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것은 어렵다' 이 생각만 벗어나면 작가가 될 수 있을것
‘글쓰기는 역시 타고나야 하는 걸까?’ 대학교 첫 글쓰기 수업 때 들었던 생각이다. 리포트에 가갸거겨 정도나 쓸 줄 알았던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은 매주 글쓰기 특강을 열었다. 그런데 참석을 해보니 나름 글 좀 쓴다는 친구들만 모인 것이다. 그들의 글은 멋진 건축처럼 논리가 차곡하게 쌓여있었다. 그 사이에 위치한 내 글은 수수깡으로 만든 조악한 괴작이었다. 내가 썼지만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났다. 으악 난 틀렸어.
글쓰기 데뷔와 동시에 은퇴식을 치를 뻔 한 나를 구해준 책이 있다. 소설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다. 작가와 책 제목만 들어도 글쓰기에 대한 엄청난 비기를 알려줄 것 같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책은 작법서를 가장한 자서전 혹은 자기 자랑에 가까웠다. 책 내용의 대부분은 자신이 유년시절부터 데뷔까지 어떻게 펜을 놓지 않았는지의 이야기였으니까. 유혹하는>
비록 유혹하는 글쓰기 비법을 배우진 못했지만 스티븐 킹이 말하는 꾸준하게 쓰는 글쓰기의 즐거움은 간접 체험하게 되었다. 또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보다 내가 편하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글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나아졌냐고? 안타깝게도 내 글은 수수깡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성을 쌓았다 싶을 정도로 꾸준히 많은 글을 냈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재미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야속하게도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캠퍼스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학생이 아닌 교직원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글 쓰는 것을 계속하고 싶어 내가 일하는 북스포즈에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이름은 ‘글쓰기가 뭐라고’. 글 쓰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쓰자는 의미다. 매주 모여서 아무런 주제를 뽑아 1시간 동안 쓰고, 1시간 동안 서로의 글을 보고 이야기한다. 자소서를 쓰다 온 취준생도, 보고서에 골머리를 앓는 직장인도 이곳에서는 부담 없이 글을 쓸 수 있다.
요즘에는 내 글보다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글을 보는 재미가 생겼다. 얼굴도, 이름도 외우기 전에 글이 먼저 인상에 남는데 그것이 엄청난 문장이거나,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서툴지만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적었기에 개성이 생기고, 앞서 말한 화려한 글들보다 이런 글들이 더욱 좋아졌다. 하루의 여독을 글을 쓰며 스스로 마음을 회복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연말에 운 좋게도 이 잡문(?)을 모아 책을 냈다. 소량 출판에 서로 n분의 1로 나누었기에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이 찾기란 힘들 것이다. 하지만 모임 사람 중 누군가 성공하면 이 책을 경매 사이트에 올리기로 약속을 했으니 언젠가는 볼 수 있지 않을까? 내친김에 이제는 각자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서 새해에 작은 책들을 내자고 했다. 욕심보다는 재미를 느끼며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완성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평소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공부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글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다. ‘글 쓰는 것은 어렵다’라는 생각만 벗어나면 우리도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나름의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가 뭐라고.’ 다소 건방진 이 문구 아래에서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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