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무엇에 행복을 느낄까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인간관계와 집을 포기한 ‘오포세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청춘의 모습을 ‘칠포세대’라고 한다. 신조어로 연애, 결혼, 출산, 취업, 주택, 인간관계, 희망, 건강, 학업, 노후, 이미지, 양심, 종교, 정치, 애국까지 포기한 ‘15포세대’ 까지 등장했다. 시대를 이야기하고 싶었고, 또 기록하고 싶었다. 역사적으로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그러하듯, 시대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두려움을 갖지 않고 시대를 비판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그러자니 내가 살고 있는 세대의 문화를 바라보는 객관적 시선이 필요했다. 과연 청춘은 무얼 얻고 또 무엇을 포기하며 사는가?
작년 봄 쯤 책을 하나 읽었다. 〈절망의 나라 행복한 젊은이들〉 일본의 사회학자 후루이시 노리토치의 작품으로 20대 젊은이들이 겪는 일본 사회와 사토리 세대라 일컬어 지는 청춘의 모습을 담은 책이었다. 열악한 환경과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은 행복하다 말하고 있다. 뭔가 모순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제목에서 우리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일본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와 흡사한 면들을 미리 겪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모습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경제적 장기침체를 겪는 일본은 정규직 취업이 힘들고 계약직과 파견직이 태반이다. 그것마저도 힘들어 파트타임이나 편의점 알바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난을 모르고 사는 청춘들 또한 허다하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경험한 부모님 아래서 소위 ‘캥거루족’이라 일컫는 삶을 살아간다. 아마 그들은 지금의 50~60대 부모를 자신들이 봉양해야 하는 10여년 후쯤에야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이 다가올 것이다. 우리나라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 후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며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가 궁금해졌다. 미래가 보이지는 않는 사회에서 그들은 꿈을 잃었을까? 혹은 현재 자신이 살아가는 지점에서 만족하는 것들이 주는 안이함에 익숙해졌을까? 아마 거시적 관점에서의 행복감은 아님이 분명하다. 당장 마실 수 있는 맥주 한 캔에 행복을 찾는 미시적 관점의 만족감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그것이 삶의 행복지수로 이어졌으리라. 가진 것에 만족하고, 현실에 수긍하며 사는 삶에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에게 그야말로 ‘미래’가 사라졌다. 작가가 말한 ‘끝나지 않은 일상’만 남았을 뿐이다. 전적으로 동감했다. 꿈을 잃었고, 하고 싶은 꿈보단 해야 하는 일에 길들여진 우리의 모습이었다. 한참 열렬히 반항적이고, 사회 모순에 저항하던 옛 청춘의 모습은 희미해졌다. 좁은 취업의 길속에서 기득권의 입맛대로 깎아지고 훈련되어진 젊은이들. 기성세대와 사회가 원하는 보기에 알맞은 순종적 청춘의 모습으로 선명해졌다.
미래가 안 보인다고 꿈을 잃었을까
요즘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청춘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포기하며 사는 인생이라고 단정 짓는 어른들의 시선에 갇혀버린 청춘들이 때 이른 달관의 시간을 지내고 있다. ‘청춘’이라는 단어로도 가슴 뛰게 행복하고,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는 특별함이 빛을 잃었다. 그러나 청춘 스스로 물어야 한다.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은 나인가, 사회인가?
왠지 불안하게 행복한 젊은이들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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