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작가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는 의미심장한 비유가 나온다. 일명 ‘기간원이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방법’. 우선 코끼리를 꿇어 앉혀놓고 “너는 누구냐”고 물어 본다. 처음에는 코끼리라고 답한다. 그러면 기간원은 코끼리를 개 패듯 두들겨 패고 코끼리가 나중에는 아픔을 견디다 못해 “코끼리가 아니라 개야”라고 깨갱거리게 된다. 그 때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개 한 마리 냉장고에 넣는 건 쉬운 일이니까.
1%에 99%의 모든 걸 빼앗기는 사회
우리 모두는 태어났을 때 각자 만의 재능과 가능성을 가진 코끼리였을 거다. 하지만 매일 얻어맞아 코끼리가 아닌 개라고 실토하며 살아 왔는지도 모른다. 냉장고에 들어가기에 알맞은 크기로 말이다. 우리를 두들겨 패면서 냉장고 크기로 만드는 건 여러 가지다.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된 꿈도둑들부터 낙후된 지역 환경, 사회적 알람 등에까지 이른다. 무엇보다도 단연 교육제도가 그렇다. 공교롭게도 교육제도의 방향을 정하고 기획하는 자의 입에서 ‘개돼지’ 발언이 흘러나와 은밀하고 음흉하게 감추고 있던 권력자들의 의중(?)이 들통 나고야 말았다.
‘education’이라는 말은 ‘educe’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educe’는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끌어내다’라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제도는 다양한 재능을 끌어내기는커녕 있던 고유의 능력마저 떨어지게 한다. 학교는 짧게는 고교 3년, 길게는 초등학교부터 12년을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인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기를 강요한다. 이미 학문을 탐구하고 부조리한 사회에 가장 먼저 저항했던 지성의 전당의 지위를 내려놓은 지 오래된 ‘대학간판’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그나마 과거엔 그 간판이 권력획득과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벌사회’가 ‘금수저 사회’, ‘자본 사회’에 밀려 같은 학벌이라고 서로 끌고 밀어주는 미풍양속(?)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얼마 전, 학벌사회의 폐단에 맞서왔던 단체 ‘학벌 없는 사회’가 ‘학벌’이라는 명분이 없어져 더 이상 단체를 유지할 수 없다며 해체 선언을 한 웃기면서도 슬픈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교육시장은 활황이다. 1%도 채 안 될 명문대 간판 획득자들을 위해 나머지 99%는 자신의 꿈을 알아갈 기회와 자유의지를 저당 잡힌 채 하루하루를 견뎌 낸다. 그 1%가 나중에 자신들을 개돼지 취급할 거라고 생각조차 했을까.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언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 천재나 재능을 뜻하는 영어 ‘genius’는 우리 안의 지니(Geni-in-us)의 줄임말이다. 모든 사람의 내면에는 마법사 지니가 살고 있다는 얘기다. 모든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를 꺼내 보자. 일단 지니를 불러내고 봐야 소원을 말해보지 않겠는가. 혼자서 하기 두렵고 익숙하지 않다면 내 안의 지니를 꺼내 자신만의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자. 필자가 소수의 지역 청년들과 함께 ‘1%지식나눔’이라는 이름으로 사람과 사람의 꿈과 재능을 이어가는 일을 하는 이유다. 작은 냉장고에 맞춰지도록, 내가 아닌 누군가라고 불리도록 하는 1%가 아닌 99%의 꿈을 응원하고 재능을 꺼낼 수 있도록 용기를 나눠주는 1%를 만들어 보자. 딱 1%면 된다. 고작 1%에 99%의 모든 걸 빼앗기는 사회라면 1%만으로도 99%의 모든 걸 되찾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1%만으로도 모든 걸 되찾을 수 있어
지난 달, 28회 지식나눔의 주인공은 전주에서 6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온 ‘PNB풍년제과’의 강지웅 대표였다. 모두가 굶주리던 시절 모두에게 풍년이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풍년제과’라는 이름으로 지었다는 말이 참 와 닿았다. 오늘날 기아로부터는 벗어났지만 꿈과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는 마음은 여전히 가난하다. 그 마음들에도 풍년시대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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