대해서 노력하라는 말은 실제로는 할 수 없다라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이미 노력하라는 말에는 할 수 없다라는 말이 전제가 되어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내 경험에서도 노력하라는 말을 아낌없이 사용하지만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대로 손을 떼지 못하고 이름을 기억할 수 없었다.
최근 들어 점점 사회적 경제적인 문제들이 불거지고 갈등이 시각화 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노력 부족의 문제로 치부하는 세태에 대한 풍자로 ‘노오력’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면 여러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지난 수십년동안 진리처럼 공유해왔다. 하지만 이미 계급은 고착화되어가고 있고 이를 뛰어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임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이미 우리보다 앞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여러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단순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매우 힘들어 보인다.
개인 혼자 해결하기 힘들어
사실 예체능보다도 더 노력하면 될 거 같은 공부에서도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는 것을 볼 때 노력하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가? 주위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다면 공허하고 수십번 이상 들었을 노력하라는 말 대신 치킨 한마리가 더 낫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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